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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고전을 만나는 공간

by 김민식pd 2020. 2. 3.

'여기 48명의 저자가 있다. <감이당 & 남산강학원>의 학인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책을 써 본 적이 없는 '무명씨'들이다. 자신들이 책을 쓸 거라고 예상하거나 결의를 다진 경우도 거의 없다. 우연히 삶의 모퉁이에서 예기치 않은 질문이 불쑥 솟아났고, 그래서 길을 찾다가, 역시 우연히 들렀는데 거기가 하필 <감이당&남산강학원>이었을 뿐이다.'

<나는 왜 이 고전을> (고미숙과 48인의 대중지성/북드라망) 

책에 나오는 고미숙 선생님의 서문입니다. 오래 전, 제가 남산강학원을 찾았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 역시 그랬거든요. 억울한 일을 겪은 후, 분을 다스리고 싶었어요. 화가 나를 해치지 않는 길은 마음 공부라 생각하고, 강연에서 눈여겨둔 사부님을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배웠고요. 

'지성의 창조, 그 핵심은 글쓰기다. 글이 곧 말을 낳고, 말이 곧 글을 낳는다. 말과 글이 갖가지 정보가 되어 세상에 흘러 넘친다. 그 범람하는 말과 글이 일용할 양식이자 세상을 이끄는 비전이 된다. 그 양식과 비전을 주도하는 집단적 주체, 그것이 바로 대중지성이다. 그러니 읽고 듣고 토론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써야 한다! (...)

말과 글의 창조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준다. 당연히 밥벌이가 가능하다. 더 중요한 건 글쓰기를 해야 각종 중독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양생이다. 구도는 말할 나위도 없다. 구도의 핵심은 삶과 죽음의 장벽을 관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전의 바다를 유영해야 한다. 왜? 고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바로 그 주제를 다루는 책이니까. 고전의 드넓은 세계와 접속하려면 써야 한다. 쓰지 않고서 생사의 장벽을 넘는 길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양생과 구도와 밥벌이로서의 글쓰기 - 이것이 <감이당&남산강학원>의 비전이다.'

(위의 책 6쪽)

감이당 학인 48명이 고전을 읽고 쓴 서평을 모은 책입니다. 책에는 감이당을 찾아간 다양한 사람의 사연이 나옵니다. 큰 수술 후, 명이 짧다는 말을 듣고 <법구경>을 읽dms 이, 심리상담사로서 부족함을 깨닫고 고민하다 <안티 오이디푸스>를 읽은 이, 한부모 가족이라는 언표로 힘들어하다 들뢰즈의 <천개의 고원>을 만난 이.

감이당과의 인연은 책과의 만남으로 이어집니다. <법구경> <장자> <안티 오이디푸스> <그리스인 조르바> <모비딕> 등 혼자서는 읽을 엄두를 내지 못했던 고전을 읽습니다. 어려서 상담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 심리상담사가 된 분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답을 제공하려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넓은 지식, 훌륭한 품성이 있어야 하는데, 본인은 어딘가 부족한 게 아닌가, 자책에 시달립니다. 그러다 남산강학원에 와서 책 한 권을 만나지요.

'<안티 오이디푸스>는 나에게 다르게 말했다. 내 '약점'과 '결함' 때문에 해결책을 못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만큼이나 나도 인생에 대해 갈팡질팡하는 사람이며 삶에 대해 고민하는 한 사람일 뿐이라고 말이다. 상담실에 오던 그들과 나는 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완벽함을 향해 가는 사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방랑자였다.'

(37쪽)

책을 읽다 반가운 이름도 만납니다. <다르게 살고 싶다>를 쓴 박장금 선생님, <아파서 살았다>를 쓴 오창희 선생님, 다 고전 세미나를 들을 때 만났던 학인들인데요. 지금은 다 저자가 되셨지요. 남산강학원을 만나 저자가 된 48명의 삶의 변화도 궁금해집니다. 이들의 공부는 삶을 어디로 이끌까요? 

책은 문입니다.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 이 책의 문을 열면, 무수한 인연과 고전을 만나게 됩니다. 감이당이라는 공부 맛집에 대한 블로그 리뷰 총서입니다. 맛깔 난 글 덕분에 고전 독서와 글쓰기에 대한 구미가 당깁니다. 책에 나온 고전을 또 찾아읽고 싶어지네요. 이래서 좋아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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