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국내여행'에 해당되는 글 29건

  1. 2017.08.08 해운대 밤길 여행 (14)
  2. 2017.08.04 부산 육아 여행 (10)
  3. 2017.06.26 제주도 숲길 여행 (14)
  4. 2017.06.23 제주도에서 만난 결혼 (15)
  5. 2017.06.22 제주도엔 3가지가 다 있다 (3)
  6. 2017.05.16 수원 화성 자전거 여행 (4)
  7. 2017.01.05 겨울방학엔 스키캠프 (7)
  8. 2016.10.27 제주 자전거 일주 총결산 (6)
  9. 2016.10.26 자전거 여행과 김영갑 갤러리 (7)
  10. 2016.10.25 제주도 올레 대신 자전거! (1)

부산 육아 여행, 그 마무리는 해운대 밤길 여행입니다.

34일 일정으로 방학을 맞은 둘째와 휴가를 내어 부산에 갔습니다. 3일차 저녁은 미포에 있는 횟집에서 먹었어요. 5시에 이른 저녁을 먹고나니 문득 미포 철길이 떠오르더군요. 네이버 지도를 검색해보니, 마침 근처더라고요. 어머니에게 둘째를 맡기고 혼자 미포 철길로 향했습니다 

어렸을 때 저는 고향인 울산에서 기차를 타고 부산 해운대 가는 걸 좋아했어요.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는 게 참 좋았거든요. 기차를 타면 바다 풍광이 너무 빨리 스쳐지나는 게 아쉬웠어요. 몇 년 전 부산에 왔을 때, 달맞이길을 걸었습니다. 저녁에 걷기에 좋은 길이지만, 바다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아요. 저 아래 기차 철길이 보이더군요. 저기서라면 바다가 더 가깝게 보일텐데, 하고 아쉬워했지요.

이제 복선전철화로 기존 바닷가 철로가 동해남부선 폐선부지가 되었어요. 미포에서 송정까지 4.8킬로를 산책로로 개방했습니다. 어린 시절, 기차타고 보던 풍광을 이제 걷기 여행으로 즐길 수 있어요.

요즘 뜨는 명소라 그런지 길의 초입에 커플 사진을 찍는 연인들이 많아요. 초입에 사람이 많아 번잡할 것 같은데요, 조금만 걸으면 금세 한산해집니다. 혼자 조용히 파도 소리를 들으면 걸을 수 있어요.

미포 철길 초입에만 사람이 많은 이유가 뭘까요? 젊은 커플이 부산에 처음 왔다면 가야 할 곳이 너무 많은 거죠. 포인트마다 들러서 인증샷을 남깁니다. 여기저기 다니느라 바쁜데요. 나이 50이 되니 여유가 생겨요. 일단 욕심이 줄었고요. 열정도 예전만 못해요. 많은 곳을 욕심내기보다 한 곳을 정해서 끝까지 가는 편을 선호합니다. 중년이 되니 여행의 즐거움은 선택과 집중에서 나오더라고요.

30분 정도 걸으니 문탠로드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군요. 송정까지 가는 건 다음 기회로 미루고 여기서 문탠로드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같은 구간이지만, 느낌이 달라요. 올 때는 바닷길, 갈 때는 숲길입니다.

바다 전망대도 좋네요. 바닷가 소년이라 그런지 저는 바다를 보면 늘 마음이 편안해져요.

한 시간만에 미포 철길 더하기 문탠로드 걷기가 끝났어요. 아쉬워서 좀 더 걷습니다. 해운대 해변을 따라. 

여름에 해운대는 역시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로 시끌벅적하지요.

제가 좋아하는 동백섬 산책로를 찾아갑니다. 해운대 한쪽끝 웨스틴 조선 호텔 옆에 그 입구가 있어요.

산책로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합니다.

밤에 오니 또 색다른 맛이군요.

저 멀리 해운대 밤바다가 보입니다.

APEC 정상회담이 열렸던 누리마루가 불을 밝히고요. 저 너머 광안대교가 보이는 군요.

가족 여행으로 부산에 오셨다면, 하루씩 부부가 번갈아가며 해운대 밤길을 걸어도 좋아요. 저녁 먹고 한 사람은 아이들과 숙소로 가고, 한 사람은 혼자 걷기 여행을 즐기는 거죠. 동백섬 둘레길은 밤에도 사람이 많아 위험하지 않아요. 여름에는 선선한 초저녁 걷기 여행이 딱 좋아요. 종일 가족과 시간을 보내셨다면, 교대로 혼자만의 걷기 여행을 즐겨보세요.

1800 (시작) 미포 철길 - 1830 문탠로드 - 1900 해운대 - 1920 동백섬 둘레길 - 2000 (종료) 동백섬 전철역 

2시간이면 충분한 해운대 밤길 여행!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기전에 숙소에 돌아갈 수 있어요.

육아 여행 중에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한 시간은 따로 챙깁니다.

더 행복한 아빠가 좋은 아빠가 될 거라고 믿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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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부산에 계신 어머니를 만나러 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부산 바닷가에서 휴가를 보내지요. 올해, 아내는 명상 수련을 떠나고, 큰 아이는 고등학생이라 공부하느라 못 갔어요. 저랑 둘째가 부산을 찾았습니다.



제가 부산에서 좋아하는 바다는 태종대, 해운대, 이기대입니다. 혼자 내려가면 이기대 갈맷길 코스를 걷는 걸 좋아하는데요. 여름인지라 날도 덥고 둘째랑 걷기 여행은 힘들 것 같아서 이번에는 해수욕 위주로 피서를 즐겼어요. 부산 분에게 아이랑 같이 놀기에 어떤 바다가 좋을지 물었더니, 송정 해수욕장과 다대포 해수욕장을 추천해주시더군요. 어머니 집이 수영 근처라 일단 송정으로 향했습니다. (다대포는 해운대에서 지하철로 반대편 종점입니다. 해운대에서 왕복 3시간.)



물놀이하려면 짐도 많고 싸가는 음식도 많아서 집에서 카카오택시를 불렀는데요. 어머니는 한사코 택시비가 많이 나온다고 손사래를 치시더라고요. 예전에 수영에서 송정까지 택시를 탔는데 차가 막혀서 만원도 넘게 나왔다고. 내비를 보니 예상 요금이 6000원 선이었어요. 이 정도면 셋이서 택시를 타는 편이 낫다고 말씀드렸는데도 당신 말씀이 맞으니 두고 보라고 하시더군요. 결국 택시 요금 6000원 나온 걸 보시고야 ‘응, 택시 타는 게 낫구나.’ 하시더라고요. 나이가 들면 이상한 고집이 생기나 봐요.



저는 송정 해수욕장이 좋았어요. 파라솔 대여 5000원, 튜브 대여 5000원. 1만원에 자리를 잡고 잘 놀았어요. 파도가 그리 심하지 않아 아이는 물안경을 끼고 바닷속을 뒤져 파래나 미역 쪼가리를 건지고, 조개껍질을 모았지요. 저는 튜브를 타고 아이 주변을 둥둥 떠다니면서 신선 놀음. 나중에 크면 해녀가 되어 제가 좋아하는 해산물을 잡아오겠다고. ^^



다음날엔 해운대에 갔어요. 그런데 이곳은 파라솔과 튜브가 각각 8000원. 합해서 16000원을 달라고 하더군요. ‘어제 송정에서는 합해서 만원하던데...’ 했더니 직원분이 해운대가 조금 더 비싸다고. 아이랑 놀기에는 송정이 물도 깨끗하고 더 좋다고 슬쩍 말하시더군요. 결국 파라솔만 빌렸어요. 짠돌이 기질 발동... ^^ 튜브를 안 빌리길 잘했어요. 나중에 보니 파도가 너무 세서 튜브를 탈 수가 없더라고요. 튜브를 타고 들어가면 안전요원이 와서 불러내요. 해운대 가시는 분들은 파도 상황을 보고 튜브를 빌리는 편을 권합니다.



그날따라 파도가 정말 세더군요. 워터파크 파도풀장 저리가라예요. 자연의 힘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데, 파도가 워낙 세어서 몇 번 쓸려갔어요. 아이가 넘어지면서 무릎을 까이기도 하고. 물론 크게 다치거나 바다로 쓸려 간게 아니라 다행이었지요. 나중엔 주로 모래성을 쌓고 놀았어요. 파도가 워낙 박력 있게 치니까 모래성을 쌓기도 스릴 있어요.



해운대는 이제 국제적인 관광명소더군요. 외국인도 많고, 젊은 커플도 많아요. 부산까지 가서 바캉스 분위기를 내려면 해운대를 가야겠지요. 저는 앞으로 아이랑 가족 휴가 오면 송정해수욕장을 더 자주 찾을 것 같아요.



아내가 없는 4박 5일 동안 둘째의 ‘주양육자’로 지냈어요. 둘째는 엄마를 많이 좋아하고, 평소엔 제게 눈길도 안 주는데요. 저랑 단둘이 5일을 보내면서 온 몸 바쳐 놀아드렸더니 애정 표현이 늘어 완전 좋았어요. 역시 아이는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 애착 관계가 형성되더라고요.



이번 휴가는 독박 육아인지라 일부러 재미난 책을 안 가져갔어요. 아이랑 단 둘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너무 재미난 책을 읽다보면 아이가 부르는 게 귀찮아지거든요. 해운대 바닷가에서도 평소와 달리 책 한 권 없이 보냈어요. 아이에게 집중하는 시간. 늦둥이 아이가 벌써 열 살인데요. 고등학생 큰애만 하더라도 같이 여행 가는 것보다 집에 남아 혼자 시간 보내는 걸 더 좋아합니다. 아이와 함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시간도 많지 않아요. 아이는 놀아달라고 할 때 놀아줘야 합니다. 더 크면 놀아달라고 조르지도 않거든요.



아내 없이 보내는 독박 육아, 올 여름 가장 보람찬 나날이었어요. 여러분께도 감히 권해드립니다. 아이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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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마님과 제주도 여행 3일차

 

여행을 준비하면서 아내에게 물어봤어요.

"이번에 제주도 가면 어디 가고 싶어? 당신이 테마를 정해줘. 그럼 코스는 내가 짤게."

"아이들 없이 가니까 호젓한 숲길을 걷고 싶어."

아이들과 제주도에 가면 바닷가 해수욕장이나 관광지 위주로 다녔어요. 중문 단지에 콘도를 구하고 민서가 좋아하는 헬로 키티 뮤지엄을 가거나, 민지가 좋아하는 승마장을 가고, 외돌개나 일출랜드같은 유명 관광지를 다녔지요. 아이들은 장모님께 맡기고 둘만 왔으니, 마님의 소원대로 어른들의 여행 코스를 짭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섭지코지에서 가까운 성산 일출봉입니다. 제주도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요?

(자료사진)

성산 일출봉의 항공 사진이지요.  

(자료 사진)

섭지코지에서 본 성산일출봉의 모습. 어제 아내가 그러더군요.

"어? 저기에도 오름이 있네?"

ㅠㅠ

"당신, 성산 일출봉 몰라?"

"저게 성산 일출봉이야? 저것도 오름 아냐?"

"어떤 남자가 평생의 꿈이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를 사는 거야. 드디어 돈을 모아 할리를 뽑아서 여자 앞에 딱 나타났어. 그런데 여자친구가 그러는 거지. '어마? 오빠 스쿠터 새로 샀네?' 성산 일출봉을 그냥 오름이라 부르면, 일출봉이 좀 서운할 걸?"

일전에 가족 여행차 왔을 때, 어린 민서가 계단 오르기 힘들어해서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갔던 기억이 납니다. 어른들끼리 오니 이번에는 정상까지 갑니다. 

'울 마님, 그동안 애 키우느라 좋은 데도 못 갔구나, 앞으론 내가 잘 모시고 다닐게.'

렌터카를 몰아 사려니 숲길로 향합니다. 평소엔 비자림을 즐겨갑니다. 아기자기한 코스에 화려한 식물군.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사람이 좀 많지요. 조용한 숲길 산책이라면, 한라산 중턱에 있는 사려니 숲길도 괜찮아요. 주차장을 찾는게 좀 불편한데요. 편의 시설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사람이 덜 찾는 곳이라는 뜻이니까, 뭐... ^^

본격적인 숲길 산책, 시작.

바닥에 야자나무 잎으로 만든 매트가 이어집니다. 이 길을 따라 걸으면 힘들지 않아요. 길 밖을 벗어나면 수풀이 무성해져 걸어가기 힘들어요. 인적이 드문 길은 관목들이 빠르게 길을 덮습니다. 가급적 반바지보다는 긴 바지에 발목까지 덮는 양말을 신고 걷는 편이 좋습니다.

혼자서 씩씩하게 잘 걷네요. 항상 회사일로, 집안일로, 바쁘기만 한 마님이 주말에 이렇게 숲길을 걷는 모습, 보기 좋아요. 평소라면 수다를 떠는 저도, 오늘은 묵언수행하듯 입을 닫고 멀찌감치 뒤에서 마님만 쫓아갑니다. 아내가 조용한 숲 속의 정취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해주고 싶어요.

한 시간 정도 걸어 사려니 숲을 돌아본 아내가, '벌써 끝이야?' 하기에, 모시고 한라산으로 향합니다. 사려니 숲 근처 성판악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한라산을 오릅니다. 백록담까지 가는 등산이 아니라, 한라산 숲을 즐기는 산책입니다.

산행 초보자들에게는 사라오름까지 왕복 4시간 코스가 좋습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가벼운 운동화 차림으로도 갈 수 있어요. 평소 산행을 즐기지 않는 마님이지만 야트막한 숲길을 따라 어렵지 않게 산을 오릅니다.

사라오름 전망대로 가는 길입니다. 가물어서 산정호수가 마른 게 좀 아쉽네요.

맑은 날이면 저 멀리 백록담과 바다가 보일 터인데, 오늘은 날이 흐려 사방이 다 구름입니다. 운무 속에 서 있는 걸 보면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 실감이 나네요.

마님과 숲길을 걸을 때, 아내가 앞장 서서 걷도록 합니다. 두 사람이 산길을 걸을 때, 산행이 미숙한 사람이 앞에 서서 가는 편이 좋습니다. 산에 익숙한 사람이 성큼성큼 앞장 서서 걸으면 따라 오는 사람이 쳐집니다. 사이가 벌어지면, 앞서 가던 사람이 앞에서 기다리는데요, 따라 잡으면 금세 다시 출발합니다. 즉 산을 잘 타는 사람은, 자신의 페이스 대로 산을 오르면서 휴식도 자주 취하는데요, 산을 못 타는 사람은 잘 타는 사람 페이스 맞추느라 힘들고 제대로 쉬지도 못해서 더 힘들어요. 

커플 산행시, 미숙한 사람이 앞장을 서고요, 뒤에 가는 사람은 적당히 간격을 유지하면서 따라가는 편이 좋습니다. 원래 뒤에 쫓아가는 게 체력 소모가 더 심하거든요. 그리고 한라산이나 사려니숲길처럼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은 길만 따라가면 되니까 초심자가 혼자 앞장서서 걸어도 부담이 없어요. 갈림길이 나오면 잠시 쉬면서 뒷사람이 쫓아오기를 기다리면 되니까요.

도보 여행이나, 자전거 여행도 마찬가지에요. 미숙한 사람이 앞에 가고 능숙한 사람이 뒤에 가는 게 좋아요.

해발 1000미터! 마님의 표정이 밝습니다. 초심자에게 중요한 것은 이런 작은 성취감이지요.  

17년 간의 결혼생활도,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왔네요. 저는 자기주도적 인생을 사는 터라, 일을 저지를 때, 마님에게 먼저 허락을 구하는 법이 없습니다. 최근에 회사에서 벌인 일도 그래요.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합니다. 마님은 저 뒤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 가타부타 뭐라 하는 법이 없어요. 가끔 농삼아 그러시지요.

'우리 남편, 회사에서 잘려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먹여 살릴 테니.'

마님은 저보다 연봉이 훨씬 높은 능력자이십니다. ^^

 

'앞에서 끌지도 않고, 뒤에서 붙잡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가 가는 길을 존중하며 조용히 쫓아간다. 그가 무엇을 하든, 뒤는 내가 지켜준다는 생각으로.'

부부가 인생을 사는 법이 이런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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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마님과의 제주 여행 2일차

 

도미토리를 같이 쓰는 방친구들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진 새벽 5, 혼자 조용히 일어나 아침 산책을 갑니다.

 

 


바다 위로 동이 터오는 하늘이 예뻐요. 서울에서는 하늘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눈높이에서 가리는 건물들이 너무 많아요. 서울을 벗어나면 하늘이 절로 보여요.

 

 

도두봉 공원 산책로, 바다를 낀 야트막한 언덕을 오릅니다. 올레 코스 중 일부인데요. 올레는 종일 걸어도 좋지만 이렇게 일부만 잠깐 걸어도 참 좋네요. 새벽 5시, 바닷길 산책으로 시작하는 하루!

 

 

 

 

등대까지 걸어가 동네 한바퀴를 돌고 숙소로 가니 아침 7시. 게리와 막심은 아직도 자는 군요. 막심은 어제 밤 늦게 체크인한 러시아 친구에요. <브런치 안 힐링하우스>는 부킹닷컴 리뷰가 좋은 덕인지 외국인 배낭족들이 많네요.

 

영어 공부에 한창 빠졌을 때 만났다면, 1일 가이드를 자청하고 함께 놀러다녔을 텐데요. 여행 중 말이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나면 내가 이미 갔던 곳이라도 한번 더 같이 가고 그랬어요. 같은 장소도 다른 사람과 보면 또다른 느낌이거든요. 무엇보다 영어가 미숙한 사람에게 말을 잘 받아주는 좋은 말동무를 만나면 참 고맙거든요.

제주도에서 외국인 배낭족을 만나려면 숙소의 영어 리뷰를 체크해보세요. 재미난 인연을 만날 수 있어요. 어제밤 10시 넘어 셋이서 영어로 수다를 떨다 비슷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는데 저만 혼자 다섯시에 일어난 걸 보면, 역시 나이는 못 속이겠네요. 나이 들어서 그런가, 새벽잠이 없어요. 아니면 새벽에 글을 올리는 블로거의 오랜 습성이 몸에 밴 건가? 역시 습관이 무서워요.


제가 즐기는 배낭족의 아침 식사.

 

게스트하우스에서 보통 토스트 식빵과 계란과 야채를 준비해 놓지요. 식빵 두쪽을 굽고, 계란 프라이를 해서 야채를 올리고 마요네즈를 뿌리면, 초간단 에그 샌드위치 완성!

 

전국에 게스트하우스가 생기고 있으니 나이 들어서는 전국 게스트하우스 순례를 다니며 외국인 배낭족들에게 1일 관광가이드를 하며 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이제 공항에 마님을 모시러 갑니다. 저는 목요일부터 휴가를 내고, 아내는 금요일부터 휴가입니다. 둘이서 섭지코지로 가요. 이곳에서 아내의 선배가 결혼식을 올리거든요. 

  

 

예식장소는 휘닉스 아일랜드에 있는 민트 레스토랑. 짠돌이인 저와 가격대는 맞지 않는 고급 레스토랑이지만, 기품 있는 마님을 모시기엔 부족함이 없는 장소입니다. ^^ 민트 레스토랑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여있어 풍광이 아름답습니다. 신랑 신부가 마흔 일곱살의 동갑내기인데요. 정말 보기 좋네요.

 

 

20대 첫 직장에서 만난 후, 각자 유학을 떠나고 외국에서 일하느라 3,40대를 바쁘게 보냈어요. 미국 와튼 스쿨에서 공부한 신부는 훗날 싱가포르에서 일하기도 하고 지금은 미국 LA에서 살면서 첨단 메디컬 회사를 다닌답니다. 영어가 되는 사람의 삶의 행로는 정말 국제적이군요. 신랑은 회사 그만두고 프랑스로 건너가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네요. 정말 멋지게 사는 분들이에요.

 

30대, 40대, 꿈을 좇아 세계 방방곡곡을 다닌 두 사람이 좋은 친구로 지내다 이제 부부의 연을 맺습니다. 

 

 

마흔 일곱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신부와, 아직도 장난기가 얼굴에 가득한 신랑의 모습이 참 보기 좋네요.

 

100세 시대, 결혼의 의미는 이제 '지속 가능성'에 있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빨리 하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에요. 얼마나 오래 지속하느냐가 문제지. 100세 시대에 결혼을 너무 서두르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 어쩌면 나이가 들어 하는 결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을, 반드시 20대 30대에만 하라는 법은 없어요. 40이나 50에도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어요. 40에도 공부의 열정을 불태우고, 50에 세계일주를 꿈꾸며, 60에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도 있거든요.

 

마흔 일곱의 나이에 혼인 서약을 맺는 신랑 신부를 보니, '아, 인생에 너무 늦은 나이란 없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방 강연을 갈 때는 휴가를 내어 하룻밤 자고 다음날 아침 근처 산이나 바다, 강변을 걷다 옵니다. 어찌보면 이것도 외박인데, 아내는 싫은 기색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저에겐 가끔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아는 거지요. 

 

 

 

역마살이 낀 남편을 만나 17년을 참고 살아오신 우리집 보살님.

저같은 철부지에겐 역시 마님 밖에 없네요.

 

내일은 간만에 마님을 모시고 여행 가이드를 하려고요.

 

제주도 숲길 여행,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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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봄 제주 여행 1일차

 

아내와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떠나려고 집을 나서는데, 열살 난 둘째 민서가 묻습니다.

"또 엄마 아빠 둘이서 놀러 가는 거야? 결혼기념일은 이미 지났잖아?"

ㅋㅋㅋ

우리 부부의 루틴을 파악했군요. 매년 봄 결혼기념일이 되면 아이들은 두고 둘만의 여행을 다닙니다. 부부에겐 이런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올해엔 6월 초로 일정을 잡았는데요, 그 사연은 2일차에 소개할게요.

첫날 저 혼자 비행기를 탑니다.

 

제주한라대에서 강연 요청이 왔기에 날짜를 맞췄어요. 하루 전에 와서 일을 하고 다음날 아내와 합류하기로. 제주도에 올 때는 항상 들뜹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해안가 마을 풍경에 벌써 가슴이 콩닥거립니다.

제주한라대 캠퍼스. 학교 기숙사 앞에 야자수가 심어진 풍경이 이국적이네요. 제주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 마치 사시사철 여행 온 기분이 날 것 같아요.

점심은 제주한라대 학생식당에서 마요덮밥을 먹었습니다. 3500원에 이렇게 맛난 식사! 

유럽 배낭여행 할 때 기분이 나요. 당시엔 적은 돈으로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 대학 학생 식당을 애용했거든요. 하이델베르크 대학과 베를린 대학의 학생 식당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시 배낭여행 가이드북에는 대학교 교내 식당이 맛집 리스트로 소개되곤 했어요.

3500원짜리 마요덮밥! 정말 맛있네요. 다시 옛날로 돌아가 배낭여행하는 기분~^^

강의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학교 앞 카페로 향했습니다. 아이스카페라떼 한 잔이 2500원! 지방이라 그런가, 대학가라 그런가, 물가가 싸네요. 이곳에서 강의 준비도 하고 원고 작업도 합니다.

뒤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수다를 떠는데요, 별 방해가 되지 않아요. 제주도 사투리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알아듣지 못하는 말들은 마치 파도소리나 바람에 스치는 갈대 소리 같은 거죠. ^^  

오늘 강연의 주제는 '100세 인생, 제2의 청춘을 즐기는 법'입니다.

청춘을 즐기려면, 나이가 몇이든, 20대 시절에 즐기던 것을 그대로 즐기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저의 경우, 그게 독서와 여행인데요. 책 읽는 습관 덕에 중년의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20대에 익힌 배낭여행의 기술은 나이 50에도 유용하게 써먹고요.

4,50대는 노후를 준비하는 시간인데요. 최고의 노후 준비는 현재를 즐기는 것입니다. 나이 70에 새로운 것을 배우기는 쉽지 않아요. 퇴직 후 여행을 즐기려면 지금 짬짬이 영어 공부를 해야 하고요.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려면 지금부터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야 합니다.

 

강의가 끝나고 오늘의 숙소로 이동합니다. '브런치 안 힐링 하우스' 제주공항과 가까운 곳이라 골랐어요.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듭니다.

도미토리 4인실의 침대 하나를 2만원에 예약했는데요, 창밖으로 바다도 보이고, 방도 깨끗하고 좋네요. 부킹닷컴에서 리뷰와 점수를 보고 예약하면 실패할 확률이 적어요. 마님과 함께 묵는 숙소는 고급 호텔을 잡고요, 혼자 다닐 땐 무조건 2만원대 도미토리입니다.

방에 짐을 두고 나와 근처 올레길을 걷습니다. 걷기만큼 좋은 운동도 없어요. 숙소를 잡을 때 미리 지도에서 확인해둔 길이 있어요.

숙소 바로 앞에 올레 17코스가 있네요. 길을 따라 도두봉 공원을 오릅니다. 지도에서 보듯 '섬머리'처럼 튀어나온 지형이라 3면의 바다를 다 볼 수 있어요.

바닷가 산책은 언제라도 즐겁습니다.

산책 후에는 저녁을 먹어야지요. 제주도민이 알려주신 인근 맛집, '도두 해녀의 집'에 가서 특물회를 시켜 먹습니다. 15000원인데요, 성게랑 전복이랑 푸짐하게 들어있어 찾아온 보람이 있네요. 평소 저의 식사 단가보다는 높지만, 일을 한 후에 이 정도의 사치는 허락해줍니다. ^^

숙소로 돌아와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지고, 다음 책 원고 작업을 합니다. 자판을 두들기다 손목이 아프면, 읽던 책을 펼치고, 그러다 멍하니 바다를 봅니다. 그러다 다시 노트북을 펼치기도 하고요. 책읽고 멍때리고 글쓰는 와중에 제주도 푸른밤은 저물어 갑니다. 

이곳 도미토리에는 외국인 배낭족이 많이 찾아오네요. 오늘의 룸메이트는 게리 제르맹이라는 프랑스인입니다. '아스팔트'라는 레이싱게임을 만든 게임 회사 마케팅 직원인데 휴가차 제주도에 왔답니다. 며칠 간 제주도를 돌아본 후, 이곳의 풍광에 푹 빠져있네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침대에 누워서도 조잘조잘 여행 이야기에 밤 깊어가는 줄 몰라요.

행복한 하루였어요.

제주한라대 평생 대학에서 했던 강연도 즐거웠고요. (일) 도두봉 올레길 걷기도 좋았고, (놀이) 저녁에 바닷가에서 책을 읽은 것도 좋았어요. (공부) 일과 놀이와 공부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삶,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퇴직 후에는 어디라도 불러주시면 달려가서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요, 그 근처에서 맛난 음식과 멋진 풍광을 즐기렵니다. 그런 다음 저녁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늙어가는게 꿈입니다.

노후에 하고 싶은 일은, 지금 당장 해봐야 합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조금씩 연습을 해야하거든요.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는 제주도,

제게는 일과 공부와 놀이가 있는 꿈의 섬이에요.

언제 어디서라도, 일과 공부와 놀이가 하나되는 삶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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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3주간 탄자니아 배낭 여행을 다녀온 후, 약간 울적했어요. '이제 한동안 무슨 낙으로 살지?' ^^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저의 요즘 모토입니다. 여행도 마찬가지예요. 멀리 오래 떠나는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일상에서 짬짬이 즐기는 여행도 소중해요. 그래서 자전거를 타고 떠났습니다. 수원 화성으로.

 

전철 분당선에 자전거를 싣고 매교역까지 갑니다. 매교역에 내려서 수원천을 찾아갑니다. 

 

 

처음 가는 도시에서 자전거 길을 찾을 때 저는 지도에서 푸른 물줄기를 찾아요. 강이나 하천변에 자전거 도로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거든요. 수원천을 따라 동남각루까지 달립니다.

 


수원천 옆 지동시장에 미리 눈도장을 찍어둡니다. 여기서 점심을 먹어야겠어요. 이제 앞에 보이는 화성 성곽을 따라 오릅니다.

 

 

평일 쉬는 날을 택해서 왔더니 사람이 없어 성곽길을 따라 자전거 타기 참 좋네요. 옛날에도 왔었는데, 버스타고 오는 것과 자전거로 오는 게 느낌이 또 다르네요.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자전거 여행 : 서울 수도권 편>에 나오는 수원 화성 소개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성城의 나라다. 남한에서 확인된 성이 천오백 군데를 넘고 북한까지 합한다면 2천 군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의 성은 기본적으로 군사시설이다. 평지에 자리한 읍성이든 산 위에 있는 산성이든 적의 침입을 막고 대비하기 위한 시설이다. 유럽과 일본의 아름다운 성은 지배자인 영주들만의 거처였지만 우리의 성은 읍성과 산성 모두 주민을 위한 방어시설이었다. 읍성은 평소에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에워싸고 있고, 산성은 유사시 대피할 수 있는 대피공간이다. 권력자만을 위한 중세 유럽과 일본의 성과는 기본적으로 출발이 다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성 중 최고는 어딜까. 기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성 자체의 완성도와 예술성에서는 단연 수원 화성이 최고다'

 

(위의 책 33쪽)

 

 

 

 

화성을 지은 정조 임금의 이야기가 안내판에 소개됩니다. 효성이 참 지극한 왕이었지요.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에 대한 그리움이 그만큼 컸던 까닭일까요.

 

연산군처럼 어머니의 비극적인 죽음에 천착하다 폭군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정조 대왕은 분노를 잘 다스렸던 것 같아요. 항상 주위에 학자들을 두고 책에 대한 토론을 즐겼다고 하는데요, 역시 마음 속 분노를 다스리는데는 책 만한 것도 없는 것 같아요. ^^

 

 

수원 화성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문득 산책로에 접어들었습니다.

 

 

굿모닝 게스트 하우스! 라는 간판에 가슴이 설렙니다. 아, 배낭족의 고질병이지요. 어딜 가다 게스트하우스란 간판만 봐도 또 역마살이 도집니다.

 

 

자전거 여행중 잠깐 쉬어가기 참 좋은 곳이군요.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 카페라는데요. 아이스티가 2천원. 가격도 착하고 분위기도 좋네요. 잠시 페달질을 멈추고 쉬었다 갑니다. 크레마 카르타, YES24에서 나온 전자책과 전자 도서관 덕분에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어쩜 저에게 여행은 책 읽을 풍광 좋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야외 즉석 도서관 순례인지도... ^^

 

화성 주위로 어차 전용 도로가 닦여 있어요.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행차인데요. 평일에 한적한 시간에는 자전거로 달리기 좋네요. 임금님 행차가 오면 그때 비켜주려고요. ^^

 

산위에서 만난 정조 대왕의 동상.

 

 

이덕무 (스스로 책만 읽는 바보-간서치-라 칭했던)나 박제가 같은 서얼 출신 선비들에게 벼슬길을 열어준 성군, 정조 대왕. 나라를 다스리는 길은 결국 사람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정조같은 성군을 못 만나면 어떡하느냐, 이덕무처럼 평생 책만 읽다 가도 좋아요. 벼슬에 연연하지 않고 수양을 목표로 사는 거지요.

 

 

 

수원 화성, 좋네요. 역사책에서 만났던 갖가지 이야기가 성벽을 따라 파노라마처럼 펼쳐집니다. 낯설고 말 설은 머나먼 타국 땅까지 갈 것 없이 내가 사는 나라에서도 여행을 즐기며 살아야겠어요.

 

 

성곽 주변으로 조성된 공원에서 잔디에 누워 책읽다 낮잠자기 딱 좋아요.

 

 

 

TV 정보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수원 화성 풍선여행.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화성의 전체 윤곽을 쉽게 볼 수 있겠군요. 저는 안 타고, 그냥 패스.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굳이 돈 내고 다른 거 타지 않아요. 자전거 여행 자체가 최고의 볼거리인데, 뭘. ^^ (짠돌이 정신, 죽지 않아!)

 

 

지동시장에서 점심으로 순대를 사먹었어요.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지난 겨울, 라디오 PD 후배에게 접이식 자전거 한 대를 얻었어요. 이제 평일에 한산할 때 전철에 싣고 지방 여행도 다닐 수 있어요.

 

당일치기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요, 숙박비가 안 들고요. 교통비도 적게 들어요. 직접 페달을 저어 돌아보니 가뿐한 운동도 되고.

 

탄자니아에 다시 갈 일은 없어도, 수원 화성은 자꾸 오고 싶어질 것 같네요~

 

하루 여행 경비는 1만원도 들지 않아요. 서울에서 어디 가서 밥만 먹어도 1만원인데 말이지요.

이제 정년 퇴직, 10년 남았어요. 부지런히, 퇴직 후 놀 거리, 볼 거리를 찾아두려고요. 노후에 심심할 때면 옛날에 쓴 블로그를 뒤져, '그래, 오늘은 또 어딜 가보나?' 하려고요. 즉 오늘의 여행 일지는 미래의 나를 위한 가이드북이에요. 무엇보다 나이 들어 블로그를 다시 보면 후회가 적을 것 같아요.

그래, 하루 하루 알차게 잘 살았네! 하고 말이지요.

오늘 이 순간을 즐기며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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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 올라가는 늦둥이 둘째딸이 이번에 겨울방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하는 언니는 공부하느라 바쁘고, 열혈 직장인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혼자 심심해 하기에 둘이서 스키 캠프를 다녀왔어요. 겨울철 나들이로는 스키장만한 곳도 없지요. 검색해보니 웰리힐리 파크 가족사랑 스키캠프라고 뜨기에 1박2일간 다녀왔어요.

 

웰리힐리파크 가족사랑 스키캠프, 이래서 좋다. 세 가지 이유!

 

1. 친절한 강사님!

열 살 민서는 이번에 처음 스키를 배웠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서툰데 강사님이 잘 가르쳐주셨어요. 처음 조를 나눈 후, 그러시더군요. '이제 부모님은 아이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나중에 보니, 눈밭에 무릎자세로 앉아 처음 타는 아이의 자세를 세세하게 잡아주시더군요. 그 장면을 보고 감동 먹었어요. 다음날 민서랑 같이 스키를 탔는데요. 전날 처음 배운 아이가 초중급 코스에서 한번도 넘어지지 않고 끝까지 내려왔어요. 정말 잘 가르쳐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저는 스키 중상급자 반에 갔는데요. 강사 한 분에 강습자는 다섯명이었어요. 강습자 최대인원이 10명이라니 단체 강습으로 이 정도면 아주 좋은 조건입니다. 강습의 내용도 마음에 들었고요. 

 

2. 극강의 가격 대비 만족도!

차에서 내리자, 민서가 한마디 했습니다.

"우리, 오늘 여기서 자는 거야?"

"응."

"짠돌이 아빠가 웬일이래?"

ㅋㅋㅋㅋㅋ

 

숙소가 웰리힐리 리조트 본관 콘도였어요. 아이랑 저랑 2인 1실을 썼지요. 숙박에, 식사, 리프트권, 장비 렌탈에, 강습료까지 포함된 가격이 1박2일에 2인 218000원. 이정도 가격에 이런 고퀄의 프로그램이라니, 깜놀!  

스키장 근처 저가형 숙소만 찾아다니다, 슬로프가 내려다보이는 리조트 본관 콘도에서 묵는 호사를 다 누리네요. 처음 입실하고 창밖 풍경이 감동이었어요. 눈의 나라 공주님 납시오!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고 속으로 외쳤어요. 

"예감 뽀개러 가자!"

정설을 한 슬로프는 마치 감자칩처럼 줄이 짝짝 나있어요. 그걸 스키의 엣지로 가르면서 내려오는 걸 예감 뽀개기라고 합니다. ^^ 스키장에서 숙박을 하니, 가장 먼저 슬로프를 달릴 수 있군요.

 

3. 이것이야말로 황제 스키! 

웰리힐리파크가 성우리조트이던 시절, 차를 몰고 스키 타러 갔다가 영동고속도로에서 차가 막혀 식겁한 적이 있거든요. 주말 동안 야간 스키까지 열심히 타고 일요일 저녁에 올라오는데, 고속도로 정체를 만났어요. 가뜩이나 다리가 풀렸는데,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하느라 다리에 쥐가 나서 죽는 줄 알았어요. ㅠㅠ 그 후로는 무료 셔틀 버스가 다니는 비발디만 갔어요.

웰리힐리는 거리가 먼 탓인지 사람이 적어요. 특히 야간 스키는 텅텅... 밤에 스타익스프레스나 정상 최상급 코스는 사람이 없어 저 혼자 황제 스키를 즐겼습니다. 

 

오전 11시에도 슬로프가 붐비지는 않더라고요. 초보 리프트에도 줄이 길지 않고, 사람이 적어 아이랑 마음 편하게 잘 타고 왔어요.

 

차 가지고 돌아올 때는 서울 집까지 2시간도 안 걸렸어요. 2016년 11월 11일 개통한 제2영동 고속도로 덕분이지요. 개통한지 얼마 안 된 광주원주 고속도로에 차가 없어 수월하게 왔어요.  

 

(ㅋㅋㅋ

이렇게 격렬칭찬모드로 쓰다보니 마치 스키장에서 무슨 협찬받고 쓰는 광고글 같군요.

검색해서 찾아간 스키캠프, 정말 즐거웠어요. 서툰 아이에게 친절하게 가르쳐주신 강사님이나 운영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이렇게 블로그에 글을 남깁니다.)

가서 보니, 엄마 두 분이 아이 친구들까지 여러명 데리고 와서 지내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선, 또래들과의 교감이 중요하지요. 엄마 아빠랑 오는 것보다 어쩜 친구들끼리 놀러오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어요. 강사분들이 아이를 봐주는 동안 엄마들은 커피숍에서 여유로운 수다를 즐기고... 그것도 나름 좋은 캠프일듯. 일하느라 바쁜 엄마가 있으면, 그 엄마의 아이를 데려오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 이상가는 선행이 없을 듯! 

  

http://yunski.smarthappy.co.kr/

(웰리힐리 가족사랑 스키캠프 홈페이지)

 

근무 일정상 1박2일 캠프를 선택했는데요, 여러분께는 2박3일 캠프를 추천합니다. 스키를 배울 때는 2박3일 동안 한번에 몰아서 타는 게 좋습니다. 당일 스키만 즐기면 잘 늘지 않아요. 오전부터 열심히 타면 오후 3시쯤 감이 슬슬 옵니다. '아, 이렇게 타는 건가?' 그 상태에서 집으로 가지요. 몇 주 후 다시 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2박3일 캠프를 가면, 처음 이틀 정도 강습을 받으며 자세를 익히고요. 2일차, 3일차 자유스키를 통해 완전히 몸에 익힐 수 있어요.

끝으로 민서의 일기를 올립니다.

"강사 강다빈 선생님은 선생님이신지 코미디언이신지 구분하지 못하였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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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제주 자전거 일주 4일차

 

3일차 숙소, 표선이나 성산일출봉에 게스트하우스가 많은데 굳이 세화까지 올라온 이유는, 4일 낮 12시 반 비행기로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10시까지는 자전거 반납을 마쳐야해서 3일차에 최대한 밟았어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군요. 다행히 큰 비는 아니어서 그냥 비를 맞으면서 달렸습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누가 자신은 늙고 병들면 스스로 생을 버리고 싶다고 했더니, 어떤 분이 그랬어요.

"생로병사가 모두 모여 인생인데, 앞에 좋은 것만 취하고 뒤에 것은 버린다는 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어쩌면 늙어가고 병들고 죽어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인생에서 배우는 것도 있지 않을까?"

여행도 그렇습니다. 좋은 날씨, 좋은 경치만 쏙 빼먹고 내뺄 수 없어요. 여행에서 고난이 닥치면 깨달음이 오고 배움이 생깁니다. 비가 와도 달립니다. 인생이든 여행이든, 무엇이 오든 그냥 다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고.

평소 짐받이에 묶어둔 배낭은 방수커버를 씌우고 등에 메고 달립니다. 제 배낭은 정말 가벼워요. 짐이 별로 없거든요. 여행이 즐거우려면 배낭이 가벼운 게 우선입니다. 어딜 가든 얇고 가벼운 윈드자켓 하나 꼭 챙겨갑니다. 비 올 땐 방수가 되고요, 바람이 찰 땐 방풍이 되고, 무엇보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갔을 때 보온이 됩니다. 다리가 젖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바퀴를 통해 튄 빗물에 많이 젖거든요. 중요한 건 상체의 보온입니다. 체온이 1도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떨어진다고 하니까요. 우중 라이딩에서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안경에는 왜 와이퍼가 없을까요?' 

뒤로 보이는 정자는 지난번 태풍에 많이 기울었네요. 자연의 힘 앞에서 겸손해집니다.

드디어, 마지막 인증센터! 함덕 서우봉 해변입니다. 비를 맞고 달린 보람이 있습니다. 이로써 제주도 환상 자전거 일주도로 완주! 이제 제주시까지 달려 그곳에서 자전거를 반납하고 근처 목욕탕에서 씻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비에 젖은 양말을 갈아신지 않으면 비행기 기내에서 원성이 자자할듯 합니다. ^^

 

4일차 코스는 

세화 항구 - 김녕 해수욕장 - 함덕 서우봉 해변 - 삼양검은모래 해변 - 제주목관아

40킬로 (3시간 거리)입니다.  

제주도 자전거 일주, 확실히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것이 좋네요. 제주 - 애월 - 송악산 - 서귀포 - 표선 - 성산일출봉 - 김녕 이 코스로 도는 걸 추천합니다. 바다 전망이나 바람의 방향, 도로 사정 모두 이편이 나아요.

 

자전거 대여시 체크할 점 2가지.

1. 중간 반납이 가능한지 꼭 물어보세요.

제가 빌린 '보물섬 하이킹'의 경우, 제주도 어디서든 중간 반납이 가능했어요. 지정된 반납 장소 (예: '해녀박물관 주차장')에 자전거를 갖다두고 잠근 후 사진을 찍어 보내고 1만원을 입금하면 됩니다. 아름다운 경치에 빠져 그냥 멈추고 싶을 수도 있고, 비행기 시간에 못 맞출 수도 있고, 폭우가 쏟아져서 라이딩이 힘들 수도 있습니다. 가급적 중간 반납이 가능한 가게에서 빌리세요. ('보물섬 하이킹' - 자전거의 상태나 서비스, 공항으로부터 거리, 대여 가격 등 모든 점에서 만족스러웠어요.)  

http://www.bms-hiking.co.kr/

(보물섬 홈피)

 

2. 브레이크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 자전거를 빌릴 때, 얼마나 잘 달리는지 확인합니다.  더 중요한 건 얼마나 잘 서는지 입니다. 브레이크를 잡았을 때, 한번에 콱! 멈추는 것도 문제고 (내리막에서 뒤집힐 수도 있어요.)
브레이크가 안 들어 힘껏 당겨도 계속 밀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악력의 강약조절에 따라 내리막에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기도 쉽고, 긴급 상황에서 급정거도 가능해야합니다. (참고로 자전거 브레이크는 뒷브레이크를 메인으로 쓰시고, 앞브레이크는 급제동시 양쪽 다 잡을 때 씁니다.)

자전거나 사람이나 잘 나가는 건 실력이 아니에요. 잘 나가는 건 운이 작용한 덕이지요. 멈출 때를 알고, 제때 멈추는 게 진짜 실력입니다.

 

총경비

왕복 항공권 86000원
자전거대여 11000×4일=44000원

숙박 1일 평균 25000원 X 3일 = 75000원 (조식 포함)

식비 1일 15000원 X 4일 = 60000원 (중식 석식)

기타 경비 1일 5000원 X 4일 = 20000원 (간식)

3박4일간 28만원 정도 썼구요.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어요. 자전거 라이딩 자체가 최고의 놀거리니까 굳이 박물관을 가거나 관광명소를 들를 이유가 없고요. 피곤해서 밤에 일찍 자니 유흥비도 별로. ^^

제주도 환상 자전거 일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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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제주 자전거 일주 3일차

오늘은 가장 먼 거리를 달리는 날인지라 아침 일찍 서귀포 숙소를 나왔어요. 어떤 여행이든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아침에 동 트면 숙소를 나와 구경 다니다 점심 먹고 오후 3시쯤 숙소에 들어가 낮잠을 자고, 쉬었다가 저녁 먹고 동네 산책, 그런 다음 9시에 잠들기,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책을 보며 하루를 준비하고... 이게 여행지에서 저의 일과지요.

이건 사실 저의 평소 일과이기도 합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 여행 왔다고 삶의 리듬이 바뀌면 일상에 복귀해서 힘들어요. 여행도 일상과 같은 패턴으로 즐깁니다. 아니, 일상을 하루하루 여행처럼 즐기는 거지요.  

쇠소깍 가는 길, 오늘 첫번째 인증센터는 쇠소깍에 있습니다. 용두암, 송악산, 성산일출봉 등, 자전거 일주 인증센터들만 다 돌아도 제주도 해안가에 있는 명승지는 다 돌아봅니다.  

쇠소깍은 제가 특별히 좋아해서 자주 오는 곳입니다. 계곡 사이로 흐르는 물이 바다를 만나는 광경, 장관이에요.

올레길을 걷다 만났던 돌하르방을 자전거 여행 와서 다시 만나니 반갑군요. 자전거길과 올레는 만났다가 헤어지고 그럽니다.

가다보면 이렇게 찻길 한 가운데를 큰 개가 막고 있는 경우도 있어요. 지가 산적도 아니고, 통행세를 걷나? 제주도의 개들은 유순해서 별 문제가 없지만 가끔 자전거를 보면 짖으면서 쫓아오는 아이들이 있어요.

개는 시골길을 달릴 때 위험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갑자기 개가 달려들면 놀라서 핸들을 꺾다가 옆에 오는 차랑 부딪힐 수도 있고 넘어지기도 하거든요. 오랜 경험으로 보아, 자전거를 타다 개를 만나면 개에게 물려서 다치는 것보다 사람이 당황하거나 놀라 넘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개가 나타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올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말벌떼의 습격이 잦았어요. 말벌은 영역 보호 본능이 강해서 자신의 벌집 근처에 누가 나타나면 침입자로 판단해 공격을 합니다. 벌에게 쏘였을 때, "아니, 이 조그만 놈이 겁도 없이!" 하고 벌과 싸우면, 침입자 경보가 울리면서 벌들이 떼거지로 덤빕니다. 한 방 쏘인다고 죽지는 않아요. 문제는 그 자리에 서서 벌과 싸우면서 여러방 맞으면 쇼크사 할 수 있지요. 벌에게 한 방 쏘이면, 무조건 그 자리에서 달아나야합니다. 벌집에서 멀어지면 쫓아오던 벌떼도 돌아갑니다. 그게 집을 지키는 말벌의 본능이니까요.

개도 마찬가지예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개가 덤비면, 그냥 계속 달리면 됩니다. 한동안 쫓아오면서 짖어대도, 집에서 멀어지면 다시 돌아갑니다. 자전거를 그 자리에 세우면 안 됩니다. 공격 의사로 판단하거든요. 짖으며 쫓아오는 개에게는, 웃으면서 "어, 그래, 너 집 잘 지키는구나. 장하다." 하면서 그냥 자전거를 타고 사라지면 됩니다.

유순한 녀석들은 오징어 다리 하나 주고 길들여서 같이 놀기도 하지요. ^^  

부처님 말씀에 '제1의 화살은 맞아도 제2의 화살은 맞지 말라'는 얘기가 있습니다. 사슴이 길을 가다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았어요. 뒷다리에 꽂힌 화살을 보고, '아니 이 놈은 뭔데 이렇게 따끔따끔 아프지?' 하고 그 자리에 뱅뱅 돌면서 화살을 뽑으려 하면 사냥꾼이 날린 제2의 화살을 맞고 잡히고 맙니다. 한 대 맞으면 그 자리에서 달아나야합니다.

살다가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어요. 장사가 망하거나, 사기꾼에게 돈을 잃거나. 이건 제1의 화살입니다. 장사가 망하거나 사기를 당했다고 부부가 싸우기 시작하면 가정 불화가 생깁니다. 제1의 화살은 누구나 맞을 수 있습니다. 제2의 화살은 피해야 해요. 

가다보니 바닷가에 멋진 카페가 조성이 되어 있군요.

바다가 보이는 너른 잔디밭이 마치 발리에 있는 리조트처럼 꾸며져 있어요. 여기는 어디일까요?

태흥2리 마을카페입니다. 마을 어귀 바닷가 공용 공간에 이렇게 잔디를 심고 야자수를 가꾸고 예쁜 의자들로 공간을 꾸몄네요.

이른 아침이라 아직 아무도 없어요.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다가 갑니다.

 

강화도나 대부도로 자전거 여행을 다니면, 경치가 아름다운 바닷가마다 꼭 카페나 펜션이 지어져 있어요. 전망 좋은 곳이 다 사유지라 길 가는 이가 쉴 곳이 없어요. 자연 경관을 사유화하는건데, 이건 좀 안타까워요. 

이런 마을 카페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릴없는 노인들이 나와 커피를 팔고, 하릴없는 청년백수들이 커피값 부담없이 놀다가고. 이것이 백수가 꿈꾸는 공유 경제입니다.      

표선 해비치 해변입니다. 아침에 숙소에서 토스트 네 쪽 먹고 몇시간을 달렸더니 허기지네요.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서 '오션 뷰 레스토랑'(?)에 앉아 만찬을 즐깁니다.

표선 해안가를 따라 달리다 중산간으로 핸들을 꺾습니다. 잠시 자전거 일주도로에서 벗어나 찾아갈 곳이 있어요.

표선해비치 지나 삼달교차로에서 1.5킬로 정도 올라가면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이 나옵니다. 지난주에 소개한 책,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고 꼭 다시 오고 싶었어요.

2016/10/2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그 섬에 가고 싶다

김영갑 선생이 루게릭 병과 싸우며 폐교를 갤러리로 꾸민 이 곳. 선생의 모습을 TV 화면으로 다시 보니 마음이 짠합니다.

"평생 제주도에서 사진만 찍겠노라고 내려왔어요. 사진 공부를 이론적으로도 체계적으로도 해본 적이 없어요. 몇년을 오름만 찍었지만, 끝이 안 나요. 끝없이 변하는 오름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갤러리를 만들었어요."  

자전거로 해안일주를 하면, 중산간의 오름을 볼 수 없습니다. 제주도에만 있는 특별한 자연 경관이 바로 오름의 풍광이거든요. 자전거 일주 오셨다면, 잠깐 김영갑 갤리리에 들러 오름의 경치를 맛보고 가세요. 시청각실에서 상영중인 다큐를 보시면, 언제 오더라도 화면 속 사진을 통해 제주도의 사계절을 볼 수 있어요.



다시 자전거를 달리다, '귤 1킬로에 2천원'이라는 문구를 보고 급히 세웁니다. 작은 귤 스무 개 정도 든 한봉지에 2천원. 가을에 제주도에 오면 싸고 맛있는 귤을 배불리 먹을 수 있어요. 바닷가 돌벤치에 앉아 짠 갯내음 맡으며 새콤달콤한 귤을 한입 가득 먹습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외딴 바닷가에 푸드 트럭 한 대가 서 있어요. 핫도그 3500원! 하기에 세우고 간식 삼아 먹습니다. 어라? 그런데 맛이 범상치 않아요. 뉴욕 스타일 핫도그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네요.

'써니스 키친'

가게 이름이며 핫도그 맛이며, 주인장의 포스가 범상치 않아 슬쩍 말을 걸어봤더니, 이 분 미국서 33년을 살다가 오셨대요. 미국인들이 파라다이스라고 부르는 하와이 섬의 마우이에서 8년을 살았다고. '어쩐지!"

나이 드니까 모국어가 그리워 돌아왔다고 하시네요. 제주도에 정착한지 몇 년 되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제주도가 더 좋아진다고, 이 섬의 매력은 끝이 없다고 하십니다. 처음에 오면 바다가 좋은데, 지나면 산도 좋고 오름도 좋고 다 좋대요.

해외에서 살다가 서울살이는 못 할 것 같아요. 제주도라는 곳이 있어 한국에서도 은퇴 후 살고 싶은 곳이 생겨 다행입니다.

저는 그래도 서울에서 살 거예요. 공짜로 즐길 수 있는 게 많거든요. 지하철, 도서관, 북한산, 한강 등등. 손주도 봐야하고 일도 해야 하고. ^^ 그래도 은퇴하고 일년에 한번씩 제주도에 여행오고 싶어요. 그럼 되지요, 뭐.

오늘은 구좌읍 평대 해수욕장에 있는 '언니 게스트하우스'에서 짐을 풉니다. 오래된 살림집을 게스트하우스로 씁니다.

하루 종일 자전거를 달린 후, 오래된 시골집 마루에 놓인 의자에 기대 앉아 조용히 책을 읽습니다. 오늘도 이 집에 남자 손님은 저 뿐이라, 3만원 내고 독채를 쓰게 되었군요. 주인장 커플에게 미안하네요.

 

3일차 코스

서귀포 - 쇠소깍 - 남원읍 - 표선해비치 해변 - 김영갑 갤러리 - 성산일출봉 - 세화항구 - 평대 해수욕장

75킬로 (5시간 거리)

아, 벌써 내일이면 서울로 돌아가는군요. 가기 싫어지는 걸요?

가야지요, 가서 일 하고 돈 벌어야지요. 애도 봐야지요. 낙원에서의 3박 4일에 감사하며 이 추억으로 또 한동안 버텨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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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제주도 자전거 일주 2일차

 

아침을 먹고 자전거 페달을 밟자 바로 바다가 보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바다 구경하는 날이군요. 차귀도가 보이는 해변을 지나갑니다. 바닷가에서 반건조 오징어를 만들고 있어요.

오징어 말리는 할머니께 얼마냐고 물었더니 10마리에 3만원이라고 하시더군요. 혼자 자전거 여행중이라 많이 먹지도 못하고, 들고 다니기도 힘드니, 만원에 3마리만 샀습니다. 반건조 오징어는 자전거 탈 때 최고의 행동식입니다. 초코바나 사탕은 양손으로 들고 까야해서 라이딩 중에 먹을 수 없어요. 오징어는 먹기좋게 잘라 프레임 가방에 비닐째 넣어두고 손쉽게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입이 심심하거나 배가 허전할 때 최고예요.

프레임 가방은 폼이 나지 않아 라이더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여행할 땐 참 편합니다. 배낭은 짐받이에 줄로 꽁꽁 묶어둔 탓에 수시로 열 수 없거든요. 휴대폰이나 지갑, 보조 배터리 등은 이렇게 가방에 넣어두면 여행 다닐 때 편해요. 당일치기 여행의 경우, 저 가방만으로 충분합니다.

수월봉에 올랐습니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특이한 모양의 지형이 눈길을 끄는데요, 저 바위는 꼭 큰바위 얼굴 같아요. 눈을 감은 아저씨가 지긋이 바다를 보는 것 같지 않나요?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거인 같기도 하고요.

바닷가 정자를 만나 쉬는데 동네 할머니 한 분이 그러시네요.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어쩌면 돌고래를 볼 수도 있으니 바다를 잘 살피면서 가시구랴."

모슬포와 대정 사이 바다가 특히 돌고래가 자주 나오는 곳입니다. 저는 못 봤지만, 다른 분들 쉬실 때는 바다를 유념해서 살피시기를.

송악산에 도착해 4번째 스탬프를 찍습니다. 송악산은 올레를 걸을 때 풍광이 예뻐 특히 좋아하는 곳입니다.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었으니, 또 맛난거 하나 먹어야지요. "해산물 한 접시 만원!"하시기에, 오홀! 하고 앉았는데 양이 너무 작아요... ㅠㅠ 혼자 다니면 맛난 거 먹기가 좀...

 

2일차 코스에는 모슬포에서 서귀포 가는 구간이 있는데요. 언덕이 연달아 아홉 개가 나옵니다. 체력적으로 좀 힘든 코스라 든든한 전투식량 보급이 필요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달리다가 '생선구이 1인분 9900원'이라는 간판을 보고 식당에 들어갔어요. 유명 관광지에서 동떨어진 외딴 곳인데 주차장에 차가 많으면 바로 들어갑니다. 맛 있네요, 역시!

먹었으니 또 열심히 페달을 밟습니다. 산방산을 지나 1132번 해안 일주도로를 만납니다. 자전거 도로는 이제 당분간 차도 옆 자전거 전용 차선을 달립니다.

중간에 화단으로 길이 나뉘어 있어 차로부터 안전합니다. 옛날 대학원 시절, 여름 방학에 제주도 자전거 여행 온 기억이 있어요. 95년 당시에는 서귀포까지 왔다가 그냥 포기했어요. 바다가 보고 싶어 왔는데 자동차 일주 도로만 탔거든요. 도로에서는 바다가 잘 보이지 않고, 그렇다고 마을길로 빠지면 외딴 골목에서 길을 잃고... 그 시절 생각하니, 작년 11월에 개통한 제주도 환상 자전거 일주 도로가 얼마나 고마운지! 찻길, 바닷길, 마을길, 산길 골고루 나있어 타는 재미가 있네요. 세월이 흐르면서 이렇게 좋아지는 것도 있군요.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에요.

'건강과 성' 박물관이 길 옆에 보입니다. 아, 가보고 싶다! 92년도에 유럽 배낭 여행 시절 암스테르담 섹스 뮤지엄에 간 적이 있어요. (내 안의 음란마귀 ^^)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자유로운 성의 표현이 무척 재미있었어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이곳도 들르고 싶긴 한데... 의상 때문에 포기했습니다. 자전거 라이딩 용 쫄쫄이 바지를 입고 있는데, 관람하다가 혹시.... 어험!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

자전거 길 가는 곳곳마다 다음 스탬프까지 남은 거리를 표시해줍니다. 카운트다운하면서 달리는 맛이 있어요. 중문 단지를 통과해 강정마을을 지나 서귀포까지 갑니다.

오늘 묵을 곳은 서귀포 천지연폭포 입구 사거리에 위치한 구덕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부킹 닷컴에서 도미토리 요금이 17500원이라기에 냉큼 예약했습니다. 자전거를 실내에 보관할 수 있어요. 1층 휴게실에는 외국인 배낭족도 있더군요. 

4인실인데 오늘도 손님이 없어 저 혼자 독방 씁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뛰어난 숙소.

자전거 길 바로 옆에 있어 찾아오기도 쉽고요. 옥상 휴게실에서 저 멀리 세연교랑 바다도 보입니다.

이상해요. 이렇게 싸고 좋은 숙소에 왜 사람이 없지? 제주도는 4,5월과 9,10월이 좋습니다. 비록 평일이긴 하지만 성수기인줄 알았는데, 숙소가 텅텅 비어있네요.

주인장께 물어보니, 요즘은 올레꾼이 좀 드물답니다. "왜 그렇지요?"

"할 사람은 이미 다 했나봐요. 오히려 요즘은 자전거 여행객이 많아지고 있어요."

올레의 인기가 시들해진 건지, 굳이 제주도에 오지 않아도 전국 방방곡곡에 길이 생겨 갈 데가 많아진건지 잘 모르겠어요. 개인적으로 올레를 걷다가 10코스에서 그만 둔 이유는, 한번에 3,4일씩을 걸어도 제주도의 일부밖에 보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렇다고 산티아고처럼 한 달 씩 시간을 내기엔 그렇구요. 한 달이 비면, 해외로 가야지요. 네팔 안나푸르나든 파타고니아든. 이번에 해보니 앞으로는 올레꾼 자리를 자전거 라이더들이 차지할 것 같아요. 주말을 끼고 4~5일이면 제주도 전체를 한 바퀴 돌 수 있다는 게 큰 강점이지요.  

사장님은 다음에 오면 스쿠터로 또 한바퀴 돌아보라고 하시네요. 한여름에는 자전거를 타기에 제주도가 너무 덥다고. 여름 방학엔 시원한 맞바람 맞으며 달리는 스쿠터도 좋다고. 단 10월 이후, 3월 전에는 바람이 차서 스쿠터가 좀 힘들 수도 있다는...

저는 제주도 매니아에요. 올해만 벌써 3번째 왔군요. 걷기도 하고, 차를 빌리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기도 하는데요. 교통수단이 바뀔 때마다 풍광이 달라져요. 이렇게 여행하기 좋은 곳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2일차 코스는요. 

차귀도 - 모슬포항 - 송악산 - 산방산 - 중문단지 - 강정마을 - 서귀포 

65킬로 (4시간 반 거리)를 달렸네요. 모슬포에서 중문 사이 고갯길이 많아 여유있게 시간을 잡고 달리시는 편을 권합니다.

그럼, 내일 3일차 여행기로 돌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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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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