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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김재환 감독의 편지

by 김민식pd 2019. 3. 23.

오늘은 영화 <칠곡 가시나들>을 만든 김재환 감독의 편지를 올립니다.


■■■■■■■김재환 감독 편지 전문■■■■■■■

‘칠곡가시나들’ 김재환입니다.


3월. 남쪽이라 이른 봄내음 몽글몽글 피어오르던 토요일 오후. 자그마한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 먼 데서부터 걸어옵니다. 옷장에 모셔뒀던 가장 예쁜 옷을 꺼내 입고 오랜 친구들과 웃음꽃 피우며 다가옵니다. 명절 앞두고 아이 입힐 옷 바느질하듯 조심스레 한 땀 한 땀 지팡이 찍으며 태어나 처음 영화관이란 공간에 들어섭니다. 차를 두 번 갈아탔지만 얼굴엔 피곤 대신 설렘이 번집니다. 이렇게 큰 TV는 처음입니다. 칠곡 언니들도 우리랑 똑같은 책으로 배우고 그네 타고 술 마시고 까르르하는구나. 할머니 학생들 300개 눈동자가 반짝입니다. 무대에 인사하러 올랐다 울 뻔했습니다. 아, 이 영화 만들기 참 잘했다.


‘칠곡가시나들’ 주인공들이 태어나 처음 본 영화는 ‘칠곡가시나들’입니다. 소학교도 다녔던 할머니가 한글을 몰랐었단 걸 영화를 보고야 알았다는 손녀의 고백처럼, 저도 당신들 생애 극장이 처음일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나에겐 일상의 공간과 즐거움이 누군가에겐 아흔에야 허락된 처음이었습니다. 그날 제 가슴에 번쩍하는 무언가가 속삭였고 그대로 있을 순 없었습니다. ‘칠곡가시나들’ 시사회 때 모금함을 놓았습니다. 많은 친구들이 함께 해주었고 함양 할머니 학생들과 동네단짝들에게 뭉클한 생애 첫 영화를 선물할 수 있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할머니들의 미소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나도 선생님이 필요했어요. 교복을 입고 싶었죠. 내 이름도 쓰고 싶었어요.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죠, 눈물로 살았다는 걸... 우리나라엔 한글을 읽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311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대부분은 할머니들입니다. 가시나란 이유로 배울 수 없었습니다. 집안의 모든 정서적, 물질적 자원은 아들의 교육을 위해 태워졌고, 문맹자 제로란 국가의 슬로건은 할머니들의 존재를 지웠습니다. 할머니를 위한 나라는 없습니다. 2015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자료를 보면 할머니 학생 1인당 연간 한글학교 프로그램 지원금은 8만 7천 원, 정규 초등학생의 1.8%입니다. 선생님들의 자비(自費)로 국가라면 마땅히 베풀어야할 자비(慈悲)를 대신해왔습니다. 1년 1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책과 연필을 사고 소풍을 갑니다. 맥심 모카골드를 사고 선생님 사례금도 드립니다. 어느 날 선생님이 더 이상 못 온다 할까 조마조마 하지만 그래도 오늘 배울 수 있어 좋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모든 8090 할머니들이 학생이 되길 바랍니다. 배우면 설렘이 찾아옵니다. 오늘은 뭘 하며 재밌게 놀까 생각하며 새벽 텃밭에 물을 댑니다. 농사일에 바쁜 70대 새댁들도 흙 뭍은 손을 털고 일주일에 두 번 학교에서 같이 놀면 좋겠습니다. 그녀들의 일상에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배워야 하고, 영감보단 친구입니다. 함께 모여 배우고 놀면 더 재밌습니다. 고스톱과 ‘하나 뿐인 내편’이 줄 수 없는 일용할 설렘, 할머니 학교에 있습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전국의 모든 할머니 학생들이 이 시를 필사하는 숙제를 합니다. 저도 푸시킨의 시로 할머니들께 답장을 쓰고 싶습니다. 마지막 꽃들은 더 사랑스럽네. 들판에 화려한 첫 꽃들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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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게첫영화를 영화선물 챌린지♥


함양 상영회에서 즐거워하시는 할머니들을 보며 저희가 더 행복했습니다🤗

더 많은 할머니 학생들께 생애 첫 영화를 선물하고자 합니다!


김재환 감독曰:

상영 비용 마련을 위해 ‘칠곡 가시나들’ 특별 굿즈를 만들었습니다.

예쁜 파우치, 할머니들 그림으로 만든 깜찍한 스티커, 귀염뽀짝 엽서 4종 세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1만 원씩에 팔아서 전액 상영회 비용에 보탤 생각입니다.

파우치 구매 문의가 많아 전용계좌를 만들었습니다🙏


구매 희망하시는 분들은 아래 계좌로 입금 후

danewfilm@gmail.com에 [이름/연락처/수량/주소]를 알려주세요!


■계좌ㅣ중소기업은행 047-089895-01-021

■예금주ㅣ단유필름 칠곡가시나들


파우치를 구매하지 않더라도,

할머니 학생들께 생애 첫 영화를 선물하는데

함께 하고픈 분들은 자유롭게 입금 후 메일주시면

모금 진행 상황과 상영회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모인 금액은 전액, 할머니 학생들께

생애 첫 영화를 선물하는 데 쓰입니다🙇🏻


#칠곡가시나들 #절찬상영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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