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터키 여행기 7일차 (2편)
셀축 버스 터미널에서 쿠사다시로 가는 버스를 탑니다. 쿠사다시는 이즈미르의 바닷가 마을인데요. 크루즈 기항지로 유명합니다. 에페수스를 보러 오는 거지요. 쿠사다시 항에 정박하고 30분 거리에 있는 에페수스로 데이 투어를 갑니다. 나이들면 지중해 크루즈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리스나 터키에는 바다를 옆에 낀 관광지가 많거든요. 크루즈는 편해서 좋아요.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고, 식당이나 숙소를 찾아 헤맬 필요가 없어요. 배 안에서 숙식, 이동이 다 해결되지요. 좀 비싸도 참 편리한 여행 스타일입니다.
버스 앞자리에 탄 꼬마와 피카부를 합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다 좋아하는 장난이지요. 아이가 의자 뒤로 고개를 숙였다가 나타날 때마다 온갖 바보스러운 표정을 다 짓습니다. 집에서 민지 민서를 키우며 익힌 숙련된 기술입니다. 어린 애들은 다 뒤집어집니다. 국적 상관없습니다. ^^
쿠사다시, 생각보다 큰 도시네요. 처음 온 도시 방향을 잡으려면 일단 번화가를 따라 한 두 블록 걸어봅니다. 시청 건물이 보입니다. 시청 앞에는 실개천이 흐릅니다. 물이 흐르는 방향 따라갈까요? 개천은 바다로 이어지고 해변이 나올테니까요.
데이터로밍 없이 여행하다보니 길찾기가 항상 수수께끼 풀이 같습니다. GPS가 없던 시절부터 여행을 해서 불편하지는 않아요. 데이터 로밍이 더 싸지는 날을 기다립니다.
론리 플래닛 책에 있는 지도를 보니, 오래된 상점가를 따라 걸어가면 해변이 나온다는군요.
식당 간판에 'Since 1894'라고 적혀 있어요. 네, 1984가 아니라 1894입니다. 120년도 넘은 식당이 성업중인 이 곳, 쿠사다시의 올드 바자입니다.
바닷가에 오니 해산물 시장도 있고, 각종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식당도 있어요.
저 멀리 유람선이 보이네요.
유람선은 늙어서 타고, 아직은 젊으니까, 걸어서 해변 산책을 합니다.
쿠사다시, 도시 이름이 예쁘네요. 무슨 과자 이름 같아요. 쿠크다스. ^^
저는 여행 할 때, 바닷가에 앉아 멍 때리는 걸 좋아합니다. 가장 멋진 풍광을 가장 저렴하게 즐기는 곳이 바닷가 벤치지요.
해변 카페에서 클래식 버거 세트를 시켰어요. 포테이토랑 콜라까지 포함해서 16 리라, 3200원.
담배 냄새에 민감한 편인데, 노천 카페라 그런지 옆 테이블에 아저씨가 담배를 피웁니다. 놀라운 건 옆에 열살 도 안 된 어린 아이가 있는데도 담배연기를 뿜어댑니다. 부인도 뭐라 그러지 않아요. 간접흡연에 대해 너그러운가 봐요. 하긴 우리도 10년전엔 그랬지요.
항구 앞 커다란 요새같은 건물이 있는데요. 캐러밴서리입니다. 실크로드를 오가는 무역상들의 숙소였지요.
불과 100년전만 해도, 태어난 곳에서 반경 100킬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죽는 게 다반사였어요. 그런 시절에 낙타에 짐을 싣고 사막을 건너, 다른 나라, 다른 문명을 본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요? 목숨을 걸고 길을 떠난 자들만이 볼 수 있던 풍광을 이제는 누구나 볼 수 있어요. 여행의 시대니까요.
무역상들이 오가는 곳에 만들어진 쿠사다시 바자. 기념품과 식당으로 가득한 거리, 눈요기만 하고 갑니다. 극단적으로 돈을 아끼는 배낭족인지라... ^^ 이제 다시 셀축으로 돌아갑니다.
셀축 숙소의 가든 레스토랑입니다. 아침 식사가 여기에 차려지지요. 다음날 아침 공항가는 기차에서 먹을 요량으로 바나나 4개, 감자칩, 커피음료를 샀는데 총 8리라, 1600원. 한국에서는 셋 중 하나만 사도 1600원이 넘는데 셋이 합해서 1600원이라니 참 쌉니다. 환율 덕인지, 터키 생필품 물가는 진짜 저렴합니다. 나중에 장기 배낭 여행으로 다시 오고싶어요. 한 달 정도 이곳 저곳 다니며 여행해도 좋을 것 같아요. 풍광은 유럽인데, 물가는 동남아입니다. ^^
저녁엔 숙소에 있는 가든 레스토랑에서 치킨 케밥을 먹어요. 18리라, 3600원. 식사 후, 동해안 자전거 여행기 글을 다듬습니다. 터키에서 동해안 자전거 여행기를 썼어요. 지금은 지난 가을에 다녀온 터키 여행기를 정리합니다.
이날은 오전에 시린제를 다녀오고 오후에 쿠사다시를 다녀오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짧게 걸렸어요. 버스가 15분 배차라 금세 가기도 했고 1시간 정도 돌아보면 되는 동네라 그러기도 했고요. 결국 오후에 돌아와서 휴가 중 가장 좋아하는 일과를 즐겼지요. 바로 낮잠입니다. 그나마 일찍 깼어요. 침대에 누워 딩굴거리며 책을 읽기도 하고 넷플릭스로 영화를 봤어요. 그것도 싫증나면 키보드를 휴대폰에 연결해 글을 씁니다.
하루종일 놀면서 한가할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글쓰기가 되어버렸어요. 글을 쓰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이날 하루만 해도 소설을 읽다 글을 한 편, 여행기를 한 편, 자꾸 쓸 거리가 떠올랐어요. 여행을 통해 온 몸의 감각이 자극을 받는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한가하니까 온갖 생각이 다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쩌겠어요. 글이 마려울 땐 글을 써야지. 한때는 영어 공부가 그랬는데요. 요즘은 글쓰기에요. 질릴 때까지 해보렵니다.
다음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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