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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대기만성형 낙관주의자

by 김민식pd 2020. 3. 5.

‘가치의 아노미 시대에 맞서, 자기만의 결연하고 우아한 목소리를 지켜낸, 자존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책, <자존가들> (김지수 인터뷰집 / 어떤책들)을 읽었습니다.

‘젊었거나 늙었거나 자존을 자본으로 지닌 사람들은 각자의 색채로 빛났습니다. “노후 준비는 돈이 아니라 일”이라며 늘 새로운 도전을 마다 않는 개그맨 전유성, “성공은 높이보다 넓이”라는 유튜브 슈퍼스타 리아킴, “힘든 일은 항상 먼저 했다”는 홈런왕 이승엽과 “허송세월이 쌓여 어느 날 문득 좋은 이야기가 나오더라”는 가수 이적의 이야기는 재능에 대한 우리의 불안을 잠재웁니다.’

(8) 

목차에 등장하는 유명한 배우나 가수 스포츠 스타도 눈을 끌지만,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였어요. 58세에 늦깎이 디자이너로 데뷔한 할아버지인데요. 작고하기 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어요.

‘모든 사람은 누가 읽지 않더라도 자기 자서전을 써 봐야 해요. 자기가 주인공인 로맨스 소설 말이지요. 그러면 자신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돼요.’

(116쪽)

맞아요.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고요. 나를 향한 절절한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게 인생입니다. 내 인생의 이야기는 내가 아니면 아무도 써주지 않아요. 나를 주인공으로 삼은 글을 쓰다보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때 즐겁고 행복한지 알아갈 수 있어요. 나를 사랑하는 가장 좋은 길은, 내가 주인공이 되는 글을 쓰는 일입니다.

저자가 만난 사람 중에는 독일 낙관주의자 클럽의 대표로 <지적인 낙관주의자>라는 책을 낸 심리학자 예스 바이드너 교수도 있습니다. 김지수 인터뷰어가 물어보죠. “50세가 넘어서도 철없는 낙관주의자로 사는 친구를 어찌하면 좋을까요?”

‘최근에 70세에 책을 출간한 어떤 할머니와 얘기를 나눴어요. 책은 성공했고 그녀는 40만 유로의 돈을 벌었습니다. 성공할 거라는 어떤 보장도 없이 노년에 2년 동안 글쓰기에 매달렸고 끝까지 해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열정 때문이었죠. 오히려 돈은 보너스에 가깝습니다.

나는 가끔 이런 대기만성형 낙관주의자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그 일이 잘될지 안 될지 대한 어떤 단서 없이도 일단 좋으면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당신 친구에게 뭐든 시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해 보라고 조언하세요. 그리고 당신은 사랑하는 친구 옆에서 인내심 있게 기다려 주세요.’

(233쪽)

대기만성형 낙관주의자! 정말 멋진 표현이군요. 늙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하루하루 치열하게, 즐겁게 사는 사람이기를 소망합니다.

‘이혼율이 높다고, 폐업률이 높다고 결혼이나 사업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시도하는 게 더 낫습니다.

사실 제대로 진화한 낙관주의자는 인간의 삶이 연약하고 깨어지기 쉬우며 삶엔 고통이 따르고 그 고통이 매우 빈번하다는 것을 이해합니다. 다만 그중 스스로 해결 가능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알 뿐입니다. 문제는 어디서든 돌출될 수 있어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난관을 보지 말고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기회를 보세요.’

(236쪽)

불안의 시대, 자존의 마음을 지켜 낸 인생 철학자 17명을 만나 인터뷰한 글을 책으로 모았어요. 저자가 보통 욕심꾸러기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평생을 통해 배운 교훈을 알짜만 쏙쏙 뽑아냅니다. 질문도, 기록도, 정리도 다 내공이 보통이 아닌데요. 페이스북에서 맛깔난 인터뷰로 소문이 자자한 분인데, 인터뷰 맛집은 역시 그냥 되는 게 아니군요. 저도 꾸준히 쓰며 리뷰 맛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힘든 시절이지만, 나 자신을 아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텨냅시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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