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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이스탄불 탁심 거리

by 김민식pd 2019. 1. 10.

2018 터키 여행 8일차

비행기 타고 이스탄불 가는 날입니다. 새벽에 일어나 기차역에 나와 바나나를 먹습니다. 여행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바나나에요. 1996년 어머니 모시고 캐나다 여행 갔다가 공항 검색대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어머니 가방 속에 곱게 손수건으로 싼 칼이 나온 것이죠. 어머니의 해맑은 표정. 
"비행기 기다리며 사과 깎아먹을라고 했는데?"
네, 과도는 비행기 휴대금지 품목이지요. 어른들은 가끔 깜빡하시지만... 저는 여행하며 바나나를 즐겨 먹습니다. 칼이 필요없어 간편하고, 싸고, 달아요. 피로 회복과 당분 보충을 동시에!

6시 49분 기차인데 7시가 되도록 기차가 안 옵니다. 슬슬 불안해지는데 직원이 나와 비행기 시간을 물어보는군요. 10시 비행기라 여유가 있다고 하니 미안하다며 메모를 주고 갑니다.

영어가 서툰 기차역 승무원이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적어온 것 같아요. 낯선 타인의 친절이 또 감동을 줍니다. 두번 다시 볼 일 없는 이들의 친절에 기대어 하루하루 사는 게 여행자의 일상이거든요.

기차를 탔어요. 작은 새가 열차 차창에 와 앉았어요. 한참 저기 앉아 저랑 눈을 맞추고 있었어요.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가까이 가져가 사진을 찍는데도 날아가지 않아요. 터키에 와서 놀란 점이에요. 개나 고양이도 그렇고 동물들이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평소 사람들이 그들에게 늘 선하게 대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정권 MBC를 망친 높은 분을 개인적으로 안다는 사람을 만났어요. 유럽 어느 도시에서 해외 주재원으로 일할 때 당시 이웃에 특파원으로 왔던 모 기자 가족과 알고 지냈대요. 그러다 영화 <공범자들>에 그 분이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자신이 기억하기로는 예의 반듯한 사람이었다고. 절대로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고요.

주재원 사회는 공기업이든, 공적 조직이든, 각 분야를 대표해서 해외에 나온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그런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건 꼭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정치적인 것일 수 있어요.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모르니까, 그냥 잘 지냅니다. 사람의 본성은 약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부서에 있는 후배나, 세월호 희생자 같은 약자를 어떻게 대하는가, 거기서 사람의 참 모습이 드러납니다. 


말 못하는 짐승을, 나와 관계없는 사회적 약자를 나는 어떻게 대하는가. 스스로 물어보며 살고 싶어요.


이스탄불 공항 도착했어요. 호텔에 픽업 부탁했는데 기사가 나오지 않았어요. 30분을 기다리다 허탕치고 나옵니다. 이제부터 진짜 모험이 시작됩니다.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숙소 찾아가기.

탁심 전철역 근처 숙소인데 문제는 공항에 전철이 없어요. 한참을 헤맵니다. 제 실수예요. 어제 저녁에 호텔에 확인 메일을 보냈어야하는데... 픽업이 안 나올 때를 대비하여 대중교통 경로를 확인했어야하는데... 티켓에 있는 공항 이름을 확인했어야하는데... 전철 노선도에 있는 공항은 국제 공항이고, 내가 탄 비행기는 전철이 없는 국내선 공항일 수 있다는 걸 확인했어야 하는데... 25년 넘게 배낭 여행을 다녔지만 여전히 실수투성입니다. 어쩌겠어요. 이 또한 여행의 과정인데...

공항버스를 타고 갑니다. 18리라(3600원) 공항버스 정거장에 내려서 숙소는 의외로 쉽게 찾았어요. 가보니 에어비앤비 사이트를 관리하는 직원과 실제 호텔 관리하는 사람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듯... 기사가 나오지 않은 덕에 오히려 픽업 비용 (3만원)을 아꼈군요. 저녁에 비싼 거 사먹어야 겠어요. ^^

 
탁심 거리라고 숙소 근처에 있는 거리를 산책합니다. 사람이 많은 번화가입니다. 이스탄불의 명동이로군요.


빨간 협궤 열차가 거리를 달립니다. 관광객들이 좋아하네요. 

탁심 거리를 걷다 인상적인 건물이 있어 사진을 찍었는데요. 별로 유명한 건물도 아니었어요. 이스탄불에는 워낙 유명한 건축물이 많아서 이 정도는 명물 축에 끼지도 못하나 봐요.


성 안토니 성당입니다. 

성당 앞 마당에서 기독교 중고서적을 권당 5리라, 우리돈 천원에 팔고 있었어요.

 
책 한 권에 천 원이라니, 터키어는 읽지도 못하는데 사고 싶어집니다. 아, 공짜와 싸구려라면 환장하는 이 짠돌이 근성을 어쩌면 좋을까요. 중증의 활자중독 환자입니다.

탁심 거리는 곳곳에 버스킹 공연을 하고 있어, 길을 걸으며 다양한 공연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저는 외국 여행 나오면, 거리의 공연자보다, 관객을 보는게 더 재미있어요. 현지 사람들의 분위기가 나라마다 다르거든요. 터키 사람은 흥이 많아요. 공연을 보던 행인들이 둥글게 손을 잡고 춤을 춥니다. 보기만 해도 흥겨워요.


노점 과일 쥬스 가게입니다. 사과쥬스 한 잔에 2리라, 400원입니다. 런던에서는 숙소에서 담아온 생수만 마시던 저도, 터키에서는 애플 쥬스를 마십니다. ^^ 1주일만에 부자가 된 기분이에요. 


갈라타 타워입니다. 1453년에 세운 탑이래요. 와, 도대체 이스탄불의 연식은 얼마인 겁니까. 

길거리에서 파는 프레쩰입니다. 1리라, 200원이에요. 달고 기름지고 딱 내 스타일입니다. ^^

탁심 거리의 백화점입니다. 고풍스런 건물에...


최신식 멀티플렉스 극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마침 베놈을 하고 있었어요. 당시 한국에서 막 개봉한 베놈을 못 보고 온게 아쉬웠는데 이스탄불에도 개봉했네요. 물어보니 터키어 자막이라 대사는 영어판이랍니다. 영화 관람료는 13리라. 2600원에 일요일 저녁에 영화 한 편을 봅니다. 싸고 좋네요. ^^


다음에는 본격 이스탄불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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