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재발견> 7장의 제목은 인생의 목적이 삶을 구원하는가입니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뚜렷한 목적 없이 이제껏 살던 대로 사는 것보다 의미를 찾고 인생의 목적을 찾아야한답니다. 치매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외국어 학원에 등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50대 이상의 어학원 수강생들에게 외국어를 배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여행이나 사업을 이유로 드는 사람도 있지만, 치매에 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언급한 사람도 있답니다.

외국어를 배운다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연구자들은 외국어를 배우면 신경 우회로를 개발하고 인지예비능을 늘림으로써 치매 증상을 이겨 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영국의 연구자들은 성인이 된 이후에 제2외국어를 배운 사람들의 경우 IQ가 높아지고 뇌의 노화 속도가 느려졌음을 발견했다고요.

머리가 더 좋아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행복해진 것은 분명해요.”

저도 공감합니다. 스무 살 이후 영어를 독학으로 공부한 것이 내 인생 행복의 기초라고 생각해요. 활기찬 중년을 맞이한 것은, 마흔 살에 일본어를 공부하고 마흔 다섯에 중국어, 마흔 일곱에 스페인어를 공부한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아버지를 모시고 오키나와 여행을 가거나, 중국에서 열린 한중일 PD 포럼에 가서 기조연설을 하는 등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어요. 외국어를 배우면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츠타야 서점

일본어로 된 만화책의 제목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고 놀라웠던 여행.

 

물론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읽고 회화책 암송을 시작한 제 또래들은, 영어 문장 암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느낄 거예요. 20대에 하루 10시간씩 시간을 내어 한 영어 공부와 3,40대에 일과 살림 틈틈이 시간을 내어 하는 공부는 효과가 나타나는 시간까지 차이가 있거든요.

 

무엇이 되었든 서른이 넘어서 새로 배우기는 쉽지 않다. 연구자들은 인지 능력(특히 정보처리 속도)20~30대에 저하되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중년에 접어들면 외국어 단어를 암기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슨 말을 하려고 그 단어를 떠올리는 데에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중략)

중년은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잔인하게도 중년의 뇌는 이 같은 장점을 우리의 적으로 만든다. 우리가 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을 때마다 간섭이 일어나는 것이다. 컴퓨터를 매킨토시로 바꾸면 새로운 운영체제와 사용법을 익히느라 애를 먹는 것도 그러한 연유 때문이다.’

(<인생의 재발견> 251)

 

나이 들어 외국어를 공부하는 게 힘든 이유는 우리 머릿속에 모국어가 완벽하게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어린 나이에 영어를 쉽게 배우는 것은 모국어의 간섭이 적기 때문이지요. 외국어학습에 있어서 성인이 어린이보다 유리한 점도 있어요. 바로 배움의 욕구와 동기지요. 제가 일본어, 중국어를 공부하는 이유는 진학이나 취업이 아닙니다. 여행이나 문화 생활의 욕구 때문입니다. 억지로 하는 공부보다 스스로 마음을 내어 하는 공부가 훨씬 더 효과적이에요. 중년은 공부가 비로소 즐거워지는 나이라고 믿습니다.

 

내가 죽은 후에도 존재하는 그 무엇이 나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인간은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프로젝트의 일부입니다. 삶을 통해 배운 것들을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죽을 때까지 매일 한 편의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럼 언젠가 제가 올린 글이 마지막 포스팅이 되는 날도 오겠지요. 그런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의 포스팅에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고, 오늘 내가 한 일이 내가 떠난 후, 나를 정의하는 일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당신은 오늘 어떤 일을 하시겠습니까? 책 뒷 표지의 문구로 마무리하렵니다.

 

지금이 바로 즐겨야 할 때, 단 한 순간도 낭비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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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에 올린 리뷰에서 이어집니다.

<인생의 재발견>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 / 박상은 / 스몰빅인사이트)

2017/07/21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청년은 재미, 중년은 의미.

 

다른 사람이 보기에 저는 인생을 좀 힘들게 사는 편인가 봐요. 스무 살 때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며, 하루 200킬로씩 달리고 한계령을 사이클로 넘었다고 하면 왜 그렇게 피곤하게 인생을 사니?’라고 하는 이도 있어요. 저는 하루하루가 무척 즐거웠는데 말이지요. 나이 50에 왕복 50킬로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는 이야기에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어요. 영어 책을 외울 때도 그렇고, 저는 일단 목표를 조금 높게 설정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힘들게 살면 스트레스가 많아 사는 게 괴롭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인생의 재발견>을 보면 스트레스가 오히려 행복과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가 나와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목표를 이룬 뒤에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열심히 참여하고 일하는 것이 곧 장수한 이들의 특징이다. 오래 산 사람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고된 일을 회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반대였다!"

(위의 책 47)

 

삶의 의미는 힘든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데요, 도전에서 만나는 스트레스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요. 자꾸자꾸 새로운 일에 도전해야 합니다.

 

"습관적으로 살아서는 안돼요. 습관적으로 살면 자극이 없고, 의식적으로 노력할 일도 없을 테니까요."

 

(신경과학자 드니즈 파크)

 

중년에는 다양한 위기가 닥쳐옵니다. 직장에서의 위기, 관계의 위기, 경제적 위기. 위기의 순간에 옆에 내가 믿고 신뢰하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행복과 불행을 가릅니다. 어른에게 우정이 필요한 이유를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1만 년 전, 수렵 및 채집 생활을 하던 우리 조상이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곰을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만약 혼자라면 그의 뇌는 '달아나!' 하고 소리 지를 것이다. 곰보다 더 빨리 달려야만 목숨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잘 모르는 다른 부족 사람이 근처에 있다면 그의 뇌는 조금 마음을 놓을 것이다. 이제 그 낯선 사람보다 빨리 달리기만 하면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에 함께 사냥을 하던 친구가 곁에 있다면 그의 뇌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이제 곰은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저 저녁거리일 뿐이다.’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을 하는 언론사의 경우, 외부로부터 압력이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그때 기자나 피디 혼자서 압력에 맞서 싸우기는 힘듭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겐 노동조합이 필요해요. 노동자 개인을 지켜주는 노동조합. 개별 노조가 싸울 때도 다른 노동조합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언론노조와 민주노총 산하에서 함께 싸우는 것입니다.

힘없는 노동자를 지켜주는 게 노동조합이고요.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언론사의 역할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언론노조 MBC 본부를 지키는 것이 제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회사 업무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인생 후반전을 앞두고, (백세 시대, 이제 겨우 50입니다.^^) 멋진 목표가 생겨서 참으로 즐거운 나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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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제 사진을 보고 깜짝깜짝 놀랍니다. ‘내가 이렇게 늙었나?’ 얼굴엔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머리는 반백에 정수리가 훤합니다. 스무 살 철없던 시절에는 나이 드는 게 싫었어요. 어려서는 사는 게 다 재밌었거든요. 특히 방학이 오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일주를 떠나거나, 도서관에 틀어박혀 종일 책을 읽었어요. 하루 24시간이 다 내 것이니 얼마나 좋아요. 어른이 되어 회사에 들어가고 가정을 꾸리면 내 시간이 없어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그런데 살아보니 중년의 삶도 나쁘지는 않군요. 전국일주는 무리지만, 한강을 따라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것도 즐겁고요. 월급에서 푼푼이 돈을 모아 책을 사고, 일과 중 짬짬이 시간을 내어 독서를 즐기는 것도 행복합니다.

미국의 공영방송국에서 기자로 일하던 바버라 해거티는 53세 되던 해, 직장에서 일하다 갑자기 졸도합니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가 간신히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중년이라는 나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나이 마흔 이후, 위기는 갑자기 찾아옵니다. 건강의 위기든, 관계의 위기든, 실직의 위기든. ‘마흔 이후,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을 거듭한 후, 그 결과를 <인생의 재발견> (바버라 브래들리 해거티 / 박상은 / 스몰빅인사이트)이라는 책에 담아냅니다.

풍요로운 중년의 삶에 도움이 되는 3가지 충고를 들려줍니다. 첫째, ‘활기차게 살라.’ 늘 하던 일만 반복하지 말고 새롭게 열정을 쏟을 대상을 찾는 거지요. 활기찬 중년을 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요. 둘째, ‘행복보다는 삶의 의미를 추구하라.’ 인생의 보다 깊은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랍니다. 청춘의 시기엔 재미가 중요한데요, 중년의 시기엔 인생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군요. 셋째, ‘생각이 경험을 결정한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일에 대한 나의 반응입니다. 전자는 내 뜻대로 할 수 없지만 후자는 내 뜻대로 바꿀 수 있거든요. 좋은 일만 일어나기를 바랄 수는 없어요. 나이 50이 되면 세상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건강 악화나 실직, 가족의 붕괴 등 위기가 찾아올 때, 인생의 의미를 돌아봐야합니다.

MBC 드라마 PD인 저는, 2년 전 비제작부서로 전출되었어요. 내 나이 마흔 여덟에, 이제 드라마 녹화장에서 밤샘 촬영을 할 수 있는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좌천이라니! 깊이 좌절했지요. 빅토르 프랑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읽으며 마음을 달랬어요. 나치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빅토르 프랑클은 나치 강제수용소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희망을 찾는데, 겨우 주조정실 송출 업무를 하면서 엄살을 부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근과 야근을 번갈아 교대근무로 일하는 환경에서 매일 책 한 권을 읽고 글을 쓰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고 했어요.

“삶은 환경 때문에 견디기 힘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직 의미와 목적이 결여되어 있을 때 견디기 힘들어진다.” (빅토르 프랑클)

청춘의 시기에는 재미가 중요합니다. 재미없는 일을 억지로 하면서 그 일을 잘 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심히 할 수 있고, 열심히 해야 그 분야에서 일가를 이룰 수 있습니다. 20대는 좋아하는 일을 찾는 시기이고, 30대는 그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기입니다. 마흔 이후는 어떨까요? 내가 좋아하고 또 잘 하는 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시기 아닐까요? 재미보다는 이제 의미를 생각해야 할 나이가 된 거지요. 삶의 기반은 닦아두었으니,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할 때입니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걸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생을 재발견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비즈한국> 연재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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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외대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노동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을 읽고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21세기에 육체노동은 기계가 대신하고, 정신노동은 컴퓨터가 대신한다는 말에 겁을 먹었어요. 지식의 2차 생산(번역)은 인공지능이 대신할지 몰라도, 1차 생산(창작)은 오래도록 인간의 몫으로 남을 것이라는 예언에 통역사 대신 TV PD라는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직업을 바꾸게 된 계기는 <노동의 종말>일까요?

통역대학원 재학 시절, 취미 삼아 SF를 번역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단편집 <Robot Visions>에 나오는 작품 중 재미난 것을 골라 나우누리 SF 동호회에 올렸는데요. 얼마 전 자전거 출근길에 영문 오디오북으로 <로봇 비전>을 듣다가 깜짝 놀랐어요. 아시모프는 이미 50년 전에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의 활약을 다뤘습니다.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미래를 SF로 미리 접한 덕분에 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었던 겁니다. 고전이 과거를 돌아보는 창이라면, SF는 미래를 보는 망원경입니다.

과학책의 명가, ‘동아시아출판사가 허블이라는 과학소설(SF)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무척 반가웠어요. ‘허블에서 처음 나온 책이 <피코>라고 1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품집입니다, 대상을 수상한 <피코>와 우수상의 <코로니스를 구해줘>, 가작의 <네 번째 세계>가 있는데요. 김보영이나 김창규 같은 기성작가들의 소설도 함께 있어 저 같은 SF 마니아에게는 종합 선물 세트같은 책입니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그린 <피코>의 작가 이건혁은 이렇게 말합니다.

 

‘SF 작가는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합리적인 의심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래서 인공지능은 우리와 어떤 관계를 맺으며 성장할지 다시 한 번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퇴직 후 작가의 삶을 꿈꾸는 제게, 신인 작가들의 도전도 고무적이지만, 심사평도 큰 도움이 됩니다. 박상준 서울 SF 아카이브 대표는 이런 충고를 해요.

 

‘SF 소설 공모전도 결국은 일반 독자들을 위한 스토리텔링 솜씨를 겨룬다는 점에서 다른 주류문학 분야와 크게 다르지 않다. 놀라운 과학적 상상력은 분명 SF의 미덕 중 하나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로서 완성체가 될 수 없다. SF소설을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매끄럽게 읽히는 문장력과 구성력인 것이다.’

 

드라마 PD로서 극본 공모 심사를 자주 합니다. TV만 보고, 책은 거의 읽지 않는 작가 지망생도 있는데요, 그들의 원고를 읽는 건 곤욕에 가까운 일이에요. TV 드라마도 문학의 한 형식이라 믿습니다. 독한 설정과 극적인 반전만으로 승부하기보다 글의 완성도부터 높일 것을 권합니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예비작가들이 가능한 한 많은 작법서들을 읽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순문학 작가든 장르문학 작가든 논픽션 작가든 등단하지 못한 작가든, 누가 썼든 상관없다. 소설을 쓰는 방법에 관해 서술된 책이라면 닥치는 대로읽어볼 필요가 있다.

한 권의 작법서에서 이런 건 주의해야 하는 구나싶은 깨달음을 단 하나라도 건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허블 망원경은 10억 광년 거리의 별까지 관측합니다. 1광년은 1년 동안 빛이 이동한 거리입니다. 즉 우리는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10억 년 전 어느 별에서 나온 빛을 봅니다. 허블 망원경을 통해 우리가 과거를 보듯, SF 전문 출판사 허블의 과학소설을 통해 미래를 엿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어린 시절 스타워즈를 즐겨본 아이들이 자라나 미국의 과학 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것처럼, 한국의 SF 팬들이 인공지능 시대의 주역이 되기를 꿈꿉니다.

 

(<비즈한국> 연재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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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등학교 진로 담당 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은 일본 식민지 시절 이식된 권위주의 교육의 잔재라고요. 권위주의 교육의 특징은, 학습에 있어 교사의 권위가 절대적이라는 겁니다. 모든 문제에는 정해진 답이 있고, 질문하는 것은 교사의 영역이지 학생의 영역이 아니라고. 일본은 이런 권위주의 교육을 어디서 배웠을까요? 일본 제도권 교육의 틀은 1900년대 초 독일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독일이 권위주의 교육의 종주국이지만 지금 그 틀을 유지하는 건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뿐이랍니다. 독일은 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권위주의 교육을 폐지하거든요.

 

2차 대전의 패망 이후, 독일은 패전의 원인을 분석합니다. 독일이 패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도덕적 명분 싸움에서 졌기 때문입니다. 유태인 학살과 소수민족 탄압을 통해 독일은 2차 대전에서 악의 축으로 떠올랐어요. 연합군은 독일의 만행을 규탄하면서 사기를 올립니다. 나치와의 싸움이 악을 응징하는 전쟁이 된 것이지요.

 

독일은 전후 자신들의 과거를 돌아보았어요. 왜 우리는 히틀러의 선동에 넘어가 그토록 엄청난 악행을 저질렀던가? 독일인이 특별히 사악한 민족이던가? 아니에요. 주어진 임무를 성실하게 일하는 게르만의 특성이 특별히 악하지는 않았어요. 아이히만처럼. 그들은 교육에서 답을 찾습니다. 권위주의 교육을 통해 독일은 산업 혁명을 앞당겼어요. 능률과 효율성을 중시하고 시스템과 매뉴얼에 충실한 노동자를 대량생산하는데 권위주의 교육이 적합했던 거지요. 다만 그것이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을 가진 시민을 길러내는 데는 부족함이 컸어요. 독일이 전후 유럽에서 존경받는 지도자 국가로 거듭난 데는 교육을 바꾸어 과거를 반성한 공이 큽니다. 한편 일본은 아직도 권위주의 교육을 고집하면서 과거의 잔재를 청산하지 못하고 있지요. 일본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경제력으로 보면 동북아에서 존경받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나라인데 아직도 주변국 사이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세상이 빠르게 변화할 때, 우리는 교육을 돌아봐야 합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이혜정 / 다산에듀)에 이어 읽은 책입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를 시험에서 찾고 있어요. 저 역시 한국 교육은 너무 많은 시험을 아이들에게 강제하면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믿습니다.

 

대학 졸업생들은 취업을 못해서 아우성인 이 와중에 정작 기업들은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대졸 고학력자는 차고 넘치는데, 기업들은 뛰어난 스펙을 보고 뽑았는데도 일을 믿고 맡길 수가 없다고 불만들이다. 왜 이런 불일치가 생겨나는 것일까? 학생들은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교육을 받지만 알고 보면 엉뚱한 능력만 쌓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한민국의 시험> (이혜정 / 다산 4.0) 56

 

제조업 기반으로 경제 발전을 이루던 시기에는 선진국 따라 하기만 해도 충분합니다.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해도 일 잘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수용적 학습을 통해 얻은 능력만 가지고는 취업하기도 쉽지 않고요, 운 좋게 취업해도 조직에서 성과를 내기 힘듭니다.

 

OECD 교육국장인 이싱거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가르치기 수월한 단순한 능력들은 머지않아 자동화 디지털화되거나 개도국으로 이전될 것이라고요. 그렇다면 이 시대에 필요한 능력은 무엇일까요?

 

- 국제적 트렌드와 과제에 대한 지식과 관심

- 개방성과 유연성

- 자존감과 회복탄력성

- 커뮤니케이션과 대인관계 관리

 

지난 1년간, 신문을 장식했던 많은 인물들, 우병우, 김기춘, 조윤선 그들의 특징은 우리나라 최고의 서울대를 나와 우리나라 최고 어려운 시험인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들이 주어진 힘을 가지고 우리 사회의 가장 어려운 사람들을 돌보았다면 그들의 말로가 저토록 비참하지는 않았겠지요. 저들은 약자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사회지도층으로 가장 필요한 능력은 공감력인데 말입니다.

 

미래학자 제러미 러프킨은 인류가 경쟁의 문명에서 공감의 문명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21세기는 공감의 시대라 말했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는 미래 인재의 조건들 중 하나로 공감력을 꼽았다.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21세기에는 협력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며 공감력을 중요하게 평가했다.

(<대한민국의 시험> 123)

 

책 끝에서 저자는 미국 빈민가의 한 공립학교를 찾습니다. 교실에 가보니 선생님을 찾기가 어려워요. 교단을 보고 학생들이 일정한 방향을 바라보며 앉은 게 아니라 서너 명씩 짝을 지어 제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앉아있기 때문이지요.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식 수업이 이어지면서, 아이들의 참여도도 높고 교육 만족도도 높아졌습니다. 교실 급훈이 인상적입니다.

 

읽으면 10퍼센트만 배우고, 들으면 20퍼센트만 배우고, 보면 30퍼센트만 배우지만, 토론하면 70퍼센트를 배우고, 직접 체험하면 80퍼센트를 배우고, 가르치면 90퍼센트를 배운다.

(위의 책, 325)

 

나는 이것이 4,50대 중년의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몸으로 부딪혀야 합니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기 위해 직접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바를 세상 사람들과 나눠야 합니다.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 옳은지 자꾸 질문을 던져야합니다. 책으로 읽은 것을 글로 정리하면서 깨달음을 얻고, 그 깨달음을 남에게 전할 때 더 큰 공부가 됩니다. 블로거의 공부가 바로 이와 같은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시험> 앞머리에 나온 이범 교육평론가의 추천사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한국의 학생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깨닫는 것이 있다. “정답은 문제집 뒤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정답이 정해진 것만 가르치고, 정답이 정해진 것만 질문한다. (중략)

정답이 정해진 질문만 하는 것은 주인을 키우는 교육이 아니라 노예를 키우는 교육이다. 자신의 논리와 정서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권위와 체계에 대한 순응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조선 시대만 해도, 과거 시험은 제목을 주고 시를 짓게 하거나, 국가의 중대사를 제시하고 거기에 대하여 논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 이후 100년 동안 우리는 정답을 빨리 찾는 훈련만 시키고 있다.

누구나 창의력과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지만, 교육을 이 굴레에서 해방시키는 방법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에게 진정으로 권한을 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 책이 거대한 전환의 시작이 되기를 기원한다.

 

<대한민국의 시험>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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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드라마 PD로 일하면서 후배들이 만든 드라마도 열심히 봅니다. 후배들의 취향을 파악해두는 것도 선배의 일이거든요. 가끔 드라마를 보면서 갸우뚱 할 때가 있어요. ‘어라? 저 친구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던가? 사회고발을 다루는 장르물 스타일인줄 알았더니?’ 쉴 때는 TV보다 페이스북을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선 PD로서 젊은 시청자들의 트렌드를 아는 것도 중요한데요. 페이스북을 보면, 요즘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나 일본 만화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요. 그러다 후배의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면서 역시!’ 하면서 고개를 끄덕일 때가 많아요.

후배의 진짜 취향은 드라마보다 페이스북에서 나오더라고요. 드라마는 아마 국장이 시키는 작품이나 부장이 밀어주는 작품을 할 거에요. 페이스북에 올리는 만화나 미드평을 보면 솔직한 취향이 드러납니다. 밤샘 편집 끝에 새벽에 주조정실에 테입을 입고하러 온 조연출의 지친 얼굴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이는데요, 페이스북을 보면 그 지친 모습 뒤로 뜨거운 가슴을 지닌 덕후가 숨어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이 친구, 이 악물고 견디고 있구나. 언젠가 자신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낼 기회만 기다리고 있구나.’

팟캐스트 <페리스 쇼>를 운영하는 팀 페리스는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이들을 만나 그들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봅니다. 대가들의 성공 비법을 모아 낸 책이 <타이탄의 도구들>입니다.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자기계발 도구들이 많이 나오는데요. 사업가, 예술가, 운동선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습관을 갖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마크 앤드리슨은 현대 인터넷의 창시자로 꼽히는 인물인데요. 지금은 벤처 캐피탈 회사를 운영하는 기술 투자자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사업의 성공 원칙은 간단합니다. 똑똑하고 실력을 갖춘 인재가 물건을 만들게 하는 것이지요. 그럼 똑똑한 사람을 어디서 찾을까요? 똑똑한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답니다. 그들은 맥도날드 매장에서 패티를 굽거나, 은행 창구에서 대출 상담을 하거나, 사무실에서 워드 프로세서 작업을 하고 있겠지요.

"그들이 낮에 무슨 일을 하는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회사에서 퇴근해 무엇을 하느냐다. 우리는 그들의 낮 시간에는 관심 없다. 십중팔구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서 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을 테니까. 우리가 집중하는 건 그들의 취미가 무엇이냐다. 밤 시간과 주말에 그들이 매달려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끈질기게 추적 관찰해 정보를 얻는다. 뭔가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흥미로운 일을 하고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우리에게 엄청난 돈을 벌어다줄 사람이다."

저는 1인 기업 주식회사 김민식의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입니다. 제게는 김민식이라는 이름의 많은 직원이 있어요. 그중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는 김민식도 있고, 육아와 살림에 집중하는 김민식도 있고, 휴가를 즐기고 여행을 다니는 김민식도 있어요. 항상 큰소리치는 건 돈을 버는 김민식입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소중한 직원은 잘 노는 김민식이에요. 그에게 주식회사 김민식의 미래가 달려있거든요.

대학 시절, ‘전공 공부하는 김민식보다 영어 소설 읽는 김민식이 일과 중 더 많은 시간을 썼어요. ‘전공 공부하는 김민식영어 소설만 읽는 김민식더러 잔소리도 했어요. ‘너 때문에 주식회사 김민식 망하는 거 아냐?’

세월이 흐르고 보니 주식회사 김민식R&D 담당자는 노는 인간 김민식입니다. 공대생 김민식을 밀어내고 번역가 김민식이 나오고, 영업사원 김민식 대신 예능 PD 김민식이 나온 것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놀았던 노는 인간김민식 덕분입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취미 삼아 즐긴 책벌레 김민식 덕분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작가 김민식도 만들어졌습니다. 회사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김민식보다, ‘노는 인간김민식에 주목합니다. ‘주식회사 김민식의 미래는 노는 인간 김민식의 손에 달려있어요. 그런 점에서 오늘도 저는 노는 인간 김민식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비즈 한국 연재 칼럼, '김민식의 인생독서'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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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가을, 아버지를 모시고 3주간 미국 뉴욕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뉴욕에 가면 자연사 박물관, 현대미술관 등을 가야하는데, 아버지는 입장료를 내는 걸 싫어하셔서, 브라이언트 공원 옆 뉴욕 공공 도서관이나 지역별 공립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미국 공립 도서관의 당일 자료 열람은 누구나 가능하지요. 그때 그래픽 노블을 많이 봤어요. 일단 만화는 빨리 읽히니까 부담없이 읽을 수 있거든요. 당시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에 열광하던 터라, 마블 코믹스의 '어벤저스' 시리즈를 찾아 읽었어요. 원작 만화도 재미있더군요.

 

원작 만화를 보고 놀란 게, 스파이더맨이 나오더라고요. 당시 개봉한 어벤저스 시리즈에는 스파이더맨이 없었거든요. 소니 픽처스에서 스파이더맨의 영화용 판권을 갖고 있었기에 어벤저스 출동이 힘들었지요. 2002년  레이미 감독이 만들고 토비 매과이어, 커스틴 던스트가 나온 오리지널 시리즈. 1탄은 소소하게 시작하여, 2탄에서 대박을 터뜨리고, 3탄에서 망가지기 시작합니다. , 당시 샘 레이미의 연출은 정말 좋았는데 말이지요. 3탄은 악당 (빌런)이 너무 많았어요. 이후 계속 리부트를 시도했으나 매번 기대 이하였어요.


마블은 스파이더맨의 소니 픽처스 독점 판권이 만료되기를 기다렸어요.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에서 깜짝 등장하는데요. <스파이더맨 홈 커밍>을 통해 새로운 리부트를 시도하지요. <홈 커밍>Home Coming 말 그대로 마블이라는 고향집에 다시 돌아온 스파이더맨입니다. 마블의 품으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을 격하게 환영합니다. 스파이더맨 TV 애니메이션의 옛날 주제가가 마블 로고 위로 흐를 땐, 마치 마블이 포효하는 것 같아요. "이제, 스파이더맨은 다시 우리 거다!"

<어벤저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CG를 너무 과하게 써서마블도 이제 맛이 가려나? 하고 우려했는데, 이번 <홈 커밍>은 그런 우려를 좀 씻어냅니다. <홈 커밍>은 스파이더맨의 개인사 보다는 마블 유니버스에 적응하는 과정에 주목합니다. 그 와중에 청소년 슈퍼 히어로로서 겪는 갈등도 드러나고요. 아직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도 서툰 스파이더맨의 모습이 풋풋하네요.


코믹스 버전의 <어벤저스>를 보니 사사건건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이 반목하더라고요. 하나는 슈퍼 리치 슈퍼 히어로, 또 하나는 노동자 계급 출신 슈퍼히어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많아 어벤저스의 물주가 된 토니 스타크와 피자 배달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버는 피터 파커. 둘 사이 계급 갈등이 앞으로 어벤저스 시리즈를 또 어떻게 풍성하게 할 지 기대됩니다.

 

 

 

그나저나 <트랜스포머>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4탄을 본 후다시는 '마이클 베이' 영화를 보지 않으리라 결심했건만, 롯데월드 놀러 갔다가 <트랜스포머 : 최후의 기사> 대형 포스터를 보니 또 마구 설레더라고요. 그래서 '한번만 더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극장에 향했건만...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하는 것 같은 영화였어요. '이래도 안 나가? 이래도?'

 

요즘 MBC, 왜들 이럴까요? (Michael Bay C?)

 

오히려 요즘 제가 기대하는 건 '마봉춘 세탁소'의 신작입니다. 매번 기대를 저버리지 않거든요. 새로운 영상이 올라왔다고 하니, 세탁소로 출근합시당!

 

https://www.facebook.com/mbclaundryproject/

 

기레기 대잔치가 열렸다. <뉴스데스크의 종말>

 

https://www.facebook.com/mbclaundryproject/videos/1724531127840925/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시청과 공유가 지지와 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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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장 핫한 자기계발서 중 한 권이지요. <타이탄의 도구들>. 저자 팀 페리스는 강박적인 노트 수집가랍니다. 18살 이후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겼는데요. 높이 2미터가 넘는 책장은 노트로 가득 찼답니다. 그의 삶의 목표는 한번 배워 익힌 지식과 경험을 두고두고 꺼내 쓰는 데 있답니다 

20076월에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고 그 시절의 몸매로 돌아가고 싶다면, 2007년 노트를 꺼내 65일을 전후한 8주 분량의 운동기록과 식사일지를 그대로 따라한답니다. 그럼 보란 듯이 당시 모습을 재현해낸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은 그렇게 모은 노트 중 최고의 보물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저는 블로그에 행복했던 순간을 저장합니다. 20대 영어를 공부하면서 내 삶을 내 손으로 바꿀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어요. 책을 읽으며 동기부여를 받고 글을 쓰며 이 순간에 집중하는 법을 배웠어요. 정 힘들 땐 어디든 훌쩍 여행을 떠나면 되고요. 이제 블로그는 제게 즐거운 순간을 기록하는 보물 창고입니다. 메모든, 노트든, 블로그든, 자신의 삶의 노하우를 정리하는 도구가 필요해요.

팀 페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건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200명이 넘는 타이탄(각계의 거인)을 만났어요. 자타가 공인하는 '월드 클래스'에 오른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노하우를 노트로 모았어요.

승리하는 아침을 만드는 5가지 의식이 있대요.

잠자리를 정리하라 (3)

명상하라 (10)

한 동작을 반복하라 (1)

차를 마셔라 (2)

아침 일기를 써라 (10)

일어나서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하루의 첫 시작을 성실 근면한 정리 습관으로 시작했다는 것이 자신의 삶을 지배하는 것 같은 효능감을 준답니다. 하나씩 다 따라 해보고 싶어요. 새로운 습관을 만들 때는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시도하는 것보다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해나가는 편이 좋습니다.

 

많은 타이탄들이 추천한 책,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는 부유한 상인과 싯타르타의 대화가 나옵니다. 상인이 물어요.

 

"당신은 나에게 뭘 줄 수 있나요?"

"생각하고, 기다리며, 금식할 수 있습니다."

"금식 따위가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거요?"

"어떤 사람에게 먹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금식은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일입니다. 배고픔이 나를 부채질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기다릴 수 있거든요. 조급하지도 절박하지도 않고 기다릴 수 있습니다."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으면서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봤어요. 내 삶에서 가장 유용한 도구는 무엇일까? 저는 짠돌이 근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공짜로 즐길 수 있다는 믿음이 삶을 자유롭게 즐겁게 만들어요. 괴로운 상황에 빠졌을 때 웃으면서 일을 박차고 나오기도 하고, 또 새로운 직업에 도전할 수도 있어요. 혹은 누가 제게 해고나 감봉같은 징계로 겁을 줘도 웃으면서 버티지요. 가서 말씀드려라. 난 돈 한 푼 안 쓰고 버티는데 도사라고.^^

 

<타이탄의 도구들>을 읽으며, 다시 찾아봅니다. 내 인생을 위대하게 만드는 습관은 무엇일까? 지금, 여러분에게 가장 유용한 삶의 도구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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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늘 책만 보면서 사니까 문약한 이미지가 있어요. 첫 직장을 다닐 때도, 외대 통역대학원을 다닐 때도, 다들 저를 전형적인 모범생이나 책벌레라고 생각했지요. 회식이나 야유회에 가면 춤을 추었어요. 책벌레의 화려한 춤사위에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니 춤 실력에 욕심이 나더군요. 통역대학원 시청각실에는 헤드폰이 달린 TV가 여러 대 있는데요. 저는 매주 토요일 <MBC 인기가요 베스트 50>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신곡들의 안무를 익혔어요. 심지어 생방송을 비디오테이프에 녹화해놓고 반복 시청을 통해 춤을 연습했지요. 그렇게 MBC를 보다 우연히 신입 사원 채용 공고를 봤습니다. 방송사 PD라면 우리 시대, 가장 춤 잘 추고 노래 잘 하고 잘 웃기는 사람들을 보겠구나 하는 생각에 공채 지원했습어요.

1차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 저를 긴장하게 했지요.

김민식 씨?”

!”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10등급에 5등급, 15등급으로 치면 7등급이네요? 성적이 이렇게 낮았던 이유가 있습니까?”

사춘기 때 방황을 좀 했습니다.”

대학교 전공 학점이 대부분 C, D인데, 학점이 이렇게 낮은 이유는?”

사춘기가 좀 길었습니다.”

이런 성적이면 학과에서 꼴찌 아닌가?

아닙니다! 전공 시험을 보면 72명 중에서 70등 정도는 했습니다.”

김민식 씨보다 공부를 못 한 친구도 있었군요?”

그 친구들은 수배중인 운동권이라 시험을 아예 못 봤습니다.”

웃음을 참으면서 심사위원이 물었어요.

고등학교 때 공부 잘 해서 명문대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한 친구들이 PD를 많이 지원합니다. 공대 다니면서 놀기만 한 김민식 씨를 왜 뽑아야 합니까?”

“PD란 온 국민을 상대로 놀아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에 시청자가 5천만인데, 하나같이 공부 잘 하고, 언론사 입시만 준비한 사람들이 만드는 프로그램만 볼까요? 저처럼 색다른 경력에 잘 놀던 사람이 만드는 프로그램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굳이 PD를 하려는 이유는?”

저는 셋이 만나면 셋을 웃기고, 열이 모이면 열을 웃기는 게 취미입니다. 제게 기회를 주시면 5천만 국민을 한번 웃겨보고 싶습니다.”

우리는 김민식 씨를 안 뽑을 건데?”

그럼 예전처럼 주위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웃겨주면서 평생 살겠습니다.”

 

대학 시절, 미팅에 나가면 부족한 외모를 의식해 미안한 마음에 항상 상대방을 웃겨줬어요. 사람을 웃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웃음은 예상치 못한 전개에서 터져 나옵니다. 어린 아이가 “1 더하기 1?” 하고 물었을 때 갑자기 !” 이러면 빵 터지거든요? 이야기에 빠져서 듣다가 반전이나 엉뚱한 전개에 웃음이 터집니다. 자학 개그를 연발한 덕에 미팅은 매번 실패했지만, 면접에서는 통하더군요. 아마 심사를 본 선배 PD들이 엉뚱한 개그를 좋아하셨나 봐요 

MBC 입사하고 심사위원으로 오셨던 예능국 선배님을 만나 여쭤봤습니다. 왜 저를 뽑았는지. 나를 왜 뽑았는지 알아야 저의 강점에 더욱 집중할 수 있잖아요?

선배님, 저를 붙여주신 이유가 있나요?”

다른 애들은 다들 전쟁터 나온 신병처럼 긴장하고 있는데, 너는 혼자 놀러온 사람처럼 굴더라. 그래서 뽑았어.”

그때 깨달았어요. ‘, 이곳은 잘 노는 것도 능력인 조직이구나!’ 입사하고, 항상 업무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일했어요. 알고 보니 그것이 콘텐츠 제작 집단의 특징이더라고요. MBC를 선택한 것도 제게는 행운이었어요. KBS는 왠지 공무원 조직 같아 저 같은 날라리에겐 안 어울릴 것 같았고요. SBS는 사주가 있는 민간 기업이라 왠지 줄을 잘 서야 할 것 같았습니다. 저랑 제일 잘 맞는 회사가 MBC 같아서 MBC만 지원했는데, 단번에 뽑아주신 거죠.

요 며칠 MBC 상황에 관련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궁금하실 수도 있어요. '저 사람은, 그냥 나오면 되지, 왜 저기 남아서 힘들게 살까.' 제게는 MBC가 첫사랑입니다. 이 회사 말고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첫사랑 그녀 곁에 동네 왈짜 형이 나타나 얼씬 거리면서 "앞으로 마봉춘이는 내꺼니까, 니들은 근처 얼씬도 하지마라." 이렇게 을러댄다고, '네, 전 그럼 다른 사람 알아보겠습니다.'하고 내뺄 수는 없잖아요? 진짜 사랑은, '~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에도 불구하고' 하는 것이 진짜 사랑이거든요. 내 사랑 그녀가 변했다고 다들 그러지만, 저는 알아요. 그녀의 본성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그녀 곁의 왈짜 형만 사라지면, 내 곁으로 다시 돌아올 것을 압니다.

그래서 오늘도 외칩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김장겸은 물러나라!"

 

기승전'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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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겟 아웃>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피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감이 좋은 분은 눈치를 챌 수도 있어요.)

 

흑인 청년이 새로 사귄 백인 여자 친구네 집에 인사를 가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합니다. 여자 친구 부모님들은 딸의 남자가 흑인이라는 걸 아직 모르고 있대요. 친구가 계속 말립니다. “, 백인들만 사는 부자 동네에 흑인이 놀러갔다가 총 맞아 죽은 이야기 몰라?”

 

여자 친구의 집에 가보니 가정부와 정원사가 흑인인데요, 분위기가 으스스합니다. 집에서 파티가 열려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데 흑인은 아무도 없어요. 자신을 바라보는 백인들의 분위기가 이상해요. “아우, 몸 좋네.” “이야, 이 울끈불끈 근육 좀 봐.” 흑인의 육체를 탐하는 부자 백인들의 분위기가 묘해요. 파티 석상에 흑인이 딱 한 명 있는데, 억지로 백인 말투를 흉내 내는 것도 너무 어색합니다. 문득 그 친구가 주인공을 붙잡고 소리를 지릅니다. “겟 아웃! 겟 아웃!” 여기서 겟 아웃은 꺼지라는 협박일까요, 도망가라는 경고일까요?

 

영화는 후반부에서 반전을 준비합니다. 단순한 인종차별 정서에 기댄 호러영화가 아닙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에 대한 우화입니다. 흑인의 육체를 백인의 정신으로 조종하려는 시도가 섬뜩하게 그려집니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공포에 깊이 감정이입해버렸습니다. 다른 사람이 내 몸을 조종하는 상황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학창 시절, 저는 이과생의 몸 안에 갇힌 문과생이었어요. 아버지는 저를 의사로 만들려고 무던 애를 쓰셨어요.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넌 의사가 되어야 해!'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의 세뇌가 정말 무섭습니다. 결국 의대를 피해 공대를 갔지만, 20대 시절 내내 불행했어요. 지난 30년간 저의 삶은, 아버지가 덧씌운 공대생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의 탈출이었어요. 지독하게 영어를 공부한 것도 그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입장에 얼마나 크게 공감되던지, 심지어 외모까지.... 쿨럭.)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몸을 통제하려는 외부 세력에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입니다. 촛불 혁명이란, 21세기를 살아가는 시민들이, 1970년대 군부 독재 시대로 회귀하려는 세력에게 저항한 일입니다. 블랙리스트로 재갈을 물리려는 이들에게 당신들에게 내 사상을 검열 당하지는 않겠다!” 국정교과서로 아이들의 역사관을 획일화하려는 시도에 대해 당신들에게 나의 역사관을 검열 당하지 않겠다!”고 일어난 것입니다. 자신의 주체성을 빼앗으려는 시도에 대해 저항하는 것이 인류 역사의 흐름입니다. 노예제와 봉건제가 사라진 게 바로 그 이유 때문이지요.

박근혜 정부 말기인 올해 초, 고영주 이사장이 이끄는 방송문화진흥회가 MBC의 새 사장을 뽑았습니다. 고영주 씨는 부림 사건의 공안 검사였습니다. 영화 <변호인>에 소재가 된 그 사건이요.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 정권 초기인 19819, 공안 당국이 사회과학 독서모임을 하던 학생,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 감금하고 고문해 기소했는데요. 당시 수사 검사가 고영주였고요. 당시 변호사가 훗날 대통령이 된 노무현 변호사였지요. 고영주 이사장은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주장하기도 했지요. 김장겸 사장은 지난 수년간 MBC 보도국 정치부장,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치면서 MBC 뉴스의 몰락을 주도한 사람입니다.

 

지난 5MBC 뉴스가 망가진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군부 독재 시절에 활약했을 법한 공안 검사와 정치 기자가 만나 유신 시대의 망령을 21세기 미디어에 주입하고 있으니까요. 21세기 민주화 시대를 살아가는 언론인의 머릿속에 군부 독재의 망령을 심는 것, 이것이 김장겸 체제의 목적입니다. <겟 아웃>의 주인공이 겪은 공포 영화 속 장면은 MBC 직원들에게는 매일 매일의 일상입니다.

 

MBC 정상화를 위한 유일한 해법은, 김장겸 사장의 퇴진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저는 외칩니다.

 

김장겸은 물러나라!’

 

겟 아웃!’

 

 

 

(독자님, 영화 리뷰인 줄 알았다가, 당황하셨어요? 놀라셨다면, 죄송합니다. 요즘 제게는 MBC 정상화가 최고의 과제입니다. 다시 현업으로 돌아가서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하고 싶습니다. 더 늙기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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