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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

'민시기의 글밭'

by 김민식pd 2012. 1. 6.
요즘 공짜 미디어 스쿨, 제1강 블로그를 강의하고 있다. 내가 블로그에 글을 쓰는 걸 보고, '아, 저 사람은 공중파 피디니까 블로그를 하지, 나는 그냥 학생인데 무슨 글을 써...'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첫째, 어린 학생들이 더 잘 만든 블로그도 많고, 둘째, 나는 피디가 되기 전에도 이렇게 살았다.

대학생 시절, 학점은 2점대로 바닥을 기고, 8군데 입사 지원했다가 7군데에서 서류 탈락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나는 이렇게 살았다. 인터넷이나 블로그, 1인 미디어가 없던 시절에도 나는 혼자서 1인 잡지를 발간했다. 1990년에 발행한 그 잡지에는 어줍잖은 시도 있고, 여행기도 있고, 심지어 자작 영문 단편 소설도 있었다. 공대를 다니면서 나는 늘 글이 고팠다. 그래서 틈만 나면 글을 썼다. 그렇게 쓴 글을 컴퓨터로 출력하고, 학교 앞 문방구에서 복사하고, 열심히 제본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나눠줬다. 제목은 '민시기의 글밭'...... 지금 와 생각해보니 정말 유치찬란했다, 그 시절. 가끔 유료 발행해서 원고료를 걷기도 했다. 아, 정말 뻔뻔했고나!

(그 뻔뻔함 덕에, 난 실패가 두렵지 않다. 시청률 5%짜리 드라마를 만들어도, '그래도 내가 만든 드라마를 200만명이나 봐주셨네! 민시기의 글밭은 최대 발행부수가 50명이었는데. 출세했고나, 우리 민시기!')

쥐뿔도 없으면서 그렇게 사람들 앞에 자신을 내보이는게 부끄럽지 않았냐고? 난 남 눈치 별로 안 본다. 내가 좋으면 그냥 한다. 해적판 문예지를 만들면서 참 행복했다. 무엇보다 나는 글을 쓰는 직업을 꿈꿨는데, 비록 공대생이라 내게 실현 불가능한 꿈일지라도, 글을 쓰는 즐거움까지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어느날 내가 만든 1인 잡지를 본 여자 친구가 그랬다. '선배는 피디를 해도 참 잘 하겠네.' '무슨 소리야?' '피디란게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는 직업이거든. 선배는 그걸 즐기는 사람 같아서.' ?...  !.....  그로부터 5년이란 세월이 지나고, 영업 사원이다, 통역사다 많이 헤매기도 했지만,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그 후배의 말이 맴돌았다. '피디란 직업이 그런 거 였어?' 

옛날에는, 어줍잖은 나의 글과 생각을 사람들에게 읽히겠다고, 손 품 발 품 많이 팔았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어제 짬짬이 써놓은 글을 다듬고, 공개 여부를 발행으로 고치기만 하면 수백, 수천명의 사람에게 글이 전해진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블로그하라. 그대의 생각, 그대의 삶을 방송하라. 
'나는 아직 이뤄놓은게 없어서 내보이기가 부끄러워요.' 이런 얘기는 하지 말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게 뭔지 아는가?
그건 바로 꿈이다.  

정말 부끄러운 건 꿈이 없는 삶이다.
그건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하다 어느날 문득 창밖을 내다보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 MBC 일산 드림센터 앞 호수 공원 설경.)
나의 오랜 꿈이었다. 저런 풍경을 내다보며, 세상 사람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피디니까 글을 쓰는게 아니라, 글을 쓰니까 피디가 된 거다.
내가 MBC 서류나 작문에서 통과한건, 다 '민시기의 글밭', 그 시절의 어설픈 1인 잡지 덕이다.

아직도 나는 꿈을 꾼다. 세상 사람들에게 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를.......

올해, 나의 꿈은 칭찬받는 블로거가 되자! 이다. 아래 뷰 온 단추 많이들 눌러주시라.

꿈이 없는 삶은, 초라하다. 꿈을 지녔기에 그대의 청춘은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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