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을 6개월 한 후 심하게 가난해졌다. 그래서 요즘 나는 평소 부르짖던 '공짜로 즐기는 세상'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며 산다. 즉, 빈대에 짠돌이로 사는데, 즐기는 책도 주로 온라인에서 공짜 독서에 의존하는 중이다. 최근 내 삶의 낙은 배명훈 작가의 단편 연재 블로그를 즐기는 것이다.
이전에 타워, 신의 궤도, 은닉을 즐겨온 나로서는 배명훈 작가의 신작 소개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번 단편선의 제목이 조금 불손하다. ^^ 바로 총통 각하!
첫번째 단편 '바이센테니얼 챈슬러'는 총통 각하의 임기를 살아가는 것이 괴로운 어느 과학자가 동면 기술을 통해 각하 임기 후의 미래로 떠나는 이야기다. 작가가 지난 2007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 바로 다음날 영감을 떠올린 소설이란다. 역시 소설가는 다르다. 우리가 끔찍한 현실에 괴로워할 때, 작가는 그 현실에서 소설적 영감을 얻고, 'MB는 나의 뮤즈'라고 노래한다. 이 분, 비위 참 좋으시다.
시간여행이라는 SF 소재에 있어 미래로 가는 장치로 자주 쓰이는 것이 동면이다. 총통각하를 읽으며 잠시 그런 상상을 해봤다. 1970년대 유신 치하에서 수배중인 어떤 사람이 사형을 피해 냉동고 안에 들어가 스스로 자살을 선택했는데, 기적적으로 40년 후에 동면에서 깨어난다면? 2012년에 깨어나 유신으로 평생 통치할 것 같던 박정희가 이미 죽은 걸 안다면?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선생이 20세기 말에 이미 대통령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감격의 눈물을 흘리다, 곧 독재자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 직선제 하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라는 말에는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어찌보면 SF에서도 상상하지 못할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는 게 한국 아닌가?
'바이센테니얼 챈슬러'에 이은 두번째 단편 '새벽의 습격' 역시 재미있다. 특히 마지막 반전이 압권이다. 마지막 부분은 읽다가 울다 웃다 약간 미친듯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유는 직접 확인하시기 바란다.
보수는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공포로 지배한다.
'경쟁, 무한경쟁이다! 너희들 모두 앞만 보고 달려야해. 뒤로 돌아볼 여유는 없어. 좌우 곁눈질 하지마. 잠시만 뒤처지면 죽음이야. 입조심, 말조심, 몸조심해. 우린 언제나 너의 모든 것을 빼앗을 수 있어.'
이런 협박으로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게 각하와 그 하수인들의 방식이다.
이런 자들에게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 배명훈 작가는 공포스러운 현실을 보고 그것이 사실은 얼마나 우스운 짓이냐며 손가락질하며 배를 잡고 웃는다. 로봇물고기로 사대강을 살리겠다는 말을 듣고, 왜 대통령이 SF를 쓰고, 기자들이 소설을 쓰고, 국회의원이 코미디를 하느냐며 배를 잡고 웃는다. 배작가가 들려주는 메시지는 하나다. 저들이 공포로 지배할 때, 우리는 풍자와 해학으로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고, 아무리 두려워도 세상에서 눈을 떼지 말고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고, 조근조근 들려준다.
나는 배따라기다. 배명훈 따라잡기. 블로그에서 가장 자주 언급하는 작가가 배명훈이다. 좋은 소설은 독자의 인생을 바꾸는 힘이 있는데, 작년에 올린 '배명훈의 타워'에 대한 글을 보면, 타워를 읽고 내 인생이 어디서 삐끗했는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배작가님더러 내 인생 책임지시라고 말하려는건 아니고.^^)
2011/05/04 - [공짜 PD 스쿨] - 배명훈의 '타워'
2012/07/26 - [공짜 PD 스쿨/짠돌이 독서 일기] - 배명훈의 '은닉', 깃발의 의미
피디수첩 작가 6명 전원해고... 이게 유신 시대도 아니고 2012년에 버젓이 일어나는 만행이다. 우리는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 즐겁게 싸워야 한다. 노래하고 춤추고 김재철을 손가락질하며 깔깔거리며 놀려주며 웃음으로 공포에 맞서야 한다. 오늘 저녁 8시, 홍대 롤링홀. 한번 신나게 즐기실 분들을 모신다. 피디수첩 구하기 토그 콘서트, '응답하라 피디수첩'! 절세미남 송호창 의원과 경국지색 공지영 작가를 모시고 신나게 놀아보자.
입구에서 웨이터 김민식을 찾아주시면 달려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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