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랑 작가님의 오랜 팬인 저의 덕력을 시험하는 잣대가 나왔습니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 [글리프] 1 정세랑 [월드]>

'저희는 동시대의 소중한 작가 한명 한명에 주목하여 관심과 찬사를 보내고자 합니다. 비평이라는 그럴싸한 단어가 아니라, '덕질'과 '아카이빙'이라는 단어로 말입니다. (...)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설레는 목소리가 일상에서 자주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작가들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쓰고, 흩어진 독자들은 연결되어 있는 마음으로 외롭지 않은 독서를 하길 바랍니다. 그럼 이제 좋아하는 것들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먼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작가 덕질 아카이빙 잡지, [글리프]입니다.'

(서문 중에서)

 

아, 좋네요. 이런 시도.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설레는 목소리, 저도 참 좋아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을 만나 물어봅니다. "요즘 뭐가 좋아요?" 유튜브 채널 <꼬꼬독>이나 블로그를 할 때 저의 기준은 단순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래야 설레고 즐겁거든요. 저의 덕질의 즐거움이 여러분에게 가 닿기를 소망합니다. 덕질 아카이빙 잡지의 1호 작가가 정세랑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의 첫 번째 덕질은 당연하게도 정세랑을 향했다. 정세랑은 현재 한국문학에서 가장 반짝이는 존재이기도 하고, 최근 몇 년 사이 감지된 한국문학의 유의미한 변화를 가장 잘 드러내는 작가이기도 하다.'

(9쪽)

아카이빙이다보니 저자의 책 뿐만 아니라 곳곳에 흩어져있는 온라인 인터뷰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찾아냅니다. 정세랑 작가는 일찍이 인터뷰에서 '오타쿠들의 여왕'이 되고 싶다고 했다는데요. 그럼, 성공하신 겁니다. 저는 꿈이 '성덕'입니다. 성공한 덕후. 덕질이 직업이 되길 소망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정세랑 작가님의 <피프티 피플>, 이렇게 소개하는군요.

'<피프티 피플>에서 51명의 사람들의 일상의 파편들이 듬성듬성 엮어지다 맨 마지막 모두가 모인 공간에서 밝혀지는 진실처럼, 이들은 서로 각자의 위치를 지키고, 다른 이들을 도와서 모두가 무사해진다.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쳐버리지 않는 것, 모두가 함께 무사한 안전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정세랑이 꿈꾸는 기적은 어디선가 특별하고 운이 좋은 한 개인이 영웅으로 등장해서 펼치지 않는다. 작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적어도 세 명 이상 모여서 만들어 내는, 맥락이 숨은 기적이다.

일상의 우리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서는 영웅의 숙명이나 고뇌 같은 비장미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구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 것, 내가 아는 방향으로 옳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39쪽)

 

아, 이렇게 멋진 언어로 정세랑 작가의 세계를 소개할 수도 있군요. 읽으면서 내내 공감하는 한편, 감탄했어요. 저는 독서의 제1미덕은 재미라고 믿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지속가능하지 않아요. 무엇보다 요즘은 재미난 것들이 너무 많아, 책이 재미있지 않으면 금세 독자를 잃는다고 생각해요. 정세랑 작가는 어느 팟캐스트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제가 자주 듣는 비판 중 하나가 강력한 메시지가 없다는 거거든요. 근데 저는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고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즐거운 쾌감을 위해 쓰거든요."

(189쪽)

정세랑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 봐도 좋구요,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공부삼아 봐도 좋구요, 혹은 덕질의 자세에 대해 한 수 배우고 싶은 이가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정세랑 월드> 입덕의 최고 가이드입니다. 

책 뒤표지에서 정세랑 작가를 소개하는 글로 마무리하고 싶어요. 저도 배우고 싶은 자세거든요.

'정세랑

오래된 이야기를 사랑해서 세계문학전집을 출판사별로 모으는 아이였다. 읽기만 했던 것은 아니고 TV만화, 게임, 만화책, 영화도 좋아했다. 이야기를 집어 삼키는 애벌레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그때 모아 둔 이야기의 조각들은 후에 큰 자산이 되어 작가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좋은 이야기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라고 믿는다. 오래오래 그런 이야기를 쓸 예정이다. 모두에게 친근하고 젊은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할머니 작가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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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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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더치커피좋아! 2020.02.14 06:5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이야기는
    어려운 선택을 하는
    이들의 편에 서는
    이야기라고 믿는다. '
    정세랑 작가가 궁금해 졌어요..
    정세랑 작가가 쓴 글을 읽어봐야겠습니다.

    마음 즐거운 금요일.
    아자아자!
    피디님도~파이팅!

  3. 보리랑 2020.02.14 07: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세상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데, 여기 우리는 좀 더 가까이 그리고 끈끈히 연결되어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나도 재미와 지지를 주는 자산을 모으고 있다 생각할래요

  4. 아리아리짱 2020.02.14 07: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PD님 아리아리!

    정세랑 작가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훅 ' 듭니다.
    특별한 한 영웅이 아닌 평범한 세명 이상이 만들어 내는,
    맥락이 숨은 기적이다.
    그 숨은 기적을 만드는 정세랑 작가가 궁금해집니다.^^

  5. 울림. 2020.02.14 0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세랑 작가의 책을 꼭 읽어봐야 겠어요 ㅎㅎ 즐거운 쾌감을 위해.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6. 아솔 2020.02.14 07: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모두에게 친근하고 젊은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할머니 작가'가 꿈이라니.. 들어본 꿈 중에 가장 멋진 것 같아요. 좋은 저자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물론 피디님은 이미 '모두에게 친근하고 젊은 사람들의 편을 들어주는 아저씨(?) 작가'에요!ㅋㅋㅋ

  7. 새벽부터 횡설수설 2020.02.14 08: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끔 어떤 이와 연결되어 있을 때 고통스러운 관계가 있습니다.
    욕심이겠지만 나에게 무해한 사람이 연결되길 소망해봅니다.ㅎㅎ

  8. silahmom 2020.02.14 09: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덕이라 ~
    저는 어떤 성덕이 있는지 , 제 덕후는 무엇인지?
    고민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9. 꿈트리숲 2020.02.14 09: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력한 메세지가 아니라 즐거운 쾌감을
    위해 쓴다.
    이 문장 한방에 쓰러집니다.

    매일 블로그 글 쓰면서 뭔 메세지를 담아야
    하는거 아닌가, 그래서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
    없다고 혼자 고민하고 걱정한 때도 있었어요.

    메세지가 곧 알맹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저도
    고민하지 않으렵니다. 즐거운 쾌감!!! 이거면
    된 것 같아요. 글쓰는이도 즐겁고, 읽는 이도
    즐거우면 그걸로 만족하겠어요.
    때론 쓰는이만 쾌감을 느껴도... 그것도 만족
    합니다.

    어차피 쓰는 이가 만족해야 지속적인 쓰기가
    가능할테니까요. 오늘 사이다 같은 문장을
    만나서 속 시원해요. 저 문장 꼭 필사해놓고
    두고두고 볼게요. 감사합니다.~~

  10. 섭섭이짱 2020.02.14 0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이 책 기획한거 보고 바로 샀었는데... 읽다보니 언젠가 민식 덕질 아카이빙 제작해서 배포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었죠 ^^ 김민식월드 언젠가 꼭 ㅋㅋㅋ

    그리고, 진정한 덕질은 이런거라는걸 요 트윗을 보며 느꼈죠.. 정세랑 작가의 소식을 알려주는 봇
    https://twitter.com/Serangbot1

    정세랑 작가 궁금하신 분들은 피디님 글 보시고
    작가님 인터뷰 글도 읽어보세요..
    http://ch.yes24.com/Article/View/40958

    인터뷰 내용중 SF 장르소설을 접하는
    독자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셨네요.
    진입로를 잘 만나야한다는 말씀 공감백배합니다.

    --------------------------------------
    Q) SF, 장르 소설을 아직 낯설게 생각하는 독자들에게도 한 마디 하신다면요.

    A) 진입로가 될 만한 작가를 꼭 만나시면 좋겠어요. 한두 권 읽고 나서, ‘SF 소설은 나한테 안 맞아’가 아니라, 좋아하는 작가를 찾아서 그 작가의 작품부터 쭉 읽어갔으면 좋겠어요. 한국 작가로 시작해도 좋고 고전으로, 해외 베스트셀러로 시작해도 좋고요. 정확한 진입로만 만나면 읽는 재미가 굉장한 장르니까요.
    ---------------------------------------



    아 그리고 오늘 책은 독립출판사에서 만든거라
    일반 인터넷서점에서는 찾기 어려우시니.....
    요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https://www.instagram.com/m.d.lab.press/

    p.s) 근데 피디님 모의고사 점수는 몇점나오셨나요? ^^

    • 더치커피좋아! 2020.02.14 10:01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가님 인터뷰글
      섭섭님 덕분에 잘 읽었습니당~^^
      정보검색의 달인~~👍

  11. 코코 2020.02.14 1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프티 피플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감동에 젖어
    한참을 가만히 생각에 빠졌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다른 사람도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싶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도 하고 선물도 하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추천해 주신 책이 너무 반갑습니다.!

  12. 아프리칸바이올렛 2020.02.14 1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최고의 가이드 인정
    어쩜 우리 맘을 잘 아실까 즐거운 쾌감
    사막같은 현실에서 우리가 찾는 오아시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온 나라의 눈과 귀가
    쏠려있는 현실이라서 그런지
    진정 영웅은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그래서 내가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음을
    알고 있는 것
    내가 아는 방향으로 옳게 행동하는 것이다
    글이 마음에 쏙 들어옵니다


    오늘은 발렌타인 데이
    우리들의 스승님이자 친구 때론 영웅이신
    피디님
    넣어두세요 ♥️♥️♥️

  13. Mr. Gru [미스터그루] 2020.02.14 15: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다양한 덕질을 하고 싶어 고민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좋아하는 것을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지요.

    그중 pd 님 블로그를 보는 것도 즐거운 덕질인데 오늘 오전에 댓글을 못썼더니 금단증상이...

    출석 도장을 찍어야 안심이 되는 이 기분은 무엇...?

    오늘도 감사합니다

  14. 오달자 2020.02.14 1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력한 메세지 보다는 즐거운 쾌감을 위해 글을 쓰시늑 정세랑 작가님의 태도를 닮아가야겠어요.
    훌륭하신 작가님조차 메세지 전달 목적이 아닌 본인이 즐거워야 글을 쓴다는데,
    하물며 블로그 시작한지 1 년도 채 되지 않은 신출내기 주제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본인이 즐겁지 않은 글쓰기라면 계속 유지하기 힘들겠죠.
    초심으로 돌아가 그져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게 하네요.
    정세랑 작가님 작품...꼭~읽어 보고 싶네요.

  15. 오달자 2020.02.14 17: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력한 메세지 보다는 즐거운 쾌감을 위해 글을 쓰시늑 정세랑 작가님의 태도를 닮아가야겠어요.
    훌륭하신 작가님조차 메세지 전달 목적이 아닌 본인이 즐거워야 글을 쓴다는데,
    하물며 블로그 시작한지 1 년도 채 되지 않은 신출내기 주제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본인이 즐겁지 않은 글쓰기라면 계속 유지하기 힘들겠죠.
    초심으로 돌아가 그져 내가 즐거운 마음으로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 게 하네요.
    정세랑 작가님 작품...꼭~읽어 보고 싶네요.

  16. 미스 사이공 2020.02.15 11: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덕분에 알게된 정세랑 작가입니다.
    물론 지금은 열심히 덕질 중입니다!
    새로운 잡지 소개도 감사드립니다 ^^

  17. 하루하루 2020.02.18 01: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세랑작가님을 알게되어 넘 기쁘네요
    우린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각자의 자리를 지키면서 남을 도와주면 모두가 무사해진다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치지않으면 모두가 무사해진다
    우린 개인으로 살수없고 항상 다른사람과 더불어살아가야하는데~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갈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준것 같네요 참 좋은사람 좋은작가입니다 김민식pd님두요^^

  18. 민둘레 2020.02.19 1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카이빙..글리프
    어려운 말이네요..사전 찾아봐야 되고..
    외국어 남용 좀 안 했으면 좋겠는데..
    제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가유..;;

  19. 황준연 2020.02.26 03: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작가님 덕분에 새로운 작가님을 알게 되었네요 ~_~ 저도 덕질 해봐야겠어요 ㅎㅎ

  20. 김경철 2020.02.29 21:1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튜브에서 감동받고 책바로 주문해서 책이왔네요

  21. 섭섭이짱 2020.03.05 12: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정세랑 작가 덕질 또 하실 때입니다 ㅋㅋㅋ
    4년만에 장편소설을 주간 문학동네에 월요일마다 연재를 시작했네요. '제사' 라는 소재라니.. 요것도 재밌을거 같아요 ^^

    http://www.weeklymunhak.com/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