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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물건을 고치려면

by 김민식pd 2020. 1. 27.

방학마다 민서와 가는 곳이 있습니다. 7호선 뚝섬유원지 역 옆 한강시민공원입니다. 여름에는 수영장이 개장하고 겨울이면 썰매장이 들어섭니다. 매년 겨울, 이곳에서 썰매를 타는 게 우리의 겨울 놀이입니다. 썰매를 탈 때, 가방을 메고 가기 불편해서 맨 몸으로 가는데요. 이럴 때, 불안해집니다. 저는 활자중독이라 손에 책이 없으면 불안하거든요. 이럴 때는 <좋은 생각>이나 <샘터>처럼 파카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잡지를 챙깁니다. 눈썰매를 타다 시간이 지나면 혼자 휴게실에 앉아 잡지를 꺼내 읽습니다. 민서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갑니다. 이제 조금씩 아이 혼자만의 시간을 내어줍니다. 모든 순간을 함께 하는 것보다 때로는 각자 즐거운 시간을 보낼 필요도 있거든요.

오늘의 외부 인사 초청 강연, <좋은 생각>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을 소개합니다.

<나를 대하는 자세> (홍성남 / 가톨릭 영성 심리 상담소 소장)

한 주부가 상담실을 찾았다. "신부님, 남편과 자식 때문에 마음이 불편합니다. 어떻게 해야 남편과 자식을 제대로 살게 할까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물었다.
"남편이 직장에서 승진할 생각을 안 합니다. 아이도 아빠를 닮아 공부에 뜻이 없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라고 하면 '나 때문에 등수 내려간 애들이 상처받아.'하면서 여유롭기만 합니다. 어떻게 하면 두 남자를 바꿀 수 있을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마음은 알 듯하지만 저는 못합니다." "왜요." "물건을 고치려면 물건을 가져와야 하는데 주인만 왔으니 못 고치지요." "그래도 방법을 알려주세요."
나는 대신 마음이 편해지는 법 몇 가지를 일러 주었다.
"우선 남편과 자식은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은 불행해야 자신의 삶을 바꾸려 하는데 지금 남편과 자식은 행복하니까요. 바꿔야 할 사람은 본인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간단합니다. 보지 않고 살면 됩니다. 사람의 감정은 보는 대상에 의해 생깁니다. 싫은 사람을 보면 미운 마음이 들고, 좋은 사람을 보면 호감이 생기기 마련이죠."
"가족끼리 어떻게 안 보고 살 수 있습니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기대를 낮추세요. 상대방이 내 기대에 못 미칠 때 불만과 불편한 감정이 생깁니다. 그러니 기대를 하지 마세요. 기대가 높을수록 분노가 커집니다."

(16쪽)

물건을 고치려면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는 말씀을 새깁니다. 수리를 받고 싶은데, 정작 물건은 두고 갔다면, 수리가 필요한 건 주인인지도 몰라요. 남을 고치는 건 쉽지 않습니다. 마음이 불편하다면, 그 불편한 마음을 들여다봐야지요. 

 

 

이번 달 <좋은 생각> 잡지에서 좋았던 <수염 요정>이라는 글은 작가의 브런치에도 올라와 있네요. 링크를 겁니다.

올 한 해, 우리도 힘들 때는 요정을 만날 수 있기를!

<수염 요정>

https://brunch.co.kr/@relaxed/46#comment

리스본에서 만난 요정은 수염이 있었다

중년의 장발이었다 | 2010년 2월 24일 새벽 5시, 스물일곱의 나는 저승사자처럼 시커먼 옷과 목도리로 중무장하고 공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스스한 몰골에 그늘진 얼굴이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기보다는 도망자 같았다. 실제로 나는 도망치는 중이었다. 부모로부터, 현실로부터, 지긋지긋한 가난으로부터. 첫 직장 퇴사를 결심하고 곧바로 끊어둔 포르투갈 행 비행기 티켓이었다.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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