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17일차 여행기

 

스톤타운으로 돌아왔으니, 아침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역시 파제보다는 스톤타운의 해변이 볼 게 많아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해상 레스토랑도 있고요.

 

쇼핑가도 있고요.

혼자 놀러다니는 저더러 하는 말인지 팍팍 찔리네요.

노 라이프, 위드아웃 와이프. 나름 각운도 맞췄고요.

 

와이프 해피, 라이프 해피. ^^

 

이 가게 주인이 이런 금쪽같은 말씀을 가게 옆에 적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항상 질문을 던지기를 좋아합니다. 이건 왜 이럴까?

혼자 다니니까 워낙 심심해서 그런가봐요.

 

 

여긴 기념품 가게에요. 예쁜 아프리카 민속공예품이 많은데요.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이라 가격은 좀 셉니다. 부인들이 사려고 하면, 남자가 옆에서 투덜거리겠지요? '뭘 이런 걸 사?' 하고 말이에요. 그때 남편에게 타이르는 겁니다. '부인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 살짝 장삿속이 엿보이긴 하지만 귀엽네요.

 

마님에게 드릴 간단한 기념품 정도만 사서 나왔어요.

스톤타운에는 바닷가에 힐튼 등 유럽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비싼 호텔이 많아요. 전망 좋은 비싼 호텔 대신 싼 호텔을 전전하며 다닙니다. 전 장기 배낭 여행을 선호하는데요, 비싼 호텔에서 지내면 여행 기간이 짧아집니다.

비싼 호텔과 똑같은 전망을 가진 바닷가 카페에 들러 책을 읽습니다. 서울에서도 똑같아요. 비싼 한강 조망권 아파트에 사는 대신, 출퇴근 길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한강의 경치를 즐깁니다.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오늘 점심은 좀 비싼 곳에서 먹습니다. 사파리를 같이 했던 사샤와 월터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두 친구는 사파리를 마치고, 킬리만자로 등산을 다녀왔어요. 둘 다 정상까지 올랐다고 하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킬리만자로 산행은 무척 고생스럽네요. 춥고 배고프고... 히말라야 트레킹은 마을이 많아 롯지에서 묵으면 되는데, 킬리만자로는 오로지 캠핑으로만 갈 수 있어 5일 동안 샤워도 못하고 고생이 심하답니다.

사샤는 집이 뮌헨인데, 나중에 옥토버페스트할 때 한번 놀러오라고 했어요.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는 메일을 교환합니다. 서로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이 친구, 사파리 할 때, 제가 자는 모습을 찍었군요. ㅋㅋㅋ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자꾸 졸아요. 이래서 젊어서 놀아야 하는 건데...^^

저는 잔지바르 피자를 시켰어요. 제가 음식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어디서든, 그곳에서만 시킬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네,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게 좋아요. 잔지바르 피자는 많이 낯서네요. 크게 그립지는 않을듯... ^^ 

낚시를 좋아하는 사샤가 수산물 시장을 가자고 해서 시장 구경도 가고

전통 시장을 둘러 본 후,

셋이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이번 여행, 사샤와 월터를 만나 더 즐거웠어요. 나이 오십에 20대 청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즐거웠어요. 영어를 할 때, 즐거움이 있어요. 존댓말이 없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유쾌한 친구들, 훗날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제가 묵는 35불짜리 호텔의 옥상 테라스입니다. 오후에는 볕이 뜨거워 이곳 그늘에서 열대과일을 먹고, 책을 읽으며 쉽니다. 여행 다닐 때, 저는 몇시간 씩 빈둥거리면서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 빈둥거림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에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사랑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아껴줍니다. 나를 아끼는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에요. 혼자 있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거든요.

혼자 멍하니 오후를 보내다보면, 문득 책을 읽고, 또 문득 글을 씁니다.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그래서입니다. 남미 배낭 여행을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원고를 쓰고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도 다음 책의 원고를 구상하고 쓰고 있고요. '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게 작가의 삶을 꿈꾸게 된 이유에요.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몰라요. 해야할 일만 하고 살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가끔 혼자만의 긴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배낭여행에서 찾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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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16일차 여행기

파제 마을에서는 할 게 별로 없어요. 카이트 서핑 말고는. 정말 심심한 마을이더군요. 하릴없이 마을을 다닙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터만 남아있고 지붕 없는 집이 많아요. 왜 집을 이렇게 짓다가 말았을까? 의아했어요

.

벽이랑 구조는 다 지어놓고 지붕은 안 지었내요. 건설붐이 일다가 갑자기 거품이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왜 집을 짓다가 말았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럴까요?

 

 

 

 

네, 답은...

 

짓다 만 것이 아니라, 저게 다 지은 겁니다. 우리하고 집짓는 방법이 달라요. 이곳은 사시사철 따뜻하니까 난방이 필요없어요. 방풍을 위해 담을 높이 쌓을 필요도 없고요. 시멘트와 벽돌로 방방마다 구역만 나누고 나무 기둥을 대고 초가지붕을 얹어요. 집이 낡으면 그냥 버리고 떠납니다. 나무 기둥은 가져다 재활용하고, 초가 지붕은 날아가고, 아래 구조물만 남는 거지요. 땅값이 워낙 싸서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아예 빈 땅에 짓는 게 편한 겁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궁금증을 풀어보는 걸 좋아해요.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 그가 들려주는 정형화된 해석, 정답만 듣습니다. 혼자 다니면 스스로 의문을 풀어야해요. 물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은, 모두의 정답을 좇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적한 파제를 떠나 다시 스톤타운으로 돌아갑니다.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시절, 이곳의 부가 어마어마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시골 해변 마을에선 초가 지붕의 전통 가옥이 많고, 이곳 스톤타운에선 부를 축적한 이들의 화려한 건축양식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잔지바르 건축양식에 특이한 점이 있어요.

문에 이렇게 뿔처럼 튀어나온 금속으로 장식을 해요.

집집마다 이런 뿔이 달려있어요.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

프리즌 섬 투어 갔을 때, 가이드에게 물어봤어요. 문에 뿔은 왜 달았냐고.

옛날 잔지바르의 왕이 인도 여행을 갔답니다. 그곳 왕궁의 대문에 이런 뿔이 박혀있더래요. 보니까 서민의 집에는 장식이 없는데, 왕궁에만 있는 거지요. '아, 이것이 왕이 사는 곳이라는 징표인가 보다.' 돌아와서 자신의 궁궐 대문에 쇠로 만든 뿔을 답니다.

귀족들이 그걸 보고 흉내를 냅니다. '인도에서 온 최신 유행이라고 왕만 하란 법 있나, 에헴!' 나중에는 일반 백성들도 그걸 따라 합니다. '아, 요즘 좀 있어 보이려면 문에 뿔을 달아야하나 보다.'

 

 

인도 왕궁의 대문에는 왜 뿔을 달았을까요? 코끼리 때문입니다. 궁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인근 마을의 코끼리가 머리로 문을 밀고 들어와 부엌으로 가는 거지요. 덩치 큰 코끼리를 쫓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에요. 닫힌 문을 코끼리가 밀지 못하게 문에 뿔을 달아 놓은 겁니다. 그럼 코끼리가 함부로 무거운 문을 머리로 들이밀지 못하지요.

인도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잔지바르에는 코끼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뿔달린 대문이 유행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사치재는 보통재로 바뀌는 게 운명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이 시작하면 곧 일반 서민들도 따라한다는 거지요. 모든 사람이 하면 차별화가 없어요. 그럼 부자들이 또 새로운 사치재를 찾아나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소수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게 있고, 그걸 부자가 사기 시작하면 곧 대중화가 따릅니다. 자동차가 그렇고, 아이폰이 그렇고, 영어 조기 교육이 그래요. 돈 있는 사람이 시작하면, 곧 모두가 따라하지요. 이때 한번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길에 코끼리도 없는데, 문에 뿔은 왜 달지?'

이런 질문...

'애가 커서 유학을 갈지 안 갈지 모르는데, 영어 유치원은 왜 보내지?'

이런 질문...

   

요즘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도 살아보는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는데요. 앞으로는 버리기를 잘 해야 합니다. 사 들이는 건 답이 없어요. 끝이 없거든요. 오히려 앞으로는 없이 사는 게 능력입니다. 미니멀리즘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배낭여행이에요.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다니며 한달을 살아봅니다.

속옷, 셔츠, 양말 각각 3벌만 가지고 다닙니다. 하나는 입고, 하나는 빨고, 하나는 말리고.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매일 갈아입습니다. 어떨 땐 하루에 2번도 갈아입어요. 호텔에 세탁을 맡기기도 하지만, 저는 매일 샤워하면서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합니다.

배낭 여행 중 간단한 빨래 요령.


샤워한 후 벗은 옷은 비누칠한 후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어 옷이 잠기게 하고 1시간을 둡니다. 비누기가 빠지도록 몇 번 헹군 후, 다시 깨끗한 물에 담궈 둡니다. 1시간 후 잘 짜서 말리면 끝. 방안에서 밤새 말려야하는데 등산 바지나 스포츠 셔츠가 잘 마릅니다. 속옷은 유니클로 에어리즘 계열이 가볍고 잘 말라서 여행할 때 애용하는 편이고요.

배낭 여행을 하면서 깨달아요. 즐겁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은 의외로 적구나.

저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삽니다. 남는 건 추억밖에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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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14일차

아침에 맨발로 길을 나섭니다. 파제 마을은 길이 다 고운 모래예요. 해변까지 500미터, 맨발로 갑니다. 지갑이고, 휴대폰이고, 신발까지, 숙소에 다 두고 나왔어요. 트렁크 반바지 수영복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 걸어가서 그 차림 그대로 바다에 입수. ^^ 1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1시간은 모래사장을 걷습니다. 물이 찰랑거리는 해변을 걷다 내키면 바다로 들어가고, 지치면 나와서 멍하니 바다를 봅니다. 아, 이런 신선놀음이 또 없네요.

 
이곳 파제 해변이 카이트 서핑의 성지가 된 이유가 있어요. 파도가 없어요. 돌이나 자갈처럼 뾰족한 것도 없이 고운 모래가 쭉 깔려 있어요. 카이트 서핑을 하다 넘어져도 다칠 염려도 없고, 비싼 카이트가 찢길 걱정도 없어요. 조종 미숙으로 넘어져도, 서면 바로 물이 허리 아래라 위험하지 않아요.

해변에서 물로 10미터 걸어들어갔는데, 아직도 깊이가 저 정도에요.

95년에 호주 배낭여행 갔다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스노클링하다 죽을 뻔했어요. 그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배영과 평영을 제일 좋아합니다. 항상 얼굴이 물 밖에 있으니까요. 다만 수영장에서 배영은 힘들지요. 어디로 가는지 안 보여서 민폐랍니다. 바다에서 배영을 하면 파도가 칠 때 짠물이 코로 들어가 힘들어요. 이곳 파제 해변은 파도가 없어 배영을 하기 딱 좋네요. 바다 위에 드러누워 발로 물장구만 치면서 마음 편히 둥둥 떠 다닙니다. 이른 아침이라 카이트 서퍼도 없이, 넓은 바다를 혼자 독차지하네요.

모래사장 크기로 보면 거의 해운대만 합니다. 한 여름날, 해운대 해수욕장을 혼자 독차지한 기분~^^ 유러피안 아드레날린 정키들은 아침형 인간이 아닙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대낮까지 늦잠을 자고요. 오후 3시 넘어 카이트 서핑하러 나옵니다. 킬리만자로라는 현지 맥주가 우리 돈 천원이니, 서퍼들이 밤늦도록 맥주 파티를 열 만 하지요. 저같은 아침형인간이 해변을 오전 내내 독차지하게 됩니다.

오후에는 날이 더워 숙소에서 쉽니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 낮잠을 청합니다. 귀여운 이탈리아 아가씨가 있어, 말을 걸었어요. 저는 항상 여행자를 만나면 물어봅니다. '그동안 가 본 곳 중 어디가 좋았어?' 이곳 잔지바르도 그런 질문 속에서 찾아낸 곳이고요.

20대 중반의 어린 아가씨인데 꽤 많은 나라를 다녔더군요. 심지어 중동 요르단이나 사우디까지. 오홀? 여행의 고수를 여기서 만나네? 저더러 이제껏 가본 나라 중 어디가 좋았냐고 묻더군요. 짠돌이인 제게는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중요합니다.

"난 네팔, 라오스, 태국, 이런 나라들을 좋아해."

"그래? 난 태국이 별로였는데." 

어라? 유럽 배낭족치고 태국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의외였어요.

"어디 어디 가봤는데?"

"방콕이랑 파타야. 둘 다 별로였어." 

이 친구, 엉뚱한 곳만 골라 다니고 있네요. 저도 방콕, 파타야, 푸켓 같은 태국의 관광지도 가봤지만, 태국의 진짜 매력은 치앙 마이나 코 사모이같은 시골에 있거든요. "왜 그렇게 큰 도시만 다녀?" 하고 물어봤더니, 에티하드 항공의 여승무원이네요. 비행기가 내리는 큰 도시만 본 겁니다.


사람들은 촬영이 끝나면 장기 휴가를 낼 수 있어 드라마 피디처럼 여행다니기 좋은 직업이 없다고 하는데요. 저는 정작 파일럿이나 스튜어디스가 부러워요. 일 자체가 여행이니까요. 그런데 나름의 애환이 있네요. 테레지아의 경우, 기착지에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전부이고, 이렇게 휴가를 내는 것도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매일 비행기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이 부럽기만 하다고.

 

여행하기 좋은 직업은 따로 없어요.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직업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다닙니다.

 

파제 숙소에 아시아인 여행자는 저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친구를 쉽게 사귀게 됩니다. 다들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 대해 궁금해하거든요. 어려서 영어를 공부한 덕에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  

혼자 보내는 파제 해변의 하루는 심심하게 흘러갑니다. 수영과 독서와 낮잠,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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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13일차 여행기

 


오늘은 잔지바르에서 가장 번잡한 스톤타운을 벗어나 반대편 동쪽 해안에 있는 파제를 찾아갑니다. 이 섬에서 가장 조용한 동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톤타운의 경우, 가는 곳마다 호객꾼을 만납니다. 택시 일일 관광, 일일 뱃놀이, 투어, 다양한 상품을 권하지요.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까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여행 막바지에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푹 쉬다 가고 싶은 마음에, 파제로 향했습니다.

 

파제 해변입니다. 넓고도 얕은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어요.

이 넓은 해변에 사람이 없어요.

파제가 유명한 건 카이트 서핑입니다. 서핑 보드를 타고 커다란 연을 조종해 바람을 타고 바다위를 날듯이 달립니다. 해변에 사람도 배도 없으니 가능하지요.

아드레날린 정키로서, 익스트림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레슨을 받아 카이트 서핑에 한번 도전해볼까 했는데요.

초보자의 경우, 서서 균형잡기도 힘들어요. 3일 동안 제대로 배울 자신도 없고, 떠나면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겠어요.

잘 타는 사람은 공중에 휙휙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구경만 하다 갑니다. 예전엔 이런 장면을 보면 직접 하고 싶어 피가 끓었는데, 이제는 구경만 해도 그냥 좋네요. 나이 들은 건 못 속이나봐요. ^^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맛이 어떠냐고?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이곳에는 식당이 많지 않아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크지 않을 거라고.

스웨덴에서 왔는데, 어머니와 여행중이라는군요. 어머니는 중국인이었어요. 아버지는 스웨덴 사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더니 어머니가 반가워하시더군요. 데니 드한 혹은 젊은 날의 디카프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우 분위기가 풍긴다고 말을 걸었더니, 어머니가 놀라시더군요. 실은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 아역 탤런트였다고. 영화 주연도 했답니다.  

아역 배우를 하다 탁구 선수로 변신해서 스웨덴 국가대표까지 했다는군요. 중국과 스웨덴은 양국 다 탁구 강국인데, 혹시 어머니가 탁구 선수였냐고 물어보니, 어머니는 통역사랍니다. 중국어 스웨덴어 통역사.


아역 배우로 일을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힘든데 어떻게 운동 선수가 되었냐고 물었지요. 연기는 아무리 해도 느는 게 안 보이는데, 탁구는 연습을 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는 군요.

탁구 선수로 평생 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직업 배우를 하려고 LA 헐리웃에도 갔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지금은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답니다.

미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미국에는 라틴계 배우가 많아 혼혈 배우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이라고. 중국의 경우, 그처럼 중국 혈통을 가진 스웨덴 배우에게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해줬어요. 미국 영화를 선망하는 그에게 중국은 변방으로 느껴져 매력이 없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앞으로 문화 산업의 기회는 중국에 있다고 믿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문화적 욕구가 분출할 거거든요. 지금은 한국 등 외국에서 콘텐츠를 사가고 있지만, 곧 자체 제작 능력을 키울 겁니다.      

오늘의 숙소는 파제 호텔입니다. 싱글룸이 1박에 25불하는 저렴한 숙소에요. 아침은 제공이 되지 않는 게 좀 아쉽네요.

아침은 개당 300원하는 망고와, 개당 200원하는 빵으로 대신합니다.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잠보! 하바리 가니? 은주리 싸나!'하고 인사를 했더니 반갑게 맞아주네요. 어딜 가나 그 나라말로 인사를 하면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와힐리어 인사를 가장 쉽게 배우는 법이 있어요.

'잠보'라는 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가사가 인삿말이거든요.

'잠보? (안녕하세요?)

하바리 가니? (어떻게 지내요?)

은주리 싸나. (잘 지내요.)

하쿠나 마타타 (아무 문제 없어요.)

이 네 문장만 알아도 되거든요. ^^

 

외국어 회화를 쉽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문법과 단어를 다 배울 시간이 없을 땐, 기초 회화 몇 문장만 암기해도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해보자고요. 그게 외국어 공부를 즐기는 비결입니다.

 

'싸파리 은제마!' 즐거운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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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10일차 여행기

 

오늘은 아루샤에서 잔지바르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탄자니아에서 세렝게티나 킬리만자로보다 더 가고 싶었던 곳이 잔지바르입니다. 2015년 남미 여행 다닐 때, 다음 여행 행선지는 아프리카라고 정해두었어요. 아프리카는 유럽에서 가까워 유럽인들이 자주 가는 곳이지요. 유럽 배낭족을 만날 때마다 물어봤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어디가 좋아?"

'잔지바르'라는 답이 많이 나왔어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곳인데, 여행의 고수들이 추천하니 가보고 싶었어요.

아침에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아루샤 공항으로 갔어요. 도착하니 높은 관제탑 건물도 없고 논에 비료 뿌릴 것 같은 경비행기 몇대가 서 있는 작은 활주로예요... 

'이 친구, 잘못 데려온 거 아냐?'

물어보니, 여기가 아루샤 공항이 맞대요. 항공사 카운터도 보이지 않아요.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손으로 쓴 보딩 표를 나눠줍니다. 컴퓨터도 없고 그냥 노트를 보고 일을 합니다.

 

손으로 써주는 보딩패스에는 좌석 번호도 없어요. 점점 불안해집니다...

저게 잔지바르 가는 비행기랍니다. 12인승 경비행기. 

"지금 장난해?!"

인터넷 영어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했더니, 맙소사... ㅠㅠ

조종사가 한 명 있고요. 승무원은 없습니다. 화장실도 없고요. 기장석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승객이에요. 유럽 여행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모실 부기장입니다."

일행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기장이 말을 잇습니다.

"자, 지금부터 휴대폰을 꺼내세요. 이륙 장면을 촬영해보세요. 이 비행기는 전자제어장치가 없어, 비행 내내 전자 기기의 사용이 전면 허용됩니다."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라 휴대폰 전자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더 불안해집니다... ㅠㅠ

 

 

예전에 이렇게 작은 비행기를 탄 적이 있어요. 아르헨티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을 때...

'설마 오늘도 이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비행기 아래로, 문득 푸른 인도양 바다가 펼쳐집니다.

산호초와 섬들이 가깝게 보입니다. 경비행기는 고도가 낮아 경치를 보기 좋네요. 물론 그만큼 추락하는 시간도 짧겠지만... ㅠㅠ 1시간 남짓 비행이 끝나고 잔지바르에 도착했어요.

착륙과 동시에 기내에서 박수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살았다!"

약간 무섭긴 했지만, 나름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나니, 일정을 짤 때, 제가 품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1년 전 탄자니아 항공권을 검색하니, 다르 에스 살람 (탄자니아 제1의 도시) 왕복 항공권이 120만원이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다르 에스 살람에서 사파리를 하는 아루샤까지 가는데 버스로 10시간 넘게 걸립니다. 사파리를 하고 다시 잔지바르로 가려면, 다르 에스 살람까지 다시 버스로 10시간, 다음날 아침에 잔지바르 가는 페리를 타고 넘어가는데 다시 반나절, 이틀이 꼬박 소요됩니다. 즉 3일을 이동에만 쓰는 일정이에요. 20일 중 3일을 날리면 너무 아깝죠.

아루샤 IN, 잔지바르 OUT 항공권을 찾아봤어요. 아루샤 공항이 분명 스카이스캐너에 뜨는데, 다구간 항공권은 없는 거예요. 결국 인근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IN해서 다르 에스 살람에서 OUT하는 항공권을 샀습니다. '왜 아루샤에서 잔지바르 가는 국제선이 없지?' 와보니까 알겠어요. 아루샤 공항은 그냥 국내선 경비행기 전용인 거죠.

만약 탄자니아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다구간 항공권으로

1, 인천 - 킬리만자로

2, 킬리만자로 - 잔지바르

3, 잔지바르 - 인천을 끊으실 것을 권합니다. 이게 사파리도 즐기고, 휴양지도 즐기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사정을 몰라 돈이 많이 들었어요.  (다시 항공권 끊느라 수십만원 더 들고, 아루샤 - 잔지바르 따로 끊느라 20만원 더 들었어요. ㅠㅠ 역시 정보가 돈인데 말이지요...)

인도양의 흑진주 잔지바르.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프리카의 휴양지.

다음엔, 본격 잔지바르 여행기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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