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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6

이러다 변태라고 소문나는 거 아냐? 경상도에서 자라며 남중에 남고를 다닌 저는 남학생 위주의 문화에 익숙해있었어요. 심지어 대학까지 공대를 나와서 여학생과 일상적인 접촉을 가져본 적이 없지요. 이성과의 교류에 있어 쑥맥인 제가 외대 통역대학원에 갔더니 사방이 다 여자더군요. 한영과 신입생 40명 중 남자는 겨우 다섯 명, 절대 다수가 여학생이었어요. 게다가 통대 여자들은 어쩜 그리 하나같이 예쁘고 똑똑하던지... 여자아이들이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자습실에 앉아 공부하다보면 옆자리에 여학생이 앉는데요. 어쩌다 팔꿈치라도 스치면 한동안 가슴이 쿵쾅거려 숨도 못 쉴 지경이었어요. 예쁜 친구가 보이면 자꾸만 눈길이 가고, 몰래 훔쳐보다 눈이 마주치면 얼굴이 빨개지고. 겁이 덜컥 났어요. '이러다 나, 변태라고 소문나는 거 아냐?' 어제 글에서.. 2017. 1. 11.
어느 겁쟁이의 고백 저는 겁이 참 많습니다. 눈 큰 사람이 겁이 많다는 말이 있는데, 제가 딱 그래요. 보이는 게 너무 많아서 그런가봐요. 눈에 뵈는 게 없으면 무서울 것도 없는데 말이지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라는 영화가 개봉합니다. MBC와 YTN의 해직언론인 사태를 다룬 영화예요. 전주영화제에서 영화를 먼저 본 후배가 그러더군요. "선배님 모습이 영화에 자주 나와요." 스크린에 내가 나온다니, 궁금했어요. 어떤 모습일까? 2012년 MBC 170일 파업 당시, 노조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회사에서 정문을 봉쇄한 일이 있습니다. 기자들 못 들어오게 막으려고요. 명색이 언론사가 기자들의 출입을 봉쇄한 겁니다. 진실을 알리기위해 성역없는 보도를 추구해야할 언론사가 정작 자신의 회사는 문을 걸어 잠그다니, 그때 정말 화.. 2017. 1. 10.
진짜 딴따라, '무한도전' 김태호 PD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자신이 잘 하는 일과 못 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도 행복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지요. 다만, 어떤 일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잘 하는 지 못 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예능 PD로 일했지만 정작 버라이어티 쇼 연출은 잘 못하는 편이었어요. 입사하고 늘 시트콤 연출만 했더니 선배들이 걱정하더군요. 버라이어티 쇼가 예능국의 본령인데, 너무 변방 프로그램만 하는 것 아니냐고. '논스톱' 시리즈를 2년 반 동안 연출하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발령이 났습니다. 본격 예능, 그것도 주말 메인 프로그램에 들어갔는데, 조연출 때 버라이어티 쇼 편집을 많이 해보지 않아 한참 헤맸습니다. '박수홍의 러브하우스'라는 코너를 연출했는데, 웃기고 싶은.. 2017. 1. 9.
나는 무엇을 하고 살까? ('거리의 악사처럼...'에서 이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고교 진로 특강에 가면 이런 얘기를 합니다. "내 인생의 가장 큰 행운은, 대입 실패입니다." 문과를 가고싶었던 저는, 이과 중에서 문과에 가까운 산업공학과, 일명 공업 경영학과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내신이 낮아 (15등급 중 7등급) 1지망 낙방했어요. 그래서 자원공학과 (구 광산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 내내 고민했어요. '난 무엇을 하고 살아야할까?' 만약 산업공학과에 입학했다면, 전공 공부 열심히 하고 공장에서 관리직을 하며 살았을 겁니다. 대입에 실패했기에 자신의 적성을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우리는 실패를 겪고 좌절을 맛 볼 때 다른 길을 고민합니다. 어쩌면 실패에 감사해야 하는 이유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일지도 몰.. 2017. 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