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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영어 스쿨/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

진짜 딴따라, '무한도전' 김태호 PD

by 김민식pd 2017. 1. 9.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자신이 잘 하는 일과 못 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도 행복의 중요한 척도 중 하나지요. 다만, 어떤 일을 직접 해보기 전에는 잘 하는 지 못 하는 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저는 예능 PD로 일했지만 정작 버라이어티 쇼 연출은 잘 못하는 편이었어요.

입사하고 늘 시트콤 연출만 했더니 선배들이 걱정하더군요. 버라이어티 쇼가 예능국의 본령인데, 너무 변방 프로그램만 하는 것 아니냐고. '논스톱' 시리즈를 2년 반 동안 연출하고 '일요일 일요일 밤에'로 발령이 났습니다.

본격 예능, 그것도 주말 메인 프로그램에 들어갔는데, 조연출 때 버라이어티 쇼 편집을 많이 해보지 않아 한참 헤맸습니다. '박수홍의 러브하우스'라는 코너를 연출했는데, 웃기고 싶은 내적 본능과, 울려야하는 프로그램의 소명 사이에서 갈팡질팡했지요. 그러니 웃기는 것도 어중간하고, 울릴 때 제대로 울리지도 못하고, 정말 힘들었습니다. '나, 예능 피디 맞아?'하고 좌절하던 무렵, 인생의 은인을 만나게 됩니다.

제가 하도 헤매니까, 당시 조연출들 중에서 버라이어티 쇼 편집을 가장 잘 한다는 후배를 제 코너로 배정한 겁니다. 그게 바로 김태호였습니다. 벌써 14년 전 일이네요. 

일 잘 하는 조연출이 있다는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사실 김태호는 이미 신입사원 면접때부터 화제였지만...) 정말 그 친구의 손에 들어가니 제가 아무리 거지같이 찍어왔어도 뚝딱뚝딱 제대로된 편집본으로 만들어내더군요. 편집본 시사를 하면서 많이 놀랐어요. '신이시여, 이게 진정 제가 찍은 방송인가요?' 편집의 신을 만났더니, 예능 열등생도 자신감을 얻게 되는 기적이!

 

조연출로서 김태호가 일을 잘 하는 비결이 무엇일까요?

첫째, 그는 윗사람 눈치를 크게 살피지 않아요. '내 마음대로 편집했다고 연출 선배가 싫어하는 거 아닐까?' 그런 거 신경쓰지 않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의 본령은 무조건 재미라고 믿는 친구입니다. 선배의 의견보다 재미가 더 중요해요. '재미있으면 됐지, 뭐!' 하는 자세로 최선을 다합니다.

둘째, 그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합니다. 일하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재량껏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아야합니다. 그는 촬영본이라는 한정된 자원 위에 동원가능한 모든 자원을 쏟아붓습니다. 자막, CG, 슬로우모션이나 자료화면 등등 모든 편집기법을 동원합니다. 선배가 던져준 촬영테이프만 가지고 방송을 만들려면 고민스럽지만, 촬영본은 소스 중 하나일뿐! 이라는 자세로 일을 하면 작업이 훨씬 더 즐거워집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일은 많아집니다. 그는 엄청난 일벌레에요.)

셋째, 그는 새로운 시도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연출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존 포맷에 안주하는 일입니다. 잘 하는 것만 하려다보면 어느 순간 식상해집니다. 김태호는 항상 새로운 아이템에 도전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외적 경계를 넓혀갑니다. '무한도전'이라는 포맷을 가지고 코미디, 스포츠 쇼, 음악 공연, 코미디 쇼, 시트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합니다. 그 덕분에 예능의 경계가 무한확장되고 있어요. 끝없는 호기심과 겁없는 도전 정신 덕분이지요.

이렇게 일 잘 하는 조연출을 만나면 연출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업무 분담을 하면 됩니다. 나는 기획과 촬영을 할테니 너는 편집을 맡아줘. 태호가 일하는 편집실 의자 뒤에 앉아 거치적거리기 싫었어요. '마음껏 일해봐.' 하고 나갔지요. 그랬더니 하루는 부장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편집은 조연출에게 맡기고 연출은 놀러다니냐? 하시더라고요.

"선배님, 조연출이 저보다 편집을 더 잘 할 때, 후배에게 일을 맡기는 것도 연출의 역량입니다."

김태호가 내 조연출로 일했다고 자랑하면, 'PD님한테 일을 배운 거네요?' 하는 사람이 있어요. 

"제가 가르쳐준 건 하나도 없어요. 제게 왔을 때, 이미 김태호는 예능 PD로 완성형이었답니다. 제가 태호에게 해준 건 아마 자긍심 고취일 거예요. '저 선배보다는 내가 편집을 훨씬 더 잘 하는구나.' 창작자에겐 그런 자신감이 자산이거든요."

김태호에게 바닥을 깔아주어 스타 PD로 발돋움하게 도와준 선배가 바로 접니다. ^^ 그리고 김태호가 PD로 입봉하는 순간, 저는 드라마로 이직했지요. 태호랑 경쟁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

 

첫 책을 낼 때, 김태호 PD가 추천사를 써줬어요.

        

'그는 항상 바빴다. 일하느라, 노느라. 그러나 항상 즐거웠다. 어느덧 40대가 되고 흰머리가 자랐지만, 시간의 속도를 앞질러 살아온 이 소년은 여전히 호기심 가득한 눈과 활기찬 목소리로 또 뭔가를 하자고 한다. 어쩌면 그와 함께 놀면서, 나 역시 신나게 나라는 직업을 만들었던 건지도 모른다.'

이번 영어 공부 책에도 김태호 PD의 추천사를 실었습니다.

'공부조차 즐겁게 만들어버리는 저자를 누가 당해낼 수 있을까. 살면서 영어를 써먹을 일이 얼마나 될까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은 이렇게나 할 수 있는 게 많다고 답한다. 그것도 아주 신나서. 그는 가짜가 판을 치는 세상에 단순하지만 우직하게 달려온 진짜다. 책을 읽다 보면 영어실력만 향상되는 게 아니라, 이러다 정말로 인생이 바뀔 것 같다.'

책 표지 띄지에 실린 '김태호 (MBC <무한도전> PD)'라는 글자를 보며 생각합니다.

'태호야, 니가 내 인생의 은인이로구나.'

못난 선배는 항상 이렇게 후배에게 신세만 지면서 사네요.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무한도전 김태호 PD가 추천했을까?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지금 온라인 서점으로 달려가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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