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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42

나를 위로하지 마, 내가 위로할게 박성제 선배가 쓴 '어쩌다 보니, 그러다 보니'는 참으로 잘 쓴 책이다. 정말 좋은 글을 읽으면 나는 그 글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진다. 그래서 책을 끝내자마자 블로그에 들어와 독서 일기를 남겼다. 그러고도 가슴이 쿵쾅거리는 게 멈추지 않아 거실을 혼자 서성이다가 안방에 가서 자는 아내를 깨웠다. "부인, 어제 얘기한 그 책 있잖아. 지금 다 읽었거든. 몰입도 완전 죽여. 그래서 얘기인데, 나 지금 그 선배 좀 만나고 와야겠어." 그래서 일요일 오전 7시에 차를 끌고 박성제 선배를 찾아갔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선배를 보자마자 다짜고짜 와락 껴안았다. "형, 책 잘 봤어요. 난 선배가 해직기자로 산 지난 3년의 세월에 대해 책을 낸다기에 울분에 가득찬 그런 책인줄 알았거든? 그런데 정말 유쾌하게 쓰셨더.. 2014. 9. 30.
우리는 버팔로를 잡는 인디언이다 최근 종영한 ‘나인 - 아홉 번의 시간여행’을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SF라는 장르를 좋아해서 SF 번역가로 일했던 나로서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대중적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 정말 반갑다. 예전에 ‘조선에서 왔소이다’라는 환타지 시트콤을 연출한 적이 있는데, 연출력이 부족했는지, 흥행에 참패를 겪었다. 시청률 저조, 제작비 초과, 광고판매 부진의 PD 삼거지악을 저지르고, 방송 4회만에 종영 결정이 내려져 12부작인데 7부에서 막을 내렸다. 당시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MBC에서 당신이 가장 연출료가 비싼 피디인거 알아? 1년 동안 시트콤 일곱 편 만들었으니까, 편당 연출료로 따지면 1천만원이 넘는 셈이잖아.” 아내의 농담,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시대를 앞서간 비운의 타임슬립 시트.. 2013. 6. 11.
예능 피디 합격 수기 이천명 가까운 지원자들 중 단 두사람에게만 주어진 MBC 예능 PD의 자리. 졸업을 앞두고, 처음 넣어본 전형에서 덜컥 주어진 합격 소식은, 내 인생 너무나도 큰 선물이 되었다. 이 과정 속에서 느낀, 혹은 새삼 확인한 사실들이- 언론사를 준비하거나, 혹은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꿈을 쫓는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나마될까 후기를 적어본다. 나는 거의 10년째 TV를 거의 보지 않은 채 살아왔다. PD가 되겠다는 사람이 TV를 보지 않는다는게 스스로 우습기도 했지만- 사실 볼 시간도 별로 없었다. 학기 중에는 학과 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방학이 되면 읽고 싶던 책들을 잔뜩 읽고, 여행을 떠나고, 글을 읽고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시험준비도 안했다. PD시험이 그동안 어떻게 나왔는지, 어.. 2013. 2. 8.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 하나도 안 부럽다. 올해 유튜브에서 본 가장 충격적인 영상 하나. 싱가폴 택시의 블랙박스 촬영 영상이다. 직진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 후, 택시가 출발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페라리 한 대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와 부딪힌다. 이 사고로 페라리 운전자와 택시 기사, 그리고 일본인 택시 승객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영상을 보고 분개했다. '무슨 세상에 저런 미친 놈이 다 있어?' 유튜브 영상에 20대 중국인 이민자라고 나왔기에 '도대체 중국에서 어떻게 돈을 벌면 20대에 싱가폴에서 페라리를 몰까?' 하고 궁금해했다. 싱가폴은 자동차 면허가 수천만원을 호가하기에 일반 승용차 한 대 모는데 1억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싱가폴에서 페라리를 몰려면 10억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중국 노동자 평균 임금이 한 달에 50만원이다... 2012. 1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