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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by 김민식pd 2019. 2. 12.
2018 터키 여행기 10일차

아침에 일어나 골목길을 따라 걷는데 벽에 그라피티가 눈길을 끕니다.

기타치는 스톰트루퍼의 그림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민서 보여주려고요. 민서가 요즘 스타워즈에 빠져 있거든요. 밀레니엄 팔콘을 레고로 조립하고 막 그래요. 

그라피티 화가는 노동과 돈의 교환가치를 믿지 않아요.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일하지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익숙한 이미지에 변형을 가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창작의 기본이지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왔습니다. 터키는 오래도록 동서양이 만나는 곳이었어요. 기원전 546년에 페르시아가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를 정복한 후, 기원전 333년까지 200년간 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있었지요. 기원전 334년에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물리침으로써 다시 서방의 영토가 되었어요. 이후 그리스 헬레니즘이 300년간 이 지역 예술과 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우스 등 그리스 신들의 조각이 보입니다. 알렉산더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동서양 문명의 조화와 화합에도 노력한 영웅이에요. 

고고학 박물관은 아야 소피아나 톱카프 궁전에 비해 사람이 없습니다. 한적한 이유는 그룹 투어가 없기 때문이지요. 단체 투어는 가장 유명한 장소 위주로 돌기에, 박물관같은 장소는 잘 안 옵니다. 사실 박물관이야말로 정보와 역사의 보고인데 말이지요.

텅 빈 박물관에서, 조용히 유물을 봅니다. 설명 하나하나 읽으며 역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커다란 쇠사슬이 있어요. 이스탄불 앞바다에 골드혼 해협이라 하여 좁은 해로가 있어요. 동로마 제국 시절,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려는 이슬람 세력을 막은 건 바다속 쇠사슬이었어요. 양안의 탑에서 체인을 당기면 배가 걸려 좌초하게 되거든요. 바닷속 체인이 수백년 동안 콘스탄티노플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술탄 메흐멧은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칩니다. 통나무를 굴려 배를 이동시킵니다. 배로 언덕을 넘어가요. 아침에 일어나 바다속 쇠사슬 안쪽 바다에 뜬 이슬람 해군의 모습에 비잔틴 병사들이 혼비백산합니다. '바닷속 체인을 어떻게 넘어왔을까?' 마치 알프스를 넘어간 한니발 같은 거죠. 결국 사기가 꺾인 동로마 제국은 멸망합니다.

완벽한 방어수단에 대한 과신이 패배를 불렀어요. 난공불락의 요새가 무너진 순간 절망하거든요. 완벽한 방어란 없어요.

고고학 박물관의 외경입니다.

터키 사람들은 전철에 매달려 가며 담배를 피우거나 빨간 불에도 길을 건넙니다. 차도를 무단 횡단하던 노인이 차에 부딪히는 장면도 직접 목격했어요. 저는 깜짝 놀랐는데, 운전자와 소리지르며 싸우더니 노인은 그냥 툴툴대면 가더군요.

저는 여행 다닐 땐 조심조심 다닙니다. 인생은 자유분방하게, 일상은 조심조심... 저의 신조지요. ^^

자전거로 전국일주하고, 초등학생 딸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는 걸보고 저보고 참 겁없이 산다고 하는데요. 인생에서 큰 결정은 과감하게 지르고요. 일상의 실천은 조심조심 꼼꼼하게 합니다.  

이스탄불 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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