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짠돌이 독서 일기

힘들 때 필요한 3가지

by 김민식pd 2019. 2. 8.

얼마 전, 불행한 뉴스가 신문에 났어요. 우울증 환자를 치료하던 정신과 의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고요. 기사에는 그 분이 쓴 책이 소개되었는데요. <죽고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 알키)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저자의 직업의식을 엿볼 수 있었어요. 

내 일은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울증으로 힘들 때 필요한 3가지가 있어요. 한 명의 친구, 하나의 루틴, 하나의 메시지. 

학교에서 왕따인 학생에게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개입도, 가해 학생들에 대한 특단의 조치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단 한명의 친구다. 한 명의 친구가 생기는 바로 그 순간부터 그 학생은 더 이상 왕따가 아니기 때문이다.

(위의 책 24쪽)


허리통증으로 오랜 세월 고통을 받던 저자는 극심한 우울증에 빠져 죽음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때 저자를 다시 일으킨 건 매일 아침 일어나 하는 명상이었어요. 명상을 하며 몸을 살펴보고 통증을 들여다보는 거죠. 일상의 루틴이 중요하대요. 

내가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외부의 무언가가 있을 때 그것에 따라 행동을 결정할 경우, 나의 생활 자체가 스스로도 예측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수록, 오히려 자기 생활을 규칙적으로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약속과 계획은 신중하게 세우고, 한번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나면 가능한 한 바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루틴 routine'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루틴이란 어떤 일을 하기 전, 반복하는 늘 똑같은 행동이다.


(위의 책 48쪽)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극심한 척추 고통에 시달리다 온갖 처방을 다 찾습니다. 미국 연수 중 명상 프로그램까지 들어요. 그때 만난 사람들이 있는데, 하나같이 남에게 메시지를 주려는 이들이었대요. 자신의 고통과 절망을 명상으로 치유한 후, 명상의 효용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려는 이들.

 

누구나 가슴속에 나만의 메시지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 메시지는 나의 인생 전체에 걸쳐 크게 영향을 미친 어떤 사건을 통해 깨달은 바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난을 겪어 낸 사람들일수록 그러한 메시지는 더욱 더 빛날 수밖에 없다. 

그러니, 타인들의 메시지를 하나하나 듣고 내 가슴에 품는다는 건 가장 주옥같은 지혜를 이식받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내 삶이 힘들어질 때마다 하나씩 꺼내 되뇌어 보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 중요한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다. 


(위의 책 78쪽)

저자는 미국 연수를 받던 도중, 수술을 받으려고 잠시 귀국합니다. 허리 통증이 심해 이착륙 시간과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비행기 내에서 거의 11시간 동안 서서 옵니다. 그렇게 수술을 받지만 상황은 더 악화됩니다. 수술만 받으면 좋아질 거라 생각한 사람에게는 완전 절망이지요. 결국 생을 포기하려고 하는데요. 마음을 돌린 건, 시신 처리 문제였어요. 미국 유학 중 자살하면, 가족이 시신을 한국으로 옮길 텐데, 죽은 사람을 관으로 옮기는 게 절차도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든대요. 시신이 된 아빠와 함께 귀국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니 차마 그럴 수 없었다고 해요. 

소설가 헤밍웨이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요. 그의 집안은 아버지와 형제, 누이가 모두 스스로 생을 마감했대요. 심지어 손녀인 마고 헤밍웨이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지요. 자살은 혹시 유전이 되는 걸까요? 

실제로 부모의 자살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신과 임상 현장에서 비교적 자주 관찰된다. 특히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부모의 자살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울증이 있을 때 무가치감과 자살 사고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그중 일부는 반복적으로 자살 시도를 하기도 한다.

자살은 결코 끝이 아니다. 내 가족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트라우마를 남기게 될 뿐만 아니라, 내 의도와는 무관하게 사랑하는 자손들에게 나쁜 영향이 계속 반복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자살로 70대의 어머니를 잃은 30대 후반의 여성을 면담할 때 그녀가 했던 말이 생생하다.

"엄마와 우리 가족은 수많은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있었어요. 엄마는 칼국수와 찜질방을 좋아하셨어요......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돌아가시고 나서는 엄마와의 행복했던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요. 엄마가 그렇게 돌아가시던 날의 끔찍한 기억과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만 떠올라요. 너무 힘들고 괴로워요. 나도 언젠가 그렇게 죽을 것 같고, 우리 아이도 그렇게 될 것 같아 두려워요....."

자살은 결코 나 혼자의 죽음이 아니다. 그것은 가족 모두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영향을 주게 된다. 혹시라도 삶의 어느 순간, 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녀의 이 이야기를 꼭 떠올려 주었으면 한다.

(122쪽)

  
이것이 임세원 선생님이 우리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었어요.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사랑하고, 우리를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며 조금 더 버텨달라고요.  

 

책을 읽으며 고인이 남긴 메시지를 감히 되새겨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반응형

'짠돌이 독서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서일기 강연후기  (12) 2019.02.16
삶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  (20) 2019.02.11
고난이 창작을 부른다  (16) 2019.02.07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기준  (21) 2019.01.31
길 잃은 분노의 시대  (9) 2019.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