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20일차 여행기

 

어느덧 탄자니아를 떠나는 마지막 날입니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날에는 무엇을 볼까 궁리하다 새벽에 열리는 다르에스살람의 수산물시장에 갔습니다.

 

 

잔지바르 가는 페리 항구에서 바닷가를 따라 걷다보면 수산물 시장이 나옵니다. 낮에는 한산하고요. 아침에 분주한 곳입니다. 구글 지도를 보면 길찾기는 어렵지 않아요.

 

 

어선들이 줄을 지어 서 있고요.

 

 

배에서 뭍으로 분주하게 생선을 나릅니다.

 

 

 

생선을 다듬는 바쁜 손길, 물건을 흥정하는 상인들. 현지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면서, 저도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이제는 나도 돌아가야 할 때구나. 그동안 여행 다니며 잘 쉬었어니,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일해야지...

 

 

오후에는 다르에스살람 공항으로 가서 인천행 비행기를 기다립니다. 옆에 앉아 노트북으로 작업하던 백인 남자가 전화를 받더니 갑자기 유창한 중국어 통화를 합니다. 비즈니스 이야기를 유창한 북경어로 잘 구사하네요. 신기합니다. 중국어 잘 하는 서양인이 아프리카에는 무슨 일이지?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을 보면 항상 물어봅니다. 비결이 뭐냐고.

 

캐나다 출신인 그는 고등학교 졸업하고 할 일이 없어, 문득 20살이던 15년 전 중국으로 갔답니다. 고교 졸업장으로 대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아, 서양인이 잘 가지 않는 중국 본토 내륙 시골 마을로 가서 학원 영어 강사를 했대요. 워낙 시골이라 영어를 하는 사람이 없어, 본인이 중국어를 배워야 했다고 하네요.

 

예전에 베트남 여행하다 아시아에서 일하는 미국인 영어교사들을 만난 적이 있어요. 그 친구들은 환율의 격차를 이용해 삽니다. 일본이나 한국에서 6개월 학원 강사로 돈을 벌고, 태국이나 베트남에서 6개월 동안 놀고. 그들 중 누구도 현지어를 배울 생각은 안하더군요. 그냥 영어로도 먹고 사니까요.

 

그는 중국 여자랑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천진에서 살았는데요, 황사가 너무 심해 아이를 키우며 걱정이 되더랍니다. 공기 맑은 곳을 찾다가 탄자니아 아루샤까지 오게 되었다고. 킬리만자로 아래 있는 아루샤는 고지대라 일년 내내 기후가 서늘하고 쾌적하거든요. 사파리 여행의 출발지라 유럽에서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사업도 할 수 있고요.

 

명함을 보니, 프랑스 이름이에요. 고향이 퀘벡이랍니다. 고향 친구들은 다 프랑스어만 하는데요, 본인은 영어를 배우면, 세계 어디서든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어려서부터 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스무살 넘어 처음 간 중국에서도 다시 중국어를 배웁니다. 언어 공부는 한번만 제대로 하면, 다음엔 어떤 언어든지 배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아루샤에서는 사파리 여행사를 운영하면서 아프리카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의 현지 사무소 역할 대행도 한다네요. 지금은 싱가폴로 출장 가는 길이랍니다. 싱가폴 투자청이랑 회의하려고요. 프랑스어를 하며 자란 캐나다인이 중국에서 영어 교사로 살다 아프리카에 왔어요. 15년 전, 자신은 중국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스무살에 중국으로 혼자 떠났는데요, 미래에 기회는 아프리카에 있을 것 같다고 하네요. 그의 어린 아들에게는 스와힐리어를 가르치 중이랍니다. 이 친구, 정말 큰 그림을 그리며 사네요.

 

 

앞으로 100세 시대, 퇴직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저는 한국보다 물가가 싼 나라에 가서 장기 여행을 하며 살고 싶어요. 한 곳에서 3개월씩 길게 사는 거지요.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5개 국어를 공부해서, 가는 곳 어디서든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 그게 제가 꿈꾸는 노후입니다.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 덕에 외국어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를 얻습니다. 이래서 여행은 남는 장사예요.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거든요. 영어 공부도 마찬가지고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의 숫자가 확 늘어납니다. 수십억 단위로요. ^^

 

그러니, 영어 암송 공부, 힘들어도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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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탄자니아 19일차 여행기


다르에스살람, 우리에게 참 낯선 도시지요. 탄자니아 제 1의 도시. 그러나 정작 와보니 어디에 가서 무엇을 봐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이럴 땐 구글 검색 들어갑니다. '다르에스살람 여행기'를 한글로 구글 검색했더니, 2010, 2013 블로그가 첫 페이지에 뜹니다. 여기 오는 사람이 참 없네요. 다들 이 도시에 왔다가 고생한 이야기만 잔뜩 있습니다. 새벽에 공항 택시 기사에게 사기 당한 사람, 예약 없이 숙소에 갔다가 방이 없어 한밤중에 헤맨 사람... 다들 반나절도 안 보내고 바로 페리타고 잔지바르 섬으로 들어가거나 사파리 하러 아루샤로 갔네요. 대도시는 역시 좀 무섭지요...


어제 페리 터미널에 내리는데 살짝 긴장되더군요. 여기저기서 택시기사가 부르고 숙소 호객꾼도 널렸어요. 부킹닷컴으로 미리 숙소를 잡아뒀어요. 페리 터미널에서 도보 5 거리. 좌우에 도열한 사람들이 저를 애타게 부르지만, 저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저으며 걷습니다. (무슨 미스코리아 행진도 아니고... ^^)

 

 

 

부킹닷컴과 이메일 덕에 편하게 여행했습니다. 도착 호텔에 메일을 보내, 공항 픽업을 부탁하고요. (잔지바르 스톤타운 소재 호텔은 무료 픽업을 해줍니다.) 배낭여행 다니면서 기차역이나 여객터미널에 내리면 고민이 됩니다. '이 많은 삐끼들 중, 누가 가장 양심적일까?' 인터넷 전자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호객꾼들에게 삥 뜯기는 일은 줄었어요.


이제는 미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이 삥을 뜯습니다. '에어비앤비'며 '부킹닷컴'이 공급자와 소비자 양쪽에 편의를 제공하고 쉽게 연결해주는 댓가로 수수료를 떼지요. 가뜩이나 가난한 아프리카 삐끼들의 일감은 줄겠네요... 여행자들의 편의와 만족도가 올라가서 많은 이들이 도시를 찾는 걸로 위안을 삼아야겠지요.


5년전 한국인 배낭족을 등친 택시기사는, 고작 몇 달러 벌려다가 그 얘기가 두고두고 한국인 여행자들을 겁주고 있는지 모를거예요. 글을 보고, 다르에스살람에서 2박 할 걸 줄이고 1박만 하고 가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인터넷 정보혁명의 시대에는 길게 보고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인터넷 덕분에 여행하기는 확실히 더 좋아졌어요. 숙소나 식당이 더 이상 바가지를 씌우지 않아요. 함부로 바가지를 씌워 평판이 나빠지는 것보다 구글이나 부팅 닷컴에서 좋은 리뷰를 얻는 편이 장기적으로는 더 이득이거든요.

 

 

페리 터미널 앞을 가득 메운 호객꾼들은 알까요? 자신의 일감을 스마트폰에 빼앗기고 있다는 걸? 제가 다르에스살람의 호객꾼이라면 1. 영어를 공부합니다. (다른 삐끼들이 하는 단순한 회화가 아니라 고급 영어를 하도록 노력할 겁니다.) 2.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영어로 블로그를 하면서 자신의 서비스를 홍보하고 영작 실력을 연마합니다.) 3. 영어와 인터넷 사용 능력을 기반으로 호텔에서 일자리를 구합니다. (터미널에서 호구 한 사람을 물어오는 것보다, 손님이 부킹 닷컴에 좋은 리뷰를 자발적으로 올리도록 서비스를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걸 호텔에 설득할 거예요.) 그러자면 호텔도 인건비를 올려야합니다.


잔지바르에서 묵은 아일랜드 타운이라는 호텔이 있어요. 골목 한 가운데 있어 찾기 어려운 곳이에요. 그럼에도 리뷰가 좋더군요. 가격은 은근히 있는 편인데도요. 직원들이 다릅니다. 매니저부터 벨보이까지 영어를 잘 하고 친절합니다. 최저임금을 주고 무뚝뚝한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비 임금을 주고 영어 능통자를 고용하는 것이 비즈니스에 더 좋다는 걸 아는 거지요. 직원들의 친절함에 감동을 받은 여행자들이 인상적인 리뷰를 남기고요, 그걸 보고 또 사람들이 예약을 합니다. 갈수록 인터넷 평판이 중요한 시대에요. 리뷰의 빈부 격차는, 부의 빈부 격차로 이어질 겁니다.

다르에스살람에 대한 블로그를 검색하다, 이곳에 온 한국인 교환학생이 올린 글에서, 이곳에 워터파크가 있다는 정보를 봤어요. 캐리비안 베이 규모의 워터 파크가 입장료 3 티쉬, 우리돈으로 15천원에 런치 세트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군요. 아드레날린 정키인 저는 워터 슬라이드를 좋아합니다. 다만 여름철 성수기에 한국의 워터파크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 부메랑 고 한번 타려고 1시간씩 줄을 섭니다. 수영복 차림에 책 한 권 없이 1시간을 계단에서 멍하니 기다리는 건, 저같은 활자중독자에게 고문이지요. 

이곳 다르에스살람의 '쿤두치 워터파크'는 사시사철 사람이 없어 줄을 서지 않는다는 얘기에 달려갔어요.


쿤두치 웻 앤 와일드 워터 파크

 

주차장에 차가 한 대도 없네요?

 

매표소에 줄이 없어 안 기다리는 건 좋은데.... 심지어 창구 직원도 없어요. 어라? 그새 문을 닫은 건가? 10분을 기다리니 직원이 나타나네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헐!

 

워터슬라이드, 줄을 안 서서 좋다더니 아예 운영을 안하네요. 물이 안 나오는 슬라이드를 그냥 타고 내려갈 수도 없고... 이건 뭐지?

 

 

SF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입니다. 시간이 멈춘 곳에 나 혼자 돌아다니고 있는.... 혹은 인간이 사라진 마을에 나 혼자 남은.... '나는 전설이다?'

 

 

직원을 붙잡고 워터 슬라이드를 타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니가 타고 싶은 슬라이드를 알려주면 스위치를 켜겠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부터 제가 손으로 가리키면 그곳에 물이 흐릅니다. 

 

"물이여, 흘러라!"

 

 

아랍의 왕자가 기분입니다. 리조트 하나를 전세 내고 노네요. 스무명의 직원이, 오직 하나뿐인 저를 위해 일하고 있어요. 평일 오전, 이렇게 한가할 줄이야!

 

 

'레인 댄스'라는 파티 존이 있는데요. 주말에 이곳에서 현지 청춘들이 물을 뿌리면서 춤을 추고 놀더군요.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댄스 타임을 즐기려고 함께 왔는데... 사람이 아무도 없군요. ㅠㅠ 아, 간만에 춤으로 몸 좀 풀려고 했더니...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

 

 

 

무언가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땐, 역으로 뒤집어 생각해봅니다.

 

 

드라마 PD 일 할 때, 제일 힘든 게 뭘까요? 남들 노는 곳에 가서 일하는 것입니다. 특히 놀이공원이나 워터파크 촬영이 제일 힘들어요. 음악 소리가 시끄러운데 협조가 어렵습니다. 곳곳에서 사람들 비명 소리며 웃음 소리가 납니다. 즐겁게 노는 사람들 흥을 깰 수도 없고... 동시녹음기사가 아주 괴로워합니다. 무엇보다, 남들 놀 때, 일하는 게 제일 힘들어요.

그런데, 이곳은... 음악이며, 사람을 통제할 일이 없네요. 아, 이런 곳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면 얼마나 편하고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킨 김에 하지요. 혼자서 드라마를 찍습니다. 직접 주연하고, 직접 셀카로 동영상을 쩍어봅니다. 드라마 속 뮤비를 혼자 연출해보는 겁니다.

 

아무도 없을 땐, 혼자 춤을 춥니다.

 

 

 

 

 

 

 

 

 

 

한국 워터파크에서 50대 중년 아저씨가 이러고 놀았으면, 앰뷸런스 아니면 경찰차 행인데요. (정신 병자 취급 아니면 풍기문란죄?) 여기선 괜찮아요. ? 내가 왕이니까요. 오늘 하루, 워터파크를 전세 낸 유일한 손님이니까요.

ㅋㅋㅋㅋㅋ

 

 

역경을 만나면, 관점을 뒤집어봅니다.

그러면 역경도 즐길 수 있어요.

세상이 내게 일을 시키지 않는다?

그럼 놀기라도 잘 놀아야겠다!  

 

이렇게 탄자니아에서의 마지막 하루가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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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탄자니아 17일차 여행기

 

스톤타운으로 돌아왔으니, 아침 해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역시 파제보다는 스톤타운의 해변이 볼 게 많아요.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해상 레스토랑도 있고요.

 

쇼핑가도 있고요.

혼자 놀러다니는 저더러 하는 말인지 팍팍 찔리네요.

노 라이프, 위드아웃 와이프. 나름 각운도 맞췄고요.

 

와이프 해피, 라이프 해피. ^^

 

이 가게 주인이 이런 금쪽같은 말씀을 가게 옆에 적어놓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어제도 말씀드렸듯이 저는 항상 질문을 던지기를 좋아합니다. 이건 왜 이럴까?

혼자 다니니까 워낙 심심해서 그런가봐요.

 

 

여긴 기념품 가게에요. 예쁜 아프리카 민속공예품이 많은데요. 손으로 직접 만든 것들이라 가격은 좀 셉니다. 부인들이 사려고 하면, 남자가 옆에서 투덜거리겠지요? '뭘 이런 걸 사?' 하고 말이에요. 그때 남편에게 타이르는 겁니다. '부인이 행복해야, 인생이 행복하다.'

^^ 살짝 장삿속이 엿보이긴 하지만 귀엽네요.

 

마님에게 드릴 간단한 기념품 정도만 사서 나왔어요.

스톤타운에는 바닷가에 힐튼 등 유럽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비싼 호텔이 많아요. 전망 좋은 비싼 호텔 대신 싼 호텔을 전전하며 다닙니다. 전 장기 배낭 여행을 선호하는데요, 비싼 호텔에서 지내면 여행 기간이 짧아집니다.

비싼 호텔과 똑같은 전망을 가진 바닷가 카페에 들러 책을 읽습니다. 서울에서도 똑같아요. 비싼 한강 조망권 아파트에 사는 대신, 출퇴근 길에 한강 자전거 도로를 달리며 한강의 경치를 즐깁니다.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오늘 점심은 좀 비싼 곳에서 먹습니다. 사파리를 같이 했던 사샤와 월터를 만나기로 했거든요. 두 친구는 사파리를 마치고, 킬리만자로 등산을 다녀왔어요. 둘 다 정상까지 올랐다고 하네요.

얘기를 들어보니, 킬리만자로 산행은 무척 고생스럽네요. 춥고 배고프고... 히말라야 트레킹은 마을이 많아 롯지에서 묵으면 되는데, 킬리만자로는 오로지 캠핑으로만 갈 수 있어 5일 동안 샤워도 못하고 고생이 심하답니다.

사샤는 집이 뮌헨인데, 나중에 옥토버페스트할 때 한번 놀러오라고 했어요. 여행 중 만난 친구들과는 메일을 교환합니다. 서로의 사진을 보내주기도 하고요.

이 친구, 사파리 할 때, 제가 자는 모습을 찍었군요. ㅋㅋㅋ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 자꾸 졸아요. 이래서 젊어서 놀아야 하는 건데...^^

저는 잔지바르 피자를 시켰어요. 제가 음식을 고르는 기준은 간단합니다. 어디서든, 그곳에서만 시킬 수 있는 음식을 먹어보자. 네,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게 좋아요. 잔지바르 피자는 많이 낯서네요. 크게 그립지는 않을듯... ^^ 

낚시를 좋아하는 사샤가 수산물 시장을 가자고 해서 시장 구경도 가고

전통 시장을 둘러 본 후,

셋이서 사진을 찍었어요. 이제 헤어질 시간이네요. 이번 여행, 사샤와 월터를 만나 더 즐거웠어요. 나이 오십에 20대 청년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즐거웠어요. 영어를 할 때, 즐거움이 있어요. 존댓말이 없기에 쉽게 친해질 수 있어요. 상대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 크게 신경쓰지 않아요. 유쾌한 친구들, 훗날 다른 곳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제가 묵는 35불짜리 호텔의 옥상 테라스입니다. 오후에는 볕이 뜨거워 이곳 그늘에서 열대과일을 먹고, 책을 읽으며 쉽니다. 여행 다닐 때, 저는 몇시간 씩 빈둥거리면서 보내는 걸 좋아합니다.


이 빈둥거림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에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사랑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가장 아껴줍니다. 나를 아끼는 방법은, 혼자만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이에요. 혼자 있어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거든요.

혼자 멍하니 오후를 보내다보면, 문득 책을 읽고, 또 문득 글을 씁니다. 퇴직 후, 전업 작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게 그래서입니다. 남미 배낭 여행을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의 원고를 쓰고 있더라고요. 이번 여행을 다니면서도 다음 책의 원고를 구상하고 쓰고 있고요. '아,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그게 작가의 삶을 꿈꾸게 된 이유에요.

 

바쁜 일상에 쫓기듯 살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몰라요. 해야할 일만 하고 살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몰라요. 그래서 저는, 가끔 혼자만의 긴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또 다른 꿈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배낭여행에서 찾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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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탄자니아 16일차 여행기

파제 마을에서는 할 게 별로 없어요. 카이트 서핑 말고는. 정말 심심한 마을이더군요. 하릴없이 마을을 다닙니다. 그러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이렇게 터만 남아있고 지붕 없는 집이 많아요. 왜 집을 이렇게 짓다가 말았을까? 의아했어요

.

벽이랑 구조는 다 지어놓고 지붕은 안 지었내요. 건설붐이 일다가 갑자기 거품이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왜 집을 짓다가 말았을까? 이유가 무엇일까?

왜 그럴까요?

 

 

 

 

네, 답은...

 

짓다 만 것이 아니라, 저게 다 지은 겁니다. 우리하고 집짓는 방법이 달라요. 이곳은 사시사철 따뜻하니까 난방이 필요없어요. 방풍을 위해 담을 높이 쌓을 필요도 없고요. 시멘트와 벽돌로 방방마다 구역만 나누고 나무 기둥을 대고 초가지붕을 얹어요. 집이 낡으면 그냥 버리고 떠납니다. 나무 기둥은 가져다 재활용하고, 초가 지붕은 날아가고, 아래 구조물만 남는 거지요. 땅값이 워낙 싸서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보다, 아예 빈 땅에 짓는 게 편한 겁니다.

 

혼자 여행을 다니며 이렇게 궁금증을 풀어보는 걸 좋아해요. 가이드를 따라 다니면, 그가 들려주는 정형화된 해석, 정답만 듣습니다. 혼자 다니면 스스로 의문을 풀어야해요. 물론 이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은, 모두의 정답을 좇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질문을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적한 파제를 떠나 다시 스톤타운으로 돌아갑니다.

향신료 무역의 중심지였던 시절, 이곳의 부가 어마어마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어요.

시골 해변 마을에선 초가 지붕의 전통 가옥이 많고, 이곳 스톤타운에선 부를 축적한 이들의 화려한 건축양식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잔지바르 건축양식에 특이한 점이 있어요.

문에 이렇게 뿔처럼 튀어나온 금속으로 장식을 해요.

집집마다 이런 뿔이 달려있어요.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

프리즌 섬 투어 갔을 때, 가이드에게 물어봤어요. 문에 뿔은 왜 달았냐고.

옛날 잔지바르의 왕이 인도 여행을 갔답니다. 그곳 왕궁의 대문에 이런 뿔이 박혀있더래요. 보니까 서민의 집에는 장식이 없는데, 왕궁에만 있는 거지요. '아, 이것이 왕이 사는 곳이라는 징표인가 보다.' 돌아와서 자신의 궁궐 대문에 쇠로 만든 뿔을 답니다.

귀족들이 그걸 보고 흉내를 냅니다. '인도에서 온 최신 유행이라고 왕만 하란 법 있나, 에헴!' 나중에는 일반 백성들도 그걸 따라 합니다. '아, 요즘 좀 있어 보이려면 문에 뿔을 달아야하나 보다.'

 

 

인도 왕궁의 대문에는 왜 뿔을 달았을까요? 코끼리 때문입니다. 궁 안에서 맛있는 냄새가 풍기면 인근 마을의 코끼리가 머리로 문을 밀고 들어와 부엌으로 가는 거지요. 덩치 큰 코끼리를 쫓기가 여간 성가신 게 아니에요. 닫힌 문을 코끼리가 밀지 못하게 문에 뿔을 달아 놓은 겁니다. 그럼 코끼리가 함부로 무거운 문을 머리로 들이밀지 못하지요.

인도에서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어요. 잔지바르에는 코끼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곳에 뿔달린 대문이 유행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보면, 사치재는 보통재로 바뀌는 게 운명이라고 합니다. 부자들이 시작하면 곧 일반 서민들도 따라한다는 거지요. 모든 사람이 하면 차별화가 없어요. 그럼 부자들이 또 새로운 사치재를 찾아나섭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것은, 소수가 강렬하게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것입니다. 비싼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은 게 있고, 그걸 부자가 사기 시작하면 곧 대중화가 따릅니다. 자동차가 그렇고, 아이폰이 그렇고, 영어 조기 교육이 그래요. 돈 있는 사람이 시작하면, 곧 모두가 따라하지요. 이때 한번 조용히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길에 코끼리도 없는데, 문에 뿔은 왜 달지?'

이런 질문...

'애가 커서 유학을 갈지 안 갈지 모르는데, 영어 유치원은 왜 보내지?'

이런 질문...

   

요즘 냉장고나 세탁기 없이도 살아보는 미니멀리즘이 유행이라는데요. 앞으로는 버리기를 잘 해야 합니다. 사 들이는 건 답이 없어요. 끝이 없거든요. 오히려 앞으로는 없이 사는 게 능력입니다. 미니멀리즘을 연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배낭여행이에요. 최소한의 짐을 가지고 다니며 한달을 살아봅니다.

속옷, 셔츠, 양말 각각 3벌만 가지고 다닙니다. 하나는 입고, 하나는 빨고, 하나는 말리고. 더운 나라를 여행할 때는 땀을 많이 흘리므로 매일 갈아입습니다. 어떨 땐 하루에 2번도 갈아입어요. 호텔에 세탁을 맡기기도 하지만, 저는 매일 샤워하면서 세면대에서 손빨래를 합니다.

배낭 여행 중 간단한 빨래 요령.


샤워한 후 벗은 옷은 비누칠한 후 세면대에 뜨거운 물을 틀어 옷이 잠기게 하고 1시간을 둡니다. 비누기가 빠지도록 몇 번 헹군 후, 다시 깨끗한 물에 담궈 둡니다. 1시간 후 잘 짜서 말리면 끝. 방안에서 밤새 말려야하는데 등산 바지나 스포츠 셔츠가 잘 마릅니다. 속옷은 유니클로 에어리즘 계열이 가볍고 잘 말라서 여행할 때 애용하는 편이고요.

배낭 여행을 하면서 깨달아요. 즐겁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은 의외로 적구나.

저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며 삽니다. 남는 건 추억밖에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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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탄자니아 14일차

아침에 맨발로 길을 나섭니다. 파제 마을은 길이 다 고운 모래예요. 해변까지 500미터, 맨발로 갑니다. 지갑이고, 휴대폰이고, 신발까지, 숙소에 다 두고 나왔어요. 트렁크 반바지 수영복에 티셔츠 한 장 걸치고 걸어가서 그 차림 그대로 바다에 입수. ^^ 1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 1시간은 모래사장을 걷습니다. 물이 찰랑거리는 해변을 걷다 내키면 바다로 들어가고, 지치면 나와서 멍하니 바다를 봅니다. 아, 이런 신선놀음이 또 없네요.

 
이곳 파제 해변이 카이트 서핑의 성지가 된 이유가 있어요. 파도가 없어요. 돌이나 자갈처럼 뾰족한 것도 없이 고운 모래가 쭉 깔려 있어요. 카이트 서핑을 하다 넘어져도 다칠 염려도 없고, 비싼 카이트가 찢길 걱정도 없어요. 조종 미숙으로 넘어져도, 서면 바로 물이 허리 아래라 위험하지 않아요.

해변에서 물로 10미터 걸어들어갔는데, 아직도 깊이가 저 정도에요.

95년에 호주 배낭여행 갔다가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에서 스노클링하다 죽을 뻔했어요. 그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어요. 배영과 평영을 제일 좋아합니다. 항상 얼굴이 물 밖에 있으니까요. 다만 수영장에서 배영은 힘들지요. 어디로 가는지 안 보여서 민폐랍니다. 바다에서 배영을 하면 파도가 칠 때 짠물이 코로 들어가 힘들어요. 이곳 파제 해변은 파도가 없어 배영을 하기 딱 좋네요. 바다 위에 드러누워 발로 물장구만 치면서 마음 편히 둥둥 떠 다닙니다. 이른 아침이라 카이트 서퍼도 없이, 넓은 바다를 혼자 독차지하네요.

모래사장 크기로 보면 거의 해운대만 합니다. 한 여름날, 해운대 해수욕장을 혼자 독차지한 기분~^^ 유러피안 아드레날린 정키들은 아침형 인간이 아닙니다. 밤늦도록 술을 마시고 대낮까지 늦잠을 자고요. 오후 3시 넘어 카이트 서핑하러 나옵니다. 킬리만자로라는 현지 맥주가 우리 돈 천원이니, 서퍼들이 밤늦도록 맥주 파티를 열 만 하지요. 저같은 아침형인간이 해변을 오전 내내 독차지하게 됩니다.

오후에는 날이 더워 숙소에서 쉽니다. 해먹에 누워 책을 읽다 낮잠을 청합니다. 귀여운 이탈리아 아가씨가 있어, 말을 걸었어요. 저는 항상 여행자를 만나면 물어봅니다. '그동안 가 본 곳 중 어디가 좋았어?' 이곳 잔지바르도 그런 질문 속에서 찾아낸 곳이고요.

20대 중반의 어린 아가씨인데 꽤 많은 나라를 다녔더군요. 심지어 중동 요르단이나 사우디까지. 오홀? 여행의 고수를 여기서 만나네? 저더러 이제껏 가본 나라 중 어디가 좋았냐고 묻더군요. 짠돌이인 제게는 가격 대비 성능비가 가장 중요합니다.

"난 네팔, 라오스, 태국, 이런 나라들을 좋아해."

"그래? 난 태국이 별로였는데." 

어라? 유럽 배낭족치고 태국 싫어하는 사람 별로 없는데, 의외였어요.

"어디 어디 가봤는데?"

"방콕이랑 파타야. 둘 다 별로였어." 

이 친구, 엉뚱한 곳만 골라 다니고 있네요. 저도 방콕, 파타야, 푸켓 같은 태국의 관광지도 가봤지만, 태국의 진짜 매력은 치앙 마이나 코 사모이같은 시골에 있거든요. "왜 그렇게 큰 도시만 다녀?" 하고 물어봤더니, 에티하드 항공의 여승무원이네요. 비행기가 내리는 큰 도시만 본 겁니다.


사람들은 촬영이 끝나면 장기 휴가를 낼 수 있어 드라마 피디처럼 여행다니기 좋은 직업이 없다고 하는데요. 저는 정작 파일럿이나 스튜어디스가 부러워요. 일 자체가 여행이니까요. 그런데 나름의 애환이 있네요. 테레지아의 경우, 기착지에서 하루나 이틀 쉬는 게 전부이고, 이렇게 휴가를 내는 것도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매일 비행기에서 만나는 여행자들이 부럽기만 하다고.

 

여행하기 좋은 직업은 따로 없어요. 여행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직업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다닙니다.

 

파제 숙소에 아시아인 여행자는 저 뿐이에요. 그러다보니 친구를 쉽게 사귀게 됩니다. 다들 한국이나 일본, 중국에 대해 궁금해하거든요. 어려서 영어를 공부한 덕에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  

혼자 보내는 파제 해변의 하루는 심심하게 흘러갑니다. 수영과 독서와 낮잠, 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이것이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 행복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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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13일차 여행기

 


오늘은 잔지바르에서 가장 번잡한 스톤타운을 벗어나 반대편 동쪽 해안에 있는 파제를 찾아갑니다. 이 섬에서 가장 조용한 동네라는 이야기를 듣고.

스톤타운의 경우, 가는 곳마다 호객꾼을 만납니다. 택시 일일 관광, 일일 뱃놀이, 투어, 다양한 상품을 권하지요.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까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여행 막바지에는 조용한 곳에서 혼자 푹 쉬다 가고 싶은 마음에, 파제로 향했습니다.

 

파제 해변입니다. 넓고도 얕은 해변이 길게 펼쳐져 있어요.

이 넓은 해변에 사람이 없어요.

파제가 유명한 건 카이트 서핑입니다. 서핑 보드를 타고 커다란 연을 조종해 바람을 타고 바다위를 날듯이 달립니다. 해변에 사람도 배도 없으니 가능하지요.

아드레날린 정키로서, 익스트림 스포츠는 다 좋아해요. 레슨을 받아 카이트 서핑에 한번 도전해볼까 했는데요.

초보자의 경우, 서서 균형잡기도 힘들어요. 3일 동안 제대로 배울 자신도 없고, 떠나면 이곳에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겠어요.

잘 타는 사람은 공중에 휙휙 날아오르기도 합니다.

저는 구경만 하다 갑니다. 예전엔 이런 장면을 보면 직접 하고 싶어 피가 끓었는데, 이제는 구경만 해도 그냥 좋네요. 나이 들은 건 못 속이나봐요. ^^

현지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고 있는데, 지나가던 젊은 친구가 물어보더군요. 맛이 어떠냐고?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이곳에는 식당이 많지 않아 어차피 선택의 여지는 크지 않을 거라고.

스웨덴에서 왔는데, 어머니와 여행중이라는군요. 어머니는 중국인이었어요. 아버지는 스웨덴 사람. 중국어로 인사를 건넸더니 어머니가 반가워하시더군요. 데니 드한 혹은 젊은 날의 디카프리오를 떠올리게 하는 눈빛이 인상적이었어요. 배우 분위기가 풍긴다고 말을 걸었더니, 어머니가 놀라시더군요. 실은 스웨덴에서 어린 시절 아역 탤런트였다고. 영화 주연도 했답니다.  

아역 배우를 하다 탁구 선수로 변신해서 스웨덴 국가대표까지 했다는군요. 중국과 스웨덴은 양국 다 탁구 강국인데, 혹시 어머니가 탁구 선수였냐고 물어보니, 어머니는 통역사랍니다. 중국어 스웨덴어 통역사.


아역 배우로 일을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힘든데 어떻게 운동 선수가 되었냐고 물었지요. 연기는 아무리 해도 느는 게 안 보이는데, 탁구는 연습을 하면 실력이 향상되는 걸 느낄 수 있어 재미있었다는 군요.

탁구 선수로 평생 살기는 힘들 것 같아서 직업 배우를 하려고 LA 헐리웃에도 갔는데,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지금은 스웨덴으로 돌아가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답니다.

미국 시장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해보면 어떻겠냐고 말했어요. 미국에는 라틴계 배우가 많아 혼혈 배우 시장은 이미 공급 과잉이라고. 중국의 경우, 그처럼 중국 혈통을 가진 스웨덴 배우에게 기회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해줬어요. 미국 영화를 선망하는 그에게 중국은 변방으로 느껴져 매력이 없는 것 같았어요.

저는 앞으로 문화 산업의 기회는 중국에 있다고 믿습니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그 다음에는 문화적 욕구가 분출할 거거든요. 지금은 한국 등 외국에서 콘텐츠를 사가고 있지만, 곧 자체 제작 능력을 키울 겁니다.      

오늘의 숙소는 파제 호텔입니다. 싱글룸이 1박에 25불하는 저렴한 숙소에요. 아침은 제공이 되지 않는 게 좀 아쉽네요.

아침은 개당 300원하는 망고와, 개당 200원하는 빵으로 대신합니다.

동네에서 만난 아이들에게, '잠보! 하바리 가니? 은주리 싸나!'하고 인사를 했더니 반갑게 맞아주네요. 어딜 가나 그 나라말로 인사를 하면 좀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스와힐리어 인사를 가장 쉽게 배우는 법이 있어요.

'잠보'라는 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가사가 인삿말이거든요.

'잠보? (안녕하세요?)

하바리 가니? (어떻게 지내요?)

은주리 싸나. (잘 지내요.)

하쿠나 마타타 (아무 문제 없어요.)

이 네 문장만 알아도 되거든요. ^^

 

외국어 회화를 쉽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문법과 단어를 다 배울 시간이 없을 땐, 기초 회화 몇 문장만 암기해도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데까지만 해보자고요. 그게 외국어 공부를 즐기는 비결입니다.

 

'싸파리 은제마!' 즐거운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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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10일차 여행기

 

오늘은 아루샤에서 잔지바르로 이동하는 날입니다. 탄자니아에서 세렝게티나 킬리만자로보다 더 가고 싶었던 곳이 잔지바르입니다. 2015년 남미 여행 다닐 때, 다음 여행 행선지는 아프리카라고 정해두었어요. 아프리카는 유럽에서 가까워 유럽인들이 자주 가는 곳이지요. 유럽 배낭족을 만날 때마다 물어봤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어디가 좋아?"

'잔지바르'라는 답이 많이 나왔어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곳인데, 여행의 고수들이 추천하니 가보고 싶었어요.

아침에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아루샤 공항으로 갔어요. 도착하니 높은 관제탑 건물도 없고 논에 비료 뿌릴 것 같은 경비행기 몇대가 서 있는 작은 활주로예요... 

'이 친구, 잘못 데려온 거 아냐?'

물어보니, 여기가 아루샤 공항이 맞대요. 항공사 카운터도 보이지 않아요. 입구에 서 있던 직원이 손으로 쓴 보딩 표를 나눠줍니다. 컴퓨터도 없고 그냥 노트를 보고 일을 합니다.

 

손으로 써주는 보딩패스에는 좌석 번호도 없어요. 점점 불안해집니다...

저게 잔지바르 가는 비행기랍니다. 12인승 경비행기. 

"지금 장난해?!"

인터넷 영어 사이트를 통해 항공권을 예약했더니, 맙소사... ㅠㅠ

조종사가 한 명 있고요. 승무원은 없습니다. 화장실도 없고요. 기장석 옆자리에 앉은 사람도 승객이에요. 유럽 여행자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습니다.

"승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모실 부기장입니다."

일행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기장이 말을 잇습니다.

"자, 지금부터 휴대폰을 꺼내세요. 이륙 장면을 촬영해보세요. 이 비행기는 전자제어장치가 없어, 비행 내내 전자 기기의 사용이 전면 허용됩니다."

구식 프로펠러 비행기라 휴대폰 전자파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말에 더 불안해집니다... ㅠㅠ

 

 

예전에 이렇게 작은 비행기를 탄 적이 있어요. 아르헨티나에서 스카이다이빙을 했을 때...

'설마 오늘도 이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비행기 아래로, 문득 푸른 인도양 바다가 펼쳐집니다.

산호초와 섬들이 가깝게 보입니다. 경비행기는 고도가 낮아 경치를 보기 좋네요. 물론 그만큼 추락하는 시간도 짧겠지만... ㅠㅠ 1시간 남짓 비행이 끝나고 잔지바르에 도착했어요.

착륙과 동시에 기내에서 박수가 절로 터져나옵니다. "살았다!"

약간 무섭긴 했지만, 나름 재미난 경험이었어요. 비행기를 타고 나니, 일정을 짤 때, 제가 품었던 의문이 풀렸습니다.

 

1년 전 탄자니아 항공권을 검색하니, 다르 에스 살람 (탄자니아 제1의 도시) 왕복 항공권이 120만원이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어요. 다르 에스 살람에서 사파리를 하는 아루샤까지 가는데 버스로 10시간 넘게 걸립니다. 사파리를 하고 다시 잔지바르로 가려면, 다르 에스 살람까지 다시 버스로 10시간, 다음날 아침에 잔지바르 가는 페리를 타고 넘어가는데 다시 반나절, 이틀이 꼬박 소요됩니다. 즉 3일을 이동에만 쓰는 일정이에요. 20일 중 3일을 날리면 너무 아깝죠.

아루샤 IN, 잔지바르 OUT 항공권을 찾아봤어요. 아루샤 공항이 분명 스카이스캐너에 뜨는데, 다구간 항공권은 없는 거예요. 결국 인근 킬리만자로 공항으로 IN해서 다르 에스 살람에서 OUT하는 항공권을 샀습니다. '왜 아루샤에서 잔지바르 가는 국제선이 없지?' 와보니까 알겠어요. 아루샤 공항은 그냥 국내선 경비행기 전용인 거죠.

만약 탄자니아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다구간 항공권으로

1, 인천 - 킬리만자로

2, 킬리만자로 - 잔지바르

3, 잔지바르 - 인천을 끊으실 것을 권합니다. 이게 사파리도 즐기고, 휴양지도 즐기는 가장 이상적인 루트인 것 같아요. 저는 이런 사정을 몰라 돈이 많이 들었어요.  (다시 항공권 끊느라 수십만원 더 들고, 아루샤 - 잔지바르 따로 끊느라 20만원 더 들었어요. ㅠㅠ 역시 정보가 돈인데 말이지요...)

인도양의 흑진주 잔지바르. 유럽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프리카의 휴양지.

다음엔, 본격 잔지바르 여행기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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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8일차 여행기

3박 4일 동안 지프차를 타고 세렝게티 초원을 달렸더니 힘들군요. 이제 며칠 푹 쉽니다. 2년 전, 파타고니아 트레킹 할 때도 그랬어요. 배낭을 메고 하루에 7~8시간 산을 탄 후, 하루 이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어요. 

(파타고니아, 또레스 델 파이네 가는 길)

무거운 배낭을 메고 산을 타다보면 '나는 왜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무리하게 매일매일 일하듯 여행 다니면 피로 말고는 남는 게 없어요. 쉬엄쉬엄 다닙니다. 쉬면서 본 시트콤의 한 장면이 마음을 쿵! 하고 울렸어요. '아, 산을 오르다 힘들 때 포기하는 게 아니라, 끝까지 가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구나.' 쉬엄쉬엄 여행을 다니면 생각도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씁니다. 그 여행 덕에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도 나왔고요. 

장기 배낭 여행 가서 트레킹이나 사파리같은 빅 이벤트 다음 하루 이틀은 그냥 쉽니다. 무언가 바쁘게 할 때 재미를 얻는다면, 의미는 그 사이 느린 쉼에서 찾을 수 있어요.

 

아루샤 시장입니다. 어린 시절, 시골 풍경이 떠올라요.

손님을 기다리는 오토바이 기사들.

며칠 쉬게 될 숙소입니다. 싱글 룸 하나가 조식 포함 25불입니다.

시장 근처 식당에서 꼬치구이랑 감자 프라이를 먹었어요. 이게 가장 제 입에 잘 맞더군요. 가격도 저렴하고. (2천원) 저는 어딜 가나 저렴한 현지식을 즐깁니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식당은 하나같이 비쌉니다. 아루샤에 있는 중국집의 경우, 서울 물가랑 별 차이가 없어요. 볶음밥 한 그릇이 7000원입니다. 1인당 GDP가 700불인 탄자니아에서 말이지요. (한국은 25,000불) 관광객 대상 물가가 너무 비싸요.

베트남 쌀국수, 인도 카레, 라오스 닭죽 등등 어디서든 현지 음식을 먹어요. 여기 와서 우갈리나 차파티로 식사를 한다고 했더니 서양인 여행자들이 놀라더군요.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위험할텐데?'

 

아루샤의 거리 레스토랑. 자신의 집 앞에 식당을 차렸어요. 주방이 거리에 나와있어 일하는 모습이 다 보여요. 삐까번쩍한 고급 레스토랑의 주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저 아줌마가 조리하는 과정은 다 보입니다. 전 이게 오히려 위생적일 거라 믿습니다. - 말도 안되는 짠돌이식 논리. 싼 것은 언제나 옳다! ^^

 

현지 음식을 고르는 저만의 소소한 노하우.
영업사원으로 일하던 시절, 술꾼 선배에게 배운 건데요. '술집에 갔을 때, 사람이 붐비면 생맥주를 시키고, 손님이 없다면 병맥주를 시켜라.' 생맥주는 신선도가 생명인데요. 손님이 없는 집은 맥주의 순환이 느려 오래되고 김빠진 생맥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거리음식을 먹을 때도 요령은 같습니다. 일단 사람이 많은 가게에 갑니다. 현지인들이 많이 먹는 요리를 시킵니다. 제일 잘 나가는 요리의 재료가 가장 신선하거든요. 현지 사람들에게 별 인기없는 서양식 메뉴를 시키면 30년된 닭고기가 냉동고 안에서 소환되어 나올 수도 있어요.

예전에 인도 네팔 배낭여행 갔을 땐, 한달 동안 채식만 했어요. 힌두교는 소고기를 먹지않는데,
함부로 비프 요리를 시키진 않아요. 요리사가 먹지 않는 음식은 저도 안 먹습니다. 전기 사정이 나빠 정전이 잦은 네팔의 경우, 냉장고가 자주 꺼지기에 고기가 상할 수도 있어요. 문제는 힌두교도 요리사가 고기가 상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거지요. 인도에서 한 달 간 소고기는 먹지 않았어요. 그곳 사람들이 평생을 먹지 않고도 버틴다면, 한 달 정도야 나도 버틸 수 있겠지요. 대신 다양한 난과 카레, 달밧에 맛을 들렸어요.


 

여행 갈 때, 김치를 싸가지 않습니다. 김치가 떨어지면 한식당을 찾게 되거든요. 가급적 현지식만 합니다. 그게 제일 싸요. ^^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됩니다. 현지에서 수요가 많은 메뉴는 공급도 많고, 공급이 많으면 가격 경쟁으로 싼 식당도 있거든요. 귀한 메뉴는 가격 결정권이 식당 주인에게 있습니다. 흔한 메뉴를 먹어요. 노점상에 현지인들과 어깨 나란히 앉아 음식을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입니다. 맥도날드에서 만난 외국인보다 시장 국밥집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자가 더 반갑지 않나요?

 

오늘 하루 경비

숙박 25불

점심 3불

과일 3불

저녁 2불

총 32불

지속가능한 배낭여행자로 살고 싶어요. 그 길은 경비를 낮추고 현지화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짠돌이 여행은 즐거워라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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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7일차 여행기 

사파리 마지막 날입니다. 세렝게티 초원, 하면 가장 유명한 이미지 중 하나가 지평선 위로 해가 뜨고 지는 모습입니다. 함께 여행하는 아가씨들이 며칠째 가이드에게 석양을 보자고 졸랐는데요. 사실 세렝게티에서 해가 진 후에 남아 있는 건 상당히 위험한 일입니다. 일단 여기는 가로등이 없고요, 초원을 달리던 차가 구덩이에 바퀴가 빠지기라도 하면...

 

마사이 족 목동이 모는 소떼.

 

 

마사이 족의 집입니다.    

응고롱고로의 일출을 보고 마사이 족 마을로 향했습니다.

 

마을 입구에서 마사이 전사들이 환영의 춤을 추며 나옵니다.

옛날에 이러고 나왔으면 좀 무서웠을 듯.... ^^

펄쩍 펄쩍 공중으로 뛰어오르는 마사이 춤을 보여주고

따라 해보라고 하지요.

제자리에서 높이 뛰는 게 은근히 쉽지는 않네요. 

세렝게티 사파리 마지막 날 일정은 마사이 족 마을 방문입니다. (1인당 10불을 냅니다.) 손님이 오면, 마사이 족 남녀가 모여 춤추고 노래를 합니다. 일종의 민속 공연이지요. 제자리에서 펄쩍 펄쩍 뛰어오르는 마사이 족 전사의 춤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보면 상당히 높이 뜁니다. 남자들이 펄쩍펄쩍 뛰는 동안, 여자들은 손을 잡고 둘러서서 노래를 부릅니다. 아하! 이게 나름의 짝짓기를 위한 정보 제공 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짝짓기에는 정보가 중요합니다. 마사이족 남녀가 연애를 할 때 가장 중요한 정보는 무엇일까요? 남자가 사냥을 나가서 얼마나 잘 달리느냐 아닐까요? 사슴을 잡으러 뛸 때나, 사자를 피해 달아날 때나, 달리기가 세렝게티에서는 생존의 척도입니다. 그런 달리기 실력을 보자고 초원에서 달리기를 시키거나 사자 콧등 치고 돌아오기 내기를 할 수는 없어요. 짝짓기 욕심에 너무 멀리 갔다가 영영 못 오는 총각도 있을 테니까. 만약 사냥감을 가장 많이 잡아오는 사람이 짝짓기에 우세한 위치를 점한다고 하면, 사냥이 경쟁으로 바뀌고 협업이 힘들어져 사냥의 효율이 떨어집니다. 사냥감을 모는 사람과는 사람의 분업과 협업이 중요하지요. 

달리기 시합도 안 되고 사냥 실력으로 겨뤄도 안 되니 결국 게임으로 승부를 냅니다. 춤을 직접 춰보니 알겠더군요. 높이 뛰기도 쉽지 않고, 저 춤을 오래 추는 것도 쉽지 않아요. 결국 남자의 순발력, 근력, 스태미너를 알아보는 최고의 방법이지요. 이 춤을 오래 잘 추는 남자랑 짝을 지어야 일단 사냥도 잘 하,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지요.

남자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정보는 무엇일까요? 여성의 호감도입니다.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성을 찾아야하는데, 일상생활 중에는 여자랑 눈 마주치기도 쉽지 않지요. 여자들이 손을 잡고 무리를 지어 빙 둘러 싸고 있고 그 한가운데 서서 춤을 추고 있다면 자연스레 여자와 눈을 잘 마주칠 수 있습니다나를 보고 잘 웃어주는 여자를 기억해둬야 합니다. 그래야 짝짓기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요.

 

마사이족의 남자의 춤과 여자의 노래는 평화롭고 즐거운 방식으로 짝짓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시간입니다.

 

마사이족의 움막 집입니다. 

내부를 보여주고 영어로 설명도 해줍니다.

어디나 아이들은 귀엽지요.

3박 4일 동안 함께 사파리 여행을 즐긴 일행들과 사진을 찍었어요. 며칠 동안 많이 친해졌는데, 벌써 이별이네요. 또 만날 일이 있겠지요?

이제 저는 아루샤로 가서 며칠 쉬었다가 이번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 잔지바르로 날아갑니다. 다음 여행기로 만나요~

 

7일차 경비

사파리 150불

마사이족 마을 10불

과일 2

저녁 2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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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6일차 여행기 (사파리 3일차 : 세렝게티 사파리)

첫날 저녁에 가이드가 일행을 모아놓고 일정을 설명했어요. '3일차 일정에는 2가지 옵션이 있다. 여행사 안내서에 나온 대로 둘째날 밤에 세렝게티에서 캠핑을 하고 3일차에 세렝게티 중심부를 보거나, 2일차 3일차 캠핑을 모두 응고로응고로 산기슭 한 장소에서 하고 세렝게티 남부만 보는 방법. 원안대로 가면 이동거리가 많고, 후자를 선택하면 중심부는 못보지만 세렝게티 남부에 집중할 수 있다. 나는 후자를 권한다. 왜? 동물들의 이동(Migration)이 지금은 남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으니까.'

힐러리의 조언대로 3일차에는 세렝게티의 남부로 향했습니다.

세렝게티란 마사이족 말로 평원이랍니다. 사방팔방 지평선만 보이는 대평원.

세렝게티에 초식동물은 정말 많아요. 사슴, 물소, 얼룩말 등.

초식 동물들은 이렇게 무리를 짓고, 줄을 지어 이동하는데, 정작 사자나 표범같은 육식 동물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먹이사슬 피라미드의 바닥의 초식 동물은 개체수가 많고 피라미드 위로 갈수록 그 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그래야 생태계가 유지되지요. 포식자가 너무 많으면 결국 다 같이 멸종하거든요. 생태계의 평형을 이루기 위해 모든 생명의 개체수가 조절된다는 이야기는 '세렝게티 법칙'이라는 책으로도 나와있습니다.  

저 멀리 지프차가 서 있는 게 보이면 무조건 달려갑니다. 그곳 어딘가 사냥꾼(predator)이 있다는 뜻이거든요. 

치타입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우아하고 멋져요. 군살없이 쫙 빠진 몸매, 날렵한 유선형의 얼굴까지, 지상 최고 속도를 자랑하는 달리기 선수답습니다.

  

고양이과 짐승답게 상당히 쿨합니다. 근처에 가도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이렇게 기품 있는 분이라면, 집사가 되어 모시고 살아도 좋겠지만... 이미 집에서 모시고 사는 아름답고 사나운 마님이 있는 관계로 패스... ^^

 

누워서 졸며 하품만 쩍쩍 합니다. '동물의 왕국' 다큐를 보면, 치타가 사냥하는 모습을 내내 틀어주니까, 치타는 종일 달리기만 하는 줄 알았거든요? 아니에요. 세렝게티 치타들의 일과는 하루 종일 늘어져 자기입니다.

부지런하기는 하이에나가 부지런하더군요. 끊임없이 다닙니다. 다른 사냥꾼이 남긴 먹이를 주워먹어야하니까요.

하이에나는 들개처럼 생겨서 가까이서 보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대니가 그랬어요.

"Disney didn't do them justice."

'디즈니가 너무 했네...' 라이온 킹이나 만화영화를 보면 항상 야비하고 비열한 악당으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보니 동네 형 같아요. 조금 모자라는 순박한 형... ^^

이렇게 짚차들이 모여있다는 건...

표범 가족이 있거나

  

늘어져 자는 사자 가족이 있다는 거죠.

그 넓은 세렝게티를 종일 헤매고 다녀도, 만나는 사자들마다 다 꼬박꼬박 졸거나 늘어져 자기만 합니다.

하루 종일 늘어져 자는 사자들만 찍다보면, '내가 여기까지 사자 부X 쳐다보려고 왔나...' 싶습니다. (위 사진의 맨 오른쪽 녀석...)

사자들이 이렇게 하루 종일 쉬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세렝게티 사자에겐 냉장고가 없기 때문입니다.

한번 사냥하면 2,3일은 배부르기에 그냥 자면서 쉰다는 거죠. 괜히 많이 잡아봤자 고기만 상하지요. 냉장고가 있다면 배가 불러도 사냥을 나갈 겁니다. "여보, 냉장고가 비었어요!" "알았어..." 야생에서는 그날 하루 잡아 하루 먹고 삽니다. 영화 '아저씨'의 원빈인거죠. '난 오늘 하루만 산다.' 

인간의 삶이 피곤한 이유는, 잉여가치를 돈의 형태로 축적할 수 있기 때문 아닐까요? 10대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550조원을 쌓아놓고도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에는 인상을 씁니다. 상속세 안 내려고 꼼수쓰다가 탈 나는 사람도 있고요. 사자들에게서 가진 자의 여유를 좀 배웠으면 좋겠어요.

사자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풀을 뜯지는 않아요. 사슴이 풀을 먹는 걸 보고, '맛있나 보네? 나도 먹어볼까?'하고 풀을 먹는다면, 그거야 말로 사자 풀 뜯는 소리인거죠. 우리 나라 재벌은 너무 부지런해요. 안 하는 사업이 없어요. 동네 골목마다 커피 체인점을 내고 빵집을 내어 동네 작은 가게들의 상권을 침해하지요. 그냥 먹을 만큼 먹고 배가 부르면 좀 쉬었으면 좋겠어요. 사자가 너무 부지런떨면 세렝게티는 망할 겁니다. 냉장고가 없는 사자가 휴식을 취하듯, 재벌들도 과도한 보유금은 상속세나 세금의 형태로 사회환원도 하고 여유롭게 쉬었으면 좋겠어요.  


사파리 여행 중 용변은 부시 토일렛 Bush Toilet이라 해서 우거진 수풀 뒤에서 해결하는데요. 문제는 우거진 수풀이 사자나 표범 등이 숨어서 초식 동물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거지요. 저는 물을 안 마시고 버텼어요. ^^ 여기까지 와서 사자 밥 줄 생각은 없으니까. 

지프차 그늘에서 늘어져 자는 치타 가족. 저는 이런 삶의 자세를 배우고 싶어요. 사파리가 생기고, 매일 쫓아다니는 지프차들이 얼마나 귀찮겠어요. 그런데 치타들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요.

"어라? 저 부릉부릉 시끄러운 기계 또 왔네? 저놈은 덩치가 커서 그늘이 많이 지지. 그래, 오늘은 저기서 볕을 피해보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치타의 여유에서 배웁니다. ^^

사샤와 월터가 힐러리에게 그럽니다.

"결국 우리는 사자랑 치타, 자는 모습만 보다 가는 거야?"

난감한 표정의 힐러리.

"사냥은 그렇게 쉽게 볼 수 있는 게 아닌데..." 

결국 차를 몰아 다시 초원을 헤매고 다닙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태어난지 1주일도 채 안된 새끼 톰슨 가젤이 나타났어요. 새끼 가젤은 저너머에 있는 치타가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가젤을 보자마자 바로 달려들거나 하지는 않아요. 몇 분 동안 한참 가만히 있습니다. 치타의 끈기가 놀라워요.

방심한 가젤이 등을 보이며 가는 순간

정말 순식간에 사냥이 끝나더군요. 이렇게 톰슨 가젤 한마리를 잡으면 그후 3일은 굶는답니다. 욕심을 부려 몸이 무거워지면 안 되니까요. 날렵하고 가벼운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단식한다는 치타... 저보다 낫네요... ㅠㅠ 

 

문득 치타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랜 기다림을 견디다, 기회가 오면 벼락같이 치고 나가는 인생. 그러자면 기다리기를 잘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참고 기다리는 게 진짜 실력이 아닌가, 그런 생각.

 

몸을 가볍게 하고, 시간을 기다리는 그런 치타가 되고 싶어요. 

이렇게 세렝게티 사파리가 저물어갑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그런 여행이었어요.

오늘 하루 경비 (150불)

 

ps. 지난번 글 댓글에서 가이드와 사파리 여행사 연락처를 묻는 분이 계셨어요. 힐러리는 최고의 사파리 가이드입니다. 힐러리의 메일 주소를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온 미키의 소개로 연락하셨다고 하시면 됩니다. 

hilarychrispine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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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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