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카톡에 광고 문자가 왔어요.
<4월 겹벚꽃 명소 각원사로 떠나는 초특가! 봄꽃 당일 여행>.
천안으로 떠나는 힐링여행으로 아름다운 정원 화수목, 벚꽃 필 때 더 아름다운 각원사 그리고 동화속 풍경 빵지순례지 뚜쥬루 빵돌가마와 안성에 새로생긴 여행지 금광호수 하늘전망대 둘레길까지 함께 둘러보는 특별한 여행입니다.
19,900원.
아니, 서울에서 천안까지 왕복 버스에 가이드가 붙는데 이렇게 저렴한 당일치기 여행 상품이라니, 이게 가능한가? 궁금한 마음에 예약을 했어요.
3월 29일 토요일 아침 8시 20분, 양재역에서 버스를 타고 천안 각원사에 도착하니 9시 30분. 출발시간은 10시 10분이라니 찬찬히 절을 둘러봅니다.
초파일 준비가 한창이네요.
3월 말이면 꽃소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었지요. 원래는 겹벚꽃을 봐야하는데, 국내 최대 규모라는 청동불을 보고 왔어요.
두번째로 간 곳은 화수목 수목원.
서울 근처에 있는 수목원은 자주 가봤는데, 여기는 처음이네요.
입장료가 8천원인데요. 투어 비용에 포함되어 있어요.
좋네요. 천안에 이런 곳도 있군요.
야외 결혼식장도 있고요. 멋진 베이커리 카페도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수국이 곳곳에 수북수북~
관광 버스로 10시 30분 도착해서 11시 45분 출발. 느긋하게 수목원 곳곳을 산책할 수 있어 좋아요.
3월 말에 갔는데요. 당시엔 아직 꽃이 만개하지 않아 아쉽지만, 그렇기에 한송이 한송이가 다 소중하게 느껴져요. 사람이요, 간사해요. 너무 많으면 귀한 줄 몰라요. 아쉬울 때 우리는 그 귀함을 알아요.
아름다운정원 화수목. 월별 개화 목록을 보니 5월이 제철이네요. 천안 근처 사시는 분들,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문득 궁금했어요. 19900원이라니, 왜 이리 싼가? 관광버스 대절에 가이드에 입장료까지 생각하면 밑지는 장사일 것 같은데... 알고 보니 비밀이 있네요. ^^ 지자체 협찬 상품이었어요. 천안시에서 버스 대절 비용을 대고요. 그날의 손님들은 단체 사진을 찍어 인증샷을 보냈어요. 이거 괜찮은 아이디어네요. 지역에 많은 관광 상품을 서울 사람에게 저렴한 가격에 소개하고, 지역 상권도 살리고.
낮 12시, 유명한 천안 병천 순대 마을에 도착했어요. 점심을 먹고 식당 영수증은 제출합니다. ^^ 제천시민들의 세금으로 서울에서 구경을 왔으니, 이곳에서 매상을 올렸다는 증빙은 남겨야죠. 3월 말인데도 그날 낮에 눈발이 날렸어요. 요즘 날씨는 참 희안해요.
점심 먹고 13시 10분에 출발해서 13시 50분에 도착한 이곳은...
빵돌가마 마을 뚜쥬르 빵집입니다.
돌가마로 빵을 굽는 집인데요. 갓 구운 거북이빵이 엄청 맛있었어요.
원래 빵은 돌가마에서 구웠다고요. 이름이 뚜쥬르. 불어로 '항상'이라는 뜻인데요. 우리가 아는 '뚜레 쥬르'는 불어로 '매일'이라는 뜻입니다. 1992년에 생긴 원조 빵집이고요. 여기가 먼저 생기고 뚜레쥬르가 생겼어요. 천안의 이름난 명물 빵집이네요.
빵돌가마라는 설명을 보다 문득 '어라?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싶은데요.
2018년에 터키 여행하다 이 장면을 보고 벽돌을 굽는줄 알았는데...
벽돌 크기 빵이었어요. 설탕이 전혀 안 들어가 맛은 별로 없었어요. 터키 사람들이 집에서 올리브 기름에 찍어먹는 용도인가 봐요.
https://free2world.tistory.com/1919
이제 오늘의 마지막 행선지, 안성 금광호수 둘레길에 갑니다.
이젠 전국 어디를 가도 물이 있으면 이런 데크 산책로를 만들어두는데요.
이곳에는 심지어 독특한 전망대도 있어요.
그날 천안 여행 완전 좋았어요. 코스도 좋고 자유 시간도 넉넉하고. 예전에 운전해서 가족 당일치기 여행 다닐 때는 좀 힘들었어요. 평일에 일을 하고 주말에 쉬면 좋겠는데,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주말에 뭔가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다니게 되지요. 낮에 놀 때는 재밌는데요. 저녁에 서울로 돌아가는 길에 차가 막혀요. 식구들은 다 곤한 잠에 빠졌는데, 혼자 고속도로 정체구간에서 눈을 비비며 졸음 운전막느라 힘들었어요. 50대 후반에 은퇴자로서 혼자 관광 버스 타고 주말 나들이 다닙니다. 이동 중 버스에서 꿀잠을 자면서요.
돈 2만원에 혼자 잘 놀았네요. 행복의 재료는 무엇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돈과 시간이라 생각하는데요. 하나가 더 필요해요. 바로 호기심입니다. 저 길을 걸으면 어떤 풍광이 나올까?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가르침을 얻을까? 저 사람을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호기심이 많은 사람은 가고 싶은 곳이 많아지고, 읽고 싶은 책이 많아지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요. 호기심이 없잖아요? 돈과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그냥 하루하루 같은 일만 반복합니다. 고령화 시대, 선진국 국민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귀한 시간과 돈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쓰는 길은 매사에 호기심을 갖는 일입니다.
생각해보니 그날 코스는 인스타그램 맞춤형 상품이네요. 꽃사진 찍기도 좋고, 맛집 사진 찍기도 좋고. 내년에는 같은 코스로 4월 중순에 다시 도전해보려고요. 제가 다녀온 여행사 정보 (테마캠프) 공유합니다. (협찬 받은 거 아니에요. 내 돈 내 산입니다. ^^ 평생 짠돌이로 살며 벌고 모은 돈으로 은퇴 후 자비로 여행 다니며 지내요.) 사이트를 소개하는 이유는, 내년 봄에 제가 다시 찾을 때 검색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에요.
오늘 내가 조금 수고를 하면 내일의 내가 편해지거든요. 그럼 여러분도 무르익어가는 봄의 정취를 국내 여행과 함께 즐겨보시어요~
https://www.themecamp.co.kr/goods/goods?cate1=4
테마캠프
국내 테마여행 전문, 당일 및 주말여행, 기차, 섬여행, 항공권 등 국내여행 정보안내.
www.themecam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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