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왓챠의 브런치>에 영화 감상문을 연재합니다. 책이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요. 개봉중인 영화의 경우, 스포일러 때문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못할 때가 많아요. <왓챠플레이>에 있는 영화 중 많은 분들이 이미 보신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쉬울 것 같습니다. <왓챠플레이>로 다시 본 영화, 오늘은 첫번째 감상문이고요. 제가 좋아하는 스티븐 킹 원작의 <쇼생크 탈출> 이야기 입니다.)

이번 생은 글렀다고 생각할 때, <쇼생크 탈출>

살다보면 답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폭력적인 아버지가 내 삶을 쥐고 흔드는데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고압적인 상사가 내 목줄을 잡고 조르는데 달아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사는 게 종신형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번 생은 글렀다고 생각할 때, 나는 <쇼생크 탈출>을 본다.
아내가 정부와 바람피우는 걸 알게 된 후, 권총을 구해 만취되도록 술을 퍼마신 앤디, 깨어나 보니 아내와 정부는 총에 맞아 죽어있고, 본인은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되어 있다. 살해 동기는 확실하고 알리바이는 불확실하다. 종신형을 받아 수감된 앤디, 과연 그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은 두 명이다.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과 레드(모건 프리먼). 앤디는 감옥이라는 물리적 환경을 끈기와 집념으로 탈출하는 주인공이다. 처음 볼 땐 이 영화의 주인공이 앤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여러 번 다시 보면서 진짜 탈출을 하는 주인공은 레드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무고한 앤디와 달리 레드는 유죄가 확실한 살인범이다. 죄를 인정하고 그 대가를 장기 복역으로 치른다. 평생을 교도소에서 보낸 후, 노인이 되어 가석방된 레드는 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자살을 꿈꾸게 된다. 그러다 문득 앤디의 치열한 탈출 장면을 떠올린다. 누군가는 자유를 얻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는데, 자신은 스스로의 자유를 저버리려 하고 있다니. 이제부터 레드의 탈출이 시작된다.


앤디와 레드의 탈출은 한국 사회의 다른 두 세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우리의 부모는 전쟁과 기아를 경험한 세대다. 우리의 아이들은 무기력과 절망과 싸우는 세대이고. 이전 세대가 배고픔, 빈곤, 폭력 등 육체적 재난과 싸웠다면, 다음 세대는 좌절, 분노, 우울 등 정신적 재난과 싸우게 될 것이다. 앤디의 탈출이 물리적 구속에서 도망가는 것이라면 레드의 탈출은 정신적 무력감에서 달아나는 일이다. 후자가 더 어렵다. 전자는 나를 옥죄는 물리적 조건만 해결하면 된다. 가출, 퇴사, 이민 등의 방법을 통해 물리적 공간으로부터 달아나면 된다. 그런데 후자는 나를 구속하는 주체가 바로 무기력한 나 자신이다. 이 경우, 탈출이 더 어렵다.

앤디가 희망을 꿈꾸게 된 계기는 레드와의 만남이다. 레드는 감옥에서 무엇이든 구해주는 사람이다. 담배든, 술이든, 여배우의 수영복 브로마이드 사진이든 무엇이든 구해준다. 앤디는 레드에게 암석 망치를 부탁한다. 작은 손 망치지만 끈기를 갖고 돌을 다듬으면 예쁜 조각품이 탄생한다. 끈기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사람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을 앤디는 보여준다. 탈출에 필요한 건 행운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다.

<쇼생크 탈출>은 사는 게 힘들 때마다 다시 보는 영화다. 영화를 보며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지금 내게 필요한 탈출은 누구의 방식인가. 앤디인가, 레드인가. 앤디라고 생각하면 물리적으로 그 환경으로부터 벗어날 방식을 찾는다. 꾸준히 어떤 일을 반복한다. 레드라고 생각하면, 내게 희망을 주는 사람을 찾아본다. 레드가 앤디에게서 희망을 보았듯이, 나는 영화 속 레드를 보며 다시 각오를 다진다.

<쇼생크 탈출>을 봐도 딱히 탈출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괜찮다. 삶이 힘들 땐 현실로부터 달아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재미난 영화 한 편을 보며 2시간 동안 즐거웠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무언가 즐길 수 있다면, 답이 없어도 버틸 수 있다. 왓차플레이 시청을 시작했다. 이건 레드가 앤디에게 준 망치가 아닐까? 현실로부터 달아날 수 있는 마법의 도구. 왓차에서 찾아본 영화 속에서 삶의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김피디의 시네마 디톡스, 이제부터 시작이다.

(<왓챠 플레이>에는 좋은 영화가 많네요. 무엇을 봐야할지 고민될 때는 <왓챠의 브런치>에 올라온 영화 감상문을 참고하셔도 좋아요.)

https://brunch.co.kr/@watcha

 

왓챠의 브런치

좋은 영화를 보는 오만가지 시선을 글로 남깁니다. 왓챠플레이엔 좋은 영화가 차고 넘치거든요.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영화이야기, 왓챠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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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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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9.09.25 06: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쇼생크탈출 저도 좋아하는 영화인데요 사실 처음 개봉때 봤을 때보다 지금볼 때 더 재밌게 느껴졌던 영화입니다. 또한 두사람 이외에 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는 모습까지 보여줘서 더 좋았어요. 진실은 언젠가는 밝혀진다는... ^^

  2. 아리아리짱 2019.09.25 06: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PD님 아리아리!

    오마나~! 쇼생크 탈출이 스티븐 킹의 원작이었군요.
    저도 이 영화 5~6 번 이상 보았어요!
    <왓챠 플레이>는 국내의 체널이네요!
    신문화 콘텐츠 소개 감사합니다.

    "끈기와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행운이 아니라 꾸준한 실천이다." 라는 말씀 명심하고 따릅니다.

    꾸준한 실천을 따르는 중 행운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궁금하신 분은
    위의 저의 이름을 꾹 눌러 저의 오늘 블로그 글로 초대 합니다~! ^^


  3. 꿈트리숲 2019.09.25 06: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쇼생크 탈출!!!
    제목만으로도 선명하게 각인된 영화입니다.
    탈출 후에 비를 맞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해요.
    작가님 말씀처럼 무기력한 나로부터 탈출,
    무능한 나로부터 벗어나는 도전과 모험이
    절실히 필요할 때 봐서 그런가봐요.


    시간이 책이 나에게 작은 손망치였다면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손망치를 건네는 사람이
    되고 싶다 생각합니다.

    김피디의 시네마 디톡스, 새로운 시작
    응원합니다. 자신의 경계를 매일 조금씩
    넓혀가시는 작가님의 작은 손망치는 뭘까요?^^

  4. 국선도아 2019.09.25 07:4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수십번은 넘게 본 영화인데, 역시 김피디님의 통찰력으로 영화를 보는 눈과 의미, 관점을
    쉽게 이해가 가는 군요. 아마도 그런 눈높이가 되어야 그 영화에 대해서 이해가 되는 군요.

    살아가면서 눈높이가 낮아서 이해 못한 부분도 많았는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요? 앤디의 삶을
    살아서 그런가요? 아님 레드의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그런가요? 앤디와 레드의 만남을 꿈꾸면
    빛을 발할 때까지 끈기와 시간으로 꾸준하게 실천해 보는 삶을 살아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5. 섭섭이짱 2019.09.25 09: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쇼생크 탈출> 정말 재밌게 봤던 영화였는데..
    탈출한 앤디가 비를 맞으며 환호하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한데요.
    어릴때 비오면 몇번 따라했던 기억도나고...
    정신적 무력감을 겪어본 사람으로써
    레드의 탈출이 어려운 이유 정말 이해되요.
    내 마음속 철창에서 빠져나오는건 정말 쉽지 않았죠..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의 미드 보며
    주말 탈출을 가끔하는데요..
    이게 너무 재밌는 미드를 만나다보면
    주말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마법이 펼쳐져서 ㅠ.ㅠ
    너무 탈출을 장시간하면 곤란한거 같아요 ^^

    다음엔 어떤 영화 얘기를 해주실지 기대되네요..
    언젠가 제 인생 영화 ㅍㄹㅅㅌㄱㅍ 를 감상평으로 써주시길 기대해보며


    p.s) 피디님
    왓챠플레이에 <뉴논스톱> 있는거 아세요?
    피디님 출연하신 장면 찾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ㅋㅋㅋ
    강연이나 무대에서의 그 화려한 퍼포먼스가
    이때부터 갈고 닦으신 내공의 결과라는걸 새삼 느끼며 보고 있어요 ^^

  6. 나겸맘 리하 2019.09.25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힘들때 보는 영화 중 하나가 '쇼생크탈출'이에요.
    영화가 전해주는 '희망' 하나 믿고 힘들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앤디와 레드의 탈출이 우리 사회의 다른 두 세대처럼 보이신다는 피디님 말씀을 듣고나니..
    저 역시 앞으로 힘든 일을 만날때마다 두 가지 방식으로 질문하게 될 것 같아요.
    끊임없이 실천하든지, 희망을 줄 누군가를 만나든지...
    현실로부터 달아날 마법의 도구, 왓챠 브런치 구독하겠습니다~

  7. GOODPOST 2019.09.25 10:1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의 사고의 영역은 어디까지인가요?
    같은 영화를 몇번이나 봤는데도,,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해석하시는 식견! 대단합니다.
    앤디만의 탈출에만 시각을 가졌던 저는
    레드의 진정한 탈출에 다시한번 생각해봅니다.
    정신적 무력감이 점 점 퍼져가는 이 시대/
    진정한 탈출을 꿈꿔보며 저 자신의 각오를 다져봅니다.

    pd님은 책 서평 말고도 영화평론에도 소질이 있는것 같습니다.
    다음 영화평론도,,은근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8. 마음의 평화 2019.09.25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시 한번 쇼생크탈출 보고 싶네요. 저는 쇼생크탈출 하면 영화에 삽입된 음악으로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편지의 이중창이 생각나요. 참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죠.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공연 (2015년시즌)이 나와있는데 추천드려요. 현대적인 배경으로 제작한 연출력도 좋아 보이구요, 출연하는 오페라 가수들 실력도 출중합니다. 전혀 지루하지 않은 오페라입니다.] 왓챠플레이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9. 보리랑 2019.09.25 11: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에궁 저는 넷플릭스를 컴 하고 아이패드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데 아직 마음에 여유가 없나 봅니다. 간수실에서 음악을 틀어주고 즐기는 장면만 봤어도 아주 좋았습니다.

    좌절 불안 우울이 일상인 청년세대들에게 하지현 선생님이 <고민이 고민입니다>에서 그렇게 느끼는게 당연하고 정상이니 받아들이며 살라 하시네요.

  10. 원픽 One Pick 2019.09.25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개인맞춤형 영양제를 추천하는 스타트업 원픽입니다!
    본문에 유용하고 재밌는 글들이 많아서 구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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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김주이 2019.09.25 14: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와 제가 진짜 좋아하는 영화인데👍👍👍
    피디님의 감상문을 보니 다시 한번 보고싶네요.

    PD님의
    책소개와 추천, 후기처럼, 영화 소개와 추천, 후기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12. 두기 탁 2019.09.25 17: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감명깊게 본 영화라 다시 기억이 새록새록나네요.

    똑같은 영화를 봐도 역시 작가님다운 표현이 묻어나서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

  13. 오달자 2019.09.25 18: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쇼생크탈출이 스티븐킹 원작이라는 사실을 이제사 안 건 안비밀이요~ ㅋㅋ

    꾸준함이 기적을 이루게 한다! 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자존감을 잃지 않는다면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길도 잃지 않겠죠.

    하루하루가 선물이다. 라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내 속의 무력감은 사라지리라 생각됩니다.^^
    피디님의 영화평은 전문가못지 않으세요~

  14. 더치커피좋아! 2019.09.25 20: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학창시절은 앤디처럼!
    30 이후엔 레드처럼!
    피디님 파이팅!^^

  15. 포순포순 2019.09.25 2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렸을땐 정말 몰랐는데..이번생은 글렀다 자기합리화했었는데..그렇게하지않으려구요 감사합니다

  16. 샘이깊은물 2019.09.25 22: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디오가게에서 비디오를 빌려 보는 것이 중학생 저의 소소한 즐거움이었어요. 다른 이의 삶과 이야기에 들어가보는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쇼생크탈출도 그 시절 보았는데, 어렴풋하게만 남아있고 잘 기억이 안 나네요. 다시 보고 싶어집니다.

  17. 둘리토비 2019.09.26 01: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지와타네호의 바닷가가 있고 두 주인공이 해후를 하는 장면,
    이 마지막 장면을 특히 좋아해요. 자유란 이런 것이라 생각해요~

  18. 아프리칸바이올렛 2019.09.28 20: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삶이 힘들 때 현실로 부터 달아나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글을 만날 때
    마다 전 숨통이 트이는거 같아요
    오늘도 책으로 pd님 글로 달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