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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6

거리의 악사처럼... 저의 고향은 울산입니다. 1980년대 공업 도시 울산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저는, 한양대 공대로 진학했어요. 어른이 되면 당연히 엔지니어가 되어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공대를 나와 공장에서 일하는 게 유일한 진로라고 믿었던 제가 딴따라의 삶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어요. 바로 1992년 대학 4학년 때 유럽으로 떠난 배낭여행입니다. 유럽의 관광명소는 가는 곳마다 거리의 악사로 넘쳐났어요. 런던 피카디리 서커스의 기타 치는 남자, 프라하 카를 교의 바이올리니스트, 파리 퐁피두 센터 앞의 마임 연기자. 세상에 예술가라면 TV에 나오는 사람이 다인줄 알았는데, 아마추어 예술가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한국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신인류였지요. 직업은 재미가 없어도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고 믿었는데... 2017. 1. 6.
겨울방학엔 스키캠프 초등학교 4학년 올라가는 늦둥이 둘째딸이 이번에 겨울방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하는 언니는 공부하느라 바쁘고, 열혈 직장인 엄마는 일하느라 바쁘고, 혼자 심심해 하기에 둘이서 스키 캠프를 다녀왔어요. 겨울철 나들이로는 스키장만한 곳도 없지요. 검색해보니 웰리힐리 파크 가족사랑 스키캠프라고 뜨기에 1박2일간 다녀왔어요. 웰리힐리파크 가족사랑 스키캠프, 이래서 좋다. 세 가지 이유! 1. 친절한 강사님! 열 살 민서는 이번에 처음 스키를 배웠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서툰데 강사님이 잘 가르쳐주셨어요. 처음 조를 나눈 후, 그러시더군요. '이제 부모님은 아이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나중에 보니, 눈밭에 무릎자세로 앉아 처음 타는 아이의 자세를 세세하게 잡아주시더군요. 그 장면을 보고 감동 먹었어요. 다.. 2017. 1. 5.
고령화 사회의 적들 '시사IN'을 정기구독하고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별책 부록이 연말에 나오는 '행복한 책꽂이'입니다. 여기 소개된 책들만 읽어도 한동안 독서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추천의 글을 한 편 썼습니다. 책은 마음의 거울이라는데, 2016년 나의 독서 목록을 보니 나이 50을 목전에 둔 중년의 불안이 그대로 드러난다. ‘노후 파산’ (NHK 스페셜 제작팀 / 다산북스)과 ‘2020 하류노인이 온다’ (후지타 다카노리 / 청림출판)를 읽고 걱정이 태산이었다. 장수가 축복인줄 알았더니 노후 빈곤이 대세라니, 앞으론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은퇴 준비를 위해 많은 책을 읽었는데, 그중 가장 솔깃한 해법은 ‘은퇴 절벽’ (문진수 / 원더박스)에서 나왔다. 노후 파산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은퇴 자.. 2017. 1. 4.
여기 '한 명'이 있다. 한 명 (김숨 / 현대문학) 책벌레에게 신년은 독서로 바쁜 계절입니다. 연말에 각종 매체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을 찾아읽어야 하거든요. 경향 신문에서 소개한 '2016 올해의 작가' 중 김숨 작가가 있어요. 도서관에 달려가 찾아봤습니다. 우리 동네 도서관 사서 선생님의 눈썰미는 정말 대단합니다. 소문난 좋은 책은 다 비치되어 있어요. 사서 선생님들, 만세! '세월이 흘러, 생존해 계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단 한 분뿐인 그 어느 날을 시점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아, 책머리에 나오는 소설의 배경만 봐도 가슴이 찌르르 합니다... 그래서 제목이 '한 명'이군요.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둘이었는데 간밤 한 명이 세상을 떠나. 차분히 담요를 개키던 그녀의 손가락들이 곱아든다. 세 명에서 .. 2017.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