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를 은근히 즐겨 읽습니다. 어른이 보기에도 좋은 책이 많고요. 읽고 재미난 책은 아이들에게 권해주기도 좋거든요. 신문 신간 소개에 나온 책을 찾아서 읽었어요. 

<내일 말할 진실> (정은숙 / 창비)

주인공이 다 청소년들인 단편 모음집입니다. 각자 다른 사연의 주인공들이 나오지만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어요. 나이가 어리든 많든 누구나 삶은 힘들고, 인생은 늘 어려운 선택을 던져줍니다. 

<빛나는 흔적>이라는 이야기에 나오는 사연 하나. 중학교 축구 선수이던 아이가 경기 중 태클을 했다가 축구부 친구가 다쳐요.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는 아들의 친구를 병원에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해요. 그 아이의 부모님은 맞벌이라 병원 문 닫기 전에 픽업이 힘들거든요. 엄마는 형의 학원 픽업을 아빠에게 미루고 병원으로 갑니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빠는 하필 그날 거동이 불편하신 할머니 한 분을 집으로 모셔다드려야 해요. 그래서 큰아들에게 그날만큼은 대중교통으로 학원에 가라고 하는데요. 버스가 오지 않아 학원에 늦을 것 같다고 연락을 했더니 원장이 자신의 아버지에게 학생의 픽업을 부탁합니다. 평소에 공부를 잘 하는 아이라 유난히 마음이 갔나봐요. 할아버지가 몰고 나간 그 차는 갑자기 끼어든 오토바이를 피하려다 사고가 나고 그만 운전자와 동승자가 다 숨져요.   

'형의 사고를 돌이켜 볼 때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양호도, 원장님도 모두 선의를 베풀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이런 지독한 불행일 수 있는지...'

(위의 책 54쪽)
모두가 선의를 베풀었는데 왜 이런 불행이 일어났을까.. 무척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게 인생의 딜레마입니다. 선의로 한 말에 우리는 상처받고,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 불행을 불러옵니다. 옛날에 영문 소설을 읽다 만난 구절이 있어요. 
'Shit happens.'
자동차 범퍼 스티커인데요. 차를 몰고 가는 소설 주인공은 앞차 뒷범퍼에 붙은 스티커를 보고 딴생각을 하다 급정거한 앞차를 들이받아요. 네, 이런 걸 자기실현성 예언이라고 하지요. '똥같은 일도 생기는 법이다.' 그런 스티커를 붙였더니,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난 거죠.
아들과 형의 죽음이라는 지독한 불행을 맞이한 엄마와 아들이 유럽 여행을 갑니다. 그곳에서 더 어이없는 불행에 휘말리는데요. 엔딩에 가서는 의외의 전개에 빙긋 미소를 짓게 됩니다. 살면서 나쁜 일이라고 다 나쁘지도 않고, 좋은 일이라도 다 좋기만 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끝에 실린 작가의 말...

'나는 아직도 불가해한 세상을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받아들이기로 했다. 불행했던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사이에서 힘들고 아픈 '오늘'을 꿋꿋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에서 속절없이 우는 누군가의 곁에서 같이 눈물을 흘리기로 했다. 그가 가진 아픔을 기꺼이 나눠 갖기로 했다. 
글을 쓰면서 슬펐고, 애틋했고, 행복했다. 책을 읽으면서 한번이라도 빙그레 웃어 준다면, 한 번쯤 고개를 끄덕여 준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주위 모든 이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내 기쁨에 같이 웃어 주고, 내 슬픔에 같이 울어 주는 그들이 있어 오늘도 충만하게 살고 있다.'

(231쪽)

저요, 이  읽으면서 여러번 크게 웃었어요. 수능을 마친 큰 딸 민지에게도 권해줬어요. 둘이 같이 어떤 장면을 이야기하며 크게 웃었어요. 여러 차례 위로도 받았고요. 작가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이런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들이 있어 살만한 세상이에요. 책 속에서 위로와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청소년 문학이지만, 제가 더 위로받았네요. 

<내일 말할 진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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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라피나장 2019.12.23 06: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의의
    행동
    불행히도 나쁜 결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시키는 곳으로

    오늘을
    꿋꿋하게

    감사합니다
    매일아침

    우물가
    괜찮은
    많이 따뜻한 숭늉
    마시고
    하루 달립니다

  2. 보리랑 2019.12.23 06: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선의로 한 말에 우리는 상처받고...' 별뜻없이 한 말에 딸들이 상처받고는 속상해 하는데요. 필시 나한테 구린 속이 있어서랍니다. 사랑만 있는 말은 상처주지 않는답니다. 아이들이 누가 자기를 좋아하는지 다 아는 것처럼요

  3. 아리아리짱 2019.12.23 0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저도 청소년 문학 시리즈 정말 좋아합니다.

    <내일 말할 진실> 그 진실이 급 궁금합니다.

    책을 읽고 딸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아빠!

    피디님 덕분에 따뜻한 맘으로 한 주 출발입니다~! ^^

  4. 더치커피좋아! 2019.12.23 07: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어리든 많든
    누구나 삶은 힘들고,
    인생은 늘 어려운 선택을
    던져줍니다.'

    힘들고 아픈 오늘을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곧 희망이고 최선이라는 생각.
    해봅니다.

    '친절하라.
    당신이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힘겨운 전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이 한구절.
    피디님이 추천해주신 오늘의 책과
    잘 어울리는듯 해요.^^

    희망을 만들어가는 하루~
    피디님도 파이팅!

  5. 아빠관장님 2019.12.23 07: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

    저도 얼마 전 송도나비 독서모임에서 함께 하는 김리하 작가님의 선물로 작가님의 <빨래하는 강아지>를 아이들과 같이 읽을 수 있었는데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지만,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하네요..

    • 나겸맘 리하 2019.12.23 08:24  댓글주소  수정/삭제

      관장님...부끄럽습니다. 꼭 제가 시킨 것 같아요~~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6. 힘껏배워늘푸르게 2019.12.23 08: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큰 따님과 책을 매개로 공감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저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한주의 시작이네요!
    화이팅! 입니다~~^^

  7. 나겸맘 리하 2019.12.23 08: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좋아하는 작가님을 소개해 주셔서 더 반갑습니다~
    살다보면 어른이고 아이고 생각지도 못한 어느 때. 어딘가에서 날아오는
    돌맹이에 얻어맞아 피 흘리게 될 때가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자책이 주특기인양 늘 자괴감에 빠졌더니
    나중에는 도통 헤어나올 수가 없더군요.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들은 그때 효험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정은숙 작가님의 <정범기 추락사건> <용기없는 일주일>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피디님의 취향에 최영희 작가님의 책들도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꽃달고 살아남기> <구달> 슬쩍 추천드려 봅니다.
    즐거운 한주 되세요~~

  8. 아솔 2019.12.23 09: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뒷 내용이 궁금하네요. 이 책도 읽어봐야 겠어요.
    오늘은 작가님이 지난번에 추천해주신 <모든것이 되는 법>을 읽는 중입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9. 코코 2019.12.23 11: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과응보가 성립되지 않는 복잡다다 한 삶의 이야기를
    성장하면서 많이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나 그 와중에 책 속의 선한 이야기는 사람을 좀 더 선하게,
    선한 행동을 하게끔 그러면서 어려운 삶을 견디게끔 하는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독서를 하는 이유 같습니다.^_^

  10. 오달자 2019.12.23 14: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살면서 나쁜일이라고 다 나쁘지 않고 좋은 일이라고 다 좋진않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안그래도 오늘 <아몬드> 읽고 잠시...흑흑..ㅠㅠ
    청소년 소설 넘 재밌어요~~
    작가님 추천하신 청소년 소설들도 읽어 봐야겠습니다.

  11. SORA& 2019.12.23 2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실명에 대해 개그맨 이동우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왜 나에게..라고 원망하던 마음이 큰일날뻔 한 딸이 무사하자 그래 내가 대신인거야 라고.
    I feel the same way..

  12. 인에이 2019.12.23 20: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뒷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공감과 구독 누르고 갑니다:)

  13. 인대문의 2019.12.23 23: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거친 파도가 몰아치듯 예측할 수 없는 일들에 치여 힘든 하루를 보냈는데, 딱 맞는 글로 위로를 받게 되네요.

    힘들고 아픈 '오늘' 꿋꿋하게 살고 집에 와서 가족들을 보고, 이 글을 읽고, 나만의 시간이 있음에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네요.

    오늘은 위로 좀 받고 자고 일어나서는 다시 힘내렵니다. 까짓것.

    다들 힘내십쇼.

  14. 섭섭이짱 2019.12.27 03:3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청소년 문학 분야는 잘 안봤는데..
    피디님 추천이시니 이책도 읽을 책 목록에 바로 담아놓겠습니다.
    어떤 부분에서 웃으셨는지 급 궁금해지는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