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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같이 읽고 함께 살기

by 김민식pd 2019. 12. 10.
요즘 저는 블로그와 유튜브 덕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을 만나 행복합니다. 노후에 꿈은 책을 읽는 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의 독서 공동체를 찾아 다닌 이야기를 찾아 읽었어요. 

<같이 읽고 함께 살다> (장은수 / 느티나무책방)

표지를 보고 놀랐어요. 우리 나라에 독서 모임이 이렇게 많구나! 제주 남원북클럽, 전주 북세통, 부천 언니북, 시흥 상록독서회, 대전 백북스 등등, 정말 많네요. 저도 다녀온 곳이 있어요. 강원 홍천여고 독서동아리. 저의 책을 읽은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정말 즐거웠습니다. 
지방의 독서 모임에서 초대해주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제가 직장인 작가로 살다보니, 외부 활동에 제한이 있습니다. 주말에 가족과의 시간도 배려해야 하고요. 아이도 어리고, 회사도 다녀야해서, 당분간은 쉽지 않습니다. 언젠가 나이들어 퇴직하면 전국의 독서 모임을 찾아다니고 싶어요. 독서 모임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다양성은 사서의 영혼이다. 어떤 조건도 걸지 않고 타인의 목소리를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55쪽)

저자이신 장은수 선생님은 읽기 중독자라고 하시는데요. 오랜 세월 책을 읽고 만들어오신 내공 덕인지, 책 곳곳에서 옮겨 적고 싶은 글이 많아요. 읽기를 통해 생각을 깊게 하고, 쓰기를 통해 읽기를 촉발하시는 분입니다.


'같이 읽기는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이면서, 동시에 여러 번 인생 상담을 주고받는 것이다. 책이 열어 준 입술에는 각자 살아온 삶의 무늬와 무게가 담겨 있어 마음의 두께를 더해 준다.'

(79쪽)


'어린이 그림책은 종합예술이다. 시가 있고, 소리가 있고, 그림이 있고, 연극이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읽기를 통해 재능을 발견한다. 사교육을 하지 않아도 문학도 하고 미술도 하고 연극도 한다. 재능의 꽃이 필 때 가꿈은 거의 필요 없다. 타고난 공감 유전자가 아이를 저절로 예술가로 만든다. 불필요한 학원비 탓에 안달하느니 가까운 서점을 찾는 게 당연히 낫다.'

(83쪽)

저라면 '불필요한 학원비 탓에 안달하느니 가까운 '도서관'을 찾는 게 당연히 낫다.'라고 썼을 것 같은데요. '서점'이라고 쓰신 걸 보고 반성했어요. 맞아요. 서점을 찾는 게 책을 만드는 이들을 배려하는 일이지요. 역시 출판계에서 오래 일하신 분답습니다. 이런 대목에서 저는 부끄러움을 느껴요. 공짜를 심하게 좋아하나봐요. 

'전집류는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표준 지식을 갖춘 표준 인간을 단기간에, 대량으로 만들어 내야 했던 시대에는 상당히 유효할 수 있다. (...)
그러나 정보화 혁명은 표준의 시대를 창발의 시대로 바꾸고 있다. 미래는 표준 지식을 이용하는 모든 일은 자동화되어 사라지거나 직업적 정체성이 약해질 것이다. 아이들이 창조적 사고에 익숙하지 못하면 미래의 다가올 물결을 헤쳐가기 어렵다. 솔직히 말하면, 전집은 청조의 결과물인 작품이 아니라 상품 기획의 산물인 제품일 뿐이다. 아이들이 제품에 눈높이를 맞추도록 하는 부모는 아이의 미래에 무관심한 것이나 다름없다.'

(위의 책, 136쪽)

아이들의 책을 고를 때 참고할만한 말씀입니다. 

중소기업 경영자들의 독서모임인 리더스포럼의 회원의 말.

"아무런 준비 없이 가서 강연만 들으니까, 학원에서 강사를 모셔다가 족집게 과외를 받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뭔가 아니다 싶었죠. 자율 학습이 필요했습니다. 친구 소개로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부터는 짬을 내서 더 많은 책을 읽으려고 애쓰는 중입니다. 과제 도서 말고 같은 저자의 책을 한 권 더 읽고 옵니다. 그러면 토론이 깊고 재밌어집니다."

(144쪽)

저는 도서관 저자 강연을 들으러 갈 때, 꼭 저자의 책을 읽고 갑니다. 책을 읽지 않고 저자 강연을 들으러 가는 건, 가수의 노래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콘서트에 가는 것과 비슷해요. 남들이 신이 나서 떼창을 할 때, 혼자 멀뚱멀뚱 쳐다봅니다. '별 대단한 노래도 아닌데 왜 저렇게 난리야?' 저자의 책을 미리 읽고 가면 강연의 재미가 배가됩니다.  

끝으로 독서 공동체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요?

'첫째, 참여와 탈퇴가 자유로운 '자발성의 공동체'여야 한다. 둘째, 공동체의 운영과 진행은 서로 협의해서 결정하는 '자율성의 공동체'여야 한다. 셋째, 대화와 토론은 권위적 형식 없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 자유롭게 펼쳐지는 '창발성의 공동체'여야 한다. 넷째, 특정한 운영자의 헌신과 수고에 의존하지 않고 공동체 관리의 의무와 책임을 균등하게 나누는 '평등성의 공동체'여야 한다.'

(257쪽)

같이 읽고 함께 살기, 여러분과 오래도록 좋은 책 친구로 살고 싶습니다. 
매일 찾아와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저의 독서모임 친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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