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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톱카프 궁전에서 본 술탄의 삶

by 김민식pd 2019. 1. 30.

2018 터키 여행 9일차 (2부)


아야 소피아를 갈 때 입장권을 놓고 고민을 했어요. 터키 물가에 비해 꽤 비싼 편이거든요. 물론 아무리 비싸도 이스탄불에 와서 아야 소피아를 안 보고 갈 수는 없지요. 고민끝에 뮤지엄 3개 콤보권을 샀어요. 15리라(3천원) 할인 혜택을 보고. 티켓 가격은 135리라. 2만7천원입니다. 

저는 어차피 아야 소피아, 톱카프 궁전, 고고학 박물관을 셋 다 볼 생각이었어요. 이스탄불 당일치기 여행이 아니라 5일 정도 관광하니까 셋 다 봐야지요. 고고학 박물관은 월요일 휴관하고, 톱카프 궁전은 화요일 휴관합니다. 당일에 아야 소피아와 톱카피를 보고 고고학 박물관은 다음날 봤어요. 

톱카피 궁전은 아야 소피아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데요. 와보니 매표소 앞에 긴 줄이 있군요. 콤보권을 산 덕에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합니다. 표에 있는 바코드를 게이트에 찍으니 바로 입장 가능! 아, 콤보권을 사길 잘했네요. 

예전에는 돈을 아끼며 여행을 다녔는데요. 요즘은 시간을 아낍니다. 12시간 버스 대신 국내선 항공을 이용하고 그러지요. 나이가 든 탓일까요? 이제는 돈보다 시간이 더 소중해요.

술탄으로 산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요? 톱카프 궁전은 이슬람 궁전답게 하렘이라는 후궁들의 처소가 있어요. 어떤 왕은, 후궁을 300명을 두기도 하고, 자식만 112명을 뒀대요. 크게 부럽지는 않네요. 선택과 집중에서 실패한 삶 같아서요. ^^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면, 그 삶이 행복하기만 할까요? 조선 시대 왕들의 수명이 짧은 건 왜 그럴까요? 성인병이 무서운 건 영양부족에서 오는 게 아니라 과잉에서 오는 탓입니다. 나 자신의 욕망을 자제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톱카프 궁전에 있는 술탄의 서재입니다. 왕이 절제를 배우려면 독서에 매진하는 게 좋습니다. 세종이나 정조처럼 현명한 조선의 왕이 그랬듯, 독서를 통해 궁궐 밖 서민의 삶을 공부하고, 인간의 생로병사에 대해 배워야 해요. 

독서를 통해 선조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통치술을 익히는데 최선이라 믿습니다.

점심은 톱카프 궁전 내 식당에서 먹어요. 한끼에 53리라. 만원이 조금 넘으니 약간 비싼 편이지만, 그래도 론리 플래닛 터키 편에서 추천한 맛집입니다. 1894년에 영업을 시작한 식당이에요. 전망이 참 좋고요. 궁전 식당에서 밥을 먹다 바다를 보다, 다시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다, 눈을 감고 쉽니다. 아, 여행자의 삶, 왕이 부럽지 않아요. 


톱카프 궁전에 가면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론리 플래닛 가이드북에서 소개했는데요. 점심 먹기를 잘 했어요. 궁전을 돌아보는데 반나절 이상 걸립니다. 나가서 싼 식당 찾으려고 굶고 버텼으면 허기져서 쓰러졌을 뻔...

보물 전시만해도 종류별로 다 있어요. 무기, 시계, 성물, 주방 식기 등등. 술탄의 보물이 많기도 하네요.

알함브라의 궁전이 그렇듯, 건물 외양도 화려하지만...

내부 타일 세공도 정말 화려합니다. 전체를 봐도 아름답고, 세세한 디테일을 봐도 정교하고 예뻐요. 정말 이슬람 장인들의 세공 솜씨는 탁월하군요.

톱카프 궁전, 오기를 잘 한 것 같아요. 아야 소피아가 로마 제국의 위용을 보는 기회라면, 톱카프 궁전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전성기를 볼 수 있는 시간이에요. 

이 멋진 궁전을 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발견했어요. 여자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입니다. 여행을 다녀보면 세계 어디서나 똑같아요. 남녀 화장실 공간을 똑같이 배정했는데요. 남자는 일렬로 서서 해결하니까 공간을 적게 차지하고 시간도 훨씬 짧아요. 그런데 여성의 경우, 항상 개인적 공간이 필요하지요. 시간도 더 걸리고요. 남녀 화장실 공간을 똑같이 분배하면 여자 화장실에 줄이 늘어설 수 밖에 없어요. 기계적 평등이 가져다온 안타까운 결과에요. 아마 2,30년전만해도 여자 여행자가 많지 않았기에, 여자 화장실 공간을 배려하지 않았겠지요. 그런데 이제는 관광지에 가보면 여자분이 더 많거든요? 그럼 화장실도 늘어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미국 서부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요. 화장실에 들를 때마다 여자 칸에는 줄이 너무 길어 어린 민지는 제가 남자 화장실에 데려갔어요. 가끔 급하신 아주머니들이 남자 화장실에 들어와 서로 민망한 순간도 있었지요. 딸과 여행을 다니며 느낀 점, 공공 장소 여자 화장실 부족은 전세계적으로 심각한 문제로구나... 

톱카프 궁전을 나와 다시 아야 소피아를 향해 걷습니다. 소피아 앞 광장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네요. 아야 소피아는 몇번을 봐도 놀라운 건축물이에요. 아마 이스탄불에서 있는 4일 동안 매일 한 번씩 보러 올듯...

저녁 무렵 탁심 골목을 걷다 현지인들이 줄서서 먹는 부페식 식당을 발견했어요. 볶음밥이 보여 냉큼 줄 섰습니다. 간만에 밥이로구나!
터키식 고기완자 요리랑, 볶음밥이랑, 콜라까지, 다 합해서 16리라. 3200원, 싸구나!
계산대 주인 아저씨가 절 보더니 무척 흐뭇해하며 인사하시는군요. "웰컴, 마이 프렌드."
외국인 손님이라 반가우신가 봐요. 마치 순대국 골목 기사 식당에 서양 손님이 찾은 느낌?

저녁 먹고 탁심거리를 거닐다 영화 <퍼스트맨>의 포스터가 붙은 걸 보고 들어갔어요. 영화비는 15리라, 3천원. 이스탄불에서 지내는 동안, 매일밤 극장에서 영화를 볼 것 같아요. 혼자 즐기는 이스탄불 영화제.

사람이 없어 혼자 영화관 전세 낸 기분으로 영화를 봅니다. 외국 여행 중 영화를 볼 때는 본 영화 상영전 광고도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상영 중 갑자기 화면이 뚝 끊기더니 불이 환하게 켜져요. 헉? 무슨 일이지? 갑자기 광고가 나와요. 알고보니 터키에서는 영화 중간에 휴식 시간이 있네요. 마치 뮤지컬처럼. 아무리 그래도 한창 긴장되는 순간에 끊다니... 겨우 한시간 10분 지났는데 말이죠. 뭐, 이것도 터키에서의 독특한 문화 체험이네요. 영화 중간에 인터미션... ^^


아, 이렇게 또 하루가 갑니다. 


(그나저나 작년 10월에 갔던 터키 여행기를 몇달이 지나 쓰고 있어요. 욕심이 너무 많은 탓이지요. 주말에는 쉬어야 하고, 또 읽은 책 이야기도 하고 싶고... 이래저래 쓰고 싶은 글이 너무 많아, 여행기 업데이트가 늦는 점, 양해 바랍니다. 다음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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