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터키 여행기 10일차 (2편)

이스탄불 아야 소피아 맞은 편 거리를 걷는데, 사람들이 줄을 선 걸 봤어요. 저긴 무얼까? 궁금해서 표를 끊고 들어갔습니다. 


바실리카 시스턴이라고 로마 시대에 만든 지하 저수조네요. 들어가면 사방이 캄캄합니다. 

플래시 기능을 끄고 찍는 순간, 진면목이 드러납니다. 육안으로보면 그냥 캄캄한 지하실이에요. 

입이 딱 벌어집니다. 로마 시대에 만든 저수 시설입니다. 세상에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시설을 지하에 만들 생각을 다 했을까요? 로마인들의 물에 대한 집착은 놀라워요. 로마 여행 가서 가장 놀란 건 물을 나르기 위해 만든 수도교였어요. 산에서 물을 도시로 나르기 위해 만든 거대한 지상 수로.

로마 제국의 수도교 (위키 피디아 자료 사진)

생각해보면 문명이 발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물입니다. 

위키 백과의 소개에 따르면...

예레바탄 사라이(터키어: Yerebatan Sarayı)는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동로마 제국 시대의 지하 저수지로, 그 뜻은 ‘땅에 가라앉은 궁전’이다. 바실리카 시스턴(Basilica Cistern)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지하 궁전은 현존하는 동로마 제국의 저수지 가운데서도 이곳이 가장 최대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이스탄불 역사지구의 한 축으로서 세계유산에 등록되어 있으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아야 소피아로부터 맞은편 방향으로 디반 욜루의 맨 위쪽 부근에 위치해 있다. 지하 궁전은 1987년에 수백 년 동안 쌓인 진흙과 폐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이면서 복원되었다. 본래 황실 수도 공급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콘스탄티누스 대제 때에 공사를 시작하여 유스티니아누스 1세 때인 532년까지 진행되었다고 한다. 지하 궁전의 위치는 본래 황궁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했었지만 오스만 제국 시대에 폐쇄되었다.


오늘날 이곳은 대성당처럼 336개의 둥근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천장이 무시무시할 정도로 빛을 발산하는 지하실 형태로 되어 있다. 이곳에는 아직도 어느 정도의 물이 담겨 있는데, 이 위로 세워진 다리는 관광객들에게 큰 볼거리이다. 대단히 인상적이기 때문에 영화 세트로 쓰이기도 하고, 이스탄불 예술 비엔날레 기간 동안에는 시청각 시설로 쓰이기도 한다.


약간 무서운 공간을 걷다보니, 어릴적에 본 '귀신의 집'이 생각나요. 놀거리나 볼거리가 따로 없던 시골에 어느날 '귀신의 집'이 시골에 온 거죠. 초등학생 시절, 용돈을 모아 동생 손을 잡고 갔어요. 입구를 들어서니 깜깜하니까 동생이 무섭다고 울었어요. 직원분이 무서우면 눈을 감고 따라오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와 동생은 눈을 감고 어두운 통로를 걸어갔어요. 그 어두운 통로 끝에 귀신의 집이 나오는줄 알고 꾹 참고 걸었어요. 어서 이 복도가 끝나길 바랐는데 길이 끝나는 곳에 나와보니 우린 거리에 나와 있었고 그게 끝이었어요. 재미난 거 보여준다는 얘기에 용돈까지 보탠 동생은 정작 눈을 감고 있었기에 아무 것도 본 게 없는데 벌써 끝났다는 얘기에 또 울음을 터뜨렸지요. 어려서 무서운 게 정말 싫었는데 이제는 공포체험을 위해 돈까지 낸다는 게 참 신기하지요?

힘든 일이 있을 때, 눈을 꼭 감고 어서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라는데요. 어쩌면 그렇게 견디는 시간도 인생의 일부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으스스한 지하세계를 나와 밝은 지상으로 향합니다. 왁자지껄 밝고 활기찬 곳으로...  

이스탄불 그랜드 바자입니다. 동대문시장같은 곳인데요.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 카라반의 종착지였어요. 학교에서 물건 내다파는 바자회 한다고 할 때, 바자의 어원이 이슬람어로 시장을 뜻하는 바자랍니다.

1461년에 세워진 시장이랍니다. 이스탄불에서는 시간의 스케일이 어마어마해요.

돌아다니며 아이쇼핑하는 맛이 있어요. 카펫이며, 기념품이며, 골동품이 많습니다.

제가 찾은 곳은 헌책방 골목입니다. 역시 책벌레는 책냄새를 잘 맡아요. 

M2라는 전철 노선을 타고 쉴레이마니예 모스크를 찾아갑니다. 이스탄불 거리를 걷다보면 바다 건너 모스크가 보여요. 말인즉 이 모스크에서 보면 전망이 좋다는 뜻이겠지요. 

자원봉사자가 회당에 대해 영어로 설명을 해줘요. 터키 여행 와서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어요. 대단한 문명을 일군 사람들이에요. 이런 문명은 전쟁과 폭력보다 평화와 화합 속에 이뤄집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유대인이나 크리스천을 포용하기도 했고요. 우리가 이슬람하면 폭력을 연상하는 건 미국 영화 탓이 크죠.


이스탄불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모스크가 많아요. '박세리 효과'가 아닐까요? 아야 소피아를 보며 자란 사람들이니 커다란 건축물을 짓는 것도 가능합니다. 처음에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손사래를 치지만, 누군가 해내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 보고 꿈을 키우는 이들이 생겨나요. 그게 지금 LPGA를 한국 선수들이 장악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에 먼저 도전하는 사람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그런 이들이 세상을 바꾸니까요. 

휴가를 보내는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한때 일벌레처럼 일만 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일에 올인하면 위험할 수 있어요. 일이 사라지는 순간 존재의 의미도 사라지거든요. 일 잘 하는 나도 좋지만, 잘 노는 나도 중요해요.

노는 것도 삶의 일부거든요. 노는 게 부끄러운 일이라 여긴다면 노는 걸 경원시하고, 놀 때 죄책감이 생기지요. 유배 시절 마음먹었어요. '저들은 내게 일을 주지 않는 것을 형벌이라 여기겠지만, 나는 이것을 상으로 받아들이리라.' 덕분에 놀 때 죄책감없이 즐겁게 놀게 되었어요. 

일을 할 때는 일에 집중하고, 놀 때는 놀이에 온 마음을 다합니다.
다음번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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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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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보리랑 2019.02.19 07: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지하궁전에서 연주회도 한다고 들은듯요. 기둥에 손가락 넣고 소원 빌때 작은딸은 키작아 아빠 도움 받았는데 자기힘으로 할수 있을때 다시 오겠다 했어요ㅎ

    힘들때 눈은 감고 지나가되, 즐거운것 아름다운것은 보면서 지나가려구요. 큰딸이 엄마는 공부만 한다고 타박인데, 평생 처음하는 몰입이야 하며 위로합니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팬미팅이 긴장되지만 행복했어요

  2. 섭섭이짱 2019.02.19 08: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메르하바 (안녕하세요)

    터키 여행기가 끝났군요. 아쉬워라~~~
    그동안 터기에 대해 막연히 알고 있었는데
    이번 여행기 읽으면서 터키를 다시보게 되었네요.
    즐거운 터키 여행 잘하고 갑니다.

    유배시절을 저렇게 생각하시다니
    정말 긍정의 신이셔요.
    피디님 보며 즐겁게 노는게 뭔지 많이 배웁니다.

    노는것중 최고가 여행이라 생각하는데
    다음 여행지는 어딜지는 벌써 기다려지네요.

    테쉐쿠르 에데림(감사합니다)

  3. 김수정 2019.02.19 08: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키도 그렇고 다른 유럽을 보아도 오래된 건물들이 참 잘 보존되어 도시에 녹아있구나 하는것을 느껴요.
    우리 나라에 참 아쉬운 점이예요.
    오래된 것은 낡았다고 다 부수고
    그 자리에는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이 쭉 들어서잖아요.

    그나저나 바자회할 때 '바자'의 어원이 이슬람어로 시장을 뜻하는 바자라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오늘도 많이 배우고 갑니다^^

  4. 아리아리짱 2019.02.19 08: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피디님 덕분에 이스탄불 거의 다 뗀것 같지만
    꼭 제눈과 발로 따라가 볼 참입니다.
    버킷리스트에 추가!
    이슬람 문화에대한 편견도 많이 사라졌구요.

    '일 잘하는 나도 좋지만, 잘 노는 나도 중요해요'
    되새기는 하루 될거예요!^^

  5. 꿈트리숲 2019.02.19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문명이 발달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물인
    이유가 생명이 물에서 왔기 때문일까요?
    우리의 기원이 물이기에, 문명의 시작도 번영도
    물없이는 불가능하겠다 싶네요.

    저는 터키는 여행하고 싶은데, 이슬람은 좀
    꺼려진다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피디님 말씀
    처럼 미국 영화와 자극적 언론의 영향이 클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여행기로 그런
    편견이 많이 없어지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직접
    여행해본다면 확실히 그 편견이 사라질지도. . .

    편견을 없애주는 여행기, 잘 봤습니다.
    덕분에 눈으로만 하는 여행이긴 했지만
    돈 안들이고 여행 잘 했어요.~~~

  6. 2019.02.19 09: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터키 여행기 재밌었어요.
    바탕화면으로 쓰고 싶은 사진도 유독 많았던 것 같고요. 피디님이 워낙 사진을 잘찍기도 하지만 터키란 나라가 색감이 따뜻한 느낌이에요.
    전편이 영국이라 더 그렇게 느껴졌을수도...
    터키편은 후반 갈수록 더 흥미로웠어요.
    처음엔 관심 없는 상태로 읽다가 점점 피디님의 여행기에 빠져들고 터키의 매력에도 빠져들고 그래서 그런가봅니다.

  7. 여행맘 2019.02.19 10: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슐레이 마니에 모스크가 해질녘에 가면 정말 아름다웠어요~ 터키를 다시 가고 싶은 이유중에 하나였어요^^ 여행 중에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거든요~~ 피디님은 정말 정보 수집을 잘 하고 여행하시는 것 같아요~~ 코스와 장소 선택이 매번 놀라워요^^

  8. summerlover 2019.02.19 12: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놀이에 온 마음 다해 보겠습니다 😆

  9. 쩍팔리게살지말자 2019.02.19 14: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귀신의 집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저도 정말 무서우면서 안 무서운 척 했던 게 생각나네요.
    수도교를 저는 스페인 세고비아에서 보고 너무 신기 했었는 데,
    이탈리아도 있군요.
    여행갈 때 맛집만 찾아 다녔는데,
    저도 피디님 처럼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다녀야 겠어요.
    그럼 좀 더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이 될거 같네요.
    오늘도 좋은 글 보고 갑니다.

  10. 오또기 쭘마 2019.02.19 15: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덕분에 터키에 대해 많이 알게되서 감사합니다.
    여행을 어떻게해야 더욱 뜻있고 재미있게 즐길수
    있는지 알게 되었어요

  11. 샘이깊은물 2019.02.19 23:4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쉬고 잘 놀지 않으면 언젠가는 탈이 나더라구요.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요. 낯섦과 익숙함을 오가고, 마음이 머무는 곳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여유 속에서 찌꺼기를 탈탈 털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