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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법 '!느낌표'를 연출할 때, 다니엘 헤니와 필리핀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촬영을 위해 마닐라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들어가는 시골 섬마을에 갔다. 도착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다니엘이 사라져 스탭들이 난리가 났다. 필리핀의 시골은 영어도 안 통하고, 갈만한 곳도 없는데 어디 갔지? 1시간 후, 그는 땀에 흠뻑 젖은 차림으로 돌아왔다. 다니엘 헤니는 어디를 가든 새벽에 일어나 2시간씩 달리기를 한단다. "이렇게 난생 처음 온 곳에서 그러다 길 잃으면 어쩌려구?" "길을 따라 직진으로만 계속 달리고, 한 시간이 되면 다시 반대로 돌아오면 됩니다." 그의 대답에 나는 무릎을 쳤다. '그렇구나, 길을 모를때는 한 방향으로만 달리면 되는구나.' 직업상 잘생긴 남자 배우들과 일을 많이 하지만, 그들의 잘난 외모는 별.. 2011. 11. 12.
아이디어 훈련법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드는가? 연출 경력 15년 중, 가장 아이디어를 많이 고민했던 시절은 청춘 시트콤 '뉴논스톱'을 연출하던 2년 반이었다. 1주일에 다섯편씩, 1년에 200편을 만들었다. 시트콤은 30분안에 하나의 사건이 다 완결되는 구조이다. 그것도 2가지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즉 일주일이면 열가지 사건이 필요하다. '뉴논스톱'의 주제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오늘은 누가 누가 무슨 사고로 뒤통수칠런지 너무나 궁금해도~' 나도 너무 궁금했다. 도대체 또 누가 무슨 사고를 쳐야하는지... 아이디어가 고갈될 때 내가 찾는 보물창고가 있다. 바로 영화제 프로그램이다.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 프로그램을 펼쳐보자. 400편에 가까운 장단편 영화의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다. 보통 3~4줄로 간략하게 요약된 줄거.. 2011. 11. 11.
왕따의 소심한 복수 고등학교 시절, 나를 왕따로 만드는데 앞장 선 두 녀석이 있다. 그들은 내 외모를 가지고 기억하기도 싫은 별명을 만들고, 그 별명을 널리 보급한 아이들이다. 지금도 동창회에 가면 아이들은 내 이름을 기억 못한다. 별명으로만 불렸으니까. 그 둘은 반에서 2~3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도 좋았고, 집도 부자였는데 왜 그렇게 나를 놀려댔는지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그 둘은 성격이 별나게 잔인한 면이 있었다 쳐도, 왜 나머지 반 아이들은 모두 동조했을까? 어슐라 르 귄의 '오멜라스를 떠나는 사람들'이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을 읽고 어렴풋이 짐작해 볼 뿐이다. 입시지옥이라는 기형적인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은 따돌림으로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푸는게 아닐까. "야, 재미로 그러는데 왜 그렇게 화를 내냐? 쪼잔하게.. 2011. 11. 10.
예능 연출론 4 2011 MBC 신입 사원 공채를 맞아, 특별 보충 수업 시작~ 예능 PD의 자질과 품성에 대하여 태그매치 종합편... 1. 잘 웃기는 사람 vs. 잘 웃는 사람 '예능 피디는 사람을 잘 웃겨야하나요?' 방송 특강에 갔더니 누군가 던진 질문이다. 사람을 잘 웃기는 예능 피디가 많은건 사실이다. 하지만 반드시 잘 웃기는 사람만이 예능 피디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왜? 우리는 코미디언이 아니라 피디니까. 개그 콘서트 피디의 역할은 하나다. 코미디언들이 짜온 개그를 보고 웃기는지, 안 웃기는지 판단해주는게 그의 일이다. 우리가 웃길 필요는 없다. 예능 피디는 잘 웃기는 사람보다 잘 웃는 사람이어야한다. 송창의 선배나 김영희 피디님은 늘 촬영장이나 회의실에서 자지러질듯이 웃는다. 피디의 웃음 소리가 방송에 나갈.. 2011. 11.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