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가을, 아버지를 모시고 3주간 미국 뉴욕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뉴욕에 가면 자연사 박물관, 현대미술관 등을 가야하는데, 아버지는 입장료를 내는 걸 싫어하셔서, 브라이언트 공원 옆 뉴욕 공공 도서관이나 지역별 공립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국 공립 도서관의 당일 자료 열람은 누구나 가능하지요. 그때 그래픽 노블을 많이 봤어요. 일단 만화는 빨리 읽히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거든요. 당시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 열광하던 터라,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 시리즈를 찾아 읽었어요. 원작 만화도 재미있더군요.

 

원작 만화를 보고 놀란 게, 스파이더맨이 나오더라고요. 당시 개봉한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스파이더맨이 없었거든요. 소니 픽처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영화용 판권을 갖고 있었기에 어벤저스 출동이 힘들었지요. 2002년  레이미 감독이 만들고 토비 매과이어, 커스틴 던스트가 나온 오리지널 시리즈. 1탄은 소소하게 시작하여, 2탄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3탄에서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 당시 샘 레이미의 연출은 정말 좋았는데 말이지요. 3탄은 악당 (빌런)이 너무 많았어요. 이후 계속 리부트를 시도했으나 매번 기대 이하였어요.


마블은 스파이더맨의 소니 픽처스 독점 판권이 만료되기를 기다렸어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에서 깜짝 등장하는데요. <스파이더맨 홈 커밍>을 통해 새로운 리부트를 시도하지요. <홈 커밍>Home Coming 말 그대로 마블이라는 고향집에 다시 돌아온 스파이더맨입니다. 마블의 품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스파이더맨 TV 애니메이션의 옛날 주제가가 마블 로고 위로 흐를 땐, 마치 마블이 포효하는 것 같아요. "이제, 스파이더맨은 다시 우리 거다!"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CG를 너무 과하게 써서마블도 이제 맛이 가려나? 하고 우려했는데, 이번 <홈 커밍>은 그런 우려를 좀 씻어냅니다. <홈 커밍>은 스파이더맨의 개인사 보다는 마블 유니버스에 적응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그 와중에 청소년 슈퍼 히어로로서 겪는 갈등도 드러나고요. 아직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서툰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풋풋하네요.


코믹스 버전의 <어벤저스>를 보니 사사건건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반목하더라고요. 하나는 슈퍼 리치 슈퍼 히어로, 또 하나는 노동자 계급 출신 슈퍼히어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 어벤저스의 물주가 된 토니 스타크와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피터 파커. 둘 사이 계급 갈등이 앞으로 어벤저스 시리즈를 또 어떻게 풍성하게 할 지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트랜스포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4탄을 본 후다시는 '마이클 베이' 영화를 보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롯데월드 놀러 갔다가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대형 포스터를 보니 또 마구 설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만 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극장에 향했건만...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 영화였어요. '이래도 안 나가? 이래도?'

 

요즘 MBC, 왜들 이럴까요? (Michael Bay C?)

 

오히려 요즘 제가 기대하는 건 '마봉춘 세탁소'의 신작입니다. 매번 기대를 저버리지 않거든요.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고 하니, 세탁소로 출근합시당!

 

https://www.facebook.com/mbclaundryproject/

 

기레기 대잔치가 열렸다. <뉴스데스크의 종말>

 

https://www.facebook.com/mbclaundryproject/videos/1724531127840925/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시청과 공유가 지지와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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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감이 좋은 분은 눈치를 챌 수도 있어요.)

 

흑인 청년이 새로 사귄 백인 여자 친구네 집에 인사를 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여자 친구 부모님들은 딸의 남자가 흑인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대요. 친구가 계속 말립니다. “, 백인들만 사는 부자 동네에 흑인이 놀러갔다가 총 맞아 죽은 이야기 몰라?”

 

여자 친구의 집에 가보니 가정부와 정원사가 흑인인데요, 분위기가 으스스합니다. 집에서 파티가 열려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흑인은 아무도 없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백인들의 분위기가 이상해요. “아우, 몸 좋네.” “이야, 이 울끈불끈 근육 좀 봐.” 흑인의 육체를 탐하는 부자 백인들의 분위기가 묘해요. 파티 석상에 흑인이 딱 한 명 있는데, 억지로 백인 말투를 흉내 내는 것도 너무 어색합니다. 문득 그 친구가 주인공을 붙잡고 소리를 지릅니다. “겟 아웃! 겟 아웃!” 여기서 겟 아웃은 꺼지라는 협박일까요, 도망가라는 경고일까요?

 

영화는 후반부에서 반전을 준비합니다. 단순한 인종차별 정서에 기댄 호러영화가 아닙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우화입니다. 흑인의 육체를 백인의 정신으로 조종하려는 시도가 섬뜩하게 그려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공포에 깊이 감정이입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조종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학창 시절, 저는 이과생의 몸 안에 갇힌 문과생이었어요. 아버지는 저를 의사로 만들려고 무던 애를 쓰셨어요.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세뇌가 정말 무섭습니다. 결국 의대를 피해 공대를 갔지만, 20대 시절 내내 불행했어요. 지난 30년간 저의 삶은, 아버지가 덧씌운 공대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탈출이었어요. 지독하게 영어를 공부한 것도 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에 얼마나 크게 공감되던지, 심지어 외모까지.... 쿨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는 외부 세력에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입니다. 촛불 혁명이란,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1970년대 군부 독재 시대로 회귀하려는 세력에게 저항한 일입니다. 블랙리스트로 재갈을 물리려는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내 사상을 검열 당하지는 않겠다!” 국정교과서로 아이들의 역사관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당신들에게 나의 역사관을 검열 당하지 않겠다!”고 일어난 것입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빼앗으려는 시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인류 역사의 흐름입니다. 노예제와 봉건제가 사라진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 말기인 올해 초, 고영주 이사장이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새 사장을 뽑았습니다. 고영주 씨는 부림 사건의 공안 검사였습니다. 영화 <변호인>에 소재가 된 그 사건이요.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9,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했는데요. 당시 수사 검사가 고영주였고요. 당시 변호사가 훗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변호사였지요.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김장겸 사장은 지난 수년간 MBC 보도국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치면서 MBC 뉴스의 몰락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지난 5MBC 뉴스가 망가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군부 독재 시절에 활약했을 법한 공안 검사와 정치 기자가 만나 유신 시대의 망령을 21세기 미디어에 주입하고 있으니까요. 21세기 민주화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의 머릿속에 군부 독재의 망령을 심는 것, 이것이 김장겸 체제의 목적입니다. <겟 아웃>의 주인공이 겪은 공포 영화 속 장면은 MBC 직원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입니다.

 

MBC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은, 김장겸 사장의 퇴진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외칩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겟 아웃!’

 

 

 

(독자님, 영화 리뷰인 줄 알았다가, 당황하셨어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요즘 제게는 MBC 정상화가 최고의 과제입니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서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고 싶습니다. 더 늙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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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서 저는 영화평론가 김봉석 님을 열심히 팔로우합니다. 김봉석 님 추천으로 본 영화는 실패한 적이 없거든요. <내 안의 음란마귀> 때부터 느꼈지만, 저랑 코드가 참 잘 맞아요. ^^

얼마전 김봉석님이 페북에 푸념글을 올렸어요. '아무리 먹고 사느라 바빠도 그렇지, 아직 가오갤2도 못 보다니... 이건 아닌 것 같다...' 저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이하 가오갤 2)를 볼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는 걸 보고, 달려갔어요.

 

와우, <가오갤2> 대박입니다. 정말 재미있네요. 영화 도입부부터 입이 쩍 벌어집니다. 타이틀 씬이 압권이에요. 계속 "우와! 우와아!" 탄성을 지르면서 봤어요. 베이비 그루트의 매력에 폭 빠져버립니다. 감독의 연출력이 장난이 아니군요.

저는 마블 영화를 좋아해서 개봉하면 무조건 극장으로 달려갑니다. 현존 크리에이터 집단 중 마블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팬의 입장에서는 대박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망작이 없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에이 이건 아니잖아?'라고 실망하면 신뢰도가 떨어지니까요. 그런데 마블의 영화는 그런 적이 거의 없어요. 심지어 대놓고 저예산 B급 영화라고 만든 '데드 풀'조차 최고였으니까요. 버리는 카드가 없다, 최고의 승부사 아닌가요?

솔직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1탄이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헐크나 스파이더맨처럼 낯익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찌질한 루저들만 모은 것 같으니... 초능력 하나 없는 도둑, 무식하게 힘만 센 외계인, 암살전문가 녹색 여자 외계인, 작전 참모는 너구리 (별명이 아니라 진짜 너구리), 말하는 나무 (어휘력이 무척 짧은...^^). 이런 구성으로 슈퍼 특공대를 만든다는 게 말이 돼? 그랬어요. '하긴 어떻게 매번 어벤저스 같은 작품만 만들겠어. 때로는 쉬어가는 코너도 있어야지. 이런 작품으로 팬들의 기대치를 낮춰두려는 거지?' 했어요.

그런데 2탄을 극장에서 보니,  갑자기 1탄을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IPTV 서비스 덕에 보고싶은 영화가 있으면 1탄부터 다시 역주행/정주행하는 재미가 있어요. 1200원에 영화 한 편을 보다니! 옛날 비디오에 비하면 화질이나 음질은 훨씬 뛰어나고, DVD보다 가격은 저렴하고, 심지어 거실에 앉아 바로 찾아서 볼 수 있는! 아, 정말 영화광들이 복받은 세상이에요.

영화광으로서 제게는, 신이 주신 재능이 하나 있어요. 바로 망각의 능력입니다. 머리가 나쁜 탓에 한번 본 영화도 내용이 기억 나지 않아요. 분명 2년 전 극장에서 봤는데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진하게 봤어요. 2편을 보고, 1편을 다시 보니, 영화 줄거리가 쫙 한번에 이어지면서 전율이 오네요. '어떻게 저런 평범한 지구인 도둑이 우주의 수호신이라는 거지?' 싶었는데요, 2탄을 보면 이해가 됩니다. '아, 그렇구나...'

무엇보다, '아무리 힘들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춤을 추어라'라고 말하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위기 관리 매뉴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듭니다. 자전거 타고 먼길 갈 때 항상 휴대폰의 '자주 재생하는 음악' 목록을 트는데요. 네, 힘들수록 즐거움의 힘으로 버팁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아직 못 보신 분들은 주말에 극장에 달려가 2탄부터 보시어요. 앞으로도 <가오갤> 시리즈는 이어질텐데요. 이걸 안 보면, 살아가면서 큰 재미 하나 놓치는 겁니다. 심지어 마블의 차기 대작, 어벤저스에 합류한다는 소식도 있네요.

http://www.superherohype.com/news/380475-avengers-guardians-of-the-galaxy.-crossover#/slide/1

 

 

ps.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에이리언 : 커버넌트>.... ㅠㅠ

<에이리언 : 커버넌트>를 극장에서 본 후, 집에 와서 옛날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볼까 생각중이에요. 가오갤2와는 반대의 의미로... 에이리언은 역시 1,2,3,4탄까지가 최고였어요. 매번 다른 감독이 자신만의 색깔을 덧입혀 만든 독특한 프랜차이즈.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랑 커버넌트는 잘 느낌이 안 오네요. (개인적인 평가입니다.) 물론 이 시리즈의 팬이라면 봐야겠지요. 하지만 데이트 무비로는 위험한 선택인듯... 너무 잔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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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건'과 '콩:스컬 아일랜드'를 봤습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울버린은 개인적으로 엑스맨 중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저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좋아하지요. 매번 엑스맨 영화가 나올 때마다 주연으로 나오거나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에서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유일한 사람) 주연이 아니라도 결정적 순간에 인상적인 등장을 선보입니다. (퍼스트 클래스에서 나오듯이)

울버린의 초능력이 손에서 튀어나오는 칼날이라고 생각하는 이도 있는데요. 울버린의 능력은 세포재생입니다. 아무리 큰 상처를 입어도 바로 치유됩니다. 불로불사의 몸, 그게 울버린의 초능력이지요. 군부대에서 그를 살상 무기로 만들기 위해 팔에 아다만티움 칼날을 심습니다. 싸울 때 칼날이 손등을 뚫고 튀어나오는데요. 보통 사람이라면 칼이 손을 뚫고 나오면 칼을 몇번 휘두르기도 전에 과다출혈로 죽을 겁니다. 울버린은 상처가 바로 아물기에 문제가 없는 거지요.

칼날이 튀어나올 때마다 울버린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괴성을 지릅니다. 분노에 찬 포효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고통으로 인한 울부짖음입니다. 몸 속의 칼이 손등을 찢고 나온다는 건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이전에 나온 엑스맨 영화들이 울버린의 전투 능력만 부각시켰다면, 이번 영화는 자신의 살을 먼저 찢지 않고는 싸울 수 없는 인간 병기의 슬픔을 그립니다. 이번 영화가 그래서 저는 특히 좋았어요.

'자신이 먼저 상처받지 않고, 세상과 싸우는 법은 없다.' 어쩌면 그게 로건이 주는 깨달음일지도 모르겠어요.

 

 

영화 순위를 보니 '콩 : 스컬 아일랜드'가 1위, '로건'이 2위더군요. '로건'보다 '콩'이 더 재미있다고? 궁금한 마음에 달려가 봤습니다. '콩'도 재미있네요. 헐리웃 괴수 액션 영화, 자칫 구태의연할 수 있지만, 스토리를 상당히 잘 짰어요. 액션 설계도 좋구요.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도 좋네요. 흔히 괴수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마치 호러물의 희생자처럼, 그냥 하나하나 죽어가는 것 말고는 역할이 없는데요. '그래서 저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 킹콩에게 당할까?' 이 영화는 나름 예상을 빗나가는 맛도, 또 전형성을 유지하는 맛도 있습니다. 

워너 브러더스가 괴수물로 시리즈를 만든답니다. 킹 콩과 고질라 등이 총출동하는 괴수판 어벤저스. '콩 : 스컬 아일랜드'는 그 첫 작품이에요. '마블'의 영화 중, '캡틴 아메리카' 1탄 '퍼스트 어벤저'가 가장 재미가 덜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퍼스트 어벤저도 저는 극장에서 봤어요. 그걸 봐야 어벤저스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거든요. '캡틴 아메리카'의 탄생편을 보고, '윈터 솔져'를 이어서 보니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어요. 앞의 두 영화를 보지 않으면, '캡틴 아메리카랑 아이언맨은 같은 편인데 도대체 왜 싸우는 거야? 할 수도 있지요. 괴수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콩'도 놓치지 마세요. 앞으로 나올 워너 브러더스 괴수 시리즈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작품이니까요. '엑스맨'을 좋아하신다면, 절대 '로건'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요. 팬이라면 끝까지 충성이잖아요? 

데이트 영화로는 단연 '로건'을 추천합니다. '콩'은 그냥 남자 취향인듯... 그래도 괴수물은 영화 스크린으로 봐야 하는 것 같아요. 압도적인 크기를 즐기려면. '콩'을 스마트폰으로 보면 맛이 덜할 것 같네요...

둘 다 재미있지만, 저는 일단 '로건'에 한 표를 던집니다. '로건'을 먼저 보신 후, 시간이 되면 '콩'도 보시길. 단 후자는 취향을 탑니다. '로건'은 누구에게라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어요.

 

'상처받지 않고 싸우는 법은 없다.' 가슴에 새깁니다.

 

 

 

(아래 영상의 예고편은, 영화를 보신 후 보셔도 좋아요. 저는 예고편을 보지 않고 봤는데, 그 편이 더 좋았습니다. 영화를 이미 보신 분들을 위해 올린 서비스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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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로그원'을 보았어요. '스타 워즈' 시리즈는 미국 시장에서 항상 흥행 돌풍을 일으키지만 한국에서는 그만한 힘을 못 받아요. 1980년대 나온 오리지널 3부작 (에피소드 4~6)을 어려서 본 제게 스타워즈는 헐리웃 영화의 최고봉이었어요. 지금도 저는 극장에서 메인 타이틀 음악만 흘러나와도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지금 2,30대가 어린 시절에 보고 자란 '스타 워즈' 프리퀄(에피소드 1~3)은 그만한 감동을 주지 못했어요. CG로 도배한 또 하나의 헐리웃 액션 블록버스터에 불과하지요. 역시 사람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 영향을 많이 받아요.

개인에게 추억이 있다면, 국민에게는 역사라는 집단의 과거가 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이나 신라 고구려 백제의 삼국지 등, 역사 속 풍부한 인물과 사건을 공유하고 있기에, 한국의 사극은 몰입이 가능합니다. 역사적 인물은 딱 보면 알거든요. 하지만 미국은 역사가 짧아서 그런 역사적 서사가 없습니다. 서사의 부족을 메워준 게 조지 루카스가 만든 '스타 워즈'에요.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연합군. 마치 영국 제국주의를 끝내려고 식민지에서 독립 혁명을 시작한 선조들의 이야기 같지 않나요? 에피소드 4의 제목도 'The New Hope'였어요. 식민지에서 꿈꾼 새로운 희망. 결국 '스타워즈'는 미국의 SF판 건국 신화입니다.

그 건국신화에도 이야기 상의 허점이 하나 있습니다. 77년에 나온 스타워즈 1탄 (에피소드 4)을 보면 엔딩이 좀 허술해요. 우주를 지배하는 제국군이 반란군을 일거에 격퇴할 궁극의 무기 (데스 스타)를 만드는데 하필 그 무기에 약점이 있다? 전투기가 쏜 미사일 한 방에 그 위성병기가 어이없도록 박살이 난다? 아무리 헐리웃 엔딩이라지만 너무 쉽게 끝나잖아? 그 영화를 보고 자란 덕후들이 이제 영화계에 입성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더합니다. '그게요, 실은 그 뒤에 이런 스토리가 있는 거거든요?' 이정도라면, 역대급 쉴드군요. 역시 덕 중에 덕은 양덕이라고...

 

영화 초반은 좀 지루해요. 저는 약간 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부의 액션이 죽이네요. 제가 좋아하는 견자단의 액션도 좋구요. 엔딩에 나오는 오리지널 시리즈의 인물들, 특히 다스 베이더의 등장은..... 음... 끝장입니다.  

 

'로그 원'. rogue는 악당, 불량을 뜻합니다.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반란을 일으키는 세력. rogue one은 반란의 시작, 그 첫번째를 뜻합니다.

반란은 어떻게 시작될까요? 희망에서 시작됩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는 희망. 희망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팬보이즈'라는 영화가 있어요. 1980년대 고교 시절을 스타워즈 4,5,6편과 함께 보낸 세 남자, 나이들어서도 철없는 스타워즈 덕후로 삽니다. 어느날 조지 루카스가 새로운 스타워즈 시리즈를 만든다는 소식을 내놓는데요. 한 친구가 시한부 판정을 받습니다. 에피소드 1 개봉때까지 살기 힘들 수도 있다는 진단에 친구들을 찾아갑니다. '나, 에피소드 1은 꼭 보고 죽고 싶다.' 3명의 덕후는 조지 루카스가 촬영본을 편집하고 있다는 스카이워커 랜치로 길을 떠납니다. 어떻게든 편집본을 훔쳐보겠다는 일념으로...  

 

 

팬으로 살면서 좋은 건 이런 겁니다. 내가 좋아하는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를 볼 수 있다는 것. 앞으로도 새로운 시리즈의 외전이 계속 만들어진답니다. 질기게 버티며 살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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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진로 특강을 가면, 독서의 미덕을 칭송합니다. 낯선 직업의 세계를 탐색하는데 있어 책만한 도구도 없거든요. 어떤 분야든 그 분야에 대해 책을 쓴 전문가가 있습니다. 독서 특강을 마치면 아이들이 질문을 합니다. "피디님, 책 한 권 추천해주세요." 그럼 저는 항상 그 순간 제가 읽고 있는 책 중, 가장 재미난 책을 추천합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을 말입니다.

며칠 전, 아내가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와서는, 올해 최고의 영화로 손꼽더군요. 저도 달려가 보았습니다.

평생을 목수로 성실하게 살아온 다니엘, 어느날 심장질환이 생겨 당분간 일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실업 급여를 타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가지만, 불합리한 행정 절차 때문에 좌절하는데요. 실업수당도, 급여도, 복지수당도 끊긴 상황에서 그는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가난한 시민으로 산다는 일이 쉽지는 않지요. 

영화를 보면서, '노후 파산' '2020 하류노인이 온다' 등의 책에서 묘사된 일본의 노인들과 처지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도 그렇고, 영국도 그렇고, 잘 사는 부자 나라에 사는 가난한 노인 문제가 심각하군요.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사회적 이슈를 담은 영화를 줄곧 만들어온 팔순의 노장 켄 로치 감독은 이 영화로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성탄절 연휴에 이 영화를 보러 극장에 달려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1. 씨네21이 뽑은 2016 올해의 외국영화 베스트 5에 꼽힌 작품입니다.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5974

자객 섭은낭, 캐롤, 설리, 나 다니엘 블레이크, 다가오는 것들.

2. 베스트 5 중에 지금 현재 극장 개봉 중인 영화는 이것 뿐입니다.

3. 팔순이라는 감독의 나이를 생각하면, 이 거장의 영화를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TV나 PC 모니터로보면 좀 심심할 수 있어요. 잔 기교나 깜짝 반전은 없지만 삶을 바라보는 거장의 시선이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나 책을 추천할 때, 저는 항상 동시대성을 중시합니다. 그 순간, 제 손에 들려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요, 그 순간 극장에 달려가 볼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좋은 영화라고요. 연애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60억 인구 중 가장 소중한 사람입니다.

앞으로, 기본소득의 도입을 논의해야 할 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직업이 있거나 없거나, 돈이 많거나 적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몸이 아프거나 말거나,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야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입니다. 꼭 극장에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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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드디어 어제, 영화 자백이 개봉했습니다. 저는 MBC 노동조합 상영회에서 영화를 먼저 보았어요. 스릴러라면 스릴러고, 호러라면 호러인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 시대, 꼭 봐야할 영화입니다.

 

영화는 국정원의 탈북자 간첩 조작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탈북자가 누군가요? 북한의 김정은 독재 정권이 싫어서 탈출한 사람들입니다. 공산독재가 싫어서, 민주주의를 찾아 자유 대한민국을 찾아온 이들을 잡아 고문하고 간첩으로 조작하면, 누가 제일 좋아할까요? 북한 김정은 정권이 제일 좋아합니다. “저것 봐라, 남조선으로 도망간 에미나이들, 다들 감방에서 썩고 있지 않네?” 정말이지, 국정원 내부에서 누군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런 작업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섬뜩한 생각이 듭니다. 애국이란 이름으로 이적 행위를 하는 이들이 있어요.

요즘 대통령께서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걱정을 참 많이 하십니다.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북한 주민들이 대거 탈북하여 김정은 체제의 붕괴를 앞당기자는 얘기도 하시고요. 동기부여를 해주시려면 우선 국정원 탈북자 간첩 조작부터 좀 막아주셔야 할 듯 합니다. 기왕 인권 문제를 얘기하는 김에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진상을 가려 책임자를 엄벌해주시면 더 좋겠구요. (아, 참 그때 공안 검사가 청와대 비서실장이었지...)

  

이기호의 소설, 차남들의 세계사를 보면 군부 독재 시절, 안기부가 간첩을 조작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7,80년대엔 6.25 전쟁 중 아버지가 이북에 끌려간 불쌍한 고아들이 많았어요. 그들을 붙잡아 고문을 합니다. “너희 아버지가 북에서 내려와서 너에게 지령을 주고 갔지?” “저는 태어나서 아버지를 한 번도 못 봤는데요.” 왜 불쌍한 고아를 붙잡아 간첩으로 조작할까요? 몇 달씩 사라져도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우리 시대, 가장 외롭고 불쌍한 사람들이 간첩 조작의 희생양이 됩니다.

 

이제 간첩으로 몰 수 있는 전쟁고아는 없어요. 다들 노인이 되었지요. 국정원에서 새로운 간첩의 소스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탈북자예요. 가둬놓고 몇 달을 신문해도 아무도 찾지 않을 사람들. 재일교포 간첩단도 그렇고, 국정원의 방식은 늘 똑같습니다. 힘없고 연고 없는 사람들을 간첩으로 만듭니다.

최승호 선배가 해고되지만 않았다면, ‘자백MBC PD 수첩의 타이틀을 달고 방송이 나갔겠지요. 공중파에서는 시청률이 10%만 넘어도 수백만 명이 봅니다. 이제 최승호 선배는 해고되었고, ‘자백뉴스타파에서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극장에서 수백만 명의 관객을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언론을 장악한 이들에게 공중파가 아니어도 진실을 알릴 수단이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주기를 희망합니다.

자백에 대해 예전에 쓴 글을, 영화 개봉을 맞아 다시 올립니다.

2016/07/13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곡성'은 '자백'의 예고편이다

 

영화 자백100만 관객을 응원합니다.

 

#그런데 최순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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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지난번 약속드린 대로 '부산행' 천만 관객 돌파 기념 리뷰입니다.

(스포일러는 자제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오랜 팬으로서, 영화 '부산행'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영화에 대해 아쉬워하는 분은 두가지를 지적합니다.

1. 왜 항상 남자가 여자를 구하느냐. 스테레오타입이다.

2. 왜 한국식 신파로 끝을 내느냐. 엔딩이 오글거린다.

 

제가 사랑하게 된 이 영화를 위해, 오늘 쉴드를 한번 쳐볼까 합니다. ^^

 

1. 왜 여자는 늘 구원의 대상인가.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가 마동석인데, 워낙 걸출한 마초 캐릭터지요. 좀비와 싸우는 마동석의 육체가 주는 어떤 쾌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정유미는 왠지 목숨 걸고 구하고 싶은 이미지가 있고요. 이건 뭐 좀비 영화의 공식을 따라가려면, 피할 수 없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공유와 그 아이의 관계지요. 하필 아버지(남자)가 딸(여자)를 구하니까요.

 

원래 극중 공유의 아이는 아들이었답니다. 저는 영화 중반까지도 아들인줄 알았어요. '쟤는 남자아이가 왜 치마를 입고 다니지?'하다가 '아, 딸이었구나...'했습니다.

(저는 공대를 나왔는데, 학교에 털털한 차림에 꼭 남자처럼 하고 다니는 여자애가 하나 있었어요. 노교수님 한분이 계속 갸우뚱 하면서 그 친구를 보시더니, 학기 말에 그러시더군요.

"난 말이야. 자네가 여학생인줄 알았다네."

네, 여학생한테 말이지요. ^^)

 

극중 이혼한 펀드매니저 공유는 바쁜 와중에 아들의 양육까지 떠맡습니다. 딸이라면 이혼한 부인이 아이를 데려갔을 것 같아요. 아들을 사내답게 키우겠다는 욕심에 공유가 아들을 서울에 붙들고 있구나,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원래 극본상 아들이었는데, 오디션을 보다 김수안에게 꽂힌 거예요. 김수안의 연기가 워낙 뛰어나서 누구라도 욕심이 났을 거예요. 그래서 아이의 성별을 바꿉니다. (저는 소품팀이 촬영 현장에서 당황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뭐야, 아들 생일선물이라고 게임기를 준비해왔는데, 딸로 바뀌었네? 이런... 왜 아무도 얘기를 안 해준거야?') 그때문에 아빠(남성)가 딸(여성)을 구하는 전형적인 구도가 되어버린 거죠. 옆에서 마초 마동석까지 날뛰니, 더욱 그런 인상이 짙어지겠지요.

원래 대본대로 남자아이로 갔으면, 그런 비난이 줄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2. 엔딩이 뻔한 신파인가.

 

네, 이 대목에서는 저의 죄를 고백하고 참회하렵니다. 저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냥 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목 놓아 울 뻔 했어요.

아이가 터널을 걸어갑니다. 캄캄한 이 어둠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몰라요. 좀비가 있을지, 총을 든 군인이 있을지, 엄마가 기다리는 안전지대가 있을지. 그래도 일단 나는 걸어야합니다. 그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지난 5년간 저는 터널 속을 헤매는 것 같았어요. 이 터널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아니, 어쩌면 이제 터널이 나의 삶의 공간이고, 터널 속을 헤매는 게 원래 내 인생이었던 것 같아요. ^^

 

터널 속을 걸어갈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를 좀비가 아니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네, 아이가 한 그 행동, 을 저도 하려고 합니다.

 

 

극중 좀비들은 모두 화가 많이 난 사람처럼 보여요. 분노에 휩싸이면 이성적 판단은 멀어지지요. 화가 날수록, 우리는 즐겨야합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그런 행위를 해야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웃고, 떠들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며, 그렇게 살아야지요.

터널을 헤매는 순간에도...

 

영화 '부산행'은 분노 유발자들 사이에서, 분노를 터뜨리며 사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엔딩에 감춰두고 있어요.

 

아무리 화가 나도, 우리 좀비처럼은 살지 말아요.   

인생을, 인간답게 즐기면서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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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스포일러가 거의 없는 '부산행' 리뷰입니다. 천만 관객을 넘기면 (제가 보기엔 거의 확실!) 이 영화의 의미에 대해 한번 더 쓸게요. 오늘은 거의 청정 리뷰에요. ^^)

 

예전에 '느낌표'의 '찰칵찰칵'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연출한 적이 있습니다. 카메라에 포착된 미담의 주인공을 만나 칭찬하고 황금메달을 전달하는 코너였어요. 하루는 부산에서 제보가 와서 MC 이경규 씨에게 물었어요.

"당일 출장으로 부산 한번 가시는 거 어때요?"

"뭐 타고?"

"KTX요."

기겁을 하시더군요.

"난 부산행 KTX는 절대 안 타!"

예전에 촬영을 마치고 KTX를 탔는데, 지나가는 중학생 하나가 "어, 이경규다!" 하더랍니다. 와서 사진 찍자고, 사인 해달라고. 해주고 보냈는데, 갑자기 애들이 수십명이 들이닥치는 거예요. 알고보니 앞 칸에 수학여행가는 중학생 단체가...  "아저씨, 싸인이요!" "저랑은 악수해주세요!" "사진 찍어요!" "복수혈전처럼 '아비요!', 한번 해주세요!"

경규 형 얘기, "야, 하필 그 열차가 무정차 부산행 KTX라 중간에 도망갈 수도 없더라고!"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영화를 보면서 경규형 얘기가 생각나 혼자 실실 웃었어요. 떼거지로 몰려드는 좀비의 모습 위로, 중학생 남자 아이들의 아우성이 겹쳐지는 듯해서... ^^

 

연상호 감독의 독립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을 극장에서 보고 '2011년 최고의 영화'라고 엄지를 척 세운 적이 있습니다.

2011/11/07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왕따가 세상에 맞서는 법

 

 

신인 감독이 실사 장편 영화로 데뷔하려면, 먼저 제작사의 예산을 따내야하고, 얼굴이 알려진 배우를 잡아야합니다. 그런데 연상호 감독은 독립 애니메이션이라는 선택을 통해 두 가지 난관을 쓰윽 그냥 통과하더군요. 성인을 위한 독립 애니메이션이라니, 정말... 와우... 

'부산행' 영화를 보면서 저는 3번 정도, '음, 이제 엔딩이구먼...'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열차는 멈추지 않고 그 지점을 그냥 쓰윽 통과해버리더군요. 세 번 모두, 블랙 페이드아웃하고 자막을 흘려도 무난한 지점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때 느꼈어요. '감독이 제대로 보여주려고 작정했구나.'

'동대구역 장면은 원래 극본 상에는 없었다. 영화를 찍다가 즉흥적으로 떠올린 장면이다.' 라는 연상호 감독의 인터뷰를 읽고 무릎을 쳤어요. "역시 그랬구나!" 현장에서 떠올린 콘티로 그렇게 엄청난 장면(아, 진짜... 스포일러 없이 글을 쓰자니, 묘사를 못하겠네요... 이해해주세요. ^^)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게 참...

 

며칠 전 CNN 뉴스를 보던 아내가 저를 불렀어요. "어머 저 사람이 아직도 방송을 하네?" 봤더니 90년대 60Minutes을 하던 기자가 화면에 나오더라고요. CNN을 보면 2,30년씩 된 사람들이 아직도 나와요. 그들이 방송 뉴스의 포맷을 만든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나이 60이 넘도록 계속 하시면...

최근 몇 년 한국 영화계를 보면서 했던 생각. 90년대 한국 영화의 부흥기를 이끄는 감독들이 너무 오래 가는 게 아닌가. 유명 감독들의 반복되는 자기 복제, 이야기는 새롭지 않은데 자극만 더 강해지고, 부족한 내러티브를 물량공세로 채우고... 영화팬으로서 아쉬웠어요.

 

젊은 세대가 보기에 세상은 '부산행' KTX 열차입니다.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달려갑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도 모르겠어요. 곧 멈출 것 같은데 일단은 계속 달립니다. 운좋게 먼저 탄 사람들이 자리를 독차지하고 있어요. 브렉시트를 보는 영국의 젊은이들이, 트럼프의 질주를 보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공포도 비슷하겠지요. 마치 좀비처럼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들(더 정확하게는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날로 늘어나는 이 곳, 여기가 바로 '부산행' 열차가 아닌가...

 

실사 장편 대작 영화는 그동안 유명감독들만의, 그들만의 리그였어요. 그 견고한 장벽을 '좀비가 가득한 KTX 열차'로 뚫고 나가는 연상호 감독. 아, 멋지네요. 역시, 유명 감독의 태작을 보는 것보다, 신인 감독의 괴작을 보는 편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아, 여기까지인가 보다...' 하고 스스로 엔딩이라 생각하는 장면이 몇 개 나와요. 그때 그냥 무심한 척, 그 눈앞의 바리케이드를 뚫고 그냥 통과해버리는... 그런 삶을 응원합니다.

 

2011/11/07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왕따가 세상에 맞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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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 이 글에는 영화 곡성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먼저 영화 곡성의 줄거리. 종구(곽도원 분)가 경찰로 근무하는 마을에서 친족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배후에 산에서 혼자 사는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이 관련되어 있다는 이야기에 종구는 그를 찾아가 마을을 떠나라고 협박한다. 살인을 저지른 이들의 몸에서 두드러기가 발견되는데, 어느 날 종구 딸의 몸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딸이 이웃집 노파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등, 조금씩 미쳐가자 딸을 구하기 위해 종구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한다. 무당(황정민 분)은 이게 다 종구가 외지인을 건드린 탓이라고 말한다. 종구는 마을 친구들을 모아 일본인이 사는 산으로 쳐들어가는데 그곳에 행방불명된 춘배가 좀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다. 종구가 집에 돌아오니 집안에 피가 난자하고, 딸 혼자 피투성이가 되어 남아있다. 딸을 안은 종구가 속삭인다.

걱정 마, 아빠가 정리해줄게. 아빠, 경찰이야.”

 

, 여기서 질문. 이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누구인가? 정신 착란으로 사람을 죽이는 마을 사람? 정체를 알 수 없는 외지인? 함부로 살을 날리는 무당? 귀신인지 미친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여자? 공포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항상 엔딩에 등장한다. 모두가 죽고 나서 혼자 살아남는 그 사람. 영화 곡성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주인공인 경찰 종구다.

종구가 무서운 이유.

첫째, 경찰인 그는 무척이나 무능하다. 사건 현장에 가서 혼자 자빠지고 사람에게 물리고 소장에게 핀잔을 받기 일쑤다. 정전이 되어 파출소를 찾아온 여인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난리를 친다. 그 바람에 도움을 청하러 온 여자는 그냥 사라진다. 심지어 밤에 자다가도 가위에 눌린다. 이렇게 한심한 인물이 마을과 가족을 지키는 경찰이라는 게 정말 무서웠다.

, 종구는 공권력을 사적으로 동원한다. 딸을 지키려는 마음에 친구들을 선동해서 곡괭이와 삽을 들고 외지인을 잡으러 간다. 죽다 겨우 살아난 춘배를 만나 집단 린치를 가하는 대목은 민간인 학살 장면을 연상시킨다.

, 종구는 타자에 대한 악의적 선동에 취약하다. ‘저 놈만 사라지면 마을에 평화가 올 것이다!’ 이런 선동에 넘어가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 그의 모습에서 유태인 학살을 주도한 나치나, 코란을 암송시킨 후 칼부림을 자행하는 IS 전투원의 모습이 겹쳐진다.

 

영화 곡성의 종구를 보고 영화 자백에 나오는 국정원을 떠올렸다.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는 국정원에서 저질러온 간첩 조작 실태를 파헤쳤다. ‘자백의 국정원은 곡성에 나오는 무당과 범인과 경찰의 1인 다역을 수행한다. ‘저 자가 간첩이다! 종북좌파 잡아라!’하고 굿을 하고, 외로운 타자인 탈북자를 공권력의 이름으로 사냥하고, 고문과 회유를 통해 선량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다. 2012년 대선에서 댓글 공작을 벌인 국정원 직원의 아이디가 좌익효수라는 점은 의미심장한 공포를 안겨준다. 댓글 공작으로 수세에 몰린 국정원이 탈북자 간첩 조작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장면은, 종구의 마지막 대사를 떠올리게 한다.

걱정 마. 내가 다 정리할게, 나 국정원이잖아.”

 

영화 곡성이 무섭다한들 자백에는 못 당하리라 생각한다. ‘곡성자백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에이 아무렴, ‘곡성이 무슨 자백의 예고편이야. ‘자백을 홍보하기 위한 무리수가 좀 지나치구먼.” 하실 분도 있겠다.

제목에 현혹되지 마시라. ‘곡성은 실제 있는 지명이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다 감독이 그려낸 허구다. ‘자백은 허구의 간첩을 만들어내는 이야기지만,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허구와 현실 중, “무엇이 더 중헌디, 무엇이 더 중허냐고!”

 

(뉴스타파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영화 '자백'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은 아래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https://storyfunding.daum.net/project/6278

(댓글로 제보해주신 첨밀밀 88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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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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