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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PD 스쿨335

영화 '머드'를 보고 원래 이 글은 제프 니콜스 감독의 영화 '머드' 예찬이었어야 했다. 영화 '테이크 쉘터'를 보고 난 이 감독의 연출력에 반해 버렸다. 그래서 이어 개봉한 '머드'를 달려가서 봤다. 대만족이다.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이 정도 공력은 있어야겠다. 영화 '테이크 쉘터'는 꿈에서 종말을 예견하고 집 앞마당에 방공호를 파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영화는 종말에 대해서, 혹은 한 남자의 신경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영화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장면은 그 아내의 사랑이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절망에 빠졌을 때, 결국 그에게 있어 최후의 보루는 가족임을 보여주는 한 장면, 내가 본 그 어떤 로맨틱 코미디의 사랑보다 더 진하게 가슴을 울렸다. (주인공 역할을 한 마이클 섀넌, 저예산 영화에서 표정 연기만으로도 압도.. 2013. 12. 10.
다빈치와 반고흐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중에 편집자님들도 계신가봐요. 가끔 원고 청탁이 들어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지요. 블로그에 공짜로 글 쓰는 걸 즐기는 (^^) 제게 원고료까지 주시고 귀한 지면도 주시니... 최근에는 '다빈치'라는 에세이지에서 청탁이 들어왔어요. 그 잡지에 기고한 글입니다.) ‘다빈치’라는 계간 에세이지 이름을 듣고 처음 머리에 떠오른 건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다. 화가이자 조각가, 발명가, 건축가, 기술자, 해부학자, 식물학자, 도시 계획가, 천문학자, 지리학자, 음악가, 이 모든 직업을 가졌던 사람. 한 가지 일만 잘하기도 힘든 현대인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근대적 인간의 전형, ‘다 빈치’ 말이다. 드라마 피디로 사는 나는 ‘다 빈치’ 같은 르네상스 적 인간의 삶을 꿈꾼다. 작가와 만나서는 .. 2013. 10. 24.
드라마 피디 해먹기 참 힘든 나라 “한국 드라마에는 왜 늘 불륜만 나오나요?” 직업이 드라마 피디다보니 이런 질문 자주 받는다. ‘미드’나 ‘일드’를 많이 접하는 사람이라면 왜 한국에서는 전문직 드라마나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나도 드라마 피디로서 책임감을 갖고 새로운 소재,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모색해봤다. 한때 미국 정치 드라마 ‘웨스트윙’을 참 좋아했다. 대통령 참모를 주인공으로 저렇게 수준 높은 정치 드라마를 만들 수도 있구나. 그럼, 청와대를 무대로 한국판 ‘웨스트윙’을 한번 기획해볼까? 그랬더니 갑자기 ‘윤창중’ 사건이 터졌다. ‘웨스트 윙’을 보면 백악관 대변인은 매일 기자들과 신경전을 펼치면서 대통령의 정책이나 동정이 언론에 어떻게 그려지는지 파악하느라 전쟁 같은 일상을 보내던데.. 2013. 10. 10.
정우성을 캐스팅하는 법 2000년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으로 연출 데뷔했을 때의 일이다. 피디가 되어 처음으로 프로그램을 맡았으니 의욕과 열정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다. 당대 최고의 톱스타를 캐스팅하겠다는 욕심에 ‘섭외의 달인’이라 불리는 선배를 찾아갔다. “선배님, A급 스타를 시트콤에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십시오.” “네가 생각하는 A급은 누군데?” “이를테면 정우성이요?” “정우성이 청춘 시트콤에 나오겠냐?”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정우성 집 앞에 가봐라. 너처럼 열정을 가진 피디가 열 명이 무릎 꿇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 넌 가면 줄 끝에 서야 돼.” 슬픈 표정으로 선배님을 물끄러미 바라봤더니, 답답한 후배를 위해 선배는 무림비급을 펼쳐보였다. “민식아. 모든 피디들이 정우성을 .. 2013. 9.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