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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

삶의 고통을 대하는 태도

by 김민식pd 2019. 2. 11.

동생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이 있어요.


2019년 새해를 맞이하며 아들과 이틀에 걸쳐 산행을 하며 대화를 참 많이 했었습니다. 

요즘 아들이 좋아하는 교수이자 작가가 조단 피터슨인데요.

그분이 하신 말씀 중에 아들이 기억에 남았다고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삶은 고통이다. 모두가 행복한 삶을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 고통의 삶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서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동생과 고3 조카의 대화를 읽다가 문득 '그런데 조던 피터슨이라는 작가는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명색이 책을 좀 읽는다고 하는데 생소한 이름이거든요. 역시 책의 세계는 광활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태평양을 앞에 두고, 해변에 쓸려오는 조개 몇 개 주워 바다 속을 짐작할 뿐이지요. 검색을 해보니 강연 영상이 뜹니다. (영상은 글의 마지막에 있어요.)

아, 정말 편리한 세상이네요. 예전에는 좋은 선생이 있어도 만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TED나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날 수 있어요. 강연을 보다 문득, '어라? 언젠가 이런 이야기를 책에서 읽은 것 같은데...?' 싶은 거에요. 서재에 있는 책장을 뒤졌어요. 

조던 B. 피터슨이 쓴 <12가지 인생의 법칙>이라는 책이 보입니다. '아! 이 책의 저자로구나!' 1년에 200권 넘게 책을 읽고요. 책을 읽다 좋은 글귀를 보면 휴대폰 메모에 모두 저장해둡니다. 메모에 살을 붙여 글을 만드는 건 오래 걸려요. 때로는 메모해두고도 잊고 블로그에 올리지 못한 독서 일기도 많아요. 저자 소개를 보니 전 하버드 대 교수이자 현재 토론토 대 심리학과 교수로군요. 토론토 대 학생들이 뽑은 '내 인생을 바꾼 교수'랍니다.

순간 이마를 칩니다. 몇 달 전 밴쿠버에 사는 여동생과 통화를 하다 조카의 근황을 물었더니, 토론토 대에 진학하려고 열심히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어요.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님이 그 학교에 있어, 꼭 가고 싶다고. 그 얘기를 듣고, 더 이상 조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고 여겼어요. 책에서 스승을 찾는 아이라면 무슨 걱정이 있겠어요.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조던 B. 피터슨 / 강주헌 / 메이븐)을 보면 '혼돈의 해독제'라는 부제가 붙어 있어요. 우리가 겪는 혼돈은 어디에서 올까요? 비교 대상이 너무 많고, 기준이 너무 높다는데서 옵니다.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한두 분야에서 마을 최고의 전문가 대접을 받는다. 누구는 동네 공식 가수왕이고, 누구는 마을의 천하장사로 인정받는다. 옆집에는 상식 박사가, 뒷집에는 암산의 달인이, 앞집에는 축구 황제가 산다. 동네 영웅들은 각 분야의 승자가 되어 세로토닌 호르몬의 혜택을 충분히 누렸을 것이다. 저명한 인물들의 출신지 통계를 보면 작은 마을에서 자란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 우연은 아니다. 당신이 100만 명 중 한 사람 나올까 말까 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해도 1800만 명이 사는 뉴욕에 가면 당신 같은 사람이 20명이나 있는 셈이다. 현대인은 대부분 대도시에서 산다. 그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수억 명과 연결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보인다.

(위의 책 133쪽)

어려서 공립학교 교사로 일하시는 부모님을 따라 산골 마을이나 낙후 지역으로 이사를 다녔어요. 교사는 의무적으로 시골 학교로 순환근무를 가거든요. 그때마다 저는 '새로온 선생님 아들'로 대접을 받고요. '아, 그 책 많이 읽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1970년대 시골에는 도서관도 없고 (요즘 전국에 생겨난 도서관은 문명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집집마다 책도 거의 없었거든요. 낯선 곳에 전학가서 친구가 없으니, 늘 교실 한구석에서 책을 읽었어요. 독서를 하면 칭찬 받는다는 인식이 어린 시절 머릿속에 박혔지요. 지금도 그 칭찬으로 버팁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기가 오면, 책을 읽습니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 괴로운 현대인에게 조던 피터슨 교수가 권하는 인생의 법칙 4는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입니다. 참 와닿는 말씀이지요? 영어도 그래요. 어려서 외국 생활을 한 덕분에 혀에 빠다를 바른 것 같은 발음을 가진 이의 실력을 부러워하지 말아요. '쟤들은 어린 시절 영어를 접해서 잘 하네? 그럼 나는 이번 생은 망한 건가?' 중요한 건 남이 아니라 나에요. '지금 나는 영어를 못하지만 내일 나는 열 문장을 외워서 할 수 있다.' 이 믿음이 있어야 내 실력이 좋아집니다. 원어민 회화 수업을 들으며, 영어 잘하는 원어민과 나를 비교하지 말아요.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만 비교하는 겁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어요. 뜻대로 안 된다고 환경 탓은 하지 말아요. 환경은 내 뜻대로 되는게 아니거든요.

자본주의나 정치권을 탓하지 말라. 당신의 적들을 욕하지 말라. 체제를 손봐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당신의 경험을 먼저 정리하라. 또 겸손한 마음을 가져라. 가정도 평화롭게 꾸려 가지 못하면서 어떻게 함부로 세상을 평가할 수 있겠는가. 당신의 양심과 이성이 시키는 일만 하라.

(위의 책 233쪽)

인생 법칙 6이에요.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타이탄의 도구들>에서도 나온 충고지요. '일어나면 잠자리부터 정리하라' 이불 개고 정리하는 게 별 일 아닌 것 같지만, 환경에 대한 나의 통제에요. 세상을 바꾸는 작은 노력이죠. 타인이 이걸 강요하면 안 되요. 아이를 지적하고 매일 아침 '방꼬라지가 이게 뭐냐'고 잔소리를 하는 건 서로의 행복을 쫓고 불행을 부르는 길이에요. 타인을 바꿀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지요. 엉망이 된 아이의 방을 보면서, '아, 저래야 마음이 편한가 보다.'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공부에요. 그걸 보고 아이의 장래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인생의 힘든 순간을 겨우 지나오면서 내가 터득한 비결 하나는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끊어서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주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면 우선 내일만 생각하고, 내일도 너무 걱정된다면 1시간만 생각한다. (중략)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아주 사소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막을 수 있다.

그래서 예수님도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친 게 아닐까?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날로 족하니라.

-<마태복음> 6장 34절

(위의 책 485쪽) 


힘든 순간이 오면, 저는 책을 읽습니다. 책 한 권을 읽을 여유조차 없을 때는 책의 목차라도 읽습니다. 이 책의 목차를 소리내어 읽는 것, 그것으로 오늘 하루를 시작합니다. 조던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입니다. 

법칙 1 어깨를 펴고 똑바로 서라

법칙 2 당신 자신을 도와줘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

법칙 3 당신에게 최고의 모습을 기대하는 사람만 만나라

법칙 4 당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어제의 당신하고만 비교하라

법칙 5 아이를 제대로 키우고 싶다면 처벌을 망설이거나 피하지 말라

법칙 6 세상을 탓하기 전에 방부터 정리하라

법칙 7 쉬운 길이 아니라 의미 있는 길을 선택하라

법칙 8 언제나 진실만을 말하라, 적어도 거짓말은 하지 말라

법칙 9 다른 사람이 말할 때는 당신이 꼭 알아야 할 것을 들려줄 사람이라고 생각하라

법칙 10 분명하고 정확하게 말하라

법칙 11 아이들이 스케이트보드를 탈 때 방해하지 말고 내버려 두어라

법칙 12 길에서 고양이와 마주치면 쓰다듬어 주어라


납득이 가는 대목도 있고, '어라? 저건 왜 그렇지?' 싶은 대목이 있을 거예요. 그 불합치에서 공부는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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