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대추나무에 올랐다가 가지가 부러져 크게 다치신 적이 있습니다. 체력에 자신이 있어 산도 잘 타는 분인데, 많이 놀랐지요. 꾸준히 재활운동을 하신 덕에 몸은 다시 좋아지셨어요. 얼마 전 제가 사는 아파트에 안내문이 붙었어요. 단지가 오래되어 나무가 울창한데, 태풍에 나무가 쓰러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요. 아파트를 지을 때, 지하주차장을 만들기에, 화단의 깊이가 3미터 정도랍니다. 표토가 3미터밖에 안 되기에, 나무가 겉으로는 울창해 보여도 뿌리가 약해 잘 부러진답니다. 가지치기를 해야 사고가 나지 않는다고 안내문이 붙었어요. 그제야 아버지의 낙상 사고를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려서 시골에서 자란 아버지는 대추를 따러 나무에 많이 오르셨어요. 산에서 자라는 나무라 뿌리도 깊고 가지도 튼튼했겠지요. 아파트에서 자라는 대추 나무는 그냥 관상용이에요. 튼튼하지는 않아요. 생각해보니 아파트 단지에서 사는 나무가 안쓰럽네요.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갇혀, 얕은 바닥에 뿌리를 뻗고 살아야 하는 나무.

<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우종영 지음 / 한성수 엮음 / 메이븐)

나무의사 우종영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이 많고 지혜로운 철학자, 나무로부터 배우는 단단한 삶의 태도들'이라는 소개가 와 닿습니다. 저자는 아이를 낳고 육아를 고민하다 문득 나무를 생각합니다. 

'나무를 키울 때 지나친 관심이 오히려 성장을 방해한다는 걸 떠올리고는 아이도 나무 기르듯 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고는 마치 어린 묘목을 돌보듯 간섭하고 싶은 마음을 거두고 한 걸음 뒤에서 아이를 지켜보았다. 덕분에 딸아이는 일찍부터 제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법을 깨우쳤다.
살면서 부딪치는 힘든 문제 앞에서도 나는 부지불식간에 나무에게서 답을 찾았다. 척박한 산꼭대기 바위틈에서 자라면서도 매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나무의 한결같음에서 감히 힘들다는 투정을 부릴 수 없었다. 평생 한자리에서 살아야 하는 기막힌 숙명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나무를 보면서는 포기하지 않는 힘을 얻었다.'

(위의 책 6쪽)

북한산을 오를 때, 나무그늘에 누워 하늘을 봅니다. 하늘을 빈틈없이 채운 가지와 잎을 보며 나무의 부지런함을 배웁니다. 가을이 되면 여지없이 낙엽지고 잎을 버리는 나무에게 또 배웁니다. 햇볕을 더 벌고 싶지만 참아야합니다. 욕심이 지나치면 뿌리는 얕고 가지만 큰 괴물이 됩니다. 눈에 보이는 잎보다 뿌리를 더 튼실하게 하는 나무에게 배웁니다. 겨울 동안 나무는 단단한 껍질을 만들며 한 살 더 먹을 겁니다.

당나라에는 나무를 잘 기르기로 정평이 난 곽탁타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의 이름은 곱사병을 앓아 허리가 굽은 모습이 낙타를 닮았다고 붙여진 거라는데요. 나무를 잘 키우는 비결을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을 뿐 나무를 오래 살게 하거나 열매를 많이 맺게 할 능력은 없습니다. 다만 아는 건 나무의 본성이 잘 발현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무릇 나무의 본성이란 뿌리는 넓게 펼쳐지길 원하고 흙은 평평하기를 원합니다. 일단 그렇게 심고 난 뒤에는 건드리지 말고, 걱정하지도 말며, 다시 돌아보지 않아야 합니다. 그 뒤는 버린 듯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사랑이 지나치고 근심이 심해 아침에 와서 나무를 보고 저녁에 또 와서 만져보는가 하면, 뿌리까지 흔들어 흙이 잘 다져졌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그러는 사이 나무는 자신의 본성을 잃고 맙니다." (...)
신기한 것은 나무가 제 자식 키우는 법도 그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들의 육아 원칙은 하나, '최대한 멀리 떼어 놓기'다. 자신의 그늘 밑에선 절대로 자식들이 큰 나무로 자랄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이다. 보호라는 미명 하에 곁에 두면 결국 어린 나무는 부모의 그늘에 가려 충분한 햇빛을 보지 못해 죽고 만다.'

(69쪽)

평생 나무를 들여다보며 사는 사람은 나무에게 인생을 배웁니다. 저는 책에 옮겨놓은 나무의 삶에서 다시 인생을 배우고요. 이렇게 배움이 순환하는 삶이 참 좋습니다. 저의 배움이 언젠가는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도 저는 아이들에게 거리를 내어줍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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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12.06 0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곽탁타의 나무를 잘 키우는 비결이
    아이를 잘 키우는 비결로 읽혀집니다
    인생의 가을로 들어 선 저 역시
    눈에 보이는 잎보다 뿌리를 튼실하게 하여
    겨울을 견뎌내야 할겁니다
    오늘도 좋은 글에 미소짓는 하루를 열어요

  3. 아리아리짱 2019.12.06 06: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자식에게 거리 내어주기'

    관심 없는 듯 지켜보기가 쉽지 않지만 애써
    무심한 척 하렵니다.

    "나무~!" 라고 부르면 그 어감도 좋은 나무!
    저는 나무가 참 좋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세요~! ^^

  4. 더치커피좋아! 2019.12.06 06:4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이의 본성을
    발현할수 있게 도울 뿐.
    아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는것.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어주고
    지켜봐주는 것.
    내 삶을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
    엄마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깊은 사랑.

    아빠가 아이에게 주고 싶은
    깊은 사랑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피디님 파이팅!

  5. 보리랑 2019.12.06 06:5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나무가 너무 아름다워요~♡ 자식은 어릴 때는 사랑 듬뿍 주고, 청소년기에는 한발 떨어져 있으며 부모가 필요해서 부를 때까지 대기하며, 성인이 되면 싹 독립시키고 부모도 독립하랍니다. 자식은 나와 다른 영혼이니 간섭하지 말고요.

    어릴 때 나에게 기쁨 준 걸로 받을거 다 받았답니다. 딸들이 이뿐 줄 모르고 살았는데 곧 21 23살 되는데 이제사 넘나 예뻐요.

    스페인어 암송 70여일 만에 한국인이랑 날씨가 어쩌고 저쩌고 거의 스페인어로 20분간 수다했어요. 저도 놀랬어요 ㅎㅎ

  6. 나겸맘 리하 2019.12.06 07: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님께서 재활치료까지 받으셔야 했을 정도면 부상이 심하셨던 거네요.
    그래도 다 나으셨다니 천만다행입니다.^^
    아버님의 낙상과 태풍에 쓰러질 수도 있는 아파트 단지 나무에서
    깊지 않은 나무의 뿌리를 떠올리시다니... 피디님 생각에서 많이 배웁니다.
    지하주차장 깊이 만큼만 화단의 나무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본적이 없었어요.
    우리의 주변에서 약한 뿌리에 큰 몸통을 유지한채 힘들고 불안하게 살고 있던 나무를
    본척만척 하고 다녔었네요.ㅜㅜ 반성하게 됩니다.
    일단 나무를 심어놨으면 흔들지도 말고 들춰보지도 말고 돌아보지도 말라.
    버린듯 해야 하고 나의 그늘 아래 두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
    자식을 교육함에 있어 큰 울림을 줍니다. 감사합니다~

  7. vivaZzeany 2019.12.06 07: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랜 만에 들렀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PD님. 유튭에서는 댓글 달았었는데, 블로그는 참 오랜 만에 오는 기분입니다!
    우연일까요? 저는 나무를 좋아해요. 시골로 이사와서 나무를 심고, 잘(?) 키워보려고 공부도 했었지요.

    나무의 본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과 아이들의 본성이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 연결되네요. 제 아이들이 자유롭고 신나는 삶을 사는 것에 저는 헌신이 있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가까이 두고 있었는지 바라봅니다. 제게 아직 염려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 주셨어요. ^^
    무엇을 발견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발견에서 그치지 않고, 나눠주심으로 자기 것으로 만드는 PD님을 존경합니다! ^________^

  8. 2019.12.06 07: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9. 승호의닷컴 2019.12.06 07:3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갑니다😁

  10. 타이거맨 2019.12.06 08:1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구절에서 불현듯 연로하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아버지가 아주 어렸을때 감나무에 감따러 올라가셨다가 그만 떨어져서 오른팔을 크게 다치셨습니다.
    결국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오셨어요.
    여름철에도 외출할때면 항상 긴팔만 입으셨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남들한테도 그렇고 자식들한테도 오른팔을 보여주기 싫으셨을 마음을 어렴풋이 헤아릴수 있을것 같아요.
    비록 성치않은 몸이지만 80평생을 저희를 위해 온갖 풍파를 감내하면서 살아오셨을 아버지..
    나무와 같이 멀찍이 떨어져서 저희를 길러주셨던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11. 제경어뭉 2019.12.06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감독님~^^
    내논듯이 키운다는게 참 어려운일같아여...특히나 요즘 처럼 읽기조차 힘든 뉴스들이 난무할때는여...조금 놓았다가도 불안해 다시 내품에 가두게 되네여...;;
    저도 이책 읽으며 지혜롭게 떨어져 키우는 법을 배워봐야겠어여^^
    날이 많이 추워여~감기조심하시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12. 오달자 2019.12.06 08: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육아원칙 "최대한 멀리 떼어놓기!"

    요즈음 저희 집 중2님께서 자꾸 멀리 달아나려고 하는 것을 눈치 못채고 자꾸 붙들려고 하다가 트러블이 잦습니다.

    마냥 애기같을줄 알았던 둘째가 멀리 가려고 하니 그져 아쉬운마음만 들었나봅니다.

    얼른 이 책 좀 읽고 마음을 가다듬어야겠어요.
    부모의 그늘아래 갇혀 지내지 않는 큰 나무로 성장 시키려면요~~^^

  13. GOODPOST 2019.12.06 08: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눈에 보이는 잎보다 뿌리를 더 튼실하게하는 나무에게 배웁니다.

    형식적인 삶의 잎이 아니라 내실이 꽉찬 뿌리가 되도록
    내일을 걱정하는 삶이 아니라 오늘을 더욱 충실히 사는 삶을 살겠습니다.

  14. 책잇 2019.12.06 10: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무와 육아라....무릎을 탁! 치고
    감사히 하루 시작 합니다.
    피디님~
    감기 조심하셔요!~

  15. 최수연 2019.12.06 12: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감사합니다.

  16. 코코 2019.12.06 13: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이 발췌해주신 부분이 굉장히 좋습니다.
    문득 이전에 읽은 책 '랩걸' 이 생각나네요. 굉장히 감동적으로 읽었었거든요.
    땅속엔 수백만 개의 씨앗이 있고 그중에 5% 만이 싹을 틔우고 또 그중에 단 5%만이 1년을
    버틴다는 자연의 섭리.
    마치 늘 걸려있는 액자 속 그림처럼 나무와 풀을 봤었는데 책을 읽고 난 후엔 주변의 모든
    풀과 나무들이 그 자체만으로도 놀랍게 다가왔습니다. 그 단단한 생명력과 싹을 피워내기 위한 노력이
    느껴져서요. 자연에서 배울 점이 참 많습니다.
    오늘도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_^

  17. 김주이 2019.12.06 15:3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자식의 인생을 자식의 선택들로 채우고 그로인한 결과에 책임지며 성장하게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것이,
    쉽지는 않지만
    자식을 가장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길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18. 힘껏배워늘푸른나 2019.12.06 2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대한 멀리 떼어놓기'
    중2 사춘기의 절정을 보내고 있는 아들을 키우는 제게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이네요.
    감사합니다♡

  19. 섭섭이짱 2019.12.08 12: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구매해서 바로 읽기 시작했어요.
    피디님 말해주신 부분이 제일 먼저 눈이 가더군요.

    항상 생각할거리를 주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

  20. 깜구 2019.12.09 19: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포스팅잘봤습니다^ㅇ^ (blogshare.co.kr)에서 수익형 블로그 '티스토리'와 애드센스 정보를 알려드리고 있어요~ 모든 정보는 무료로 이용 할 수 있다는 점! 블로그 유입도 가능하시니 한번 놀러와주세요~!

  21. 진화쟁이 2019.12.23 20: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최근 읽은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저는 고목일수록 빈공간을 많이 만들어낸다는 구절이 참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나이는 채우는 게 아니라 빈공간을 내어 다른 많은 생명체가 편히 쉬게 해주는 역할을 해내야한다는 것이 정말 쿵 하는 울림이 되었습니다. 당장 숲 속을 걷고 싶어지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