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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잔지바르에서 나를 찾아서

by 김민식pd 2017. 4. 11.
탄자니아 17일차 여행기

 

스톤타운으로 돌아왔으니, 아침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역시 파제보다는 스톤타운의 해변이 볼 게 많아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해상 레스토랑도 있고요.

 

쇼핑가도 있고요.

혼자 놀러다니는 저더러 하는 말인지 팍팍 찔리네요.

노 라이프, 위드아웃 와이프. 나름 각운도 맞췄고요.

 

와이프 해피, 라이프 해피. ^^

 

이 가게 주인이 이런 금쪽같은 말씀을 가게 옆에 적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항상 질문을 던지기를 좋아합니다. 이건 왜 이럴까?

혼자 다니니까 워낙 심심해서 그런가봐요.

 

 

여긴 기념품 가게에요. 예쁜 아프리카 민속공예품이 많은데요.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이라 가격은 좀 셉니다. 부인들이 사려고 하면, 남자가 옆에서 투덜거리겠지요? '뭘 이런 걸 사?' 하고 말이에요. 그때 남편에게 타이르는 겁니다. '부인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 살짝 장삿속이 엿보이긴 하지만 귀엽네요.

 

마님에게 드릴 간단한 기념품 정도만 사서 나왔어요.

스톤타운에는 바닷가에 힐튼 등 유럽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비싼 호텔이 많아요. 전망 좋은 비싼 호텔 대신 싼 호텔을 전전하며 다닙니다. 전 장기 배낭 여행을 선호하는데요, 비싼 호텔에서 지내면 여행 기간이 짧아집니다.

비싼 호텔과 똑같은 전망을 가진 바닷가 카페에 들러 책을 읽습니다. 서울에서도 똑같아요. 비싼 한강 조망권 아파트에 사는 대신, 출퇴근 길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한강의 경치를 즐깁니다.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오늘 점심은 좀 비싼 곳에서 먹습니다. 사파리를 같이 했던 사샤와 월터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두 친구는 사파리를 마치고, 킬리만자로 등산을 다녀왔어요. 둘 다 정상까지 올랐다고 하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킬리만자로 산행은 무척 고생스럽네요. 춥고 배고프고... 히말라야 트레킹은 마을이 많아 롯지에서 묵으면 되는데, 킬리만자로는 오로지 캠핑으로만 갈 수 있어 5일 동안 샤워도 못하고 고생이 심하답니다.

사샤는 집이 뮌헨인데, 나중에 옥토버페스트할 때 한번 놀러오라고 했어요.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는 메일을 교환합니다. 서로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이 친구, 사파리 할 때, 제가 자는 모습을 찍었군요. ㅋㅋㅋ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자꾸 졸아요. 이래서 젊어서 놀아야 하는 건데...^^

저는 잔지바르 피자를 시켰어요. 제가 음식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어디서든, 그곳에서만 시킬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네,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게 좋아요. 잔지바르 피자는 많이 낯서네요. 크게 그립지는 않을듯... ^^ 

낚시를 좋아하는 사샤가 수산물 시장을 가자고 해서 시장 구경도 가고

전통 시장을 둘러 본 후,

셋이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이번 여행, 사샤와 월터를 만나 더 즐거웠어요. 나이 오십에 20대 청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즐거웠어요. 영어를 할 때, 즐거움이 있어요. 존댓말이 없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유쾌한 친구들, 훗날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제가 묵는 35불짜리 호텔의 옥상 테라스입니다. 오후에는 볕이 뜨거워 이곳 그늘에서 열대과일을 먹고, 책을 읽으며 쉽니다. 여행 다닐 때, 저는 몇시간 씩 빈둥거리면서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 빈둥거림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에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사랑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아껴줍니다. 나를 아끼는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에요. 혼자 있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거든요.

혼자 멍하니 오후를 보내다보면, 문득 책을 읽고, 또 문득 글을 씁니다.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그래서입니다. 남미 배낭 여행을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원고를 쓰고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도 다음 책의 원고를 구상하고 쓰고 있고요. '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게 작가의 삶을 꿈꾸게 된 이유에요.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몰라요. 해야할 일만 하고 살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가끔 혼자만의 긴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배낭여행에서 찾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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