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PD 스쿨/딴따라 글쓰기 교실'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7.11.09 짝퉁 나이키에 얽힌 추억 (6)
  2. 2017.11.08 민시기의 글밭 (3)
  3. 2017.11.06 괴로울 땐, 글을 쓰면 풀린다 (9)
  4. 2017.08.30 나에게도 희망이 있다 (17)
  5. 2017.06.28 글 올리는데 한 달이 걸리는 이유 (11)
  6. 2017.04.12 글쓰기를 더 잘하고 싶어요. (5)
  7. 2016.12.05 글쓰기의 본령은? (8)
  8. 2016.12.01 모든 글은 카피다 (9)
  9. 2016.08.17 초고는 나의 것, 수정은 독자의 것 (5)
  10. 2016.08.04 유시민의 공감필법 (12)

제가 공짜로 세상을 즐기는 짠돌이가 된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저를, 끝끝내 이과로 돌려세우며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니가 내가 벌어주는 돈 받고 살려면 내가 하는 말을 들어야지.” 대학에 들어가자 입주 과외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정신적 독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우선이니까요. 돈 아끼느라 헤지고 구멍 난 짝퉁 나이키를 신고 다녔는데요, 대학 3학년 때 쓴 민시기의 글밭에 그 이야기가 나오네요.

 

712

- 비 억수로 오다

 

투두두다다다

공습 경보 없이

총탄치는 빗발

꼼짝없이 당하다.

집중 사격의 화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동심원의 격렬한 파문 속에

서서히 침수되어 가는

265문 급 잠수함

가리지날 나이키

내 만 원 짜리 운동화

갑판 좌우현 각 다섯의 수병

내 예쁜 열발가락

속절없이 잠겨간다.

승리의 여신(Nike ; 니케)

허명을 돌보지 않는다, 제군들

또 빗발에 굴절되는

잠망경 밖 저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으랴.

수면까지 부상해 본들

보도블록에 상륙해 본들

꼬르르 쿨쿨쿨

외부 수압과

세월의 침식을 이기지 못하고

난파해가는 51kg급 항공 모함 민시기

강우량 150mm의 도심 속으로

침몰해 간다.

구조 요청, 택도 없다.

 

결핍은 글감이 됩니다. 낡고 헤진 운동화가 글의 소재가 되듯, 결핍과 핍박은 글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아무것도 없다면, 청빈낙도의 삶을 즐기는 선비처럼 살아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나 봐요.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늘어나는데요, 스무 살에 쓴 글을 보며, 다시 욕심을 줄여봅니다. 비가 새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네요. 그나저나 그 시절에는 몸무게가 51킬로였군요. 결혼하고 살면서 철은 안 들고, 몸만 불었네요. ^^

 

민시기의 글밭을 보면서 흐뭇하게 혼자 웃고 있어요. 언젠가는 70대의 내가, 오늘 나이 50에 쓴 블로그를 보며 또 싱긋이 웃게 될 날이 오겠지요? 그때는 아마 지금 이 순간이 무척 부러울 거예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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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예전에 쓴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이 삶의 낙이 되었어요. 우울할 땐, 글을 쓴다.’ 생각해보니 이 습관이 처음 생긴 건 20대 어린 시절이었네요.

 

대학 다닐 때, 학점은 2점대로 바닥을 기고,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아 진로 선택에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90년대 초반, 인터넷이나 블로그, 1인 미디어가 없던 시절이라 글을 써도 어디 올릴 공간도 없었지요. 그래서 당시 저는 1인 잡지를 발간했습니다. ‘민시기의 글밭이라고. 어쭙잖은 시도 있고, 여행기도 있고, 심지어 자작 영문 단편 소설도 있는


(사진의 포커스가 흐린 게 아니라, 1991년의 도트 프린터는 출력상태가 좀 그랬어요. ^^)


어려서 꿈이 문학도가 되는 것이었는데요, 아버지의 강권에 이과를 가고 공대를 다녔지만 틈만 나면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쓴 글을 컴퓨터로 출력하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복사하고, 스테이플러로 묶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줬습니다. 지금 와 글을 보면 정말 유치찬란해요. 어떻게 이런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다 했을까?! 해적판 문예지를 만들면서 참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을 꿈꿨는데, 비록 실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글을 쓰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어느 날 제가 만든 1인 잡지를 본 여자 친구가 그랬어요.

선배는 피디를 해도 참 잘 하겠네.”

? 무슨 얘기야?”

피디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거든. 선배는 그걸 즐기는 사람 같아서.” 여자 친구와 그런 대화를 나눈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영업 사원에 통역사에 다양한 직업을 거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그 후배의 말이 맴돌았어요.

피디가 되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을까?’

 

옛날에는, 어쭙잖은 글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읽히겠다고, 손 품 발 품 많이 팔았어요. 복사하고 묶어서 사람들을 만나 나눠주고, 다음에 만나면 반응을 들어보고, 또 분발하고. 그에 비하면 요즘은 얼마나 좋은 시절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어제 짬짬이 써놓은 글을 다듬고, 공개 여부를 발행으로 고치기만 하면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 글을 읽습니다.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로 반응을 알려줘요.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

 

피디니까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글 한 편 안 쓰는 피디도 많아요.) 글쓰기를 즐기다 보니 피디가 된 겁니다. MBC 서류 전형이나 작문 시험이 어렵지 않았어요. 어설픈 1인 잡지를 만들며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취미였으니까요. 

 

내일은 대학 3학년 시절에 쓴 글을 한 편 공유하겠습니다. 짝퉁 나이키에 얽힌 슬픈 시 한 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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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페이스북의 장점 중 하나는, 과거의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11월 4일 아침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2014년 11월 4일에 올린 글이 뜨더군요.
잠시 멍해졌습니다. 3년 전, 저는 어떤 글을 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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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까, 책을 볼까, 절을 할까, 이도저도 못하고 한동안 번민만 했습니다.

글을 쓰면 날선 울분이 터져나올 것 같아 차마 쓰지 못했고,

책을 보면 현실을 두고 도피하는 것 같아 비겁하게 느껴졌고,

108배 절을 하자니 수행도 수양도 안 될 것 같더군요.

요며칠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기가 참 힘듭니다.

MBC에서 같이 일하던 피디나 기자들이, 농군 학교로, 사업 부서로 쫓겨났어요.

이제 그들은 또 한동안 자문하면서, 자책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내가 누구한테 잘못했을까?'

이 두가지 질문을 품고 사는 삶은 지옥입니다.

우리는 공포 영화에서 이 두가지 질문을 만납니다.

일본 영화 '링'에서 주인공은 묻지요.

'무엇을 했기에 죽었을까?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스크림 '은 아예 공포 영화 장르의 공식을 가지고 놉니다.

'사는 사람과 죽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네, 아주 악독한 살인마를 만나면, 그런 기준은 의미없어요. 그냥 다 죽이니까요.

'스크림'의 각본가가 쓴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는

'내가 누구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되묻게 하지요.

드라마 제작사무실이 있는 일산 드림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상암동 신사옥으로 옮겼습니다.

상암동에 간 후로, 한동안 웃음이 많이 줄었습니다. 전 평소에 늘 웃고 다닙니다. 실없이... 네, 저처럼 못생긴 사람이 표정마저 울상이면 정말 봐주기 힘들거든요.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저는 늘 발랄하게 웃는 표정으로 다닙니다. ^^

그런데...

상암 신사옥에 간 후, 엘레베이터에서 같이 파업했던 동료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가, 살짝 당황하는 후배의 표정을 보고, 잠시 '음?' 했더랍니다. '왜 그러지?' 아마 엘레베이터에 같이 탄 분들 중에 보도국 간부가 있었나 봅니다. 저는 보도국 높은 분들의 얼굴을 몰라 가끔 그런 실수를 합니다. 그때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구나.'

그 다음부터는 그냥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고요. 가능하면 웃지 않고 조용히 다닙니다.기가 죽어 어깨가 팍 꺾인 교양국 동료나 기자 후배를 보면, (일산에서 근무하는 지난 2년간 못 만났던)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와락 안아주고, 등 한번 세게 두들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저는 참습니다. 그런게 아마 전과자의 설움인가 봅니다.

저는 그렇게 조용히 눈치보며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바깥에서 엠병신 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질을 받아도 그냥 참고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교양제작국이 없어지고, 이번주엔 피디들이 농군학교 교육발령을 받았습니다. 파업이 끝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 집요한 복수는 끝이 나지 않는군요.

공포 영화에서 궁극의 공포는, 끝난 줄 알았던 영화가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가 살아나는 일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속편으로 돌아오고 막 그럽니다.

그게 가장 큰 공포에요.

"끝난 줄 알았지? 아직 끝난게 아니거든?"

그럴 때마다 영화 관객은 몸서리치며 비명을 지르죠.

그래봤자 영화입니다. 불이 켜지면 간담 한번 쓸어내리고 극장을 나오면 그만이에요.

내가 다니는 직장이, 내가 사랑하는 회사가, 이런 끔찍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답을 모르겠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아요.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질문을 바꿔봅니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누구에게 잘못했을까?'

이런 질문만 되뇌이면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내 쫓기게 되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보니, 경제학은 이렇게 묻는 학문이랍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질문을 바꿉니다.

이런 발령을 내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MBC를 망가뜨려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MBC를 박차고 나가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누구인가?

자, 다시 답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MBC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MBC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일입니다.

회사를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내가 더 오래 다닐거니까요.

그들보다, 내가 더 오래 이곳을 지킬 거니까요.

마지막 엔딩은 우리가 먹어야죠.

"우리가, 죽은 줄 알았지?"

하고 짠! 하고 나타나야죠.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 악물고

웃으며 버팁니다. 

전 요즘, 다시 웃으며 회사를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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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 때가 생각납니다. 무척 힘든 날이었는데요,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달랬어요. 1년 후, 저 역시 드라마국에서 송출실로 발령이 나는데요, 때려치우고 나갈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지만 차마 나갈 수 없었어요. 1년 전에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 글이 저의 각오가 된 것이지요. 그때 회사에 남아 버틴 것이 제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가능케한 건 글쓰기였구요. 

화가 날 때는, 일단 108배를 하면서 명상 수련을 합니다.
가만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명상과 절 수련은, 나 자신으로부터 거리두기입니다.

내가 빠져있는 생각에서 잠시 멀어져서 나 자신을 객관화해봅니다.
시간의 변수를 크게 확장시켜봅니다. 어떤 일도 영원하지는 않아요.
'어떤 고통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제가 고등학교 시절, 왕따를 겪은 후 얻은 깨달음입니다.

인생은, 지속되는 괴로움과, 잠시 잠깐 찾아오는 즐거움의 합입니다.
산다는 것은 괴로움의 연속인데, 그 시기를 참고 버티면 항상 낙이 찾아옵니다.
잘 버티는데 있어, 글쓰기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글에는 힘이 있어요. 삶을 붙들어매는. 
절망에서 시작한 글은 꼭 희망으로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글 속에서 찾은 희망을 붙들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다음 책 원고를 정리하고 있는데요, 블로그 글쓰기로 찾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내가 해봐서 좋았던 것은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열심히 글을 모으고, 다듬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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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글쓰기를 잘 하는 것이 제 오랜 소망입니다. 그래서 이 분야의 고수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사는데요, 그중 한 분이 기생충학자 서민 선생님입니다. 압도적인 비주얼로 자학 개그의 새 지평을 여신 분이지요. 저의 경우, 어설프게 못생긴 탓에 그렇게 나쁜 외모가 아닌데 왜 자꾸 그러시나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세상에 천사가 있다는 증명이지요. 저는 물론 세상에 천사가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예전에 저를 만나준 여자 친구들은 다 천사였거든요. (그렇지 않다면 저처럼 생긴 남자를 왜 만나겠습니까...^^)

 

서민 선생님의 인터뷰가 참여연대 소식지인 참여사회에 실렸는데요, 읽으면서 크게 공감하는 대목이 많았어요. 우선 선생님은 글쓰기의 보람이 타인의 인정이라고 하셨어요. 자존감이 낮아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글을 칭찬하면 희열을 느끼신다고. 저도 그렇거든요.

 

'의대 들어간 뒤 문화적 충격을 받았는데요. 나보다 못생긴 애들이 몇 명 보이더라고요. 지금까지 안 죽고 살아남은 게 기적이다 싶은 애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가서 너는 혹시 못 생겨서 죽고 싶은 마음은 없었냐?’ 물었더니 그런 게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걔네들은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더라고요. 한 가지라도 잘하는 게 있으면 죽고 싶지 않은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게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고교 때부터 공부를 좀 했는데, 중학교 때까지 죽고 싶었습니다. 요즘 내가 사는 보람이 글쓰기입니다.'

(아래 인터뷰 중에서)

 

이 말씀에 확 공감했어요. 저도 고등학교 때까지 죽고 싶었어요. 연애도 안 되고, 거울을 보면 우울하기만 하고, 대학 1,2학년 때는 미팅 소개팅 과팅 나가서 스무 번 연속 차이고. 제 인생에 찾아온 첫번째 반전이 영어 공부였어요. 방위병 입대해서 영어 책을 외운 후, 자신감을 찾았어요. ‘한 가지라도 잘하는 게 있으면 죽고 싶지 않다.’ 정말 공감하는 말씀입니다.

 

어려서 공부를 잘 하지 못해서 괴로웠다면 어른이 되면 잘 할 수 있는 걸 새로 만들 수 있어요. 노래방 가서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는 것도 특기가 됩니다. 결혼 전, 아내가 저를 친구들 모임에 데려가 소개를 시켜요. 그럼 친구들 표정이 떨떠름하지요. ‘자존감이 낮은 아이가 아닌데 어쩌다 저런 남자를 골랐을까.’ 다음부터 아내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갈 때 저를 불러요. 가서 한번 신나게 놀아드립니다. 랩하고 춤추고 개그도 하고 열심히 웃겨드려요. 그제야 분위기가 좀 풀리지요. ‘, 나름 서비스마인드는 있는 남자구나.’ 하고요.

 

열심히 살고 싶어요. 저처럼 생긴 사람이 노력도 하지 않으면 희망이 없거든요. 오늘도 서민 선생님께 한 수 배웁니다. 아래 인터뷰를 읽어보시길, 강추합니다 

http://www.peoplepower21.org/Magazine/1508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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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글을 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입니다. 책을 읽는데는 하루지만, 리뷰를 쓰는데 한 달이 걸리기도 한다고 했더니, 어떤 기자분이 깜짝 놀라시더군요.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글을 다듬느냐고. 나는 글을 쓰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릴까요?

첫째, 이게 직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자나 전업 작가로서 매일 정해진 마감이 있다면, 이렇게 오래 글을 다듬을 수 없겠지요. 취미삼아 블로그에 쓰는 글이니 급하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글은, 오로지 쓰고 싶어서 쓰는 글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즐기는 마음으로 씁니다.

둘째, 잘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영어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어떤 일이든 잘 하는 방법은 시간을 더 투입하는 것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잘 쓰지 못할 때, 방법은 글에 오랜 시간을 들이는 것이지요. 블로그에 비공개로 써놓고, 틈날 때마다 글을 다듬습니다. 마음에 들 때까지 두고두고 고치는데 그 시간이 한 달씩 걸리기도 합니다.

셋째,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기 싫어서입니다.
때로 저는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에도 글을 씁니다. 다만 그 글을 공개하는 건, 화가 가라앉은 한참 후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냉정을 되찾고 보면 민망해서 도저히 올릴 수 없는 글도 있어요. 공적인 공간에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은 조심해야 합니다. 적들에게 빌미를 줄 수도 있거든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찾는데 저는 한 달이 걸립니다.

넷째, 더 좋은 글을 고르고 싶어서입니다.
어떤 날은 하루에도 몇 개 씩 글감이 떠오릅니다. 그때마다 모두 메모합니다. 그런 다음 여유가 있을 때 글을 다듬어봅니다. 처음엔 재미있을 것 같은 글감도 나중에 보면 소재만 있고 이야기가 풀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글을 다듬는 과정에서 계속 걸러냅니다. 여러 편의 비공개 메모 중, 가장 좋은 글로 고르기 위해 시간을 두고 거릅니다.

다섯째, 시간에 쫓기기 싫어서입니다.
메모장에는 수십 개의 아이디어가, 블로그 비공개 목록에는 여러 편의 글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그 중 가장 완성도가 높은 글을 골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퇴고하고 공개로 돌립니다.비공개 상태로만 수정을 하면 글에 긴장이 없어요. 때론 발행을 눌러야 수정에 긴장이 더해집니다. 여러 편의 예비용 글이 있어야 매일 아침 마감이 괴롭지 않습니다.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고, 즐거워야 오래 가거든요.

퇴직 후 전업 작가를 꿈꾸며 삽니다. 글을 잘 못 쓰는 사람이 작가를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글쓰기를 즐겁게, 꾸준히,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글 한 편 쓰는데 한 달씩 걸리는 건 어쩌면 그 고민의 결과일지 모르겠네요.

 

영어 공부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시간을 들이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더 잘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우선이고요. 다음은 매일 매일의 꾸준한 실천입니다. 오늘도 저는 한 달 후에 공개할 글을 씁니다. 제가 쓰는 많은 글 중 대부분이 사라지고 말지라도, 일단 씁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이 매일 글을 올리는 방법은 일단 최선을 다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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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얼마전 문자 하나를 받았어요.

'최근 언론사 공채 서류 전형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데 공을 많이 들였는데, 또 결과가 좋지 않으니 기운이 빠집니다. 피디님이 자소서를 읽어보시고 조언을 좀 해주실 수 있을까요?'

블로그 방명록에도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문에 자신이 없습니다. 글을 쓸 때마다 결말에 힘이 없어요. 피디님이 생각하시는 작문 요령을 알려주세요.'

 

문자를 보내신 분에게는 죄송하다고 말씀 드렸어요. 저는 전형을 위한 자기소개서 품평은 하지 않습니다. 마치 자소서에 정답이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거든요. 좋은 글이란, 글쓴 이가 잘 드러나는 글입니다. 심사를 보는 선배 PD가 방송사에 입사한 것도 아마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라 그럴 거예요. 글을 쓴 사람도 개성이 강하고, 읽는 사람도 개성이 강할 때, 둘의 취향이 딱 맞기는 쉽지 않아요. 그래서 서류 전형에는 운이 따릅니다. 

서류 전형에서 낙방했을 때는요. '이번 심사 위원이랑 나랑은 코드가 안 맞나보다.' 하고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다. 요즘은 경쟁률 자체가 너무 높아요. 1000대 1의 경쟁에 지원할 때는, 되는 것은 천운이고 안 되는 게 평균입니다.

요즘의 취업난을 생각하면, 젊은 세대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글쓰기를 연습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는 블로그 글쓰기를 권하고 싶어요. 서류 전형에 낼 자기소개서만 쓰면, 매번 낙방할 때마다 '내가 글을 잘 못 써서.' '이번 자소서는 퀄리티가 약해서.' 라고 글에 대한 자신감만 잃어 갑니다. 

매일 한 편, 블로그에 글을 쓰지만,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글을 잘 쓴다면, 매일 이렇게 쓰지 않을 것 같아요. 글을 못 쓰니까, 잘 쓰고 싶은 욕심에 글을 씁니다. 영어든, 글쓰기든 어떤 일을 잘 하는 비결은 매일 하는 것 말고는 없거든요.  

글을 매일 쓰려면 무엇을 해야할까요?

저는 하루하루의 삶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하루의 일상을 즐거움으로 채워야 합니다. 독서가 즐거워야 책 이야기를 쓰고 싶고, 여행이 즐거워야 여행 이야기도 쓰고 싶고, 매일의 공상이 즐거워야 글로 나옵니다. 하루하루를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우고, 그 일상의 행복을 나누고 싶습니다.

글쓰기의 본령은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는 취업의 도구가 아닙니다. 원래 글쓰기는 즐거움의 원천이에요. 자소서만 들여다보면, 글쓰기에 자신감이 떨어집니다.  

'나는 멋진 삶을 살고 있다. 내게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그러므로 나의 글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렇게 믿어야 합니다. 자소서보다는 블로그에 공개된 글쓰기를 연습하세요. 그게 더 즐거운 작문 공부입니다.

글쓰기를 도와드릴 전문가 세 분을 추천합니다.

1.  

채널예스에 올라온 글쓰기 선생님의 말씀을 공유합니다.

[글쓰기 특집] 은유 “비밀글만 쓰면 글은 늘지 않는다”

  http://ch.yes24.com/Article/View/28118

 

2. 강원국 선생님의 세바시 강연도 한 편 추천합니다.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기는 법'

 

 

3. 글쓰기에 도움이 될 책도 소개합니다.

2016/01/1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2016-7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글쓰기가 더욱 즐거워지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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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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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30 서서비행 (금정연)

서평가 금정연님의 책을 읽고 문득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왜 글을 쓸까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씁니다. 

'애초에 문학이란 여자들을 꼬시기 위해 탄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근대문학은 그렇다. 근대문학의 종말이란 소설이 음악 및 기타 예술에 밀려 더 이상 여자를 꼬시지 못하게 된 현실을 고상하게 표현한 것이다.)'

 

온라인 서점에서 일했던 작가는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돈이 되거나 말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돈도 안 되는데 왜 글을 쓸까? 커트 보네거트는 작가가 되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 게 좋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예술은 생계수단이 아니다. 예술은 삶을 보다 견딜 만하게 만드는 아주 인간적인 방법이다. 잘하건 못하건 예술을 한다는 것은 진짜로 영혼을 성장하게 만드는 길이다. 샤워하면서 노래를 하라. 라디오에 맞춰 춤을 추라. 이야기를 들려주라. 친구에게 시를 써보내라. 아주 한심한 시라도 괜찮다. 예술을 할 땐 최선을 다하라. 엄청난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지 않았는가!'

-'문예창작을 위한 충고' [나라 없는 사람] 31

 

예전에 정말 좋아하는 후배가 있었어요. 예쁜 아이인데 나를 만나주는 게 너무 고마워서 무언가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짠돌이라 비싼 물건을 사지는 못하겠고, 어떡할까... 끙끙거리다 어느날 노트를 한 권 사줬어요. 빈 노트를 사서, 거기에 후배를 향한 연애시를 썼어요. 니가 좋은 이유, 너를 기다리면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등등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워 죽어버릴 것 같은 그런 시들을...

약속 장소에 매번 30분씩 일찍 나가 기다리는 동안 시 한 편씩 썼어요. 오면 시를 한 편 보여주고, 오면 또 보여주고... "너를 위한 시들로 노트 한 권을 가득 채울 거야!" 그랬는데... 막상 다 채우지는 못했어요. 네, 한 권 다 쓰기도 전에 그 후배가 저의 청혼을 받아들였거든요. 결혼하고 나니 시가 더 이상 안 나오데요. 흠흠흠.... 

아내는 왜 나랑 결혼해줬을까? 시를 읽고 감동해서라기보다는... 너무 오글거려서, 이런 미친 짓을 끝없이 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 나를 좋아하는구나... 하고 불쌍해서 해준 것 같아요. ㅋㅋㅋ

읽을 사람의 기분을 생각하면 못 썼을 것 같아요. 나는 시를 쓸 때 내 마음만 생각했습니다.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너무 하고 싶은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하나 미칠 것 같던 내 마음만.

영화 감독 우디 알렌은 글쓰기에 대해 이렇게 얘기합니다.

'"문학적인 글을 쓸 때는 하면서 반드시 스스로 즐거워야 해요. 왜냐하면 반응을 알 수가 없거든요. (...) 하지만 연극이나 영화는 실제로 관객들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좀 더 보다 생생한 반응이죠. 그리고 작품을 본 사람들을 끊임없이 마주치죠. 글 쓰는 것보다 영화를 만드는 게 훨씬 별로예요." 

이글을 읽고 금정연은 이렇게 쓰지요.

'무엇보다 나는 카메라 뒤에서 낄낄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마치 글을 쓰듯, 관객들은 생각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영화를 만드는 노감독의 모습을. 근사하지 않은가? 비록 그 영화가 보는 이들의 입을 씁쓸하게 하는, 다소 짖궂은 농담 그 자체라고 하더라도.'

글을 쓰던, 그림을 그리던, 드라마를 연출하던, 오로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했으면 좋겠어요. 그게 예술의 본령이니까요.

 

ps.

'서서 비행'을 읽었더니,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늘어나버렸어요. 대만 여행 중에 읽었는데, 얼른 돌아가 책을 읽고 싶어 근질거릴 지경이었어요. 심지어 숙소에 앉아 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미리 책을 예약하기도... 

책을 읽긴 읽어야겠는데,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 싶은 분은 이 책을 먼저 읽어보세요.

 

'그리하여 나는, 읽지 않은 책이 가득한 책장에 오늘도 몇 권의 책을 꽂는다. 그것은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을 꿈꾸게 하는, 즐거운 독서의 가능성으로 충만한 일종의 스피노자적 행위. 사과나무엔 언젠가 열매가 열리기 마련이고, 종말은 아직 멀다.'

금정연이 추천한 책의 목록을 하나하나 메모장에 추가합니다.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이 불쑥 늘어났어요. 그래요, 아직 종말은 멀었고, 읽고 싶은 책이 늘어난 만큼 살아야할 이유가 늘어났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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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PD나 기자 지망생에게 글쓰기 연습을 권하면, 논술 스터디를 얘기하는 분이 많은데요. 비평이나 평가를 염두에 둔 글쓰기는 즐겁지가 않아요. 무엇이든 잘 하려면 자주 해야하고, 자주 하려면 즐거워야 합니다. 글쓰기 훈련은 블로그나 페이스북으로 해보세요. 자기 주도적이고, 피드백이 가능하고, 많은 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어 개인 홍보로 효과 만점입니다.

앞으로 평생 직장은 사라집니다. 작고 소박한 다양한 생업을 찾으며 살아야할텐데요. 인공지능이 생산을 주도하는 시기에 노동은 일시적이고 단편적으로 조합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인터넷에 올려둔 나의 글은 곧 온라인 자기소개서가 됩니다. 

직장인에게 책 한 권 쓰기를 권하는 자기계발서가 있는데요. 책을 쓰려면, 첫째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를 하게 되고, 둘째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가 되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셋째 출판한 책을 통해 자신을 홍보할 수 있어요.

출판까지는 아니더라도 블로그 글쓰기 역시 비슷한 효과가 있어요. 일단 평소에 책을 많이 읽게 되고요. (글쓰기는 책읽기부터 시작하니까요.) 글을 쓰면서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소셜미디어 글을 쓸 때는, 자신을 세상에 홍보하는 광고 카피 쓰듯 쓰면 어떨까요? 그래서 소개합니다.

 

2016-229 카피책 (정철 / 허밍버드)

카피라이터나 지망생들을 위해 쓴 카피 작성 교본입니다. 글쓰기 교본으로도 적격이네요.

글을 더 잘쓰고 싶다면, 광고 카피 쓰듯 글을 써야합니다. 광고 카피를 쓰는데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해야할 사항은 경제성입니다. 신문지상이든 방송화면이든 광고에서는 카피 한 자 한 자가 다 돈이거든요. 짧고 힘있는 글쓰기가 광고의 승부처입니다.

자기소개서나 논술 글쓰기도 마찬가지에요. 글의 첫 머리 문장 몇개로 승부가 납니다. 초반에 심사 위원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하거든요. 글 좀 쓴다는 사람은 어떻게든 상대를 설득해야겠다는 자신감에 장황하기 쉬워집니다. 불타는 열정으로 장광설을 늘어놓지만, 글쓰는 사람만 신날 뿐 읽는 이를 배려하지 못하지요.


자기 소개서는 광고처럼 한 글자 한 글자, 임팩트 강하게 써야합니다. 지면 위의 글자 하나하나를 아껴야하고 독자의 시간도 아껴야합니다. 저도 요즘 블로그 글쓰기를 반성하고 있어요. 여행기를 쓰면서 저도 모르게 자꾸 글이 길어지더군요. 어떤 여행작가는 그래서 여행 다녀와서 시간이 좀 흐른 후에 여행기를 쓰라고 말합니다. 시간을 두고 기록할 가치가 있는 글만 걸러내야한다고요.  

화장실 표어로, '화장실을 깨끗이 사용합시다'... 이런 글은 사람의 시선을 붙들지 못해요. 지당하신 말씀, 구태의연한 교훈이라 그냥 흘려보냅니다. '반 발짝만 앞으로 오세요' 이렇게 실행이 쉬운 것을 권해야 효과가 있다네요.

서울지역보다 5천만원 더 싼 용인의 아파트를 광고한다면 '서울보다 훨씬 저렴한 파격 분양가!'도 시선을 잡지는 못해요.

'용인에 집 사고 남는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

이 경우,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집니다. 평소 갖고싶었던 차가 번쩍 떠오르고 가족 나들이 드라이브 떠나는 모습, 동해안 7번 국도로 새 차를 모는 모습이 막 그려집니다. 모호한 개념보다 선명하게 그림을 그려주는 글이 효과적이라는 거지요.

 

예능국 조연출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어요. '예고 문구를 어떻게 쓸 것인가?' 늘 머리를 쥐어짜는데요, 좋은 예시들이 많네요. 카피라이터나 예능 피디는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입니다. 수백만명이 보는 화면에 자신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니까요. 굳이 카피라이터가 아니라도 읽을 만 해요. 왜냐하면... 



'당신이 쓰는 모든 글이 카피다'

SNS 시대, 우리 모두가 카피라이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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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글을 쓸 때, 저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초고는 나의 것, 수정은 독자의 것'

 

저에게 글쓰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취미입니다. 블로그에서 초고를 쓸 때는 무엇이든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내가 쓰고 싶은 내용을 마음껏 씁니다. 글을 처음 쓸 때, 다른 사람의 눈치는 보지 않습니다. 오로지 내 마음 가는데로 키보드를 두드려야 글쓰기가 즐겁습니다. 나의 욕망에 충실하게 글을 쓰고, 그 글은 비공개로 남겨둡니다. 그냥 혼자 보면서 즐거워하는거죠.

 

비공개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반드시 수정을 합니다. 글을 쓸 때는 쓰는 이의 것이지만, 읽을 때는 읽는 이의 것입니다. 누구나 자신의 방식으로 글을 해석합니다. 그게 글의 숙명이에요. 그렇기에 글을 공개로 돌리기 전에는, 읽는 이의 입장에서 글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을 읽고 불편할 사람은 없을까? 괜한 오해는 없는가? 독자의 입장에서 읽고 글을 다듬고 수정합니다. 독자의 반응을 보고, '어? 나는 그런 의도로 쓴 게 아닌데?' 해도 어쩔 수가 없어요. 공개된 글쓰기를 하는 사람이 짊어져야할 책임이 있으니까요.

 


(해녀가 가슴속에 바다를 품고 살듯이, 누구나 가슴속에는 쓰고 싶은 글을 품고 삽니다.)

 



예전에 PD 공채 서류 전형 심사를 보면서 비슷비슷한 글을 읽으며 헷갈릴 때가 많았어요. 글을 쓴 사람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겁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데도 비슷한 원칙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우선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쓰는 사람이 심사위원의 눈만 심하게 의식하면 글이 재미가 없어요. 모범답안이라고 생각하고 쓴 글은 읽어도 개성이 느껴지지 않아요.

'나는 이렇게 멋진 사람이거든요?'하고 자신있게 자신을 어필하는 사람이 돋보입니다. 기가 죽어 심사위원 눈치만 살피는 글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비슷비슷한 글을 너무 많이 읽어서 차별화가 되지 않거든요.

 

자기소개서든, 회사 업무상 서류든,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읽는 사람 눈치만 살피면 글의 알맹이가 없어집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거든요. 모든 글을 쓸 때, 글을 쓰는 입장이 먼저 담겨야하고, 그런 다음 수정과정에서 읽는 이(심사위원, 직장 상사)가 배려되어야 합니다.

 

'초고는 나를 위해, 수정은 독자를 위해'

이게 인생을 사는 방법 아닐까요? 항상 나의 즐거움이 우선입니다. 그런다음, 나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에게 걸림이 없는지 살펴 볼 뿐입니다. 남의 시선에 내 인생이 어떻게 비칠까, 그걸 먼저 살피면 재미가 없어져요. 글이든, 인생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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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84 공감필법 (유시민 / 창비)

 

창비에서 낸 '공부의 시대' 시리즈 중 두번째로 소개하는 책입니다. 김영란 선생님의 '책읽기의 쓸모'를 읽었으니, 이제 '글쓰기 비법'을 알아볼 차례입니다. 유시민 선생님의 강연 제목은 '공부와 글쓰기'입니다. 김영란 선생님이 독서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사정에 공감하는 법을 연습하라고 하셨는데요, 유시민 선생님도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공감이 우선이라고 말합니다.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텍스트에 담아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풍부한 감정 체험이 될 수 있다. 간접 체험을 제대로 해야 책 읽기가 공부가 된다. 그리고 남이 쓴 글에 깊게 감정을 이입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 가운데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위의 책 책머리에서)

 

책머리에 나온 이 글이, 독서와 글쓰기의 핵심입니다. 글쓰기를 연습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서평 쓰기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공감한 내용을 어떻게 전달해야 다른 사람도 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까?' 그 궁리를 끊임없이 하게 되거든요.

 

'공부는 결국 독서와 글쓰기를 이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위의 책 18쪽)

 

글쓰기는 독서에서 시작된다는데, 사람은 언제 책을 읽을까요? 저의 경우, 사는 게 힘들 때, 책을 읽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현재를 잠시 잊을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지나간 과거에 대한 후회,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나를 괴롭히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런 고민이 사라지거든요.

 

'사람은 나약한 존재라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면 어디에든 기대려고 합니다. 종교에 기대기도 하고 멘토에 기대기도 하고 술에 기대기도 합니다. 저는 책에 의지합니다. 이것저것 해봤지만 제일 믿을 만한 건 역시 책이더라고요. 책을 찾아보면 이쪽이든 저쪽이든 듣고 싶은 얘기가 다 있습니다.'

(위의 책 67쪽)

 

정말 힘들 때 저는 집에 틀어박혀 혼자 책만 읽습니다. 올 1년, 그렇게 살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독하게 결심한 건, 그만큼 제가 느끼는 위기감이 크다는 뜻이겠지요. 힘들 때, 책만큼 든든한 친구도 없어요. 그 든든한 친구에게 얻은 지혜를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글을 씁니다.

 

'글쓰기는 뭐냐? 내가 가치있다고 여기는 정보, 옳다고 믿는 생각,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을 문자로 표현하는 일입니다. 글쓰기는 공부한 것을 표현하는 행위인 동시에 공부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문자 텍스트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어떤 생각과 감정도 내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 모든 것은 문자로 명확하게 표현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겁니다.'

(위의 책 76쪽)

 

책 읽기는 취미 같은데, 글쓰기는 특기 같지요? 책은 누구나 읽는데, 글은 아무나 못 쓸 것 같아요. 무엇이든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더 쉽고, 능동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어려운 법입니다. 그런데 항상 더 어려운 것이 보람이 더 큽니다. 어려운 글쓰기를 더 쉽게 만들어주는 비법은 없을까요?

 

'언어는 말과 글인데, 말이 글보다 먼저입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말로 의사소통한 건 수십만년 되었지만 글로 소통하기 시작한 것은 몇천년 밖에 되지 않아요. 누구나 글을 읽고 쓴 것은 몇백년도 안 되고요. 그래서 글이 아니라 말이 기본이라는 겁니다. 저는 말에 가까운 글일수록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문장을 제대로 썼나? 이게 제대로 된 글인가? 혼자 글을 쓰다보면 이런 의문이 들죠. 그럴 때는 소리 내어 읽어보십시오.

입으로 소리를 내기 편하고 귀로 들어서 거슬리지 않고 뜻이 말하는 것처럼 잘 전해지면 잘 쓴 겁니다. 발음하기 어렵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고 뜻이 분명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것이고요.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소리 내기 편하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쳐나가면 됩니다. 자꾸 그렇게 하다보면 저절로 문장이 좋아집니다. 믿고 해보시기 바랍니다.'

(위의 책 96쪽)

 

피디 지망생에게 논술 지도를 할 때도, 저는 말하듯 글을 쓰라고 합니다. 글을 쓰라고 하면, 꼭 어려운 문자를 쓰는 사람이 있어요. 어려운 글은 말이 되지 않아요.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소리 내어 읽어보면 됩니다. 말하듯 글을 쓰면 처음 시작하기가 쉽고, 글을 쓴 다음 다시 입말에 맞춰 다듬으면 글의 퇴고가 쉽습니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고치기, 글을 쉽게 잘 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만큼 책을 안 읽는다고 합니다. 책보다 더 재미난 것이 많거든요. 이런 세상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 아니, 다가올 시대,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요?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다음 시간에는 '디지털 시대 인문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신, 진중권 선생님을 만나봅니다.

'공부의 시대', 궁금한 점을 콕콕 집어서 답해주시는, 우리 시대 고수들의 핵심 정리 특강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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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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