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터키 여행기 10일차

아침에 일어나 골목길을 따라 걷는데 벽에 그라피티가 눈길을 끕니다.

기타치는 스톰트루퍼의 그림입니다. 사진을 찍어서 민서 보여주려고요. 민서가 요즘 스타워즈에 빠져 있거든요. 밀레니엄 팔콘을 레고로 조립하고 막 그래요. 

그라피티 화가는 노동과 돈의 교환가치를 믿지 않아요.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일하지요.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익숙한 이미지에 변형을 가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것, 그게 창작의 기본이지요.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에 왔습니다. 터키는 오래도록 동서양이 만나는 곳이었어요. 기원전 546년에 페르시아가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를 정복한 후, 기원전 333년까지 200년간 페르시아의 지배하에 있었지요. 기원전 334년에 알렉산더가 페르시아를 물리침으로써 다시 서방의 영토가 되었어요. 이후 그리스 헬레니즘이 300년간 이 지역 예술과 문화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우스 등 그리스 신들의 조각이 보입니다. 알렉산더는 단순한 정복자가 아니라 동서양 문명의 조화와 화합에도 노력한 영웅이에요. 

고고학 박물관은 아야 소피아나 톱카프 궁전에 비해 사람이 없습니다. 한적한 이유는 그룹 투어가 없기 때문이지요. 단체 투어는 가장 유명한 장소 위주로 돌기에, 박물관같은 장소는 잘 안 옵니다. 사실 박물관이야말로 정보와 역사의 보고인데 말이지요.

텅 빈 박물관에서, 조용히 유물을 봅니다. 설명 하나하나 읽으며 역사와 대화를 나눕니다. 

커다란 쇠사슬이 있어요. 이스탄불 앞바다에 골드혼 해협이라 하여 좁은 해로가 있어요. 동로마 제국 시절,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오려는 이슬람 세력을 막은 건 바다속 쇠사슬이었어요. 양안의 탑에서 체인을 당기면 배가 걸려 좌초하게 되거든요. 바닷속 체인이 수백년 동안 콘스탄티노플을 난공불락의 요새로 만든 일등공신입니다.

술탄 메흐멧은 기상천외한 작전을 펼칩니다. 통나무를 굴려 배를 이동시킵니다. 배로 언덕을 넘어가요. 아침에 일어나 바다속 쇠사슬 안쪽 바다에 뜬 이슬람 해군의 모습에 비잔틴 병사들이 혼비백산합니다. '바닷속 체인을 어떻게 넘어왔을까?' 마치 알프스를 넘어간 한니발 같은 거죠. 결국 사기가 꺾인 동로마 제국은 멸망합니다.

완벽한 방어수단에 대한 과신이 패배를 불렀어요. 난공불락의 요새가 무너진 순간 절망하거든요. 완벽한 방어란 없어요.

고고학 박물관의 외경입니다.

터키 사람들은 전철에 매달려 가며 담배를 피우거나 빨간 불에도 길을 건넙니다. 차도를 무단 횡단하던 노인이 차에 부딪히는 장면도 직접 목격했어요. 저는 깜짝 놀랐는데, 운전자와 소리지르며 싸우더니 노인은 그냥 툴툴대면 가더군요.

저는 여행 다닐 땐 조심조심 다닙니다. 인생은 자유분방하게, 일상은 조심조심... 저의 신조지요. ^^

자전거로 전국일주하고, 초등학생 딸과 히말라야 트레킹을 가는 걸보고 저보고 참 겁없이 산다고 하는데요. 인생에서 큰 결정은 과감하게 지르고요. 일상의 실천은 조심조심 꼼꼼하게 합니다.  

이스탄불 여행기,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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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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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19.02.12 07: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블로그 메뉴 보며 할 얘기 많은 피디님이 부럽~
    독서 덕분에 삶이 확장된 때문이겠지요.
    타고난 이야기꾼 피디님의 유튜브도 기대됩니당~

    성장을 멈추면 후퇴한다... 머리로 이해되는 것이 가슴으로 이해되는 요즘입니다ㅠ 이순간에 감사하고 나와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길 바래봅니다

  2. summerlover 2019.02.12 08: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일에 전념하다 보면 행복이 따라 오겠죠? ^^ 요즘 매일 아침 써봤니? 를 다시 읽고 있습니다. 저도 이제 매일 아침 써 보려구요!
    여행 다닐땐 조심조심~ 정말 공감합니다
    저도 여행중엔 안전 제일주의에요 😆

  3. 루치 신 2019.02.12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덕분에 이스탄불 고고학 박물관 구경 잘 했습니다
    여행하다보면 돌발상황들이 많죠 지나고 나면 추억으로 남고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4. 아리아리짱 2019.02.12 09:1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오늘도 김피디님 따라 이스탄불 잘 다녀왔습니다.
    다음엔 저의 눈과발로 이스탄불 여행기 쓰는 날을 소망 해봅니다.
    '큰 결정은 과감하게, 일상의실천은 조심조심 꼼꼼하게'

  5. 꿈트리숲 2019.02.12 09: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철에 매달려 담배 피는 사람은 낭만이라
    생각할까요? 전 위험해 보이는데. . .
    각 나라의 문화를 인정하고 이해하지만 생명과
    직결된 일들은 변화가 필요하다 싶어요.

    유물을 보며 역사와 대화를 나누는 경지가
    참 부럽습니다. 영어 구사 능력도, 역사 지식도
    풍부해야지만 가능할 것 같아요. 배경 지식
    없으면 관광지 찍고 오는 것 밖에 안되더라구요.

    큰 결정은 과감하게, 일상은 조심조심!!
    긴 인생 대충대충, 하루는 열심히 알차게!!
    만큼이나 좋은 말이네요.~~^^

  6. 쩍팔리게살지말자 2019.02.12 10:1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피디님 여행기를 보며 자꾸 터키가 가고 싶네요...
    저도 3년 전부터 해외 여행을 시작했는데, 아직 까지 블로그에 못 올렸네요.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지금부터 라도 3년 전이지만... 그날을 추억 하며 올려야 겠어요.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7. 오또기 쭘마 2019.02.12 15: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어가니 저절로 몸을 사리게 되더라구요.
    몇년전만 해도 종주산행이나 설악산 공룡능선을
    거침없이 날라(?)다녔는데 이제 무릎 생각해서 겸손한
    속도로 다녀요. 나이 들어서도 맘껏 놀러다니기 위해서
    일상을 겸손한 마음으로 조심 또 조심해야겠어요 ㅎㅎ

  8. 샘이깊은물 2019.02.12 16: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행의 순간들을 한 편의 글로 기억하면 마음에 스며드는 잔상이 오래갈 것 같아요. 피디님의 여행기를 읽으며 문득 든 생각입니다. 사진이나 짤막한 메모만 남기는 것과는 다를 것 같아요. 여행 뿐만 아니라 모든 경험이 그렇겠지요.

  9. 제경어뭉 2019.02.12 1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늦은나이에 아이들을낳고키우며 아이들에게만 집중하게되고 정작 제자신은 하고싶은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십년을 살았네여ㅎㅎ;; 어느날 큰녀석이 엄마는 버킷리스트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답해줄말이 없더라구여ㅠㅠㅋ 하지만 피디님글을 보면서 저도 하고싶은게 생겼어여!!! 늦더라도 꼭 세계여행이란걸 가보려구여!!! 차근차근 계획을세우고 어느날 확 떠나버릴겁니다ㅋㅋ
    인생은자유분방하게.일상은조심조심...너무맘에들어여~^^
    오늘도 좋은가르침 감사합니다~^^

  10. minette 2019.02.12 22:1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이 포스팅과 무관한 글이라 죄송하지만 감사의 마음 전하고 싶어서요. 오늘 강연의 모든 시간들이 참 좋았습니다. 이런 강연은 처음이었고 제가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아이를 떼어두고 걱정도 많았는데, 후회 없는 선택이었어요. 고맙습니다.

  11. 섭섭이짱 2019.02.13 01: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박물관은 어딜가나 사람이 없네요.
    저 같이 조용히 둘러보길 원하는 사람한테는
    박물관이 최고의 관광코스 같아요.

    무단횡단에 사람도 치이다니..
    터키에서 길 걸을때 조심해야겠군요.
    일상애서 항상 조심조심.. 공감합니다 ^^

    다음 여행기도 기다릴께요~~~~~

  12. 2019.02.13 06: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철에 매달려 가는 남자 너무 폼나게 매달려 있네요. 너무 자연스러워서 실외 입석으로 표 끊은줄...
    그 남자 옆에 문에 매달려 있는 남자 손모양은 뭘 뜻하는 걸까요?
    한국으로 치면 전화해? 라는 뜻인데 터키에선 저게 욕일까요? 분명 카메라를 빤히 응시하고 있는데 궁금하네요.
    욕이면 또 어떤가 싶네요. 뭐 세계 어디든 분별 없는 젊은 사람들은 있기 마련이죠.
    터키에 볼거리가 참 많네요. 피디님이 워낙 사진을 멋지게 찍어서 더 그렇게 보이는 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