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 민지와 아내는 가끔 실랑이를 벌입니다. 12살 딸을 아침에 깨우면 아이는 울상을 짓습니다.

숙제다 학원이다 할 게 너무 많아서 불행하대요.

아내가 묻습니다. '그럼 넌 뭐가 하고 싶은데?' '잠!' ^^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으면, 엄마는 불안해서 가서 자꾸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잔소리를 합니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 빠져 있는 아이에게는 부모도 잔소리 못합니다. 대견할 뿐이죠. 아이가 하고 싶은 일이 없으니까, 적성을 찾아준다고 이거도 시키고 저거도 시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아이는 질려서, 재밌어야 할 피아노나 수영이 숙제가 되는 거죠.

 

 

"아빠, 난 커서 뭘해야 할까?" "무엇이든 네가 하고 싶은 걸루~" (얘는 둘째 민서에요.)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생이 되어, 가장 중요한 일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도 모르고, 일단 스펙부터 쌓는 이들이 있습니다. 스펙을 쌓는 이유?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분명하지 않으니, 일단 세상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다 충족시키겠다... 그런 자세죠.

이건 정말, 아니 아니 아니 되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언지 모르는 사람은, 세상 사람들의 눈치를 봅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좋다는 일에 도전합니다. 문제는 다들 그러다 보니, 일부 직업과 일부 직장에 편중됩니다. 경쟁률이 높다 보니 삐까뻔쩍한 스펙을 갖고도 떨어집니다. 그걸 보고, '와, 저 정도 스펙으로도 안되면, 나는 스펙을 더 쌓아야겠구나' 하고 다시 스펙만 죽어라 쌓습니다. 이건 전형적인 악순환이죠.

 

PD 면접을 볼 때, 스펙이 좋다고 사람을 뽑진 않습니다. 스펙이 좋은 사람은, 창의성은 제로인 모범생입니다. 그냥 세상의 기준에 자신을 맞춘 사람입니다. 그보다는 세상 눈치 안보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한 사람을 뽑습니다. 자기 멋대로 사는 사람이 훨씬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입니다.

 

20대,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입니다. 여행도 해보고 연애도 해보고 책도 읽고, 다양한 삶을 경험하면서 나의 길을 찾아보세요. 청춘은 즐거운 시간입니다. 마음껏 즐기세요.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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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디어코난 2012.03.28 08:4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 코난은 지금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2년제에 어렵게 나왔고... 20대 청춘을 아무 의미 없이 보내서.. 그런데 "미디어몽구" 님을 만났고, 진정으로 꿈을 이루려고 하는데.. 아직 홈페이지 구조가 "블로그" 다 보니 연예문화엔 자리 잡는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이제 때를 쓴다고 다는 아니라고 뒤늦게 판단해서 조금씩 콘텐츠 공부를 하려고 배우고 있는데. 혼자라 충고 해줄 사람도 없어요..ㅠㅠ 피디님이 많이 도와주세요...^^

    • 김민식pd 2012.03.30 07:0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매일 매일 열심히 현장에 촬영다니는 모습,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스스로 몸으로 부대끼며 배우는 것, 그것 이상 가는 공부는 없으니까요~ 코난 피디, 화이팅!

  2. Ascending 2012.03.28 0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제가 하고있는 생각이 틀리지않았음을 알게되어 정말 기쁩니다!!!
    지금 대학2학년인데요 제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더욱더 고민해봐야겠네요.
    저의 행복을 위해서!!!!
    매번 글 잘읽고갑니다.
    꼭 MBC에서 선후배로 만날 그 날을 기약하며!!!^^ 오늘도 화이팅~!!!

  3. 스펙이 뭔지 2012.03.28 09: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는 분 중에 SKY 중 하나를 나와서 말은 안하는데 백수인 남성분이 있어요. 그분이 자녀를 잡는데 정말 안타깝더라구요. 그분 생각엔 좋은 학교 좋은 과 출신인 자신도 루저이니 자녀는 그 이상이길 바라는 거죠. 부모 기대치에 부응할 만한 그릇인 아이면 다행인데 참 힘들어 보이더라구요. 요즘 그 아이가 웃는 모습을 보게 되어서 좋아요. 뭐가 될지 잘 모르지만 아빠처럼 되지 않는 게 목표는 된 거 같더라구요.ㅎㅎ

    • 김민식pd 2012.03.30 07: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자식이 원하는 것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착각하는 부모, 제일 큰 비극이죠. 아이에게... 내가 과거에 불행한 자식이었기에, 내 아이에게 같은 일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4. 2012.03.29 08:1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 김민식pd 2012.03.30 07:0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네, 감사합니다. 해임안에 별로 기대 하지도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희는 우리 자신만 믿고 갑니다. 스스로의 분노와 스스로의 수치를 살아내며 싸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