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공짜 PD 스쿨334

삶보다 비범한건 기록이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보면, 여배우가 묻는다. '어쩜 감독님은 그렇게 자기 인생 이야기를 영화로 하세요?' 극중 감독 왈, '그럼 내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남의 인생 이야기를 할까요?' 영화도 그렇고, 블로그도 그렇다. 무언가 이야기할 때는 내가 가장 잘 아는 것, 나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답이다. '내 인생이 뭐그리 대단하다고 그걸 고시랑 고시랑 블로그에서 이야기하나?'라고 반문하신다면, 되묻고 싶다. '과연 대단한 삶만 기록 가치가 있을까요?' 홀로코스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몇가지 중 하나는 '안네의 일기'다. 안네가 유명해진 이유가 그녀 홀로 홀로코스트를 겪었기 때문일까? 홀로코스트로 죽어간 사람은 수십만명이다. 그들 하나하나가 다 비극적인 삶의 주인공이었다. 하.. 2012. 1. 29.
쪽대본, 불륜, 막장, '한드'를 위한 변명 (프레시안 북스에 기고한 서평입니다.) PD로서 내가 들은 가장 신랄한 혹평은 예전에 청춘 시트콤 을 연출할 때, 누군가 시청자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김민식 PD는 자칭 시트콤 마니아며, 미국 시트콤 의 열렬한 팬이라고 하면서 왜 정작 자신이 만드는 시트콤은 보다 훨씬 떨어지는 저질 시트콤인거죠?" '시청자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절한 연출'이라고 자부하는 나는 바로 댓글을 달았다. "미국의 는 1년에 24편 만듭니다. 은 일일 시트콤이라 1년에 200편 넘게 만들고요. 편당 제작비는 수십억이고요, 저희는 편당 1500만 원입니다. PD보고 이 돈 갖고 1년에 200개 만들어보라고 하세요. 쉽지 않을 걸요?" 이런 후안무치한 소리를 변명이라고 했다니, 이제와 생각해보면 정말 부끄럽다. 하지만 .. 2012. 1. 27.
후배에게 배운 한 가지 MBC를 다니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내가 얼마나 창의적인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가를 깨닫는 순간이다. 15년 전 입사 전형을 위해 1박 2일 동안 합숙 평가를 받을 때의 전율은 잊은 적이 없다. 필기와 면접을 거쳐 실무 평가까지 남은 사람들은 정말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자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토론하고, 아이디어를 겨루고, 입담을 다투었다. 나는 언론사 입시 준비를 한 적이 없어서, 기획안 작성이나 모니터링 토론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같은 조원들의 발표가 신기하기만 했다. '우와! 다들 진짜 잘한다.' 입사하고 나서 합격자의 면면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그 사람이 떨어졌을까 싶은 사람은 있어도, 어떻게 저 사람이 들어왔을까 싶은 사람은 없다.' MBC 드라마국 후배 중에 임찬이라는 친구가 있.. 2012. 1. 15.
'민시기의 글밭' 요즘 공짜 미디어 스쿨, 제1강 블로그를 강의하고 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걸 보고, '아, 저 사람은 공중파 피디니까 블로그를 하지, 나는 그냥 학생인데 무슨 글을 써...'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첫째, 어린 학생들이 더 잘 만든 블로그도 많고, 둘째, 나는 피디가 되기 전에도 이렇게 살았다. 대학생 시절, 학점은 2점대로 바닥을 기고, 8군데 입사 지원했다가 7군데에서 서류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나는 이렇게 살았다. 인터넷이나 블로그, 1인 미디어가 없던 시절에도 나는 혼자서 1인 잡지를 발간했다. 1990년에 발행한 그 잡지에는 어줍잖은 시도 있고, 여행기도 있고, 심지어 자작 영문 단편 소설도 있었다. 공대를 다니면서 나는 늘 글이 고팠다. 그래서 틈만 나면 글을 썼다... 2012. 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