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학생이 방명록에 질문을 남겼어요.

'학교 오빠를 1년째 짝사랑하고 있어요. 문자 메시지로 자주 수다떨고 장난도 치고 하는데, 오빠가 먼저 연락을 해 온 적은 없어요. 밥 먹자고 하면 돈 없다고 튕기고요. 저한테 관심이 없는 것 같지는 않은데, 바빠서 그런지, 눈치가 없어 그런지 도통 만나자는 소리를 안하네요.

제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짝사랑도 이제 지쳐요. 

남자가 여자한테 대시하는 거 말구, 여자는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 지 알려주세요.'

 

예전에 여배우 A양의 잔혹한 밀당 전략에 대해 들은 적이 있어요. 일단 사귄답니다. 자주 만나고 전화 매일 하는 사이가 되어, 남자가 '이젠 스테디한 관계가 되었군' 하고 마음을 놓을 때 쯤 갑자기 연락을 딱 끊는답니다. 전화를 끄고 온다간다 말도 없이 잠수타는 거죠. 그러면 남자들은 애가 닳아서 난리가 난대요. '내가 뭐 실수했나? 옛날에 다른 여자 사귄 걸 어디서 들었나? 도대체 무슨 일이지?' 전화도 해보고 집에도 찾아가고 그러는데, 핸드폰은 꺼놓고 매니저에게 행선지도 밝히지 않고 실종 상태라는 거죠. 알고보면 본인은 해외가서 2주 정도 쇼핑하고 잘 놀고 온답니다. 그러고 돌아오면 남자가 노예모드로 달려와서 넙죽 엎드린답니다. "내가 더 잘 할게, 다시는 그러지마... 엉엉엉."

 

네, 이거 완전 연애 고수의 나쁜 여자 버전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런 전략에 남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한다는 겁니다. 연애에서 여자는 안정감을 원하고 남자는 설레임을 원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남자에게 잡은 고기라는 확신을 주는 순간, 설레임의 농도가 확 떨어지니까 연애의 고수들은 끊임없이 밀당을 시전한답니다.

 

글을 올리신 여성분이 남자에게 반한 건 바른 생활 사나이에 자기 일에 성실한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여자분은 남자를 마음에 들어하는데, 반대로 그 남자에게 설레임은 줄까요? 남자는 아마 이렇게 생각할 거에요. '그냥 놔둬도 알아서 매번 연락하는 애니까...' 긴장감이 없어요. 남자에게는...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되면 여자분은 남자에게 그냥 플랜 B로 깔아두는 관계로 인식될 공산이 큽니다. 언제든 설레임을 주는 여자가 나타나면 그리로 가죠. 별 죄책감없이 말입니다.

 

이럴 때 남자의 마음을 떠보는 방법은 님도 잠수를 한번 타는 겁니다. 한동안 연락 딱 끊고 지내세요. 학교에서 우연히 만나도 바쁜 척 쿨하게 지나쳐보세요. 님을 만만하게 생각한 남자였다면 긴장 모드 들어갑니다. 그런 다음 남자쪽에서 먼저 연락이 오면 '아, 미안 미안~ 내가 좀 바빴잖아.' 이렇게 눙치고 만나주세요. 이때 중요한 건 잠수의 기간이 너무 짧거나 너무 쉽게 휘릭 넘어가면 기껏 밀당한 보람이 없습니다. 좀 세게 나가주셔야 합니다.

 

만약 내가 연락 안했는데, 저쪽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한달 정도 지났는데, 저쪽에서 연락이 안 온다면 어떻게 하나요? 죄송하지만, 그냥 포기하세요. 그렇게 매정한 남자 만나서 뭐합니까. 포기하기 힘들다면 마지막 한번은 대시할 수도 있겠죠. 술 먹자 그러고 취한 척 투정을 부리는 식으로. "오빤 왜 그렇게 냉정해?"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한 달 기다려보고 연락 없으면 그냥 쿨하게 마음 접으시는 편을 권해드립니다. 그러면 나중에라도 저쪽에서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데, 님이 먼저 대시하면 남자는 완전히 달아날 지도 몰라요.

 

이 남자 아니면 안돼. 그런 건 없습니다. 님이 집착할수록 남자는 떠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이상하죠? 남자란 생물이 좀 그래요. 쿨하게 마음 편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이 남자 아니라도 세상에 남자는 많아.' 그렇게 생각하면 첫째 밀당이 쉬워지고, 둘째 잘 안되어도 희망이 있습니다. 부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ps.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사귀는 관계에서 저런 가혹한 밀당 전략을 시도하려는 여성분이 있으면 말리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남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한 작전일 뿐입니다.  

여배우 A양이 톱스타 B군을 만나서도 똑같은 전략을 펼쳤는데요. 우리의 B군, A양이 연락도 없이 잠수탔다가 몇 주 후에 짠 하고 나타났더니 "미친 ㄴ" 한마디 던지고 등을 돌렸답니다. 그 얘길 듣고 연예계 관계자들은 '역시 B군이야!'하며 엄지를 치켰다지요. 잔혹 밀당 전략, 사귀는 사이에서는 함부로 시전해서는 안 됩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캐스팅은 연애다. 오디션은 만인의 연인을 찾는 과정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처음 피디가 되어 만든 게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이다. 첫 작품이니만큼 캐스팅 욕심이 많았다. 어떻게든 최고의 스타를 섭외해서 초호화 출연진을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톱스타들 중 누구도 청춘 시트콤에 나오려는 사람이 없었다. 망가지는 코미디 연기 잘못했다가 이미지 망치는 수가 있으니까. 

 

답답한 마음에 섭외의 달인이라는 선배를 찾아갔다. 그래서 톱스타 캐스팅을 도와달라고 졸랐다. 그 선배님의 말씀. '지금 네가 이름없는 신인 PD인데 스타 캐스팅한다고 정우성한테 가서 백날 졸라봐라, 그게 되나. 절대 안 먹힌다. 왜? 이미 정우성 앞에는 너같은 PD가 수십명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거든. 그런데 말이야, 피디들이 모르는 게 하나 있지. 그 정우성도 10년 전에는 오디션마다 쫓아다니고 퇴짜맞은 신인이었다는 거.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정우성을 쫓아다니는게 아니야. 10년 뒤 정우성이 될 신인을 찾는 거지.'



그래서 오디션으로 발굴한 게 조인성이다. 사실 조인성도 완전 신인은 아니었다. 이전에도  몇번 시트콤에 나왔다가 반응이 없었던 친구였다. 논스톱 출연 초반에도 게시판 반응이 좋지 않아 기가 좀 죽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촬영장에서 조인성을 대할 때마다 이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이 친구는 10년 뒤, 제2의 정우성이 될 친구다. 그러니 지금 정우성처럼 아끼고 사랑하자. 그러면 배우도 자신감을 찾을 것이고, 언젠가는 대중도 그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연애란 그런 것이다. 정우성을 쫓아다니는 것만이 연애가 아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정우성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그래서 그를 정우성 못지않은 조인성으로 만드는 게 진짜 연애다. 

 

기왕에 '뉴논스톱' 캐스팅 얘기가 나왔으니 한가지만 더. 논스톱 멤버들을 모아놓고 보니 다들 신인들이거나 아역 출신 배우들이었다. 좀더 화제성있는 신인이 없을까 찾다가 우리가 눈독 들인 배우가 하나 있다. 바로 원빈이었다. 10년전의 원빈! 

 

섭외의 달인인 선배에게 원빈의 캐스팅을 부탁했다. 그 선배, 흔쾌히 '정우성은 어려워도 원빈은 데려올 수 있지!'라고 큰소리 치더니 소속사로 달려갔다. 작가와 피디들은 가슴을 졸이며 원빈의 캐스팅을 기다렸다. 다음날 선배가 와서 하는 말. '야, 안돼~ 원빈은 시트콤에 안 맞대. 대신 양동근이라는 애가 있는데, 시트콤에는 걔가 더 어울린데. 그래서 원빈 대신 양동근 하기로 했어.'

 

당시 회의실의 반응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원빈 섭외하러 가서 양동근을 캐스팅해오다니... 하지만 난 가끔 생각한다. 양동근 없이 뉴논스톱이 성공할 수 있었을까? 양동근의 발탁은 정말 최고의 캐스팅이었다.

 

연애란 그런 것이다. 지금 정우성이 아니라, 5년 뒤 나만의 정우성이 될 남자를 찾는 것이다. 다들 원빈만 쫓아다닐 때 양동근의 매력을 발견하는 것이다.

 

연애하라 하면, 다들 연애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한다.

인류를 모독하지 마시라. 전세계 인구 중 절반이 이성이다.

연애는 상대의 문제가 아니다. 안목의 문제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그동안 짬짬이 써오던 연애 이야기, 이제 작정하고 쓰기로 했다. 그래서 열었다. 공짜 연애 스쿨. 공짜로 연애 비법을 가르쳐드린다는 뜻 보다는 공짜로 연애하는 법을 가르쳐드린다에 가깝다.

 

공짜 연애 스쿨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강신주 '무려 철학 박사'님의 비상경보기 기사를 읽고 나서다. ('무려 철학 박사'라는 표현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 라디오방송 출연 당시 김총수가 붙여준 애칭이니 오해마시길. 외모나 자유로운 복장을 보면 근엄한 철학 박사의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강신주 박사의 글을 잠시 인용한다.

 

'생계가 심각한 위협에 빠졌을 때, 우리는 이기적으로 변한다. 아니 변해야만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반드시 살아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니까. 이럴 때 우리는 생존 경쟁에 뛰어든 짐승으로 변하고 만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것과 가져야 할 것에 연연하는 순간, 우리는 보수적으로 변하고 만다. 왜냐고. 보수주의란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강력한 소유의 의지가 아니라면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보수주의가 기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치 연기처럼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 그것은 바로 사랑이다. 불행히도 사랑이 사라질 때, 우리는 인간에서 짐승으로 변신한다. 모든 것을 절망적으로 소유하려고 할 때, 어떻게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건네주는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소유한 것을 타인에게 건네줄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사랑 아닌가. 사랑이 없다면, 과연 인간에게 사회는 가능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일이다.'

'기사 원문 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102115475&code=990100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사는 3포세대. 신자유주의 시대가 안겨준 아픈 청춘들의 모습이다. 이건 너무 슬프다. 굳이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아니라도 우리가 살아가는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는 사랑, 결혼, 그리고 출산이다. 나의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겠다는 그 이유 하나로 인류는 이제껏 존속할 수 있었다. 

 

동굴 속에서 맹수의 위협을 받는 시대도 아니고, 보리고개로 아이가 굶어죽는 시대도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안전한 시대,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사는 우리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게 되었다. 이거 참 아이러니하다. 

 

많은 이들이 노령화 시대, 저출산 시대를 걱정하면서 젊은이들의 약한 마음을 탓한다. 하지만 개인의 비관적 선택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청년 실업이 연애를 포기하게 만들고, 주택 구입 문제가 결혼을 포기하게 만들고, 사교육 부담이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었으니까. 인정한다. 힘든 세상 살고 있다는 거. 하지만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희망마저 포기하고 살 순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연애해야 한다.

힘든 세상, 사랑으로 안아줄 사람 하나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아무리 어려워도 결혼해야 한다. 

힘든 세상, 결혼이라는 울타리로 지켜줄 사람 하나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는 낳아야한다.

힘든 세상, 내 아이를 위해서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마저 없다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다.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없다. 경쟁에 혼자 살아남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으랴.

 

쥐뿔 없어도 들이대며 연애해야 하고, 쥐뿔 없이도 결혼해야 한다. 쥐뿔 없어도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공짜 연애 스쿨! 

 

 

사랑은 진짜, 어디에나 있다.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나도 날라리지만, 나보다 더한 날라리가 하나 있었다. 이 친구는 늘 나이트클럽에 다니며 부킹을 하면서 청춘을 즐겼다. 그러던 어느 날, 웨이터 손에 끌려 들어온 미모의 킹카에 반해서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둘은 결혼했다. 돈 많은 나이트클럽 죽돌이들과 미모의 나이트클럽 죽순이들이 모여 둘의 결혼을 축하해줬다. 결혼식, 삐까번쩍 눈이 부셨다.

 

날라리로 살던 녀석은 결혼 후, 가장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생각에 밤늦도록 야근을 계속했다. 혼자 집을 보던 새댁은 외로움을 달래기위해 결혼전 같이 놀던 친구들과 자주 만났다. 밤늦게 이어지는 약속이 잦더니, 어느날은 새벽 2시가 넘어 집에 들어왔다. 아내가 잠자리에 들어와 슬그머니 등을 돌리고 누웠는데, 잠을 깬 남편이 벌떡 일어나 화를 냈다. "몇 시인데 이제 들어와!" 아내가 대꾸도 없이 머리를 이불속에 처박고 있자, 화가 난 남편이 이불을 들췄다. "뭐하다 이제 들어오냐구!"

 

얼굴을 베개에 처박고 있는 아내의 낌새가 이상해 불을 켜고 들여다보니, 아내의 눈가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이게 뭐야?" 아내가 흐느끼며 말했다. "택시 타고 오다가 요금 때문에 기사랑 시비가 붙어서..." 남편의 눈에도 불이 났다. "그런 얘기를 왜 이제 해! 가자, 경찰서로. 가서 그 놈 잡아야지." 새벽에 경찰서에 가니 마니, 신고를 하니 마니 난리가 났는데... 

 

중간 과정은 구차하니까 생략하자. 알고보니 여자는 택시 기사에게 맞은 게 아니라 나이트크럽에서 부킹해서 만난 남자한테 맞은 것이었다. 마누라가 언 놈이랑 호텔까지 갔다가 맞고 왔다니, 오죽 분통 터질 일인가? 아내의 처녀적 친구들은 다 나이트클럽 죽순이들이고, 그네들과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레 나이트클럽을 자주 다녔단다. 결혼 전 버릇, 못고친거지.

 

살림도 팽개치고 춤추러 다니는 마누라를 어떡하면 좋으냐고 하소연하는 후배에게 딱 한 마디 해줬다.

 

"그럼,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가 춤추러 다니지, 살림 살겠냐?"

 

나도 좀 놀아봐서 아는데, 나이트클럽에서 연애 상대 찾는 것, 미친 짓이다. 돈만 작살난다. 부킹에 들어온 여자가 남자를 평가하는 법? 테이블에 맥주와 땅콩만 있느냐, 과일 안주 겸비한 발렌타인 17년 세트가 있느냐. 나가서 택시를 타느냐, 외제 스포츠카에 대리를 부르느냐, 다. 결국 나이트클럽에서의 연애란 능력과 미모에 값을 메겨 물물교환하는 화폐 거래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연애, 정말 허망하다.

 

연애를 못하는 이유를 돈에서 찾는 사람은 방향 잘못 짚었다. 돈이 없어 나이트에 못가고, 돈이 없어 비싼 선물 못사주고, 돈이 없어 사람을 못만난다고 생각하시는가? 돈으로 하는 연애, 정말 허망하다. 돈 한 푼 안들이는 연애가 진짜 연애다.  

 

연애 상대를 어디서 찾을 것인가? 돈 한 푼 안드는 곳에서 찾아야한다. 도서관에서 찾고, 봉사 동아리에서 찾고, 촛불 집회에서 찾아라. 공부는 안하고, 봉사는 안하고, 운동은 안하고 무슨 사랑 놀음이냐고? 연애만큼 위대한 공부가 없고, 연애만한 봉사도 없고, 연애처럼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일도 없다. 

 

도서관에서 만난 연인은, 평생 책을 같이 읽을 것이요, 봉사하다 만난 연인은 서로 봉사하는 자세로 살 것이요, 데모하다 만난 연인은 아이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평생 운동하는 마음으로 살 것이다. 

 

 

 

희망버스에 탔다가 눈맞은 연인들의 이야기를 김진숙님에게 들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응원한다. 참고로 내일 토요일에도 서울 여의도에서 낮 1시에 쌍용차 희망버스가 있다. 멀리 가는 거 아니다. 광화문 쌍용차 빈소까지 걷는 일정이다. 날이 궂어 빗 속을 걸을 수도 있겠다. 경찰이 길이라도 막고 최루탄이라도 쏴주면 모르는 남녀가 손을 잡고 뛰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사랑에 빠지기 정말 좋은 환경이다. 출발지인 여의도 공원에서 그대들에게 부러운 눈길을 날리며 김재철 사장 구속 촉구 서명 전단을 돌리는 중년의 남자에게 연민의 시선을 던져주시길. 서명도 해주시면 더욱 땡큐다~ㅋㅋㅋ

 

여의도 희망캠프 농성장으로 오시는 분들께는 잠깐 부탁 말씀.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님이 2주째 목숨을 걸고 단식중이시다. 먹을 걸 사들고 오시는 건 자제를 부탁드린다. 와서 힘내시라고 주먹 한 번 불끈 쥐어주시면 된다.

 

관련기사는 아래 링크로~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jinbo_media_01&nid=66492#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자, 오늘은 간만에 연애 스쿨! 이렇게 멋진 봄날, 연애를 시작합시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2012 아까운 책'을 읽고 있어요. 세상에는 참 좋은 책들이 많아요. 역시나 좋은 사람도 많죠. 사람이 찾지않는 아까운 책 만큼이나, 연애를 하지 않는 아까운 사람도 많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가 연애를 하지 않는 이유, 늘 안타까워했는데 책에 나오는군요.

 

'2012 아까운 책'에서 소개한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를 보면, 선진국 미국이 사실은 복지 후진국이고 삶의 질은 낮다는 얘기를 합니다. 미국은 대중 교통이나 의료 보험같은 복지체계와 기반시설이 부족하여 자가용 운용이나 병원비 등의 '소비 같지 않은 소비'에 지출이 많습니다. 미국이 유럽 여러 나라보다 국내총생산은 더 높으면서도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가 여기 있죠.

 

"책은 '복지와 연애의 상관관계'까지 멋지게 설명해 낸다. 복지가 잘 갖춰진 나라에서는 재력보다 매력 을 보고 사귈 수 있다. 기초적 생계를 국가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상대를 볼 때 돈이나 사회적 지위만 놓고 따지지 않으니 당연히 연애 성공률이 높다. 이렇게 맺어진 사랑이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높다. 매력, 교양, 인품보다 열쇠 수나 직업을 보는 관계가 멀쩡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아닌가."

 

갈수록 젊은 층의 연애나 결혼, 출산이 줄어드는 것은 세상 사는게 팍팍하고 불안하기 때문입니다. 짝짓기와 출산이라는 원초적 욕구를 억누를 만큼 세상 사는게 힘들어졌다는 거죠. 자, 그럼 연애를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 여러분이 문제가 아니라, 세상이 문제다. 그럼 이런 시대에 우리는 어떤 연애를 해야한다?

 

 

세상을 바꾸는 연애를 해야합니다. 

 

나를 바꾸어 세상에 맞추려고 노력하는 한, 우리는 경쟁 시스템이 만들어놓은 불안사회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없어요. 하루 24시간 취업 스터디만 하는 이는 만나는 사람이 스터디 파트너 밖에 없습니다.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면 1석2조겠지만, 사실 취업 준비생들끼리 만나 연애하기 쉽지 않아요. 왜? 서로의 불안한 현실 때문이죠. 그러다 누구 하나 취업에 성공하면 관계에 균열이 가기 쉽습니다.

 

취업 스터디만 하지 말고,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사회 봉사나 운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노력을 해보세요.

 

대학 시절에 야학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데요. 주위에 커플 참 많았어요. 이유는? 서로가 경쟁하는 시스템 속에서 만난 게 아니라,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는 동지로서 만났기 때문에 더 쉽게 정이 듭니다. 스터디 파트너끼리는 알게 모르게 긴장이 있잖아요, 협력적 관계이자 경쟁적 관계라는... 동지들끼리는 그런 게 없어요.

 

MBC에는 사내 커플이 많은데요, 유독 파업 기간 중에 눈이 맞는 경우가 많답니다. 일하다가는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둘 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함께 싸운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요. 2002년 월드컵 기간 동안 거리 응원하다 눈 맞은 사람들 많잖아요? 그때 광화문은 사랑의 거리였지요.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옆에 사람 얼싸안고 뛰고 어깨걸고 소리지르고... 골 먹으면 같이 안타까워하고, 서로 눈물 닦아주고...^^ 같은 팀을 응원하는 동지적 관계, 연애에 있어 최고의 환경입니다.

 

봉사하다, 운동하다 눈맞는 주위 사람들 흉보지 마세요. '아니 왜 야학와서 지들끼리 눈이 맞아?' '아니, 데모는 안하고 왜 연애를 하고 지랄이야?' 그러지 마세요.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 있어, 연애, 결혼, 출산 만큼 좋은 동기부여 없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 정말 멋진 목표 아닌가요? 

 

경쟁에 빠져수록 개개인은 불안해지고 외로워집니다. 이명박 정권이 한 짓 중 제일 나쁜 게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복지 체계를 망가뜨리고, 사회 불안을 증대시킨 겁니다. 그렇게 하는 이유? 그래야 서민들이 서로 경쟁하느라 부조리한 정치나 사회에 시선을 못돌리거든요. 정말 약오르지 않나요?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저항은? 촛불 집회 나온 사람들끼리, 파업 지지 콘서트에 나온 사람들끼리 눈 맞아서 연애를 하는 거죠. 저들 보란듯이 동지적 사랑을 키우며 더 가열차게 싸우는 겁니다.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겁니다. 

 

자! 우리 봄에는 다같이 연애를 시작합시다. 세상을 바꾸는 연애를~  

 

연애 스쿨 이전 강의~

 

2012/02/09 - [공짜 PD 스쿨] - '연애 잘 하는 법' 한겨레 TV 특강

 

위의 강의가 재밌었다면,

2010/12/25 - [공짜 PD 스쿨] - 캐스팅은 연애하듯!

 

2011/10/21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연애는 다트 게임이다.

 

2011/12/19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이래도 안 넘어와?

 

2012/01/25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20대에 꼭 해야할 3가지. 짝사랑, 양다리, 불륜.

 

2012/01/26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20대, 재테크하지 마라

 

2012/02/27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철의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법

 

2012/03/19 - [공짜로 즐기는 세상] - 연애는 행복으로 상대를 길들이는 것

 

 

신고
Posted by 김민식pd
TAG 연애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