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인재가 갖추어야할 3가지 덕목은 창의성, 역량, 협업정신인데, 이들은 피디 시험을 볼 때 면접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품성이다. 학교에서는 이 세가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특히 우리네 학교의 문제점은 세번째 협업 정신을 기르기에 전혀 부적절한 교육 환경을 조성한다는 데 있다. 이범 선생이 강의에서 이야기하듯 상대평가를 하는 교육 시스템에서는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학급 친구들과 협동하기보다는 경쟁으로 상대를 딛고 올라서야 한다. 협업 정신을 배우기에 취약한 구조인데, 이는 PD 시험을 볼 때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MBC 공채 시험의 마지막 진검 승부는 합숙 평가다. 1박2일 동안 의정부에 있는 연수원에서 숙식을 함께 하며 평가를 받는다. 서류, 필기, 실무 면접까지 뚫고 올라온 쟁쟁한 실력자들이 모여 1박2일간 피튀는 서바이벌 경쟁을 벌인다. 임원진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최종면접에 3배수를 올리지만, 임원들은 보통 합숙 평가의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가장 치열하고 가장 중요한 전형이 합숙 평가다. 

 

합숙 평가가 가장 어려운 점은 팀별로 협력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야 한다는 데 있다. 8명을 한 팀으로 묶어 특정 시간대에 맞는 방송 기획안을 회의를 통해 도출하라는 과제가 주어진다. 자, 이제 머리 터진다. 입사 전형이니까, 8명 중에서 가능하면 나의 아이디어가 선정되어야 나의 역량이 돋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낸 아이디어만 티나게 고집할 경우, 감점 대상이 될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추천한다. 이때 다른 사람에게 표를 던질 때 어떻게 해야할까? 아마 가장 뛰어난 경쟁자보다는 좀 못한 사람을 밀고 싶다는 유혹이 들 것이다. 누군가 압도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는다면 혼자 합격하고 나는 떨어질 공산이 커지니까. 심사위원이 보기에 추천이 분산되는 쪽이 경쟁에서는 더 안전한 플레이다. 

 

자,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생각한다면, 그 팀은 하나의 아이디어로 결론을 도출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정이 심사위원의 눈에 띈다면 그 팀은 전원 탈락하기 쉽다. 최종 합격한 사람들을 보면, 각 팀에서 한 명씩 고르게 뽑힌 게 아니다. 어떤 팀은 복수의 합격자를 내고, 전원 탈락하는 팀도 나온다. 이건 왜 그럴까? 팀으로서 단체 성적이 개인 성적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슬램덩크'의 한 장면이 있다. 슬램덩크의 최고 천재가 누구인가? 강백호? 아니다. 서태웅이다. 강백호라고 대답한다면, 서태웅이 화 낼 것이다. 그럼 서태웅의 라이벌은? 역시 강백호라고 대답하면 서태웅은 화 낸다. 감히 백호 따위가 어찌 천재 에이스 서태웅에게! 서태웅이 인정하는 라이벌은 윤대협이다. 어느날 서태웅이 윤대협을 찾아간다.

 

 

서태웅은 윤대협에게 승부를 제안하고, 둘은 미친듯이 1대1 승부를 펼친다. 그러면서 서태웅이 묻는다. 

"너랑 나랑 전국에서 1,2위를 다투는 선수이니, 오늘 1대1 승부에서 이긴 사람이 전국 최고의 선수가 되는 걸로 인정해주자."

그랬더니 윤대협은 이렇게 말한다.

 

 

 

"1대1도 공격 기술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동안엔 네게 지지 않아."

 

농구는 다섯 명이서 하는 경기다. 남은 네 명의 팀 동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승부를 가른다. 그걸 깨닫지 못하고 무조건 독불 장군 식으로만 플레이한다면, 절대 최고의 농구 선수가 될 수 없다. 

 

팀별 과제에서 중요한 것은 절대 내가 팀 내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내는 것이 아니다. 팀 전체가 협동을 통해서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나는 협업의 중요성을 통역대학원에서 배웠다. 통대내에서도 경쟁은 치열하다. 재학생 40명 중 통역사로 졸업하는 사람은 5명 안팎이다. 그러기에 스터디를 열심히 해야하는데 이때 관건은 파트너 선정이다. 엄밀히 말하면 파트너도 나의 경쟁 상대다. 하지만 스터디를 하면서, 파트너와 경쟁을 하면 절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터디를 하면서 상대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아끼게 되고, 그런 태도가 소문나면 스터디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워 진다. 결국 스터디를 할 수 없어 실력을 향상 시킬 기회를 놓치게 된다. 경쟁에서 더 잘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우선시해야한다는 역설을 나는 통대에서 배웠다.

 

앞으로 다가올 30년, 지나온 30년보다 더 큰 변화가 인류 문명에 닥쳐올 것이다. 변화와 위기 앞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과거 인류가 생존한 비결과 같다. 협업을 통해 살아남는 것이다.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업이다. 세상 모든 일의 기본은 협업이다. 

 

p.s. 피디 시험을 준비한 적이 없던 내가 합숙 평가를 통과한 이유가 무엇일까?

난 기획안을 단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기획안을 만드는 팀 과제가 주어졌을 때 내가 선택한 전략은 단순했다. 내가 아이디어를 낼 수 없으니, 누군가 재미난 아이디어를 내면, "와, 그거 재밌겠다!"하고 반응했다. 남들이 낸 아이디어에 살을 붙여 보강할 수 있는 방안만 계속 고민했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없는데?' 나중에 시트콤 대본 회의를 하며 깨달았다. 피디는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작가들의 아이디어를 듣고 무엇이 재미있는지를 판단하는 사람이라는 걸.

 

피디는 아이디어를 놓고 작가와 경쟁하는 사람이 아니다. 협업하는 사람이다. 이걸 깨달으면 연출이 훨씬 쉬워진다. 협업과 경쟁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협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게 살아남는 길이다.

 

이범 선생의 강의 '우리아이를 미래형 인재로 키워라'를 듣고 

창의성, 역량, 협업 정신을 기르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연속 특강으로 꾸며봤다.  

정답은 없다. 끊임없이 고민할 뿐이다. 

 

이전 글이나 이범 선생 강연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링크로 연결해둔다.

그럼, 오늘 피디 스쿨은 여기까지~~~

 

2012/10/10 - [공짜 PD 스쿨] -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

 

2012/10/12 - [공짜 PD 스쿨] - 역량이란 머리 속 지식보다 몸에 밴 태도

 

2012/10/09 - [공짜 PD 스쿨] - 과거의 성공이 불러온 교육 시스템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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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기를 쓰고, 공중파에 입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MBC에 입사하고 가장 좋았던 점은, 내가 만들고 싶은 건 마음껏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1주일에 2~3억원을 줄테니, 그 예산의 범위 안에서 광고 팔릴만 한거 찍어와.'

 

미니 시리즈 드라마 한편 찍는데 제작비는 회당 1억 5천만원을 훌쩍 넘긴다. 자, 문제는 이렇게 제작비가 커지면 신인들에게 기회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 위험부담 역시 커지니까. 나 역시 마음의 부담이 커진다. 망하면 회사에 미치는 손해가 막대하니까. 부담이 커지면, 일하는 재미는 준다.

 

매스미디어 콘텐츠는 제작비가 많이 든다. 한국 상업 영화의 제작비가 높아지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흥행 공식에 맞는 영화들만 나온다. 그러다보니 요즘 한국 영화는 다양성이 떨어진다. 아예 블록버스터로 최대 다수의 취향을 공략하거나 로맨틱 코미디로 안전한 흥행 공식을 따르거나.

 

나는 문화 시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가 잘 팔린다고, 모든 사람이 로맨틱 코미디만 찍는 건, 로맨틱 코미디를 죽이는 길이다.

 

미국 블록버스터를 제작하는 감독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자 개성이 선명한 사람들이다. ‘스파이더맨을 연출한 샘 레이미 감독은 이블 데드라는 B급 공포 영화로 데뷔했다. ‘반지의 제왕피터 잭슨은 고무 인간의 최후라는 엽기적인 영화로 자신의 재기발랄함을 증명했고,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아바타의 흥행으로 최고의 감독이 된 제임스 카메론도 시작은 피라냐2라는 저예산 B급 영화였다.

 

저예산 B급 영화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헐리웃의 새로운 피가 되어 블록버스터 시대를 열었다. B급 영화 시장이 죽고, 새로운 감독 등용문이 된 것은? 바로 유튜브다. 유튜브에서 이름을 날린 단편 영화 감독들이 본격 상업영화 감독으로 성공적인 데뷔를 보여주는 것도 이미 자신의 취향을 유튜브를 통해 갈고 닦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디어 시장은 갈수록 세분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 최전선에는 유튜브가 있다. 유튜브는 공짜 미디어다. 제작비가 적게 든다. 진입장벽도 없다. 충무로 연출 보조가 아니라도, 외국 영화학교 유학이 아니라도,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영화를 만든다.

 

개성이 묻어나는 다양한 콘텐츠, 유튜브가 갈 길이고, 크리에이터가 살 길이다.

 

 

 

(유튜브 세대의 '아키라' - 크로니클)

 

(유튜브로 노는 세대, 대중 문화에 입성하다 - 크로니클)

 

 

(크로니클의 감독 '조쉬 트랭크'(방년 27세!)가 예전에 유튜브에 올려 화제가 된 단편 영상)

(1분 반짜리 영상 하나로 그는 헐리웃 장편 영화 연출의 기회를 얻었다.)

 

 

유튜브 영화 제작에 관련한 PD스쿨 이전 포스팅

 

2011/08/12 - [공짜 PD 스쿨] - 저예산 독립 SF 영화 제작기

 

2011/02/07 - [공짜 PD 스쿨] - 공짜로 영화감독이 되는 법

 

2012/01/21 - [공짜 PD 스쿨] - 동영상 기획에서 촬영까지

 

2012/01/23 - [공짜 PD 스쿨] - 동영상 편집에서 배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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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의 포스팅은 조국 교수를 만난 김태호 PD의 인터뷰로 대신합니다. 

김태호 PD가 제 조연출로 일할 때, 선배들이 "왜 편집을 네가 안하고 태호한테 맡기느냐?"고 잔소리해서, "조연출이 연출보다 더 뛰어날 때는 조연출에게 일을 맡기는 것도 연출입니다."라고 대답했죠.

오늘의 공짜 PD 스쿨 특강은, 그래서 저보다 더 뛰어난 선생님에게 맡깁니다.

PD는 가슴이 이끄는 대로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무한도전 결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김태호 PD에게 파업의 이유를 물었습니다.


“예능 피디들은 논리적으로 이게 이렇고, 저게 저렇고 하나하나 따지고 계산하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저도 그렇고요. 이성이나 논리에서는 상당히 약하죠. 대신 감성이나 가슴이 발달한 사람들이 많아요.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치밀한 계산이나 구성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하여 보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포인트 하나가 시청자들과 소통이 되면 그걸로 끌고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능 피디의 파업 참여도 가슴이 울었기 때문입니다.” -김태호 PD


사진을 클릭하면, 한겨레 기사 전문으로 이동합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2188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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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연봉자와 결혼하는 비법을 알려드리겠다. '슈퍼 괴짜 경제학'이라는 책에서 찾아낸 비법이다. '괴짜 경제학Freakonomics'을 읽지 않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일독을 권한다. 어려운 경제 이야기를 재미난 사회적 현상을 가져와 쉽게 풀어낸다. 경제학 서적인데 소설 마냥 흥미진진하다.

괴짜 경제학이 전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자, 후속편이 나왔다. 바로 '슈퍼 괴짜 경제학'이다.

미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직업군은 무엇일까? 프로 야구 선수, 로펌 변호사, 이런 특수한 직업 말고, 일반 회사원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이들은 투자 은행 딜러들과 금융 컨설턴트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미국의 탑 MBA 출신들이다.

MBA와 고액 연봉 사이의 상관관계는 분명히 성립한다. 미국 MBA는 2년 학비만 1억원이 훨씬 넘는다. 그렇게 많은 돈이 드는데도, MBA에 가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MBA 졸업장과 고액 연봉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그럼 MBA를 나온 여자는 어떨까? 그들 역시 고액 연봉자가 될까? MBA 여자 졸업생들의 10년 후 진로를 살펴보니, 의외로 많은 이들이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었다. 여성은 험난한 금융업계나 컨설팅 업계에서 살아남지 못한 탓일까? 비싼 학비 들여 경영대학원을 나온 이들이 집에서 애키우며 사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들의 남편이 투자은행이나 컨설팅 회사에서 잘 나가는 고액 연봉자들이니까. 굳이 여자도 애써 일할 필요 없이 남자가 벌어오는 돈 만으로도 생활이 가능하니까. 

'억대 샐러리맨과 결혼하는 법'은 바로 이것이다. 그대 자신이 억대 샐러리맨이 되면 된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톱 MBA 스쿨에 가라. 그럼 학교를 다니다 눈이 맞거나, 졸업 후 일하다 눈이 맞아 역시 톱 MBA 출신과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결혼하면, 일은 그만두고 남편이 벌어오는 억대 연봉을 갖고 살림살면 된다. 

마냥 이쁘게 외모만 가꾸어서 억대 연봉가와 결혼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왜? 옛날에는 공부 잘하는 여학생과 예쁜 여학생이 구분되었으나, 요즘은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여자애들이 심지어 이쁘기까지 하니까. 똑똑하고 능력있어 돈 잘버는 남자라면, 똑똑하고 능력있는 여자에게 더 매력을 느끼니까. 무엇보다 아이의 외모는 돈을 들여 개선할 수 있어도, 아이의 머리는 엄마의 공이라는 걸 잘 아니까. 

'슈퍼 괴짜 경제학'을 읽고 느낀 점,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다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요행으로 보이는 무엇이 있어도, 알고보면 그 뒤에는 동기와 원인이 반드시 존재한다.


오늘의 글은, 어제 글에 이은 2탄이다. 세상, 공짜로 즐길 수는 있어도, 아무런 노력 없이 공짜로 사는 법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주시길 바란다. 

더 좋은 회사에 다니고 싶은 욕심도 공짜일 수는 없다.
내가 치러야할 댓가가 있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치를 것이다. 

(이상 MBC 파업을 선동한 이유로, 인사위에 회부되어 징계를 앞두고 있는 어느 딴따라 피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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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제작 5단계, 지난 시간에 기획 대본 촬영까지 살펴보았다. 오늘은 편집과 배급이다.

4. 편집

어떤게 좋은 편집일까? 처음에는 가능하면 기교를 부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자막이나 장면 전환, 화면 효과에 공을 들이기보다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데 공을 들인다. 주인공의 얼굴 표정이 중요한 장면에서 배경 그림이 이쁘다고 큰 앵글로 가거나, 차분하게 장면이 바뀌는 장면에서 갑자기 튀는 효과가 나오면 느낌이 깨진다.

 

드라마의 가장 좋은 편집은, 보는 사람이 편집을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다. 반대로 예능 편집은 끊임없이 자막이나 CG 삽입을 통해 연출의 의도를 부각시킨다. 전지적 연출의 관점을 시청자에게 가장 잘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다.

김태호 피디는 내가 일밤에서 러브하우스를 만들 때, 내 조연출이었다. 조연출때도 이미 김태호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줬다. 편집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해서, 나중에 시사할 때,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조연출 중에는 찍어온 대로만 편집하는 사람이 있고, 거기에 플러스 알파를 하는 사람이 있다. 찍어온 대로 편집하는 이는 그냥 테크니션이고 이야기를 새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진짜 스토리텔러이자 진짜 피디다. 

 

그렇다면 편집에 있어 연출의 개입, 두드러지게 할 것인가, 티 안나게 할 것인가. 그 답은 장르적 특성에 달려있다. 코미디냐, 드라마냐에 따라 시점은 바뀐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코미디는 끊임없이 화면 속 상황과 시청자의 거리두기가 필요한 장르이고, 드라마는 시청자가 몰입할수 있도록 돕는 장르이다. 거리두기냐, 몰입이냐, 그것을 결정하는 것이 장르의 구분이다.

 

5. 배급

예전에는 무엇을 만들어도 혼자만 보거나 친구들끼리 모여서 상영회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유튜브에 올리면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가 가능하다. 난 유튜브 채널에 ‘K-drama 101’이라는 영상을 올리는데, 온라인 배급이 이렇게 쉬운 일인가 혀를 내두른다.

 

핸드폰 동영상 촬영 기능을 이용해서 찍는데 5분, 인터넷에 올리는 데 5분, 10분이면 후루룩뚝딱 나만의 영상을 전세계에 방송할 수 있다. 하루는 ‘나는 어떻게 한국 드라마를 만드는 피디가 되었나?’라는 내용을 1인 토크쇼 형식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그러고 자고 일어났더니 다음날 수 십 통의 메일이 와 있어 깜짝 놀랐다. K-Pop의 인기 못지않은 한류 드라마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예전에 방송사 피디가 가진 최고의 힘은 네트워크였다.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사람들에게 전파할 수 있는 방송망. 이제는 인터넷 2.0 시대를 맞아 누구에게나 공짜 네트워크가 제공되는 시대다.

앞으로 관건은 네트워크보다 콘텐츠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
미디어를 가지고 노느냐, 못노느냐.
어느 쪽이든 즐길 수 있으면 된다. 

공짜로 즐기는 미디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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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서 재미나게 쓰는 법' 2편이다.

재미난 자기소개서? 첫문장으로 낚아야 한다.

재미난 소설과 드라마는 다 첫 문장, 첫 장면으로 대중을 유혹한다. 올 상반기 베스트셀러, 소설 '7년의 밤'은 이렇게 시작한다. "나는 내 아버지의 사형집행인이었다."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첫 장면은 세종을 시해하려는 주인공 장혁의 현란한 암살 시도로 시작한다. 아니 장혁은 분명히 드라마 주인공일텐데, 왜 역사상 최고 성군인 세종을 시해하려는거지? 

재주있는 이야기꾼은 첫 문장을 세게 질러 상대를 유혹하고, 그 이후 뒷수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초반에 세게 지르고 뒷감당이 안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수습을 어떻게 하느냐가 진짜 재능이다. 하지만 뒷수습하기 어려울까봐 슬금슬금 평이한 얘기로 시작하면 아예 눈길조차 끌 수 없다. 일단 저질러라. 그리고 최선을 다해 수습해라.

나의 자기소개서 첫 문장은 이랬다. "나는 어려서 늘 왕따였다." 따돌림 당한게 무슨 자랑이야? 자랑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눈길은 끈다. 자기소개서란 기본적으로 자랑질이다. 난 반대로 자학으로 시작했다. 못생긴 외모 때문에 왕따였노라, 그래서 책이 어린 시절 최고의 친구였노라고 썼다. 혼자서 영어책을 읽다 영어를 공부했다고, 독학한 영어로 통역대학원도 갔다는 자랑질도 끼워넣는다. 마지막에는, 내게 PD의 기회를 주면, 그동안 읽은 수많은책을 녹여내어, 시청자들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노라 썼다.

(우리집 거실에는 TV가 없다. 그 자리에 서가가 있다. 책과 더불어 사는 삶, 나의 꿈이다.)

나의 경쟁력은 나의 치열한 독서 습관이다. 하지만, '독서가 취미라 매년 책 200권을 읽습니다.' 라고 쓰면 재미없다. '뿌리깊은 나무'도 그냥 성군 세종의 삶을 재조명해서는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공주의 남자'의 소재인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반목만 해도 숱하게 사극에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아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세종을 암살하겠다고 결심하는 주인공이 있고, 수양대군의 딸과 김종서의 아들이 사랑에 빠지는 설정이 있다면 흔한 이야기는 새롭고 더욱 재미난 이야기로 거듭날 수 있다.  

면접이나 자기소개서는 자기고백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이자 마케팅이다. 더 재미나게 이야기하라. 더 매력적인 상품으로 포장하라. 

드라마 시청자가, '1회는 재미없는데, 2회부터 재밌어지겠지?'하고 기다리지는 않는다. 재미없으면 바로 채널 돌아간다. 자소서 역시 마찬가지다. 첫 문장으로 낚아라.

자기소개서 쓰는 법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도 참고하시길~
2011/08/01 - [공짜 PD 스쿨] - 자기소개서 재미있게 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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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MBC, PD
연예인이 되는 건 로또 당첨보다 더 어려우니, 차라리 PD를 꿈꾸시라. 고 했더니, 공중파 PD가 되는 것 역시 로또 당첨 만큼이나 어렵다는 볼멘소리 들려온다.
 
인정... 해야겠다. 사법시험 2010년도 합격자수는 800명 선이다. 2010년 한 해 방송3사에서 뽑은 드라마PD의 숫자는? 1명이다... SBS는 공채가 없었고, KBS는 안 뽑았고, MBC는 한 명 뽑았다. 이러니 로또라는 얘기가 나올만도 하지.

나도 내가 MBC에 PD로 입사한 건 내 인생의 로또라고 생각한다. 아니, 난 MBC 입사가 로또 당첨보다 더 좋다. 로또 1등 맞아봤자 일시불로 15억 받고 땡 아닌가? MBC 입사하면 퇴직할 때까지 20억 넘게 받는데, 일시불보다 더 좋은 월별 분납으로 받는다. 일시불로 받아봤자 얼마 안 가 다 까먹고 인생 불행해진다. 평생 직장에서 일하면서, 삶의 긴장감도 꽤 있고, 또 세상 사람들에게 즐거움까지 주는 직업을 얻으니 로또 대박보다 더 좋지 아니한가? 

그럼, 로또 만큼이나 어려운 직업이니 그냥 포기하는게 나은가? 난 PD 지망생으로 사는 건 매주 로또를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로또는 꽝이면 투자원금도 회수 못한다. 그런데 방송사 공채 준비에 들어가는 투자원금은 무엇인가? PD 시험 볼때 필요한 것? 영어, 국어, 상식, 논술이다. 이건 일반 기업 공채 요강과 똑같다. 사법고시나 외무고시랑 달리 언론고시는 꽝이 없다. 떨어지면, 그동안 언론고시용으로 쌓아둔 외국어 스펙이나 논술 실력으로 일반 기업 들어가면 된다. 그대가 PD를 꿈꾸며 쌓아둔 모든 스펙은 그대의 자산으로 남는다. 괜찮은 투자 아닌가?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언론고시를 따로 준비해 본 적이 없다. 난 다만 통역대학원을 다니며 영어 동시 통역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재밌을 것 같아 MBC에 원서를 내고, 2주동안 저녁에 2시간씩 언론사 기출 문제집 (국어, 상식) 한 권을 풀어보고, 필기시험을 치뤘다. 그랬다가 덜커덕 붙었으니 난 언론고시 참 수월하게 붙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시 통역대학원 후배였던 지금의 와이프 왈. '오빠가 언론고시를 준비한 적이 없다고? 오빤 평생 언론고시 준비만 하고 산 거야. 늘 통대에서 영어 공부했지. 과제 제출하느라 논술공부했지. 독서가 취미니까 책읽으며 상식 공부했지. 그게 다 언론고시 준비지, 뭐야?'

그렇다. 언론고시 준비, 별다른 거 없다. 그냥 일반 대학생들이 취업 준비하면서 하는 게 다다. 세가지만 열심히 해두시라. 1. 영어 공부. 어차피 다른 회사 취직할 때도 요긴한게 영어다. 기본 스펙 아닌가? 2. 독서. 논술에는 독서가 최고다. 책 많이 읽으면, 상식도 넓어진다. 3. 취미생활. 재미난 경험 많이 해두시라. 연애며 여행이며 많이 만나고, 많이 즐기시라. 나중에 프로그램 연출할 때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PD는 공부하는 직업이 아니라, 노는 직업이다. 잘 노는 PD가 연예인들이랑도 잘 놀고, 시청자들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

PD 공채는 로또다. 하지만, 꽝없는 로또다. 해서 안되도 손해 볼것 크게 없다는 각오로, 즐겁게 도전해주시길 바란다. 그러다 운좋게 로또에 당첨 되면, 꼭 나를 찾아오시라. 뉴논스톱의 양동근 톤으로 외쳐드리겠다. "딱 걸렸어~ 한 턱 쏴!"  


(다음 편에서는 '공중파 PD 말고 또 어떤 일자리가 있나?' 일러드릴까 한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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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TAG PD, 드라마
얼마전 한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청춘 시트콤을 연출하면서 유독 신인을 많이 캐스팅하는데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사실 남셋여셋의 송승헌 소지섭, 논스톱의 조인성 조한선 등등 청춘시트콤이 배출한 청춘스타는 꽤 된다.
왜 시트콤에서는 남자 신인을 키우는데 주력할까?

이유는, 시트콤이라는 장르 특성상(가끔 극중에서 망가지기 때문에), 스타급 배우들은 출연을 꺼린다. 그러니 신인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청춘 시트콤은 또래 젊은 배우들끼리 연기하기에 연기력이 부족해도 심리적 부담이 적다.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과 함께 출연하는 연속극이나 미니를 보라. 신인이 함부로 출연했다가 연기력 부족이 너무 틔나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NG 몇번 나면 어르신들이 갈궈주시기도 하니 금세 약코가 죽어 가뜩이나 못하는 연기, 더 기죽어 못한다.  어린 또래 신인들이 나오는 청춘 시트콤은 그런 면에서 부담이 적다. 조인성이 연기 못한다고 양동근이 갈구진 않으니까.

연출의 입장에선, 눈에 익은 배우도 중요하지만, 눈에 띄는 신인이 나와야 프로그램이 뜬다. 뉴논스톱 초반, 시청률이 7~8%로 바닥을 칠 때 다들 그랬다. "조인성, 장나라 같은 어설픈 신인들 데려다 학예회하니까 당연히 그렇지." 공들여 이들을 포장해서 나중에 연기도 좋아지고 시청률도 덩달아 20%를 치니까 다들 한 마디.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조인성 장나라 데리고 프로그램하면서 20% 못 넘기면 PD가 바보지." 결국 신인을 띄우는건 연출의 숙명이다.

왜 굳이 신인을 띄우는가? 2001년 당시, 섭외의 달인이라는 선배에게 술 한 잔 올리고 들은 캐스팅의 비결. '지금 네가 이름없는 입봉 PD인데 시트콤 캐스팅한다고 정우성한테 가서 작품하자고 백날 졸라봐라. 안 먹힌다. 정우성 집앞에는 그렇게 울고 있는 PD가 이미 줄을 서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르는건 그 정우성도 10년 전에는 아무도 안 쳐다보는 어설픈 신인이었다는 점.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그 정우성을 쫓아다니기보다 10년 뒤 정우성이 될 신인을 찾아다니는 일이다.'

논스톱에서 조인성을 캐스팅할 때 우리의 생각이 그랬다. 이 친구는 5년 뒤, 제2의 정우성이 될 친구다, 이미 정우성이라 생각하고 아끼고 사랑하자. 우리가 아껴주고 사랑해주면 신인이라도 기운이 나서 열심히 할 것이고, 언젠가는 대중도 조인성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세상사가 다 그런것 같다. 지금 최고의 무엇에 목매지말라. 모두가 원하는 그것은 이미 레드오션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모두가 원하는 것을 비교하며 불평 불만만 하는건 의미없다. 오히려 지금 내 것을 5년 뒤 모두가 원하는 최고의 것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산다면... 기회는 지금 이곳에 있다. Now, Here! (무엇에다 대입해 볼만한 것, 여친, 마누라, 직장, 직업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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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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