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로 출퇴근하는 2시간 동안 주로 책을 읽습니다. 서서 책을 읽다 좋은 글귀를 만나면 휴대폰에 쪽수를 메모해둡니다. 새벽에 메모된 페이지를 찾아 다시 필사합니다. 책 속의 글귀를 받아쓰고, 그 글이 왜 내 마음을 울렸는지 함께 적어봅니다.  

며칠 전 소개한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 동아시아)에서 만난 글들입니다.

2017/11/13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우리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


  

‘스무 살 무렵 학교 앞 인문사회과학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 작은 서점에서 온종일 앉아 책을 정리하고 포장하면서 수많은 책을 만났지요. 놀라운 이야기가 담긴 책들을 읽다가, ‘언젠가는 나도 세상에 책 한 권을 내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내 글로 책을 낸다는 그 무게감이 두려워 입 밖에 내본 적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서문 8쪽


공간의 힘이 있어요. 사람이 어떤 장소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느냐가 미래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끼칩니다. 저는 어린 시절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요, 요즘도 한가한 날이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이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에서 책에 둘러쌓여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요, 무수한 저자들이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언젠가는 나도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요. 책을 쓰는 첫걸음은, 책의 글귀를 필사하는 것이고요.


'의과대학에 다니던 시절, 졸업 후 병원에서 일하는 선배들로부터 항상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학생 때 무엇이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여행을 가고, 연애를 하고, 읽고 싶은 책을 읽으라고 선배들은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인턴 시작하고 나면, 시간이 없다고요.' 

130쪽 


저도 대학 특강을 가면, 독서 여행 연애 3가지를 권합니다. 취업하고 나면 시간이 없거든요. 특히 한국 사회는 직장 초년병에게 가혹한 신고식을 치르게 합니다. 조연출도 그렇고 수습기자의 삶을 봐도 그렇더라고요. 무엇보다 저는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 것으로 독서 여행 연애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함께 비를 맞아야한다'는 글을 소개합니다. 20175, 육군군사법원이 동성애자 군인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사적 공간에서 업무와 관련 없는 합의된 상대와 맺은 성관계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광화문에서 유죄 판결 규탄 집회가 열렸는데요,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김승섭 교수가 달려가 발언을 합니다. 아래는 김승섭 교수의 발언입니다.

 

저는 얼마 전 한국 성소수자 자살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다 깜짝 놀랐어요. 한국은 10세부터 39세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거든요. 그런데 성소수자의 자살 시도 비율이 그런 한국의 일반인들보다도 9배가 높은 거예요. (중략)

2014년 인권위 연구에서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을 상대로 조사했는데, 그중 39명이 동성애는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답했어요. 그 교실에 앉아 있었을 10대 성소수자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얼마나 자주 스스로를 학대하고 부정해야 했을까요? 이제 그들 중 절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군대에 가야 하는데, 이번 판결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요?

마지막으로 이 순간에도 힘들어하고 있을 10대 성소수자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고 치료가 필요한 건 여러분이 아니라 이 사회라고. 인간의 가치는 동성애자인지 이성애자인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만큼 상대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노력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요.

아무리 우아한 이론을 가져와도 혐오는 혐오이고, 어떤 낙인을 갖다 붙여도 사랑은 사랑이에요. 그래서 여러분이 혐오로 스스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저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분명 그럴 거라고 저는 믿어요.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218쪽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 이 글이 마음에 오래 남습니다. 김장겸 전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되었을 때, 많은 분들의 얼굴이 떠올랐어요. '김장겸은 물러나라'고 함께 외친 동료, 아침마다 상암동 사옥에 달려와 '김피디 징계 철회하라'고 피켓을 들고 서주신 시민, 금요일마다 광화문에 달려와 '돌아오라 마봉춘 고봉순'을 외치시는 많은 분들의 모습이요.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 응원해주시는 얼굴 모를 많은 분들도 생각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앞으로 저도, 누군가 비를 맞을 때, 함께 비를 맞는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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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비즈한국>에 연재중인 <김민식 인생독서>,

오늘은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소개합니다.


본문은 아래 링크로~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4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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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제가 공짜로 세상을 즐기는 짠돌이가 된 이유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던 저를, 끝끝내 이과로 돌려세우며 아버지가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니가 내가 벌어주는 돈 받고 살려면 내가 하는 말을 들어야지.” 대학에 들어가자 입주 과외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돈을 모았습니다. 정신적 독립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이 우선이니까요. 돈 아끼느라 헤지고 구멍 난 짝퉁 나이키를 신고 다녔는데요, 대학 3학년 때 쓴 민시기의 글밭에 그 이야기가 나오네요.

 

712

- 비 억수로 오다

 

투두두다다다

공습 경보 없이

총탄치는 빗발

꼼짝없이 당하다.

집중 사격의 화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동심원의 격렬한 파문 속에

서서히 침수되어 가는

265문 급 잠수함

가리지날 나이키

내 만 원 짜리 운동화

갑판 좌우현 각 다섯의 수병

내 예쁜 열발가락

속절없이 잠겨간다.

승리의 여신(Nike ; 니케)

허명을 돌보지 않는다, 제군들

또 빗발에 굴절되는

잠망경 밖 저 세상에

무슨 희망이 있으랴.

수면까지 부상해 본들

보도블록에 상륙해 본들

꼬르르 쿨쿨쿨

외부 수압과

세월의 침식을 이기지 못하고

난파해가는 51kg급 항공 모함 민시기

강우량 150mm의 도심 속으로

침몰해 간다.

구조 요청, 택도 없다.

 

결핍은 글감이 됩니다. 낡고 헤진 운동화가 글의 소재가 되듯, 결핍과 핍박은 글의 좋은 재료가 됩니다. 아무것도 없다면, 청빈낙도의 삶을 즐기는 선비처럼 살아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했나 봐요. 나이가 들수록 욕심이 늘어나는데요, 스무 살에 쓴 글을 보며, 다시 욕심을 줄여봅니다. 비가 새지 않는 운동화를 신고 다니는 것만 해도 큰 행복이네요. 그나저나 그 시절에는 몸무게가 51킬로였군요. 결혼하고 살면서 철은 안 들고, 몸만 불었네요. ^^

 

민시기의 글밭을 보면서 흐뭇하게 혼자 웃고 있어요. 언젠가는 70대의 내가, 오늘 나이 50에 쓴 블로그를 보며 또 싱긋이 웃게 될 날이 오겠지요? 그때는 아마 지금 이 순간이 무척 부러울 거예요. 그러니 오늘도 열심히, 즐겁게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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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예전에 쓴 글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습니다. 꾸준히 글을 쓰는 습관이 삶의 낙이 되었어요. 우울할 땐, 글을 쓴다.’ 생각해보니 이 습관이 처음 생긴 건 20대 어린 시절이었네요.

 

대학 다닐 때, 학점은 2점대로 바닥을 기고, 전공과 적성이 맞지 않아 진로 선택에 희망이 보이지 않았어요. 90년대 초반, 인터넷이나 블로그, 1인 미디어가 없던 시절이라 글을 써도 어디 올릴 공간도 없었지요. 그래서 당시 저는 1인 잡지를 발간했습니다. ‘민시기의 글밭이라고. 어쭙잖은 시도 있고, 여행기도 있고, 심지어 자작 영문 단편 소설도 있는


(사진의 포커스가 흐린 게 아니라, 1991년의 도트 프린터는 출력상태가 좀 그랬어요. ^^)


어려서 꿈이 문학도가 되는 것이었는데요, 아버지의 강권에 이과를 가고 공대를 다녔지만 틈만 나면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쓴 글을 컴퓨터로 출력하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복사하고, 스테이플러로 묶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줬습니다. 지금 와 글을 보면 정말 유치찬란해요. 어떻게 이런 글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생각을 다 했을까?! 해적판 문예지를 만들면서 참 행복했어요. 무엇보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을 꿈꿨는데, 비록 실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글을 쓰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고 싶진 않았거든요.

 

어느 날 제가 만든 1인 잡지를 본 여자 친구가 그랬어요.

선배는 피디를 해도 참 잘 하겠네.”

? 무슨 얘기야?”

피디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거든. 선배는 그걸 즐기는 사람 같아서.” 여자 친구와 그런 대화를 나눈 후, 몇 년의 세월이 흘렀어요. 영업 사원에 통역사에 다양한 직업을 거치는 동안, 마음 한 구석에는 그 후배의 말이 맴돌았어요.

피디가 되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을까?’

 

옛날에는, 어쭙잖은 글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읽히겠다고, 손 품 발 품 많이 팔았어요. 복사하고 묶어서 사람들을 만나 나눠주고, 다음에 만나면 반응을 들어보고, 또 분발하고. 그에 비하면 요즘은 얼마나 좋은 시절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어제 짬짬이 써놓은 글을 다듬고, 공개 여부를 발행으로 고치기만 하면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 글을 읽습니다.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로 반응을 알려줘요.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요!

 

피디니까 글을 쓰는 게 아닙니다. (글 한 편 안 쓰는 피디도 많아요.) 글쓰기를 즐기다 보니 피디가 된 겁니다. MBC 서류 전형이나 작문 시험이 어렵지 않았어요. 어설픈 1인 잡지를 만들며 나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것이 취미였으니까요. 

 

내일은 대학 3학년 시절에 쓴 글을 한 편 공유하겠습니다. 짝퉁 나이키에 얽힌 슬픈 시 한 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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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페이스북의 장점 중 하나는, 과거의 오늘,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11월 4일 아침에 페이스북에 들어갔더니, 2014년 11월 4일에 올린 글이 뜨더군요.
잠시 멍해졌습니다. 3년 전, 저는 어떤 글을 썼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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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글을 쓸까, 책을 볼까, 절을 할까, 이도저도 못하고 한동안 번민만 했습니다.

글을 쓰면 날선 울분이 터져나올 것 같아 차마 쓰지 못했고,

책을 보면 현실을 두고 도피하는 것 같아 비겁하게 느껴졌고,

108배 절을 하자니 수행도 수양도 안 될 것 같더군요.

요며칠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기가 참 힘듭니다.

MBC에서 같이 일하던 피디나 기자들이, 농군 학교로, 사업 부서로 쫓겨났어요.

이제 그들은 또 한동안 자문하면서, 자책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을까?' '내가 누구한테 잘못했을까?'

이 두가지 질문을 품고 사는 삶은 지옥입니다.

우리는 공포 영화에서 이 두가지 질문을 만납니다.

일본 영화 '링'에서 주인공은 묻지요.

'무엇을 했기에 죽었을까? 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스크림 '은 아예 공포 영화 장르의 공식을 가지고 놉니다.

'사는 사람과 죽는 사람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네, 아주 악독한 살인마를 만나면, 그런 기준은 의미없어요. 그냥 다 죽이니까요.

'스크림'의 각본가가 쓴  '난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는

'내가 누구에게 무슨 짓을 했을까?'

이 질문을 끊임없이 되묻게 하지요.

드라마 제작사무실이 있는 일산 드림센터에서 근무하다가 상암동 신사옥으로 옮겼습니다.

상암동에 간 후로, 한동안 웃음이 많이 줄었습니다. 전 평소에 늘 웃고 다닙니다. 실없이... 네, 저처럼 못생긴 사람이 표정마저 울상이면 정말 봐주기 힘들거든요.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저는 늘 발랄하게 웃는 표정으로 다닙니다. ^^

그런데...

상암 신사옥에 간 후, 엘레베이터에서 같이 파업했던 동료를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다가, 살짝 당황하는 후배의 표정을 보고, 잠시 '음?' 했더랍니다. '왜 그러지?' 아마 엘레베이터에 같이 탄 분들 중에 보도국 간부가 있었나 봅니다. 저는 보도국 높은 분들의 얼굴을 몰라 가끔 그런 실수를 합니다. 그때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반갑게 웃으며 인사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구나.'

그 다음부터는 그냥 눈인사만 하고 지나가고요. 가능하면 웃지 않고 조용히 다닙니다.기가 죽어 어깨가 팍 꺾인 교양국 동료나 기자 후배를 보면, (일산에서 근무하는 지난 2년간 못 만났던) 반가운 마음에 달려가 와락 안아주고, 등 한번 세게 두들겨주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나 저는 참습니다. 그런게 아마 전과자의 설움인가 봅니다.

저는 그렇게 조용히 눈치보며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바깥에서 엠병신 소리를 들으며 손가락질을 받아도 그냥 참고 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에 교양제작국이 없어지고, 이번주엔 피디들이 농군학교 교육발령을 받았습니다. 파업이 끝난지도 벌써 2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 집요한 복수는 끝이 나지 않는군요.

공포 영화에서 궁극의 공포는, 끝난 줄 알았던 영화가 끝나지 않는 것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살인마가 살아나는 일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속편으로 돌아오고 막 그럽니다.

그게 가장 큰 공포에요.

"끝난 줄 알았지? 아직 끝난게 아니거든?"

그럴 때마다 영화 관객은 몸서리치며 비명을 지르죠.

그래봤자 영화입니다. 불이 켜지면 간담 한번 쓸어내리고 극장을 나오면 그만이에요.

내가 다니는 직장이, 내가 사랑하는 회사가, 이런 끔찍한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변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 답을 모르겠습니다.

답이 보이지 않아요.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질문을 바꿔봅니다. 

'무엇을 잘못했을까? 누구에게 잘못했을까?'

이런 질문만 되뇌이면 공포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내 쫓기게 되요.

'장하준의 경제학 강의'를 보니, 경제학은 이렇게 묻는 학문이랍니다.

'누가 이득을 보는가?'

질문을 바꿉니다.

이런 발령을 내어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MBC를 망가뜨려서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MBC를 박차고 나가면

가장 기뻐할 사람은 누구인가?

자, 다시 답이 보입니다.

무엇을 하든 하지 말아야 할 것은,

MBC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MBC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일입니다.

회사를 더, 사랑해야겠습니다.

내가 더 오래 다닐거니까요.

그들보다, 내가 더 오래 이곳을 지킬 거니까요.

마지막 엔딩은 우리가 먹어야죠.

"우리가, 죽은 줄 알았지?"

하고 짠! 하고 나타나야죠.

다시 돌아옵니다.

그리고, 그때까지, 이 악물고

웃으며 버팁니다. 

전 요즘, 다시 웃으며 회사를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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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쓸 때가 생각납니다. 무척 힘든 날이었는데요, 글을 쓰면서 마음을 달랬어요. 1년 후, 저 역시 드라마국에서 송출실로 발령이 나는데요, 때려치우고 나갈까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지만 차마 나갈 수 없었어요. 1년 전에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올렸던 이 글이 저의 각오가 된 것이지요. 그때 회사에 남아 버틴 것이 제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가능케한 건 글쓰기였구요. 

화가 날 때는, 일단 108배를 하면서 명상 수련을 합니다.
가만히 앉아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정리해봅니다.
명상과 절 수련은, 나 자신으로부터 거리두기입니다.

내가 빠져있는 생각에서 잠시 멀어져서 나 자신을 객관화해봅니다.
시간의 변수를 크게 확장시켜봅니다. 어떤 일도 영원하지는 않아요.
'어떤 고통도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제가 고등학교 시절, 왕따를 겪은 후 얻은 깨달음입니다.

인생은, 지속되는 괴로움과, 잠시 잠깐 찾아오는 즐거움의 합입니다.
산다는 것은 괴로움의 연속인데, 그 시기를 참고 버티면 항상 낙이 찾아옵니다.
잘 버티는데 있어, 글쓰기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글에는 힘이 있어요. 삶을 붙들어매는. 
절망에서 시작한 글은 꼭 희망으로 끝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야 글 속에서 찾은 희망을 붙들고 살아갈 수 있을 테니까요.

다음 책 원고를 정리하고 있는데요, 블로그 글쓰기로 찾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내가 해봐서 좋았던 것은 다른 분들에게도 권하고 싶어요.
열심히 글을 모으고, 다듬고 있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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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이용마 기자의 책이 나왔습니다. 

"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MBC 이용마입니다.

저의 스승이자, 친구의 책을 소개합니다.


본문은 아래 링크로...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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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오늘은  씨네 21에 기고한 '내 인생의 영화 : 대부' 이야기입니다.

'대부 Godfather'는 영화도 좋지만 원작 소설도 참 좋지요.

이 영화를, 싸움의 시기에 다시 돌아봅니다.


원문을 보시려면, 아래 링크로~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8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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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두달 째 파업중이라 월급이 안 나옵니다. ㅠㅠ 

평소엔 딸들이 좋아하는 치킨도 시켜주고, 외식도 자주 했지만, 요즘은 긴축모드입니다.

도서관에서 요리책을 빌려다 읽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러다 써본 독서일기랍니다.


[김민식 인생독서] 남자들이여, 요리하라

다른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4239


집필의 기회도 주시고, 요리의 재미도 맛보게 해주신 김 모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사장님도 이제는 내려놓고 돌아가 쉬시면서 이런 재미를 맛보셨으면... ^^


***

용인 주민 여러분께, 깜짝 공지~

내일 (11월 2일) 저녁 8시 40분, CGV 죽전에서 '미스 프레지던트' 영화 벙개합니다.

'감독과의 대화' 시간인데요, 김재환 감독, 선대인 경제연구소장, 김민식 PD 

영화 관람 후, 세 사람이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지난 금요일 제가 영화평을 올린 '미스 프레지던트'를 보시고 이야기를 나누실 분은 내일 극장에서 뵙겠습니다.

2017/10/27 - [공짜 PD 스쿨/날라리 영화 감상문] - 박정희 시대와의 완전한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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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해는 2012년이었습니다. 그해 1월부터 170일간 파업을 했고요, 6개월간 싸운 끝에 해직자 복직이라는 박근혜 후보의 약속을 받고 복귀했다가 배신 당했지요. 부당징계로 고통받는 조합원들 보기 부끄러워서 저는 새누리당 당사 앞에 가서 박근혜 후보에게 공영방송 정상화라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1인시위까지 했습니다. 새누리당 사람들이 지나치면서 제게 조소를 던졌습니다. '그걸 믿은 놈이 바보지...' 12월 대선에서 박근혜가 당선되는 걸 보며 좌절했습니다. 이 나라에 박근혜에게 표를 던진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데 절망했어요.

탄핵반대집회의 태극기 부대를 보면, 참 난감합니다. '저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저들과 어떻게 해야 소통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끝에 영화를 보러 갔습니다.

 

'미스 프레지던트'

 

김재환 감독은 저의 MBC 입사 동기이자 20년지기 친구입니다. 이명박의 권세가 시퍼렇게 살아있던 2012'MB의 추억'이라는 정치 풍자 영화로 통렬하게 이명박의 뒷통수를 후려갈긴 감독입니다. 프로듀서로서 최승호 감독을 도와 영화 '자백'을 만들기도 했고요. '트루맛쇼''쿼바디스'에서 보여주듯, 항상 힘있는 자들과 (공중파와 대형교회) 맞짱을 뜨는 감독입니다. 그런 그가 박근혜 대통령의 일대기를 기록한 영화를 만들었다기에 무척 궁금했습니다. 심지어 박사모가 주연이랍니다. '미스 프레지던트', 이 영화를 보면 '박사모'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저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경상도 남자입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박사모는 다 저의 아버지, 어머니 같은 분들입니다. 어려서 힘든 시절을 보냈고, 경제 성장덕에 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절절히 느꼈고, 양친을 총탄에 잃은 비극적 가정사를 지닌 한 여성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한 분들. 영화에는 그런 착하고 선한 저의 고향 어르신들이 나옵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눈물이 나왔습니다.

 

공범자들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용마 기자와 저는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받으러 가면서 농담끝에 웃음을 터뜨립니다. 우리가 그 이후 5년을 어떤 일을 겪는지 아는 최승호 감독은 그 장면을 통해 젊은 시절의 이용마와 김민식을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하시더군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식당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들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지옥일 것입니다. 평생 믿고 따르던 사람이 총에 맞아 죽었고, 그 딸은 이제 아버지의 유산을 몽땅 날려버리고 친구와 함께 감옥에 갇혀버렸니까요. 영화 속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2012년의 저보다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김재환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들을 위로합니다. '당신들이 왜 그렇게 박근혜를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안다. 이제는 과거와 결별하고 현재를 살아야하지 않겠나. 박근혜 탄핵을 외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나.' 한편으로는 저처럼 박근혜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화해를 권유합니다. 여기 와서 보라고. 이들은 악당이나 괴물이 아니고, 바로 당신의 아버지 어머니들이 아니냐고.

영화를 보고, 마음의 응어리 하나가 풀렸어요. 박근혜를 뽑아준 사람들에 대한 원망이 조금 누그러집니다. 오히려 이 순박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권력을 탐하고, 이익을 취한 이들에 대한 분노가 조금 더 커졌습니다.

박정희 시대와의 완전한 이별을 이야기하는 영화입니다. 온전히 결별하기 위해서는 보내주는 대상이 누군지 알아야합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상대는 혐오나 두려움의 대상이 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저런 시대를 살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원망과 분노 대신 이해와 공감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증오와 분노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요. 촛불 1주기, 10월 26일을 맞아 개봉한 이 영화는, 우리 시대 가장 힘든 숙제,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의 세대간 화해를 이야기합니다. 

영화의 진심이 진심으로 와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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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를 읽었어요. 하라리는 많은 책을 읽어 과학과 철학, 역사를 섭렵한 후, 그걸 자신만의 이야기로 만드는데 있어 탁월한 재능을 보여줍니다. 진화심리학이 발견한 행복의 비밀을 그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의 생화학적 기제는 수없이 많은 세대를 거쳐 오면서 생존과 번식의 기회를 늘리기 위해 적응했을 뿐, 행복을 위해 적응하지 않았다. 우리의 생화학적 기제는 생존과 번식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유쾌한 감각으로 보상한다. 하지만 이러한 감각은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우리는 배가 고픈 불쾌한 느낌을 피하고 기분 좋아지는 맛과 황홀한 오르가슴을 즐기기 위해 음식과 연인을 필사적으로 찾지만, 기분이 좋아지는 맛과 황홀한 오르가슴은 얼마 못 가고, 그런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더 많은 음식과 연인을 찾아나서야 한다.

어떤 희귀한 돌연변이에 의해, 땅콩 한 알을 먹으면 행복한 감각이 영원히 지속되는 다람쥐가 탄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술적으로 다람쥐의 뇌 회로가 바뀌면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누가 아는가? 수백만 년 전 어떤 운 좋은 다람쥐에게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났을지. 하지만 그랬더라도 그 다람쥐는 지극히 행복할 뿐 아니라 지극히 짧은 생을 살았을 것이고, 그 희귀한 돌연변이는 그냥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행복에 도취해 배우자는 고사하고 땅콩도 더 이상 찾아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땅콩 한 알을 먹고 돌아서면 다시 배가 고픈 다른 다람쥐들이 오래 살아남아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정확히 같은 이유로, 우리 인간들이 그러모으는 땅콩 (돈 많이 버는 직업, 큰 집, 잘생긴 배우자)도 우리를 오래 만족시키지 못한다.

(<호모데우스> (유발 하라리 / 김명주 / 김영사) 61)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엄청나게 큰 도토리 한 알을 따기 위해 종일 쫄쫄 굶으며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는 다람쥐보다, 바닥에 떨어진 작은 도토리를 주어먹으며 매순간을 즐기는 다람쥐가 더 행복한 거지요. 더 큰 자극, 더 큰 보상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보다, 매 순간 현재를 즐기려고 합니다. 

더 비싼 차, 더 비싼 장난감, 더 비싼 놀이의 즐거움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저는 공짜로 즐기는 세상’에 주목합니다. 돈 들지 않는 취미는 빈도가 잦아도 부담이 없거든요.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는 행복이 그래서 제게는 가장 소중합니다. 세상에는 재미난 책이 정말 많거든요.


꼭 해외여행을 가야만 행복하다고 믿는다면,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을 놓치고 살 수 있어요. 해외여행은 어쩌다 한번이지만 서울의 하늘은 매일 볼 수 있어요. TV에 나오는 아이돌 그룹의 미소녀만 쳐다보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매력을 놓칠 수 있어요. 일상의 행복을 좋아합니다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지만, 저는 틈날 때마다 서울둘레길을 걷습니다. 언젠가 프랑스 프로방스 자전거 여행을 가고 싶지만, 매일 출퇴근길에 만나는 한강 자전거 도로의 풍광도 감사합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오늘도 되새겨봅니다



못 보신 분들을 위해,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했던 강연을 다시 올립니다.

행복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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