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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8.12.06 지금 터키로 가는 이유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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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8.11.28 캠든 타운 여행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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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터키여행 2일차

풍선 여행 가는 날입니다. 열기구를 타고 카파도키아의 일출을 보기 위해 이른 아침에 출발합니다. 출발 시간이 새벽 5시 10분인데, 일어나니 4시더군요. 출장 오기 전날도 그랬어요. <토크노마드> 팀의 아침 집결 시간이 오전 8시 인천공항이었어요. 너무 설렌 탓인지, 중간에 깼는데 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어요. 잠은 안 오고 말똥말똥 뜬 눈으로 샜어요. 눈만 감으면 런던의 풍광의 촤르르륵 펼쳐지는 통에 흥분되어 잠이 오지 않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도 소풍 전날 잠이 오지않아 뜬눈으로 밤을 새다 급기야 새벽 2시에 울었어요. 이러다 늦잠 자서 학교에 지각하는 바람에 소풍 못 쫓아갈까봐...  놀러가기 전날 흥분으로 잠을 설치는 건 나이 50이 넘어도 여전하군요.


컴컴한 새벽 4시 50분부터 나가서 기다립니다. 5시 10분에 숙소 앞에서 픽업이라고 했는데, 다섯 시 반이 넘도록 차는 오지 않아요. 숙소를 통해 예약했으니 연락처도 따로 없고,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없어요. 생각해보면, 기다리는 게 제 직업입니다. 촬영장에 나가면, 배우가 오기를 기다리고, 촬영 스탭이 모이기를 기다리고, 조명이 세팅되기를 기다리고, 배우의 메이크업이 끝나기를 기다립니다. 기다릴 때는 마음 편하게 잘 기다려야 해요. 괜히 조바심을 내고 짜증을 내면 안 됩니다. 35분에 차가 도착했습니다. 역시 느긋이 기다리면 모든 일은 해결됩니다.

터키 벌룬이라는 열기구 여행사 2층에서 간단한 조식을 먹습니다. 

1층에 자리가 없어 2층 어두운 구석에 혼자 앉아 아침을 먹습니다. 갑자기 의자 뒤에서 누가 등을 툭 칩니다. 순간 오싹했어요. 내 뒤에는 아무도 없는데? 돌아 보니 검은 고양이 한마리가 탁자 아래로 총총히 사라집니다. 2층에서 혼자 밥먹는 저를 보고 슬쩍 엉기려고 왔다가 읽던 책에 정신이 팔려 눈길 한번 주지 않으니 슬쩍 치고는, 도도하게 사라지는 군요. '나, 음식 구걸하러 온 거 아니거든?'

터키 여행하며 느낀 점, 이 나라에는 길고양이가 참 많아요. 애묘인들이 참 좋아할 것 같아요. 낯선 동물이 내게 보여주는 신뢰가 반갑고 고마워요. 동물들에게 적의를 풍기지않는 인간으로 살고싶어요.

아침 먹고 기다리는데, 가이드가 와서 열기구 여행은 바람의 세기나 방향을 고려해야하므로 날씨를 지켜보며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고 영어로 설명했어요. 옆에 중국인 커플이 있는데, 여자가 거의 동시통역하듯 남자친구에게 설명해주더군요. 남자친구는 영어를 거의 못하는 눈치였어요. '아, 저러면 한쪽이 많이 피곤할 텐데...'
문득 아내와 결혼한 이유 중 하나가 떠올랐어요. 저는 영어를 하는 사람과 함께 살기를 바랐어요. 여행을 다니거나 평소 생활을 할 때도 불편함이 없어요. 통역대학원에서 만난 후배와 결혼한 덕분에 해외 생활도 자주 하고, 여행도 많이 다닙니다. 해외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여행도 이해해주기 쉽거든요.


우리가 타고갈 풍선에 더운 바람을 넣습니다. 실제로 옆에서 보니까 진짜 크군요. 열기구 크기가 3층 건물만 해요.

열기구에 타고 위로 올라갑니다. 

계곡 위를 풍선을 타고 날아갑니다.


카파도키아 상공에 무수한 풍선이 떠올랐어요. 그 자체로 장관입니다.


열기구를 타고 오르면 마치 구글 어스를 확대해서 본 것처럼 머리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어요. 같은 풍경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전혀 생경하지요.

뾰족뾰족한 바위가 많고, 길쭉한 기둥 모양의 바위도 있어요. '요정의 굴뚝' Fairy's Chimney라고 불리는 카파도키아의 독특한 지형을 만든 건 두 개의 화산입니다. 수천 년 전에 화산 두 개가 분화하면서 이 일대가 화산재로 뒤덮입니다. 용암이 굳으면서 단단한 현무암이 만들어지고, 화산재가 쌓여 부드러운 응회암이 만들어집니다.

화산활동의 여파로 지진이 일어납니다. 바위 틈이 갈라지고 계곡이 생겨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강이 흐릅니다. 경도가 다른 두 바위는 침식의 속도가 달라요. 물과 바람의 침식으로 절벽의 일부가 갈라지고 무너져 원뿔 모양의 바위 기둥이 남았어요. 오랜 세월에 걸친 침식과 풍화 작용으로 지구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이한 모양의 바위계곡이 형성되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은 이 지역의 바위가 유난히 부드럽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바위인지라 쉽게 속을 파낼 수 있어요. 부드러운 암석을 파내어 동굴을 만들어 그 속에서 살기 시작했어요. 동굴 속은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듯하거든요. 식구가 늘어나면 방을 더 만들면 되고요. 아버지의 수고로 뚫은 굴은, 지속가능한 주거 형태인지라 대대손손 물려받을 수 있어요. 조상의 손길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집인 거죠.

카파도키아는 시간이 만든 땅이에요. 우리 삶에서 가장 위대한 것을 만드는 재료는 시간입니다.

시간만 주어진다면 인간은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집도 만들고, 교회도 만들고, 요새도 만들 수 있어요. 

화산 폭발이 만든 지형과, 선조들이 수백년 간 만든 동굴에, 현대 기술이 만든 대형 열기구까지. 카파도키아 풍선 여행은 인간과 자연이 공조해서 만든 위대한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경험이에요. 

빈 들판을 향해 날아갑니다.

저기 풍선을 실고갈 트럭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네요.

줄을 당기며 즐거워하는 승객들의 모습입니다.

열기구에서 더운 바람을 빼는 것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바닥에 펼쳐진 풍선을 보니 정말 크기가 어마어마 하군요.

조촐한 파티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어요.

비행을 안전하게 마치고 다시 땅으로 무사히 귀환한데 대해 감사하는 의미로 다같이 샴페인 축배를 듭니다.


풍선 여행 인증서입니다. 

이날 최고고도는 500미터였고요. 레드밸리, 로즈밸리, 화이트밸리 등 3대 계곡의 상공을 55분간 비행했어요. 여행경비는 150유로였고요. (상당히 비싼 편인데요, 가격 담합이 잘 되어 있어 싼 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 대목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글을 올릴게요.)

수백년 전 선조들이 바위를 깎아 집을 만들었어요. 그들이 만든 동굴 집은 이제 관광 코스가 되어 후손들을 먹여 살리고 있고요. 인간은 참 위대한 동물이에요. 시간만 주어지면 무엇이든 할 수 있거든요. 시간을 견디는 그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는 시간을 들여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 여행을 하며 그 고민을 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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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행맘 2018.12.11 06: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피디님^^
    다꿈스쿨에서 강의 들었던 여행맘입니다^^
    피디님께서 터키여행 하고 오셔서 저도 터키 뽐뿌가 올라왔는데 ㅎㅎ
    마침 카파도키아 열기구 투어 글이네요^^
    가고 싶어라 ㅎㅎㅎ
    자전거 여행 글 보면 나도 자전거 여행하고 싶고
    저 열기구도 타고 싶고 ㅎㅎㅎㅎㅎ
    많은 분들께 영감을 주는 피디님이 항상 멋져보이십니다^^
    오늘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 꿈트리숲 2018.12.11 07: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꺄~~~~~~악!^^
    너무 멋져요.
    저의 꿈리스트, 카파도키아 열기구 기다렸어요.^^
    정말 그림 같네요.
    사진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데,
    실제로 보면 더 비현실적일 것 같아요.
    덕분에 시간이 만든 유산, 잘 봤습니다.

    누군가의 통역을 통해서가 아니라
    번역기를 거쳐서가 아니라 오롯이 그 사람의
    얘기를 듣고 그 삶을 이해하고 한 나라를 느끼려면
    언어가 꼭 필요하다 생각되네요.

    터키도 런던도 접수한 김민식 피디님은
    욕심쟁이 우후훗!^^

  3. 보리보리 2018.12.11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10년 전에 10만원 조금 넘었는데, 환율이 토막 나고도 거의 두배네요 ㅠㅠ 그래도 다이돌핀 팍팍 나왔겠어요 ^^ 저도 다음엔 인증서를 목표로~

    가족이 생기면 방 하나 더 파면 되고, 자손대대로 쓰고, 지구에 해를 남기지 않는 진정한 패시브하우스네요. 우리나라 길고양이와 달리 사람 와도 도망가지 않는게 인상적이었어요

  4. 섭섭이짱 2018.12.11 08: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모 방송에서 터키 여행지
    소개하는걸보고 피디님 여행기가 더 궁긍했는데..

    역쒸! 그 유명한 열기구 타셨군요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이건 직접가서 타봐야할거 같아요.
    동굴집도 그렇고 카피도키아는 꼭 가봐야겠어요.
    터키로 고고고

    다음 여행기도 기대할께요. ^^

  5. 세아이멋진아빠 2018.12.11 11: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지네요 그냥 봐도 멋진 광경일거 같은데
    열기구 타고 하늘에서 보니 더 멋지네요~~~
    멋진 사진 잘보고 갑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6. 깔깔마녀 2018.12.11 11: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너무 하고싶어라. 열기구를 탈 수 있다니... 스카이다이빙보다는 덜 무섭겠다.
    아자아자! 터키 갈수 있겠네요

  7. 아리아리짱 2018.12.11 20: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터키여행 버킷 리스트 추가입니다.^^

<토크노마드>에서 런던 촬영을 제안했을 때, 날아갈듯 기뻤어요. 올해 남은 휴가는 런던에서 보내야겠구나! 2015년에 아버지를 모시고 뉴욕과 미국에서 3주간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아버지가 당신 평생 소원이 뉴욕에서 한 달 살기라고 하셨거든요. 한 달을 산다면 저는 런던에서 살고 싶어요. 일단 영어를 쓰니까 생활하기 편하고요. 대영박물관이나 내셔널 갤러리 등 무료 입장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박물관이 많고요. 밤마다 웨스트엔드에서 하는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요. '오랜 전통과 현대의 볼거리가 어우러지는 곳, 런던에서 2주일을 보내야지.' 하던 중, 예전에 야학 교사로 함께 일했던 이들을 만났어요. 런던 여행을 준비한다고 했더니 외환 딜러로 일하신 분이 그랬어요.

"지금 해외여행을 간다면 터키가 최고야. 트럼프하고 에르도안하고 싸우는 바람에 터키 리라 가치가 반토막 났거든. 예전과 비교해서 반값에 터키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찬스지."

싸다는 말에 짠돌이 귀가 솔깃합니다. 그래서! 런던 촬영 후, 터키로 갔어요. 


2018 터키 여행 1일차


가장 먼저 보고 싶었던 건, 카파도키아에요. 

런던 개트윅 공항에서 안탈리아로 이동한 후, 다시 카이세리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어요. 각각 4시간, 1시간이 소요됩니다. 카파도키아를 볼 수 있는 마을, 괴레메에 도착했어요. 

여행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어요. 현지 물가를 확인하는 거죠. 숙소 근처 가게에 가서 1.5 생수를 구입합니다. 2리라, 우리 돈으로 400원하는군요. 사람마다 여행지의 물가를 측정하는 기준이 달라요. 담배값으로 따지는 사람, 맥주 한 병이 기준이 되는 사람, 저는 생수가 생필품 물가의 기준입니다. 1리라 450원하던 게, 요즘은 1리라 당 200원입니다. 즉 900원하던 1.5리터 생수가 환율 사태로 400원이 된 거죠. 역시 터키에 오길 잘 했어요. 500ml 생수는 우리돈 200원입니다. 한국 물가의 절반도 안 되는 거죠.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드는 김재환 감독과 입사 동기인데요. 여행을 좋아하는 그가 언젠가 터키 카파도키아를 추천했어요. "다음에 시간이 나면 꼭 가봐." 여행 프로 '와, 이 멋진 세상'을 기획한 피디가 추천하는 곳이니 꼭 가야지 했어요.

괴뢰메 호텔을 나와 동네 언덕을 오릅니다. 여행지에 가서 인근 지형을 살피기 위해 높은 곳에 오릅니다. 

Sunset Lover's hill이라고 이름붙은 언덕입니다.

동굴을 뚫어 살던 오래된 집을 호텔로 개조했어요. 이곳의 숙소는 대부분 Cave Hotel로 불립니다. 

제가 묵은 케이브 호텔입니다. 개인실 1박에 3만5천원입니다. 런던 물가와 비교하면 정말 싸지요. 숙소 바로 뒤에 언덕이 있어요. 해질무렵 언덕에 오릅니다. 정상에 오르자 갑자기 펼쳐지는 파노라마 전경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저녁은 길거리에서 산 케밥으로 해결합니다. 15리라 (3000원) 호텔 테라스에 와서 혼밥을 즐겨요.

보통 가족이나 커플이 함께 여행을 오면 저녁에는 다들 외식을 하지요. 아침 조식을 서빙하는 호텔의 테라스 카페는 텅 비기 일쑤입니다. 이럴 때 저는 길거리에서 싼 음식을 사서 포장해 옵니다. 아무도 없는 호텔 테라스에서 야경을 홀로 감상하며 저녁을 먹습니다. 물론 터키는 물가가 싸서 식당에 가서 테이블에 앉아 먹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붐비는 시간에 혼자 테이블 하나 차지하고 앉는 게 늘 미안해요. 그래서 길거리 음식을 싸서 숙소 공동 주방에서 먹어요. 돈도 적게 들고 마음도 편하고!


카파도키아 여행기,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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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피디가될거야 2018.12.06 07:3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좋은 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 댓글, 놓치 수 없었어요 ㅋㅋㅋ!
    카파도키아, 벌써 저도 가보고 싶네요^^ 다음 글 기대합니다!

  2. 섭섭이짱 2018.12.06 08: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와우~~~~ 대박!!!!
    터키 여행 가셨었군요.
    언젠가 가보고 싶은 곳중 하나인데...
    카피도키아 어떤곳인지 궁금하네요.
    다음 글 기대됩니다.

  3. 헤니짱 2018.12.06 08: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다음 이야기가 너무너무 기대되요~ 행복한 여행되세요^^

  4. 꿈트리숲 2018.12.06 10: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왕~~~~~!!!
    카파도키아 열기구로 일출 보는 것이
    저의 꿈 중 하나인데. . . 터키 2편 완전
    기대되네요.^^

    눈으로 봐도 신기하고 기이해보이는데,
    실제로 저 안에서 잠을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해요.ㅎㅎ

    여행은 혼자여도 함께여도 언제나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 얘기도 기다려져요~~^^

  5. 아리아리짱 2018.12.06 10: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와우~!
    터키로의 여행!
    언제가 꼭 한번 가고 싶은곳입니다.
    PD님을 따라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누비는 재미 솔솔 합니다.^^
    I feel energized whenever I visit your blog!

  6. 유진 2018.12.06 11: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신혼여행으로 그리스와 터키를 갔었는데...카파도키아 동굴 호텔에도 묵어봤고요. 옛 기억이 떠오르네요. 터키 생각보다 사람들 정 많고 낭만적인 곳이었어요. 음식도 맛있고요.

  7. 농업사랑 2018.12.06 16: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 인생 여행지 중 최고가 터키입니다.
    고생도 제일 많았고, 스토리도 가장 많았던 곳..
    PD님의 여행기를 보니 다시 터키로 가고 싶네요.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부럽습니다. ^^

  8. 꿈꾸는나르샤 2018.12.07 19: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가보고 싶은 곳을 우연히 여기서 보네요...

    언젠가 가기를 꿈꾸어봅니다.


<토크 노마드 : 아낌없이 주도록>에서 영국의 로맨틱 코미디를 다루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러브 액추얼리>를 가장 먼저 떠올렸어요. 저의 인생 영화거든요. 많은 인물들이 나오지만 악당은 하나도 없는, 사랑으로 아파하는 이도 나오지만 그래도 사랑의 가치와 희망을 이야기하는,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로맨스 이야기. <러브 액추얼리>는 여러번 본 영화에요. 그래서 이번에는 <노팅 힐>을 봤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노팅 힐에 가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런던 촬영을 마치고 자유 시간에 노팅 힐에 갔습니다. 전철역 '노팅힐 게이트'가 있어 찾기는 쉬워요.

골목을 따라 작은 노점상도 있고요.

예쁜 집도 있어요. 현관 앞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에 '저기가 영화에 나온 집인가?' 했더니, 모든 집들 앞에 사람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더군요.

시내만 돌아다니다, 이렇게 주택가에 오니 또 새로운 맛이 있네요. 사람들이 사는 동네지만 낮에는 관광객들이 점령한 곳이에요.

기념품 가게에 익숙한 사진이 있어요.

영화 <노팅 힐>은 리차드 커티스 작가 겸 감독의 성공작이지요. TV 코미디 쇼를 통해 각본가로 활동한 리차드 커티스가 각본을 쓴 작품이고요. 워킹 타이틀 표 로코의 첫번째 흥행작입니다. 이 영화가 성공한 후, <러브 액추얼리>의 각본과 감독을 맡게 되지요.


영화 평론가 이동진 선생님은 커티스 감독의 영화에는 주인공의 주위 인물이나 가족이 많이 등장한답니다. 친구나 동료 등으로 이뤄진 커뮤니티가 있다고요. 생각해보니,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영화에는 다양한 조연들이 나오는데요. 저는 그가 코미디 쇼를 오랜 세월 제작하면서 영국 코미디 배우들의 계보를 줄줄이 꿰고 있고, 그들의 장기가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조연 하나하나의 색깔이 잘 드러나는 작품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노팅 힐에서 가장 유명한 건 역시 포르토벨로 마켓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시간의 흐름을 시장 풍경의 변화, 원씬 원컷으로 표현한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지요.

시장통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모습. 정말 인파가 붐비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다닐 때는 급하게 다니기보다 여유를 가지고 구경하셔야 해요.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기 힘든 곳이거든요.

1887년에 생긴 가게라는 문구에 숙연해집니다. 역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런던!

곳곳에서 버스킹 무대가 펼쳐져요. 

 
구역마다 상품이 다 달라요. 기념품, 농산물, 먹거리, 벼룩시장까지 새로운 골목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상품이 반깁니다.

민지 민서랑 왔으면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말에 아이들이랑 인사동에 가면 용돈을 나눠줍니다. 각자 2만 원 한도 내에서 쇼핑을 하게 합니다. 물건을 사고, 군것질 거리를 사고, 음료를 마시는 것까지 각자 취향에 따라 한도내에서 쓰게 하는 거지요. 

포르토벨로 마켓에는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이 많아 아이들의 즐거운 고민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 고등학교 2학년인 민지가 대학에 가면, 온 가족이 다 함께 런던으로 여행을 오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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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꿈트리숲 2018.12.04 08: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첫 사진에서 벌써 영화 노팅 힐의 분위기가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두 영화의 감독이 같은 줄은 몰랐어요.
    러브 액추얼리를 다시 한번 봐야 되겠어요.

    노팅 힐은 영어 공부 한다고 여러번 봤는데,
    노팅 힐 감독이라 생각하고 러브 액추얼리 보면
    또 다른 감동이 있지 않을까 싶네요.

    저도 딸과 함께 포르토벨로 마켓에 낑겨 있는 날을
    상상하며 오늘 간접체험으로 미리 경험합니다.

    선행학습의 좋은 예, 공짜로 즐기는 세상 강추!!!

  2. 섭섭이짱 2018.12.04 08:5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노팅힐> 재밌게 봤던 영화인데...
    실제 포르토벨로 마켓은 이런 느낌이군요.
    다음에 런던가면 영화 속 장소들 위주로
    돌아다녀봐야겠어요.

    런던여행 재밌게 잘 하고 갑니다 ~~~

  3. 보리보리 2018.12.04 11: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지가 울막내랑 같이 졸업하겠군요. 온가족 런던여행 응원합니다. 노팅힐 보신 김에 제가 노팅힐 완전해부 해서 올린것도 따라해보세요 ^^ 번데기 앞에서 왕주름 잡아요~

런던에 가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게 있습니다. London free walking tour. 제가 좋아하는 공짜지요. 물론 완전 공짜는 아니고요. 투어를 마친 후, 각자의 만족도에 따라 팁을 냅니다. 캠든 타운워킹 투어라고 있네요. 전에 가 본 적이 없어 가이드를 따라 동네 구경을 할까 싶어 집결 장소로 향했어요.

오후 3시부터 시작인데요. 10분 전 도착해서 보니, 이미 여러 사람이 와서 서성이고 있어요. 그런데 정각이 되어도 가이드는 나타나지 않아요. 혹시 장소를 잘못 알았나 싶어 옆에 있는 스페인 커플에게 물어보니 아무래도 바람 맞은 것 같다고 하네요. 그들은 인터넷으로 예약까지 했다는군요. 결국 20분을 기다리다 허탕치고 그냥 갑니다. 예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는 프리 워킹 투어로 멋진 하루를 보냈는데, 이번엔 운이 안 따릅니다.

2015/11/17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아르헨티나의 진짜 영웅은?


전철역으로 돌아가려다 캠든 시장의 간판과 거리가 보입니다. 길거리 간판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길을 따라 걷습니다. 그래요, 가이드가 있어야 동네를 구경하나요, 혼자서도 보는 거지.

다양한 디자인의 간판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벽에 걸린 조형물을 보며,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짐작해 봅니다. 용의 조각이 있는 곳은 중국음식점이었어요. 문신 가게도 많고, 기념품이나 악기 가게도 있어요.

대로를 따라 간판을 구경하며 걷다보니 사람들이 어느 골목에서 쏟아져나오는게 보여요. 호기심에 따라가보니 캠든 마켓이라고 간판이 뙇!

인사동 쌈지길을 연상케하는 공간입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예쁜 가게가 있고요. 

사람들이 뭔가 맛있는 걸 손에 들고 걸어오는 게 보여요. 아, 저쪽으로 가면 뭔가 맛집이 있나 싶어 가보니

다양한 푸드트럭이 줄을 지어 서 있고, 사람들도 줄지어 서서 음식을 사네요. 음식을 산 사람들이 줄을 지어 걸어가요. 그들을 쫓아가면 공원이 나오겠거니 싶어 따라갑니다.

그랬더니 리젠트 운하가 나오네요. 사람들이 산책로에 앉아서 음식을 먹습니다. 이제 저는 물길을 따라 걷습니다. 역시 사람을 쫓아가면, 가이드가 없어도 볼 건 다 볼 수 있지요. 

운하를 따라가는 산책로가 꽤 길어요.

오리를 길동무삼아 하염없이 걷습니다.

동물의 클로즈업 사진을 찍을 땐, DSLR 카메라를 메고 나온 보람이 있습니다. 휴대폰 사진으로는 줌이 쉽지 않거든요. 다가가면 오리가 겁을 먹고 달아나기도 하고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줌렌즈로 당겨 찍습니다. 

오리를 따라가니 보트 하우스가 줄지어 선 리틀 베니스가 나옵니다. 

배 위에 정원을 가꾸는 곳도 있네요. 실제로 사람이 사는 지는 모르겠어요.

원래 저는 여행할 때, 가볍게 짐을 꾸리는 걸 좋아해서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몇 년 전, 친한 출판 편집자랑 이야기하다 퇴직 후에는 여행 작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더니 그 편집자가 그랬어요. 

"DSLR 쓰세요?"

"제가 사진은 젬병이라..."

"언젠가 여행책을 내실 생각이라면 DSLR 카메라를 쓰시는 게 좋아요. 여행책에 들어가는 각종 사진의 저작권이 은근히 비싸요. 출판 비용 절감을 위해서는 저자가 직접 사진을 찍는 게 좋아요. 더 생생한 느낌을 전하기도 하고요"

카메라를 사고, 캐논 아카데미를 다니며 DSLR 촬영법을 배웠어요. 여전히 촬영은 미숙하지만, 열심히 찍습니다. 여행 작가가 되겠다고 말하면 대부분 이런 반응이지요. 

"요즘은 다들 여행작가 한다고 그러네?" 혹은 "여행 에세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데..."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말해주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방법 한가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더 좋아요. 조금씩 조금씩 제 꿈을 이뤄주시는 최지은 대표님, 감사드려요!

아직 촬영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아직 제게는 정년퇴직까지 10년이 남았으니까요. 부지런히 찍어 언젠가는 멋진 앵글의 사진을 여행책자에 싣는 날이 오기를!

런던 시내는 곳곳에 지도가 있어 길찾기가 편합니다. 워킹 투어 가이드가 없어도 할 만 하네요.

멀리서 유람선이 오는 걸 보고 기다렸다가 사진을 찍습니다.

다리 위로 올라가 부감샷을 찍어보기도 하고요. 가이드를 쫓아다닌다면 다양한 앵글의 사진은 못 찍지요. 사진 찍을 여유가 없거든요. 혼자 자유롭게 다니니 아무때나 원하는 앵글을 찾아 사진을 찍습니다.

가이드가 나타나지 않아 반나절 공쳤다고 짜증만 냈다면, 이렇게 멋진 오후는 없었겠지요. 여행은 평소의 일상과 달라요.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여행이고 인생이에요. 그 나름대로 즐기는 거죠.

운하 옆으로 리젠트 공원이 있습니다. 지도를 보면 사진을 찍어둡니다. 혹시 길을 잃으면 지도를 보고 전철역이나 버스 정류장을 찾아갑니다.

꽃길을 따라 걷습니다. 

색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커플이 산책을 즐기고 있어요. 아, 서로 참 잘 만났네요. 개성이 강한 사람을 품어주는 연인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말이지요.

예상대로 흘러간 하루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은 그래서 더욱 즐거운 하루였어요.

이제 뮤지컬 <컴퍼니> 저녁 공연을 보러 웨스트엔드로 이동합니다.

오늘도 이렇게 런던에서의 하루가 저물어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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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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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최수정 2018.11.28 06: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과 함께 글을 읽으니 그 현장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좋아요!!^^

  2. 꿈트리숲 2018.11.28 08:4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마지막 사진에서야 익숙한 영국을 보는 듯 해요.
    그동안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영국만 봐
    왔나봐요, 제가.^^

    부감샷 완전 멋져요~~
    전 미니멀 추구한다고 핸드폰 카메라만 쓰는데,
    DSLR 욕심 나네요.

    예측 가능한 행복은 크기가 작아지고,
    예상 가능한 불행은 그 크기가 커진다는
    말처럼 여행은 예측할 수 없는 행운과
    예상할 수 없는 불운이 만나서 기쁨이 커지나봐요.

    생생 런던 정보통!! 잘 봤습니다.~~

  3. 안천사 2018.11.28 08: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진 굿, 여행기도 굿.
    저도 작가님 덕분에 묵혀둔 dslr카메라를
    다시 꺼내 공부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디님은 이렇게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계시는게 확실해요.
    아~~ 런던도 사람 따라 다니며 여행하고파라^^
    매번 영업당하는 1인 드림.

  4. 농업사랑 2018.11.28 09: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곳은 꿈이 넘쳐 흐르는 곳입니다.

    잊어버린, 포기해버린, 미리 하지 않은 꿈들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도 하나씩 다시 시작해 볼려고 합니다. 글쓰기, 걷기 여행 등 저도 꿈소년이니까요

  5. 김수정 2018.11.28 09: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런 아기자기한 모습의 영국도 있군요^^
    조용히 고즈넉한 산책길을 거닐다 온 기분이 듭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을 때, 안 되는 이유 100가지를 말해주는 사람보다, 할 수 있는 방법 한가지를 알려주는 사람이 더 좋아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들이 곁에 많다면, 용기를 담뿍 얻어 하고픈 일에 조금 더 쉽게 도전할수 있을텐데요.

    오늘도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6. 섭섭이짱 2018.11.28 09:5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런던프리워킹투어.... 재밌는 프로그램 같네요.
    투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네요.
    캠든 타운은 처음 들어본 곳인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거 같아요.
    다음에 런던 가게되면 캠든워킹투어 함 해보고 싶네요.

    오랫만에 DSLR 카메라를 가지고 가셨군요.
    뭔가 사진이 다르다했는데 ^^
    아직은 줌이나 아웃포커싱은
    핸폰 카메라로는 아쉬운점이 있어서
    별도 카메라가 필요한거 같아요.

    여행은 정말 예측불가능한 일이 많은거 같아요..
    동선부터 이동 시간까지 딱딱 계획해도
    예상치 못한 돌발변수가 워낙 많아
    당황도 많이 했는데 나중에 보면
    오히려 더 좋은 일이 많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은 정말 대략적인 계획만
    세우고 가게 되는거 같아요.

    캠든 타운 여행기 잘 봤습니다.
    뮤지컬 얘기도 기대되네요. ^^

  7. 유진 2018.11.28 11: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 글 보고 캐논 아카데미 검색해봤어요. 세상에! 오프라인 강의도 자주 있네요~저도 작가가 꿈이고 정원을 가꾸고 있는데 DSLR 제대로 배워서 핸드폰 사진 말고 나중에 출간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어야겠어요. 정보 감사드립니다!

  8. captain tomorrow lab 2018.11.28 13: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프리워킹 투어~ 저 또한 캠든타운을 pd님 덕분에 프리하게 잘 봤습니다. 해외에서도 좋은 글 감사드리며, 건강하게 다니십시요^^

  9. 쩍팔리게살지말자 2018.11.28 15: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진정한 프리워킹 투어네요...ㅎ
    덕분에 공짜로 영국구경했습니다.

런던 1일차 여행기 (오전)

<토크 노마드: 아낌없이 주도록> 촬영을 위해 영국 런던에 왔습니다. 숙소는 타워브릿지 근처에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타워브릿지를 향해 걸어갑니다. 템즈 강을 중심으로 런던을 구경하면 길찾기가 쉬워요. 타워브릿지에 올라가니 아침 출근길 바쁜 런던 시민들 사이로,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런던탑입니다. 입장료가 꽤 센 곳이라 그냥 바깥에서 보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런던에는 공짜로 볼 수 있는 것들이 많아 입장료를 내는 곳은 주로 패스합니다. 

런던탑, 3가지 역사를 가지고 있지요. 왕궁, 요새, 감옥. 원래 궁궐이었어요. 권력 투쟁이 잦으니, 적들의 침략을 막으려고 해자를 두르고 담장을 올립니다. 요새가 되어 바깥에서 침입하기 쉽지 않은데요. 그러다보니 나중에는 왕권 다툼에서 밀린 왕자들을 가두는 감옥이 되기도 했어요. 이 곳에서 어린 나이의 왕자들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지요. 영국의 왕실에서 태어나는 건, 그리 부러운 운명은 아닙니다. 자신의 힘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직업이든, 배우자든.

템즈 강변을 따라 산책을 합니다. 걷기 여행, 돈 안들고 운동 되고 구경도 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의 방식입니다. 템즈 강변만 따라가도 볼 게 많아요.

런던은 수백년 전, 마차가 다니는 길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해 차도가 좁아요. 올림픽 대로니, 강변북로니 하는 길도 없고요. 차는 막히는데, 오히려 쌩쌩 달리는 건 자전거입니다.

중간에 턱이 있어, 차도와 완전 분리되는 자전거 전용도로입니다. CYCLE SUPERHIGHWAY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자전거 고속도로인데요. 자전거의 속도가 진짜 빠릅니다.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의 모습도 많이 보이네요.

강을 따라 걷다보니, 다리 건너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보입니다. 현대 미술은 어렵게 느껴져 이제껏 런던에 몇번을 왔지만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습니다.

테이트모던  Free and Open to all 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어요. 무료라는 글자에 혹해 찾아갑니다. 내셔널 갤러리는 자주 갔지만 테이트 모던은 처음이네요.

피카소의 <우는 여인> 1937년작이 있고요. 몬드리안의 <콤포지션 B> 1935년작이 있어요. 앤디 워홀과 백남준이 있는 미디어아트 전시관도 있어, 단편영화 상영도 하네요. 그림은 그냥 지나치다가 단편 영화 상영관에서는 한참을 보다가 나왔어요. 난 역시 움직이는 그림이 좋아요. 저는 역시 스토리텔링이 있어야 좋아하나 봐요. 

타워브릿지에서 시작한 템즈강 산책은 런던아이까지 이어집니다. 런던 아이에서 다리를 건너 이제 강변을 벗어나 중심가로 향합니다.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

2월에 보고 다시 보니 또 반갑습니다. 콘텐츠 진흥원 연수도 영어 면접을 통과했고, 이번에도 통역사 출신 코미디 피디라 하여 런던 촬영을 제안받은 것이니 20대에 한 영어 공부로 얻는 것은 끝이 없군요.

레스터 스퀘어에 가서 오늘 저녁에 볼 뮤지컬 티켓을 예매합니다. 어제 <토크 노마드> 촬영하며 만난 옥주현씨가 추천한 <컴퍼니>를 보려고요. 요즘 인기가 뜨겁다더니, 가격도 앗 뜨거! 입니다. 주로 4,50파운드짜리 할인 티켓이 난무하는 이곳에 80파운드 정가 그대로 받는 표를 삽니다. 그래요, 쓸 때는 또 써야죠.

전철을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호텔을 찾다가 길을 잃었어요. 지도를 보면 되는데, 데이터 로밍을 하지 않는 관계로 휴대폰에서 길찾기를 할 수 없어요. 결국 다시 템즈 강변으로 향합니다. 강에서 숙소로 가는 길은 알거든요. 가다가 멋진 몰을 만났어요. 

 

길을 잃는 순간, 진짜 여행이 시작됩니다. 길을 잃지 않는다면, 예정된 목적지만 보지만, 길을 잃는 순간 새로운 여정이 펼쳐지거든요. 인생도 그래요. 드라마 피디의 삶이 끝났다고 느낀 순간
진짜 내 인생이 시작되더라고요.

길을 잃고 헤매다 엉뚱한 몰에 들어섰는데 조각 장식이 멋있어요. 배 모양인걸 보니 근처에 템즈강이 있는 거죠.


템즈강에 왠 군함인가 했더니, 벨파스트 군함공원입니다. 저 뒤로 아침에 본 타워 브릿지가 보이네요. 이제 숙소로 들어가 낮잠을 잡니다. 어제 12시간 비행기 타고 런던에 날아온 후, 도착과 동시에 예능 촬영을 했어요. 영국 현지 시간으로 밤늦게까지 촬영은 이어졌는데요. 김구라씨가 그러더군요. 한국으로 치면, 우리 지금 새벽 4시에 일하고 있는 거라고... ^^

런던에 왔다는 설렘으로 아침 일찍 눈을 떴고, 오전 내내 돌아다녔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졸립니다. 이럴 땐 시차 적응을 겸해 호텔에 가서 낮잠을 한 시간 정도 자고 나옵니다. 

무리하지 않아요. 놀러 나온 거니까... 오후엔 캠든 타운 워킹 투어에 갈 겁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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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11.22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2월에 가셨을때랑은 또 다른 풍경이네요.
    최근 들은 내용중 책중에 가장 좋은 책이
    산책이라던데 오늘 피디님과 같이
    템즈강 산책하고 온 느낌이네요.

    여행기 잘 봤습니다.
    오후 일정은 어디를 가셨을지 궁금하네요.
    다음 여행기도 기다릴께요.

    [런던 1일차 일정 정리]
    타웟브릿지 - 런던탑 - 템즈강 신책
    - 테이트모던 - 런던아이
    - 트라팔가 광장과 내셔널 갤러리
    - 레스터 스퀘어 (뮤지컬 예매)
    - 벨파스트 군함공원 - 숙소 (낮잠)

  2. 왕팬 2018.11.22 09: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따라하고 싶은 삶입니다
    이 모든게 다 독서와 영어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가능한 일이겠지요^^

    지금 이라도 독서에 힘써 볼렵니다

  3. 꿈트리숲 2018.11.22 10: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잃어도 잃는 게 아니고 얻어도
    얻는 게 아니라더니... 진짜 길을 잃고 새로운 여정을 얻으셨네요.^^
    테이트 모던 미술관, 꼭 가보고 싶은 미술관 중 하나에요.~~ 사진 보는 것 만으로도 흐뭇합니다.

    템즈 강변 산책하는 저를 상상하며
    피디님 여행기 잘 따라가며 영국을 익혀야겠어요.^^
    운이 좋아 저도 곧 가게될지 알 수
    없으니까요.ㅋㅋ

    다음 얘기도 기대됩니다.~~

  4. 쩍팔리게살지말자 2018.11.22 13: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매일아침 써봤니?라는 책을 읽다가 꼿혀서...티스토리가입하고, 블로그도 만들었네요...
    제가 pd님을 뵌건....화면상에서 "김장겸은 물러가라~~~!"외치던 용기있던 모습이 다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책으로도 뵙게 되면서....대단하신 분이시고, 뭔가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ㅋ
    블로그는 pd님을 멘토로 열심히 해 볼까 합니다.
    언젠가 pd님정도의 방문자를 만들어 직접 대면할 날을 기대하며, 꾸준히 하겠습니다.
    pd님 말씀대로 잘 하는게아닌....꾸준히 하겠습니다.

  5. JT캘리 2018.11.22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멋진 런던의 사진들이 저를 부르는군요. 저도 가보고싶은 맘이 확 들었네요. 담 이야기도 기대되는데요^^

  6. 2018.11.24 00: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트라팔가 광장 사진이 제가 생각하던 영국의 분위기예요. 햇빛 없고 습기 머금은 날씨에 찰스디킨스 시대를 연상시키는 건물까지ㅎㅎ 다음편 기대돼요.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저는 여권이 없어요. 아니 여권이 안 나옵니다. 몇 년 전, 여권이 만료가 되어 구청에 갔는데요. 별 생각 없이 새로 찍은 사진을 붙이고 인지세를 냈습니다. 잠시 후 직원이 부르더군요. 그때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요.

“여권 발급 신청을 했는데 경찰 신원조회에서 걸리시네요?” “네?” 

무슨 현상수배범이나 전과자가 된 기분이었어요. 그 직원분도 좀 놀랐을 것 같아요. 신원조회에 걸리는 걸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이잖아요. 얼마나 겁이 나겠어요. 아, 정말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 혼났어요. 2012년 MBC 노조 부위원장으로 일할 때 검찰이 저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징역 2년형을 구형했지만, 1심 국민참여재판에서 무죄가 나왔고, 2심 고등법원 항소심도 무죄가 나왔는데 검찰이 또 항소해서 현재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입니다. 아직 법률적 판단이 나지 않았기에 나라에서 보기엔 죄를 짓고 국외 도피할 우려가 있는 사람인 거죠. 그러니 새로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어요. 완전 좌절했습니다. 아니, 여행 다니는 게 삶의 가장 큰 낙인데 여권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1992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이후, 저는 매년 한번 씩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올해는 여권이 없어 불가능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지난 2월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진행한 영국 포맷 연수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BBC에서 만든 ‘루터’라는 드라마의 판권을 MBC에서 사서 <나쁜 형사>를 제작하고 있어요. 영국과 드라마 제작 교류를 위해 동시통역사 출신에 드라마 피디인 제게 포맷 연수 출장을 다녀오라고 했어요. 대법원에 연락을 해서 사정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1년짜리 여권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런던에 다녀왔어요. 

지난 8월에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가 끝났어요. 드라마를 하는 동안에는 몸도 힘들지만 마음고생도 꽤 합니다. 방송이 끝나면 휴가를 떠나 마음을 비우는데요. 항공권을 구매했더니, 여권에 남은 기한이 6개월이 안 되어 출국할 수 없다고 나왔어요. 결국 항공권 예약도 취소했지요. 만나는 사람들은 휴가는 어디로 가냐고 묻는데, 나는 죄인의 몸이라 여권이 안 나온다는 말을 하기는 참 부끄럽더군요. 그래서 조용히 국내에서 지냈어요. 추석 연휴에 자전거 전국일주를 간 것도 그래서입니다. 어차피 해외여행을 못 간다면, 국내 여행이라도 다니자, 벼르고 별렀던 자전거 전국일주를 간 거지요.

그런데요, 인생이 참 재미있습니다. 죽으란 법은 없어요. 예능 프로그램 <토크 노마드>에서 출연제의가 왔어요. 서울 남산 편에 출연했는데, 담당 피디가 다시 연락을 했어요. 영국 런던으로 가는데 로맨틱 코미디 전문 피디로서 영국의 로맨스 영화에 대해 이야기해달라고요. 바로 구청에 여권을 신청하고 경찰서 신원조회 팀에 연락했어요. MBC 직원인데 예능 프로그램 해외 촬영 때문에 영국 출장을 가야 하니 여권을 발급해달라고요. 공식적 사유가 있으니 여권이 나오더군요. 그런데요, 이번엔 단수 여권이 나왔어요. 딱 1번 출국한 후 바로 용도폐기 되는 여권이죠. 범죄자들 전용 여권인가 봐요.  

해외여행을 갈 땐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쇼핑으로 달래고자 항상 면세점에 가서 화장품이나 필요한 물건을 선물합니다. 계산대 직원이 여권을 보고 물었어요. “S로 시작하는 여권 번호는 처음 봐요. 이게 단수 여권인가요?” “그동안 일하면서 착한 사람들만 만나셨나 봐요. 범죄자들은 출국 제한 조치로서 복수 여권 발행이 안 되거든요.” 라는 농담을 던지려다 참았어요. 놀라실까 봐서요. 그냥 씩 웃으며 나왔지요. 

영국 공항에서 출입국 관리소 직원도 저를 미심쩍게 보더군요. 여권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얇은 여권은 처음인데? 왜 그렇지?’ 혹시 제가 출입국 관리 대상인 테러리스트인가 싶어 물어보나 봐요. 단수여권은 왠지 수상쩍어 보이는 거죠. 그냥 씩 웃으면서 나올 일이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 눙쳤어요. 

검찰에서 기소한 게 2012년의 일인데 2018년이 다 가도록 아직도 대법원의 판단은 나지 않았어요.  


토크 노마드 출연 덕분에 영국 출장을 가게 되었고요. 간 김에 휴가도 붙여 쉬다 왔어요. 

그래서........   

곧 2018 런던 여행기가 이어집니다. 개봉박두! 


다시 찾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지난 금요일에 방송된 <토크 노마드> 스크린샷입니다. 사진 제공해주신 상섭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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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맑고향기롭게 2018.11.20 07: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민식 피디님~♡
    방송대 중앙도서관 '강연에서 어제 뵈었습니다.
    매일아침 글을 쓰신다기에 저도 눈을뜨고 아침을
    피디님 블로그를 열심히 눈팅하는중 글이 올라와
    깜짝 놀랐습니다.~^^
    습관에 힘. 매일 아침 맑은 정신으로 책상에 앉아 글을 쓰시는 모습이 그려지네요.~
    글 감사히 잘읽었습니다.~

  2. 섭섭이짱 2018.11.20 08: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헉~~6년이 지난 사건인데
    아직도 판결이 안났다니..ㅠ.ㅠ

    지난주 토크노마드 재밌게 봤어요.
    근데 한회만 나오셔서 넘 아쉬웠어요.

    자유롭게 여행다닐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길 바라며

    런던 여행기 빨리 보고 싶어요 ^^

  3. 이순정 2018.11.20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 덕분에 저 또한 자전거여행기보며 행복하고 설레였어요^^ 이젠 다시 런던여행기로 ~~
    눈떠보니50 북토크에서 뵙고 너무 좋았답니다^^

  4. 체리짱 2018.11.20 09: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검찰이 한가하네여~~

  5. 꿈트리숲 2018.11.20 10: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많은 이야기가 담겨진 여권이네요.
    해외 여행 쉽게 생각했더니,
    또 매년 여행을 다니시는 모습을 살짝
    부러워도 했는데, 그런 내막이 있을줄이야.
    정말 피디님은 삶으로 무한 이야기
    생성하십니다요.^^

    살면서 착한 일 많이 하면 굴비 엮듯
    재미나고 좋은 일들이 따라 오나봐요.ㅎㅎ
    경제 순환 사이클 마냥 침체기가 지나면
    호황기 활황기 오듯이 인생도 그런 듯 하네요.

    무엇보다 영국 이야기 완전 기대됩니다.
    넘 좋아 소리질러! 꺄~~~~악!

  6. 아솜 2018.11.20 10: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단수 여권은 감자기 출장 가야 해서 여권을 보니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

    공항가서 단수 여권 발급받아 출장 갔던 기억이 나네요...

  7. 2018.11.20 15: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8. 유진 2018.11.21 11: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연 때 여권 이야기 듣고 참 마음이 안좋았어요. 여행광인 피디님에게 그런 시련이라니...어쨌든 이번에 런던 다녀오신 얘기 기대할게요. 저희 가족도 내년 여름 런던에서 2주 휴가를 보내기로 하고 항공권도 사놓았거든요. 두근두근합니다.

  9. 낙하산 2018.11.23 09: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국민을 고생시키는 검찰 같아요.ㅜㅜ

지난 2월에 다녀온 런던 출장 때 쓴 글입니다. 드라마 연출하느라 글을 다듬을 시간이 없어 이제야 올리네요. 저는 출장 가서 짬이 나면 시내를 돌아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런던 시내의 경우,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 안에 볼 게 많아요. 

벌링턴 아케이드 - 로열 아카데미 - 피카딜리 서커스 - 세인트 제임스 교회 - 버킹엄 궁전

한번에 다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데요. 다만 새 운동화를 신고 온 건 실수였어요. 신던 운동화에 구멍이 나서 새 운동화를 신고 왔는데, 아직 길이 들지 않아 발이 아파요. 서울에서라면 발이 아프면 다음날 다른 신발로 갈아신으면 되는데 여행 와서는 그게 안 되니... 역시 여행 갈 때는 길이 잘 든 신발을 챙겨가는 게 중요합니다.

나름 여행을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은 출장을 겸해 급하게 오느라 실수가 많네요. 두번째 실수는 두꺼운 외투에요. 2월의 런던은 아직 춥다고 해서 출발할 때 여러겹의 옷을 껴입었거든요. 그런데 아내가 출장 가는 사람이 무슨 차림이 그러냐고, 정장에 코트를 입으라고 해서... ㅠㅠ 두꺼운 코트를 입고 왔는데 와서보니 날이 풀려서 심지어 반팔입고 다니는 사람도 눈에 띕니다. 

박물관 구경할 땐 실내가 더워서 심지어 들고 다니고 있어요. 겨울 여행에 가장 좋은 복장은 얇은 파카 안에 플리스 털자켓을 입고 그 안에 히트텍 등 여러 벌의 옷을 겹쳐입는 거죠.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한겹 벗고...

버킹엄 궁전입니다. 궁전 앞 그린 파크 공원에 앉아 쉬는데 노숙자가 혼자 쉼없이 떠듭니다. 뭐라하는지 궁금해서 귀를 기울여봐도 뭐라는지 모르겠어요. 이야기가 중구난방인지라... 사람은 힘들면 허구의 세계로 망명을 떠나나봐요. 저는 힘들 때 소설을 읽는데, 노숙자는 힘들면 혼자 소설을 쓰는군요. 

노숙자가 가니 일본 여자애 둘이 와서 옆 벤치에서 도시락을 까먹습니다. "맛이 어때?"하고 물었나봐요. "와루꾸 나이. 와루꾸 나이." 그러는데 순간 노홍철인줄 알았어요. 일본어로 "나쁘지않아, 나쁘지않아."라는 뜻이거든요. 혼자 외국 여행 오면 고시랑고시랑 수다를 엿듣는 재미가 있어요. 심심하니까 주위 사람들 모든 이야기에 다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다시 트라팔가 스퀘어에 있는 내셔널 갤러리까지 걷습니다. 미술 교과서에서 본 작가들이 다 있군요. 고흐, 모네, 다 있어요. 영화 <러빙 빈센트>를 본 직후라, 고흐의 그림이 다시 보입니다. 고흐 그림의 특징은 노동이지요. 수많은 붓질로 사물의 모양을 잡고 채색합니다. 마치 노동하듯이 꾸준히 일하는 화가에요.

모네 수련 앞에 서있는 70대 영국 할머니의 기품 있는 눈매가 인상적이었어요. '참 나이 들어도 멋진 표정을 갖고 사시네' 했어요. 나중에 온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데, "어머나, 세상에! Oh, my gosh!"를 연발하고 있어요. 경탄하는 힘이 삶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걸까요? 그 할머니의 표정에 생기가 가득했던 건 그림 한 장에 감탄을 연발하는 그 힘에 있는 건지 몰라요.


'레이디 제인의 처형'이라는 그림이에요. '9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진 비련의 주인공이지요. 이 그림을 그린 프랑스 화가는 영국 왕족의 비극을 자주 그렸답니다. 당시엔 걸핏하면 처형당하는게 왕족의 운명이었어요. 

옛날에 이런 그림들을 볼 수 있는건 돈많은 부자나 왕족만이 누린 호사입니다. 어쩌면 현대인은 중세 왕족보다 더 잘 먹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사는게 아닐까요? 그랜드 투어 역시 귀족들의 호사였지요. 이제 어지간한 여행자들이 옛날 귀족들보다 더 많은 곳을 다니고 더 재미난 것을 봅니다. 

다음날 영국의 방송산업 관계자들 앞에서 한국의 드라마 시장에 대한 소개를 영어로 하기로 했어요. 무슨 이야기를 할까, 고민 되더군요. 옛날엔 내셔널 갤러리에 걸린 그림을 보는 것이 귀족들이 누린 사치였어요. 지금도 런던에서 뮤지컬을 보는 건 비용이 꽤 듭니다. 싼 것도 7,8만원해요. 뮤지컬을 즐기기 위해선 영국 런던까지 와야하지요. 그게 다 비용이고 시간입니다. 

그에 비하면 한국 드라마는 어떤가요? 전세계 어디에서나 많은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를 즐기고 있어요. 공연이나 다른 예술에 비하면 거의 무료에 가까운 가격으로요. 한국의 드라마 산업을 주도했던 건 공영방송인 KBS와 MBC였어요. 공공재에 대한 투자가 한류 상품의 대박으로 이어졌고, 이는 국가 위상의 제고로 이어졌어요. 

영국에 와서 좋은 걸 많이 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자부심이 있어요.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공중파 드라마를 연출한다는 것. 공짜로 즐길 수 있는 세상이라 행복하다고요. 국제적 기준으로 보아서도 부끄럽지 않은 드라마 연출가가 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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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순간 2018.09.28 0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을 읽고 혹시나 피디님이 한국드라마 소개하시는 영상이 유투브에 있을까 검색해봤는데 나피디의 깐느 강연은 뜨는데 피디님의 영상은 없네요. 그 영상 저작권 문제가 없는거면 MBC에서 좀 올려주면 좋겠네요.
    피디님의 다짐을 보면서 저도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살아야겠다 다짐하고픈데 오늘은 여러모로 좀 내려놓고 쉬고 싶은 날입니다. 영국여행을 꿈꿔봐야겠습니다. 영국출장 부럽습니다~~

  2. 섭섭이짱 2018.09.28 1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알려주신 도보 여행 코스 꼭 걸어보고 싶네요.
    피디님은 충분히 세계적인 드라마 감독이
    되실거라 믿씁니다. 김민식 감독 파이팅~~~~~

    #김민식피디
    #예능전격출연
    #토크노마드
    #오늘저녁_8:50분
    #무조건_필히_본방사수

  3. 김수정 2018.09.28 13: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세의 '귀족'보다 현재의 '나'가 더 호사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가 한 뼘정도 뽕긋 올라간 기분이 드네요! ^^

    여행의 기쁨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아이들이 조금 더 자라면 아이들과 함께 런던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고, 중세 귀족보다 더한 호사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4. 꿈트리숲 2018.09.28 15:4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래 묵혀둔 여행기를 푸셨네요.
    지난 2월에 런던 여행기가 많이
    없어서 좀 아쉬웠는데, 요렇게
    간간히 풀어주시니 런던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듯요.^^

    영국의 방송 관계자들에게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일이라니,
    참 재밌을 것 같아요. 능력만
    따라준다면요.ㅎㅎ

    사진으로 보는 영국은 출장비
    안줘도 자비로라도 꼭 가고 싶은
    곳이네요.~~^^

  5. 하루트래블 2018.09.28 23: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도 잘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용!!!!!!

  6. 보리보리 2018.09.29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사람이 감동하면 엔돌핀의 2,000배쯤 되는 다이아돌핀(?) 나온대요. 그래서 자연이나 여행이 좋다네요. Wow~도 에너지 업하는데 아주 좋대요

지난 2월 런던 출장 갔을 때, 뮤지컬을 하루에 한 편씩 봤어요. 해외 여행 가면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을 봅니다. 파리에 가면 나이트클럽 리도 쇼나, 프라하의 인형극 등등. 사실 이런 공연은 취향이 안 맞으면 굳이 안 봐도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뉴욕이나 런던에 간다면 꼭 뮤지컬을 봅니다. 뮤지컬은 우리 시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총아거든요. 스토리와 음악과 춤과 미술이 어우러진 궁극의 대중 문화 예술. 

다만 언어의 장벽이 있어 부담스럽긴 합니다. 영어 청취가 부담스러울 때, 런던 뮤지컬 고르는 3가지 요령에 대해 말씀드릴까 합니다.


1. 한 물 간 쇼를 보라.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는 늘 새로운 공연을 올립니다. 새로 뜨는 뮤지컬이 많은데요. 극의 서사적 배경을 모르고 보면 가뜩이나 안 들리는 영어 때문에 무척 어려울 수 있어요. 또 취향을 타기도 하고요. 뉴욕과 런던은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관광지입니다. 이곳에서 10년 이상 같은 뮤지컬을 올린다는 건 현지 관객보다는 (현지 관객은 벌써 다 봤겠지요.) 여행자들이 꾸준히 찾는, 즉 국제적으로 공인된 콘텐츠라는 겁니다. '팬텀 오브 오페라'나 '레미제라블'처럼 오래 된 작품을 보면 이질감도 없고요.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표가 많고요. (새로 뜨는 작품, 해리 포터 연극의 경우, 할인티켓이 거의 없습니다.) 한 물 간 공연일수록 외국 여행자에게 안성맞춤인 경우가 많습니다.


2. 영화로 본 것을 보라.


최근에 떠오르는 뮤지컬 시장의 강자는 '디즈니'입니다. '디즈니'의 영화는 포맷 자체가 뮤지컬이에요. 좋은 노래들이 많지요. '겨울왕국'만 해도 히트곡이 많잖아요? 디즈니 영화로 이미 본 '라이언 킹'이나 '알라딘'을 뮤지컬 무대에서 다시 만나보세요. 이야기가 어렵지 않고요. 익숙한 노래가 나오기에 흥겹습니다. 영어 청취에 어려움이 있어도 영화로 이미 본 이야기이기에 스토리 전개를 따라갈 수 있어요. 명색이 외대 통역대학원을 나온 저도, 런던 뮤지컬을 볼 때 안 들리는 대목이 많아요. 그래서 런던이나 뉴욕에 여행가기 전 예습을 합니다. '맘마미아' '레미제라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사운드 오브 뮤직' 등 영화를 다시 보고, 현지에 가서 오리지널 뮤지컬 버전을 즐깁니다. 


3. 노래를 아는 걸 보라.


저는 2000년에 신혼여행을 뉴욕으로 갔어요. 뉴욕에서 1주일간 머무는 동안 매일 밤 뮤지컬을 한 편씩 봤는데요. 첫날밤엔 실패했어요. '캣츠'를 골랐거든요. 예능 조연출로 일하면서 가뜩이나 잠이 부족한데, 하필 낮밤이 바뀐 첫 날 시차 적응도 못한 상태에서 '캣츠'를 보니, 공연 중간 중간 졸려서 꾸벅꾸벅 졸았어요. 신혼의 아내에게 눈치 보여 혼났어요. '미스 사이공'과 '팬텀 오브 오페라'같은 작품을 먼저 봤다면 졸지는 않았을 거예요. 스토리 전개가 흥미진진하거든요. '캣츠'는 계속 고양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는데 가사가 너무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중간에 잠이 달아난 순간이 있었어요. '메모리'가 나온 대목이지요. 바바라 스트라이샌드의 히트곡으로 알려진 그 노래가 나오니 집중하게 되더군요. 뮤지컬을 볼 때, 대부분 안 들립니다. 하지만 몇 곡, 내가 알고, 좋아하는 스코어가 나온다면, 그 자체로 만족스러워요. 좋아하는 노래가 있는 작품을 고르세요. '맘마미아'같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를 끄는 이유입니다. 관객에게 친숙한 노래가 연이어 나온다는 것. 


런던에서 머무는 동안, 어떤 뮤지컬을 볼까 궁리를 많이 했어요. 검색도 하고요. 2016년에 런던에서 워킹 홀리데이하던 어느 블로거가 올린 포스팅을 봤어요. 그 분, 한국에 있을 땐, 대구에서 살았대요.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으면 서울로 원정을 갔더랍니다. 왕복 교통비 + 식비 + 티켓, 때때로 숙박까지 더하면 20만원은 휙 날아가요. 공연 한 편 보는데 말이지요. 여기선 보통 낮 할인 티켓이 20파운드 (당시엔 환율이 떨어져서 35,000원)에 보니까 완전 이득이라고 적었어요. 그 글을 읽고나니 런던에 머무는 동안 뮤지컬을 보러 다니는 게 꼭 돈 버는 것 같았어요.


(블로그 원문은 아래로~)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in__da&logNo=220676930891&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kr%2F


여행다니며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세상에서 재미난 건 다 해보고 싶은데요.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의 뮤지컬이 수십 년 동안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지금 현재 세상에서 최고의 쇼를 보여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런던에 가신다면 뮤지컬 관람을 권합니다. 


런던 뮤지컬 관람기, 이전에 올린 글을 참고하시려면, 아래 글을 보세요. 


2018/08/09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쓰릴러 라이브>와 <스쿨 오브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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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우 2018.09.11 07: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4년전이 생각이 납니다ㅋㅋ
    런던에 갔을때 라이언킹을 봤었거든요
    그때는 시간이 금이라 낮에 관광 밤에
    뮤지컬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갔는데..
    결과는 1,2부 다 잤습니다.
    낮에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에너지를
    다 쏟았으니..따뜻한 실내는 정말
    내 방 침대같더라구요..
    한국에 돌아와서 만화로 다시 봤습니다..
    만약 다시 런던에 가게되면 그때는
    꼭 낮에 보려구요. 점심도 안먹고 배고픈 상태로!!

  2. 섭섭이짱 2018.09.11 08:3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와우~~좋은 정보네요.
    뮤지컬 고를 때 참고하겠습니다.
    근데 런던, 뉴욕을 먼저 가야하는데...^^

    어어어.. 손은 벌써 비행기표
    검색사이트로 향하고 있네요. ㅋㅋㅋ

    런던, 뉴욕가서 뮤지컬 보기
    버킷리스트에 추가완료. ^^

  3. 꿈트리숲 2018.09.11 08:3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런던에서 뮤지컬 보기 꿀팁!
    감사합니다. 꼭 참고할께요.^^
    아니, 참고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통역대학원 나온 피디님도 안들리는
    대목이 있다고 하시니 영어 까막귀인
    저는 응당 그래야 할 듯요.^^

    최근 뮤지컬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는게 디즈니라는 말씀은 앞으로 겨울왕국, 라푼젤, 모아나 등도 뮤지컬로 탄생할거란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그 영화들이 뮤지컬로는 어떻게 표현될까 너무 궁금해요.

    일단은 내년 라이언킹 공연에 꿀팁 3가지 적용해서 봐야겠어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4. kangdante 2018.09.11 12: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런던에서 즐기는 뮤지컬..
    색다른 공연일 것 같아요
    오늘도 멋진 하루되세요.. ^^

  5. 생강고 2018.09.11 13:5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 년 전에 런던에 갔을 때 빌리 엘리엇을 봤는데, 정말 무슨 말인지 1도 못 알아들었지만 영화로 이미 스토리는 다 알고 있었고 엘튼 존이 만들었다는 노래는 처음 들었지만 참 아름답더군요.
    빌리의 아빠와 형이 탄광으로 다시 내려가는 장면에서 옆 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며 우시더군요. 그걸 보니 또 제 마음도 같이 먹먹해졌구요. 런던에서는 빌리 엘리엇도 좋습니다. ^^

  6. 아리아리짱 2018.09.11 14: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 아리아리!
    런던, 뉴욕에서의 뮤지컬 공연보기 ~~!
    또하나의 여정표 추가입니다.^^

  7. 내멋대로~ 2018.09.11 17: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런던 여행계획이 있는데
    epl, 뮤지컬은 꼭 볼생각입니다 ^^

  8. 밤전 2018.09.12 04:2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봤습니다 ^^

(지난 2월에 본 런던 뮤지컬 관람기를 올립니다.)

런던에 가면 항상 저녁에는 뮤지컬을 관람합니다. 뉴욕 브로드웨이도 그렇고 런던 웨스트엔드도 그렇고 뮤지컬의 명소지요. 제 직업은 PD입니다. 음악 쇼 연출도 하고, 드라마 연출도 하는 입장에서 뮤지컬은 항상 영감의 근원입니다. 음악과 스토리와 춤과 무대 미술, 현대 대중 문화의 모든 역량을 그 정점에서 꽃피운 포맷이 바로 뮤지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세계 관광객들과 함께 뮤지컬을 보는 게 런던 여행의 또다른 묘미지요.

런던 여행 와서 뮤지컬을 보신다면, 5대 뮤지컬을 보는 게 제일 좋아요.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라이온 킹>, <레미제라블>, <위키드>. 

5대 뮤지컬은 거의 2번 이상 봤어요. <오페라의 유령>의 경우, 뉴욕에서만 2번을 봤고, <맘마미아>는 런던에서 2번, 한국에서 2번, <라이온 킹>도 런던에서 한 번, 한국에서 2번. 등등. 

<라이온 킹>의 경우, 런던 판이 좋았어요.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한 한국 공연도 좋지만, 런던 웨스트엔드 버전의 경우,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라이온 킹> 특유의 아프리카 음악과 춤의 분위기가 잘 살거든요.

이런 느낌, 한국 캐스트에서는 좀 다르지요.

런던에 출장오면, 한국에서 만나기 어려운 작품을 찾습니다. 그래서 산 표가...

<쓰릴러 라이브!>

(정가는 72파운드인데, 레스터 스퀘어에서 할인 티켓으로 구입하면 44파운드, 한화 7만원)  

 

8,90년대 나이트클럽에서 춤을 출 때, 마이클 잭슨 흉내를 내고는 했어요. 특히 <빌리 진>의 문댄스!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으로 채워진 공연이라는 소개에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마이클 잭슨의 오랜 팬으로서, 무척 즐거운 공연이었어요. 하드코어 뮤지컬 팬이라면 실망할 수 있어요. 이야기가 있는 뮤지컬은 아니거든요. 그냥 잭슨의 무대를 세 명의 보컬과 한 명의 댄서, 다수의 백 댄서들이 재연하는 공연입니다. 꼬마 가수가 나와 잭슨 파이브 시절부터 보여주는데요. 그냥 노래와 춤만 즐겨도 흥겨운 무대입니다. 

그래도 런던까지 왔는데 정통 뮤지컬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레스터 스퀘어의 할인 티켓 판매소를 찾아갔습니다. 

줄이 꽤 길게 서 있지만 10분 정도면 표를 살 수 있어요. 기다리면서 무료 배포하는 뮤지컬 소개 책자를 읽어도 좋구요. 마침 <스쿨 오브 락> 표가 싸게 나와 있네요. 잭 블랙 주연 영화로 즐겁게 본 기억이 있어 뮤지컬로도 보고 싶었거든요.

 

<스쿨 오브 락> 일요일 오후 3시 공연입니다. 정가는 55 파운드인데 할인가는 39파운드 (우리돈으로 6만원. 한국에서 공연보는 것보다 더 싸게 먹힙니다. 앗싸! 이럴 땐 횡재한 기분이에요.)




극장 앞에 와서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맙소사, 이게 앤드류 로이드 웨버 뮤지컬이었어?"

<캣츠>와 <오페라의 유령>을 만든 거장이 새로운 작품을 낸 건 몰랐어요. 

공연 시작을 알리는 멘트를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직접 녹음했어요. 전성기 시절의 작품보다는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거장이 아직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뮤지컬!

 

뉴욕이나 런던에서 뮤지컬을 볼 때마다 20대에 영어 공부한 보람을 느낍니다. 뮤지컬은 자막이 없어 이해하기 쉽지 않거든요.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습니다. 안 들리는 대목도 여전히 많아요. 그래도 들리는 대목만 즐겨도 충분하다는 자세로... 무엇보다 영국인 관객과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 사이에서 함께 박수치며 웃는 이 시간이 즐거워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영어 뮤지컬 고르는 요령에 대해 글을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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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영희 2018.08.09 08:1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5대 뮤지컬 ㆍ 다행히 한번씩은 봤네요~
    이정도로도 뿌듯함을 느끼는 예술계의 문외한 1인입니다~

  2. 제경어뭉 2018.08.09 08:1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은 신비가 감독님책보라고 블러그를 열어주네여ㅎ 그러면서 자기는 보면슬퍼진다고 고개를 돌려여.. 감독님이 많이 그리운가바여ㅠㅠㅋ
    저도 신비 조금더크면 데리고 뮤지컬보러 다녀야겠어여 ㅎ 아직은 입장못하는곳이 더많은나이라서여~ 늘 좋은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여~ 감독님 멋지세여~^^!!!

  3. ANNCY 2018.08.09 10:3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4. 섭섭이짱 2018.08.09 11: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넘 부럽사옵니다. ^^
    저도 꼭 런던과 뉴욕에서
    뮤지컬 보러갈꺼에용.~~~~
    뮤지컬은 아니지만 맘마미아2 영화가
    개봉했다하니 이것부터 보러가야겠어요. ㅋㅋㅋ

  5. 꿈트리숲 2018.08.09 15: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라이온킹이 이번에 한국에 와요.
    서울에는 내년 1월에 공연하던데,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저도 런던가서 5대 뮤지컬을 꼭
    보고 싶어요. 제 딸은 꼴찌마녀 밀드레드라는 영국 어린이 드라마에
    빠져 영국엘 꼭 가봐야겠다 하고
    있어서 모녀가 의기투합 했습니다.

    뮤지컬의 장면 장면도 즐겁지만
    현장에서 듣는 웅장한 음악 또한 놓치고 싶지 않아요. ㅎㅎ

    운신의 폭이 넓으신(?) 피디님의 여행기는 좋은 자극제가 됩니다.
    랜드마크만 찍는 여행이 다가 아니라는 걸 하나 둘씩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6. 보리보리 2018.08.09 19: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노팅힐 쉐도잉 중인데 혹시 도움되실까요?
    영어선생님 토익고득점자 강추 받았어요
    https://youtu.be/n44MbOruYSY

  7. 나언니 2018.08.09 20: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몇년전 런던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한적이 있어요. 영어를 못해서 못알아 들을까봐 미리 영화를 봤죠~ 너무 재밌고 아 이 노래가 이 영화의 ost 였구나 하고 엄청 두근 거렸어요. !!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 ! 12시간 비행 내내 잠을 못자고 시차 때문에 저는 잠만 잤답니당..ㅋㅋ 어찌나 슬프던지 ㅜㅜ 영어 꾸준히 공부해서 나중엔 꼭 제대로 관람 해야겠어요 ~!!

여행을 좋아합니다. 다만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면 여행은 커녕 제대로 쉴 시간도 없어요. 이럴 때 저는 여행의 추억을 되새깁니다. 블로그에 올려둔 여행기를 읽으며 잠시 눈을 감고 그 시간을 추억해봅니다. 촬영 중 제가 누리는 작은 사치이지요. 작년에 올린 탄자니아 여행기를 읽다가 문득 세렌게티 사파리를 갔다가 만난 두 캐나다 아가씨가 떠올랐어요. 

이들은 예쁜 경치만 나오면 카메라를 들이댔어요. 

고프로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며 비디오를 계속 찍더군요. 저녁에 짬 날때마다 앉아서 영상을 편집하는 걸 봤어요. 뭐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비메오 계정에 올릴 비디오 여행기를 편집한다고 하더군요. 

그때 받아둔 대니의 계정을 메모에서 찾아 들어가보니, 세렌게티 사파리 여행기가 올라와 있군요. 

'와우, 이렇게 좋은 세상!'

저는 여행하며 비디오를 찍지 않습니다. 촬영과 편집은 평소에 늘 하기 때문에 놀러가서 비디오를 찍으면 꼭 일하는 것 같거든요. 요즘은 영상 촬영 편집 장비나 기술이 발달해서 아마추어 비디오도 놀라운 품질로 만들어내네요. 

여행에서 만난 친구들과 페이스북에서 인연을 맺어보세요. 그들의 페북에서 함께 여행한 도시의 다른 모습을 찾아봐요. 분명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여행했는데 카메라에는 다른 시선이 담겨져 있거든요. 같은 여행을 다른 시선으로 한번 더 즐기는 것, 이것이 여행 중독자가 일상을 견디는 법이지요. 

 

대니가 올린 세렝게티 비디오를 공유합니다. 촬영 중 힘들 때마다 들여다볼 거예요.  


https://vimeo.com/213091793


제가 예전에 올린 세렝게티 여행기를 올립니다. 같은 장면 다른 앵글을 비교해보세요.


2017/03/07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응고롱고로 사파리

2017/03/10 - [짠돌이 여행예찬/짠돌이 세계여행] - 세렝게티 사자에겐 냉장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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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섭섭이짱 2018.07.24 08:0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세요.
    여행중독자 한명 더 추가요. ㅋㅋㅋ

    기억나요. 저 두분의 아가씨들...
    탄자니아 여행하신거 무척 부러워하며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상으로 보니 더 생생하고 멋지네요..
    세렝게티 꼭 가보고 싶어요...

    피디님, 요즘은 영상 편집도
    인공지능이 다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으셔도 되요.
    찍은 영상과 사진 파일을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올려 놓기만하면 알아서 보정, 편집해서
    앨범까지 만들어주기 때문에
    고민할게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전 여행가서 이것저것 무조건 많이 찍고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영상을 즐기고 있죠. ^^

    '구글 포토' 라고 아실거도 같은데
    만약 사용 안하시면 꼭 사용해보세요..
    놀라운 경험을 하실거에요. ^^

    요즘 여행갈 준비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오늘 글 보니 벌써 여행할 생각에 설레네요. ^^
    드라마 끝나면 어디로 여행가실지
    벌써부터 피디님 다음 여행기가 기다려져용.

    오늘도 무더운 날씨라는데..
    건강 조심하시고
    즐겁고 신나게 촬영하시길 바랍니다..
    믿보연 김민식 피디님 파이팅~~~~

    #이별이_떠났다
    #매주_토_20:45
    #본방사수
    #안되면_다시보기_몰아보기

  2. 꿈트리숲 2018.07.24 08: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독은 어감이 왠지 부정적이라 싫지만 여행 중독, 독서 중독, 글쓰기 중독은 좋습니다. 여행 중독에 지금 걸려있어요. 헤어나올길이 막막하네요. 그냥 중독을 즐기려합니다.^^

    요즘 여행 후기를 쓰며서 한번 더 다녀오는 느낌이에요. 비행이 고단해서 다음에 또 갈까 싶지만, 마음은 벌써 다음 여행지 물색중입니다.ㅋㅋ

    피디님이 소개해주신 여행지는 다 가보고 싶어요. 같은 곳 다른 시각을 체험해보고 싶거든요. 탄자니아 세렝게티 버킷리스트에 담고, 공감 격하게 누르고 갑니다. 오늘도 여행 후기 쓸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하네요.

    더위에 열정은 녹이더라도 카메라는 절대 녹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마음으로 촬영장에 무풍에어컨 쏩니다.^^

  3. 여전사 2018.07.24 09: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쓰기를 하고싶어 우연히 만난 '매일 아침 써봤니?'그리고 이어서 본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그리고 블로그 접속해서 눈팅한지 일주일...피디님의 삶의 방식이 부럽고 멋집니다 저는 지리산천왕봉에서 진부령까지의 백두대간길 그리고 우리나라 산을 찾아 떠나,산에게 많은 위로를 받고있는 평범한 40대중반 여성입니다
    이제부터 산행기를 블로그에 남기며 산 중독자가 되려합니다
    매일 아침 글한편 너무 감사드립니다~^^

  4. 장정희 2018.07.24 15:0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수그려 봤니

    저도 제가 제일 자신있게 매일 매일 하는것이 있슴다

    절제초

    몸& 마음 다스리는데 짱이지요...


    7-8년째 매일 아침 새벽에
    일어나자 마자

    그거 마일리지 채우고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

    그 소소한 일상들이 모여
    위대한(?) 일생이 되리라


    믿으며

    감사하게 하루 시작


    출근하면...꼬옥 또 하는 버릇

    김민식 공짜로 즐기는 세상...

    은근 중독...

    왕창 중독...


    계속 이어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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