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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거리의 악사처럼...

by 김민식pd 2017. 1. 6.

저의 고향은 울산입니다. 1980년대 공업 도시 울산에서 중고교 시절을 보낸 저는, 한양대 공대로 진학했어요. 어른이 되면 당연히 엔지니어가 되어야하는 줄 알았거든요. 공대를 나와 공장에서 일하는 게 유일한 진로라고 믿었던 제가 딴따라의 삶을 꿈꾸게 된 계기가 있어요. 바로 1992년 대학 4학년 때 유럽으로 떠난 배낭여행입니다.

유럽의 관광명소는 가는 곳마다 거리의 악사로 넘쳐났어요. 런던 피카디리 서커스의 기타 치는 남자, 프라하 카를 교의 바이올리니스트, 파리 퐁피두 센터 앞의 마임 연기자. 세상에 예술가라면 TV에 나오는 사람이 다인줄 알았는데, 아마추어 예술가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요. 한국에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신인류였지요. 직업은 재미가 없어도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사는 사람도 있더군요.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페루 인디오를 만났어요. 고향을 떠나와 타국을 떠돌며, 기차역 광장에 서서 팬플룻을 연주하고, 발 아래 놓아둔 CD를 팔아 그 돈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생. 제겐 문화적 충격이었어요.

  

 

떠돌아 다니며 사는 것이 힘들지 않냐고 물었더니, 제게 묻더군요.

"너는 어때? 여행이 재미있니?"

"완전 재미있지!"

"나도 여행자로 사는 게 재미있어.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그 순간 내가 가장 부르고 싶은 곡을 연주하는 거야." 

"멋지다... 나도 너처럼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에 찬 눈빛을 보내자, 그가 자신의 옷을 걸쳐주고 사진을 찍어줬어요. 

"원하면 너도 그렇게 살아도 돼."

그 순간 이후, 저는 새로운 방식의 삶을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가장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삶. 다른 이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삶. 바로 딴따라의 삶을요. 

공대를 나와,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통역대학원을 다니던 서른 살의 어느날 TV에서 방송사 PD 모집 공고를 봤어요. 모집 직군 중 '예능 PD'라는 글자를 본 순간, 무릎을 쳤어요.

"저기 있구나, 내가 꿈꾸던 딴따라의 삶!" 

 

몇 년 전부터 저는 PD가 아니라, 블로거로 살고 있습니다. 제 삶의 모든 것이었던 로맨틱 코미디 대신, 블로그에 열정을 바치고 있어요. 저는 지금 제가 거리의 악사라고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인터넷 길목으로 나갑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줍니다. 책이든 영화든, 여행이든 등 그날 아침 나를 가장 설레게하는 이야기를요. 길거리 즉석 공연이라 서툴 때도 많아요. 어떤 글은 나중에 다시 보면 부끄러운 순간도 많구요. 서툰 글을 매일 올리지만, 언젠가는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보이고 싶어요. 거리의 악사가, 자신의 베스트 레퍼토리를 골라담은 CD를 만드는 것처럼요.

거리의 악사 발 밑에 놓인 CD는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제가 들려드리는 노래가 즐거우신가요? 그렇다면 이 CD를 한번 사서 들어보세요. 고급 녹음 스튜디오에서 최고의 세션들과 함께 정성을 다해 녹음한 최고의 곡들만 모았습니다."

바로 그런 마음으로, 저도 그간의 글을 추리고 묶어 한 권의 책을 만들었습니다.

 

 

한 번의 여행과 한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듯, 이 책과의 만남이 여러분의 삶을 문득 바꿀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지금 이 순간, 온라인 서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교보문고)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YES24)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알라딘)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인터파크)

 

1년 전,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 순간이 있었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면 거리의 악사처럼 살기로 마음 먹었어요. 지금 이 순간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매년 필모그라피를 한 줄 한 줄 늘려가던 연출가가,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빈칸에 연출작 대신 저서 한 줄을 채운다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이 자리를 빌어,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블로그를 찾아오시고, 방명록에 글을 남기어 책과 인연을 맺어주신 '위즈덤하우스' 박경순 편집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편집장님이 만들어주신 이번 책, 제 인생의 소중한 선물이 되었어요!

 

('거리의 악사'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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