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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보스포러스 유람선 여행

by 김민식pd 2019. 2. 21.
2018 터키 여행기 11일차


이스탄불의 명물 중 하나인 보스포러스 해협의 유람선을 타는 날입니다. 아침에 선착장에 나갔더니 인근 지역에서 배로 출퇴근하는 이가 많은가봐요. 배는 많은데 어떤 배를 타야할지 몰라 관광안내소에 갔어요. "긴 걸 원하니, 짧은 걸 원하니?" 하고 묻는군요. 긴 건 6시간, 짧은 건 90분이랍니다. 90분 짜리로 선택하고 배를 타러 갑니다. 배삯은 20리라, 우리돈 4천원입니다.

여기서도 갈매기들이 유람선을 쫍아옵니다.

빵을 던져주는데요. 새들의 공중제비를 보는 맛은 한국보다 못해요. 역시 갈매기 묘기 비행을 보는데는 새우깡이 최고거든요. (피피엘 아닙니다. ^^) 

새우깡은 가벼워 허공에 뜬 시간이 길고 한 입에 낚아채기도 좋아요. 빵조각은 무겁고 한입에 채기 쉽지 않아요. 결국 여기 새들은 바다에 떨어져 젖은 을 먹습니다. 마른 새우깡이 더 맛있을 텐데 말이죠. 갈매기는 한국 아이들이 호강하는 것 같아요.

배를 잘못 탔나봐요. 대여섯번 섬이나 항구에 서더니 갑자기 여객선의 마지막 종점이라고 내리라고 하는군요. 시간을 보니 오전 11시 10분입니다. 9시 40분 배니까 원래대로라면 이스탄불에 도착해야 할 때인데 말이지요. 

이스탄불 가는 배는 오후 1시에 있답니다. 오후에 비행기나 열차를 타야했다면 큰일날뻔했어요. 역시 여행은 알 수 없습니다. 항상 예상밖의 일들이 일어나요. 그래서 저는 이나 외곽 여행 갈 때는 하루나 이틀 여유있게 갑니다. 당일에 못 돌아올 수도 있거든요.

뷔위카다 섬입니다.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요. 보니까 항구 근처에 관광객에게 자전거를 빌려주는 가게가 많습니다. 공급이 많다는 건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뜻이겠지요. 아마 이 섬은 자전거로 돌아보기 좋은 곳인가봐요. 1시간에 10리라 (2천원)에 내고 한 대 빌립니다.

계획에 없던 여행지입니다. 갑자기 배가 끊겨서 이 섬에서 한 시간을 보내야 해요. 지도도 없고, 사전 정보도 없는 곳입니다. 이런 섬에서 자전거 여행을 할 때 길찾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관광 마차를 따라갑니다. 마차가 다니는 길이 관광루트일테니까요. 마차가 보이지 않을 때는 길에 널린 말똥을 쫓아가거나 말똥 냄새를 따라갑니다. 

대도시에 가서 Hop on and off 버스를 보면 노선도를 공부합니다. 관광지 위주로만 다닐테니까요. 

고급 저택이 많은 걸 보아, 이스탄불에 사는 부자들의 휴양 섬인가 봐요. 

작은 섬이라 차는 없고 섬주민이 타는 자전거와 관광객이 타는 마차만 다닙니다. 자전거 여행하기 참 좋은 섬이네요. 섬 한바퀴 도는데 자전거로 1시간 걸립니다.

'잘못 탄 기차가 목적지로 간다' 이날은 잘못 탄 배가 목적지로 데려다줬네요. 터키에서 섬 자전거 여행을 즐길 줄은 몰랐어요.


점심은 바닷가 식당에서 닭꼬치구이를 시켰어요. 치킨 시쉬라고 부르는...  16리라, 우리 돈 3200원입니다. 관광지 물가치고 정말 저렴하지요? 터키 물가, 정말 환상이에요. 


배를 타고 다시 이스탄불로 갑니다. 바다에서 보이는 섬마을에 작별 인사를 고합니다. '안녕, 우연히 너를 만나서 반가워. 무작정 찾아온 나를 반겨줘서 고마워.' 


숙소에서 잠시 쉰 후, 저녁 먹고 다시 탁심 거리로 나갑니다. 영화 <스타 탄생>을 봤어요. 관람료는 15리라 (3천원). 극장에 관객은 없지만 설비는 좋아요. 영어 대사에 터키어자막이라 감상에 문제는 없고요. 역시 20대에 돈 한 푼 안들이고 한 영어공부가 내 인생에 가장 남는 장사였어요.

<스타 탄생>, 참 잘 만든 음악영화입니다. 마치 콘서트장에 온 것같이 현장음을 살린 음악편집이 좋네요. 처음 무대 올라가기전 베이스 기타 둥둥 거리는 소리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어요. 영화를 좋아해서 한때 취미는 홈시어터 가꾸기였죠. 아이들이 크면서 포기했어요. 거실에서 아빠가 어두컴컴한 암막커튼 치고 프로젝터로 영화를 보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서재에서 책읽고 글 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집에 홈시어터를 아무리 잘 꾸며도 영화는 극장 화질이나 음질을 못 따라가더라고요. 장비에 돈을 들이는 건 끝이 없고요. 결국 홈시어터 포기하고 조조 관람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영화는 역시 극장에서 보는 게 최고에요. 

이렇게 또 이스탄불에서 하루가 저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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