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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2017 MBC 파업일지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 하나도 안 부럽다.

by 김민식pd 2012. 12. 10.

올해 유튜브에서 본 가장 충격적인 영상 하나.

싱가폴 택시의 블랙박스 촬영 영상이다. 직진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뀐 후, 택시가 출발하는데, 갑자기 옆에서 페라리 한 대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와 부딪힌다. 이 사고로 페라리 운전자와 택시 기사, 그리고 일본인 택시 승객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영상을 보고 분개했다. '무슨 세상에 저런 미친 놈이 다 있어?' 유튜브 영상에 20대 중국인 이민자라고 나왔기에 '도대체 중국에서 어떻게 돈을 벌면 20대에 싱가폴에서 페라리를 몰까?' 하고 궁금해했다. 싱가폴은 자동차 면허가 수천만원을 호가하기에 일반 승용차 한 대 모는데 1억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싱가폴에서 페라리를 몰려면 10억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 

 

중국 노동자 평균 임금이 한 달에 50만원이다. 2000명의 노동자가 한 달 뼈빠지게 일해야 10억이 나온다. 혼자서 일한다면 166년 동안 월급 한 푼 안써야 페라리 한대를 살 수 있다. 새파란 20대 대학생이 어떻게 그런 돈을 모을까? 답은 하나다. 비리다. 왜? 30년전 중국의 모든 인민은 경제적으로 평등했다. 사유재산이라는 게 없었으니까. 지난 30년 사이에 빈부 격차가 벌어졌다면, 그건 유산 상속이나 집안의 원래 재산 덕분은 아닐게다. 

 

싱가폴은 비리로 돈을 모은 사람들에게는 조세 천국이다. 권력이 세습되는 나라, 1당 독재가 수십년째 계속되는 나라, 신문이 하나밖에 없는 언론 통제국가에 금융 비밀이 보장되는 나라다. 자국에서 비리를 저질러 모은 돈을 싱가폴에 빼돌려 그곳에서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 요즘 꽤 있다. 우리 나라 정치인들 중에는 없기를 바랄 뿐이다. '그 분은 절대 그럴 분이 아니죠?'

 

싱가폴은 규제가 심한데 그중 하나가 택시 내 블랙박스 설치 규정이다. 모든 택시에는 블랙박스가 달려있고, 그 중 한 대가 저 사고를 기록했다. 그리고 그 영상은 유튜브로 풀리면서 전세계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도대체 저 미친 페라리 운전자는 누구냐?' 중국의 네티즌들도 약이 올랐다. '외국에 나가 중국의 국격을 떨어뜨린 저 인간은 누구냐?' 나도 궁금했다. 그 사람의 정체가... 그러다 올해 초 중국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는 인터넷 글을 접하게 되었다. 그 차도 페라리였다. 도대체 그 페라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

 

지난 금요일 경향신문 1면을 보고 의문이 풀렸다.

'후진타오 최측근 링지화 스캔들... 제2의 보시라이 사태 되나'  

후진타오 중국국가주석의 핵심 측근으로 불려온 링지화 당 통일전선부장. 지난 3월, 중국에서 페라리 승용차를 몰고 가다 사망한 사람이 바로 링지화의 아들이었다. 권력의 끝이란 이렇게 허무하다. 부정부패로 모아온 돈을 애지중지 키워온 아들에게 건네주자, 그 돈은 아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흉기가 되었고, 그 사건을 은폐하려다 인터넷 여론의 역풍을 맞고 결국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끊는 기폭제가 되었다. 링지화의 아들이 최고위층 자제이면서 사치와 향락을 즐기고 북경 시내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즐긴 이유? 사람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언론 통제와 인터넷 통제를 믿었던 탓이다. 언론의 비판과 감시 기능을 제거한 권력은 스스로의 힘으로는 광란의 질주를 통제할 수 없어 결국 자멸의 길을 걷는다.

 

언론장악은 문제는 해결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키운다. 'PD 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을 방송한 최승호 피디가 김재철 손에 해고되었으니, 세상은 조용해 질까? 검찰을 견제하고 감시해야할 언론이 그 기능을 상실하자, 검찰은 성추문에, 뇌물 수수에, 거짓 양심 선언에, 막장 연속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결국 자중지란 끝에 검찰 총장까지 물러났지만, 아직도 대한민국 검찰에게 자정이란 멀고도 먼 길이다. 감추어진 비밀을 세상에 까발려야 할 자들이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에 급급한 지경에 이르렀으니...

세상에 감출 수 있는 비밀이란 없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 어리석은 자들이 있을 뿐이다. 

 

페라리는 멋진 차다.

그 차가 멋진 이유는 급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브레이크 없는 페라리는 살인 기계일 뿐이다.

언론이라는 제동 장치 없는 권력은 스스로의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자살 폭탄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 5년, 그리고 지금 대선 정국.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광란의 질주를 즐기고 있는가?  

기다려라. 최후가 멀지 않았다. 속도가 빠를수록, 결말은 더 빨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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