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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헝거 게임, 리얼리티보다 더 무서운 판타지

by 김민식pd 2012. 4. 9.

어제는 일요일이라' 아침에 혼자 조조 영화를 봤습니다. '헝거 게임' 

재밌었어요. 그런데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게 왜 판타지냐? 잔혹 리얼리티 쇼지.

 

영화의 무대는 가상의 세계입니다.

전쟁에 패한 반역자들은 패전의 보상으로 승전국에 매년 공물을 바칩니다.

산 제물로 소년 소녀를 바치고 승전국은 그들의 서바이벌 게임을 오디션 쇼처럼 중계하죠.

(영화에서는 소년 소녀들을 부르는 명칭인 tribute를 참가자로 번역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오역입니다.

트리뷰트 공연은 헌정 공연이죠. 누군가에게 바치는 것입니다. 공물로 직역되는데, 왜 굳이 참가자라고 했을까요? 공물의 어감이 불편해서 참가자로 순화하려고 했다면, 원작이 지닌 사회고발적 성격을 단순한 게임쇼로 바꿔버린 겁니다. 이런 식의 마사지, 싫어요.)

 

전쟁의 참상을 잊지 않으려고 매년 서바이벌 게임을 벌입니다.

24명의 소년 소녀가 참가해서 단 한 명의 생존자가 살아남을 때까지 살육을 벌입니다.

미국판 '배틀 로얄'이라는 평을 듣는 영화인데요, 미국에서는 '반지의 제왕'을 압도하는 흥행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 아닌데도 흥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1%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에 99%의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부모 세대의 패전을 자식들의 피로 갚는 것... 이건 마치 우리 시대 자본주의의 참상을 고발한 다큐 같아요. 20대들이 목숨을 건 생존 게임에 뛰어들고 있지만, 굳이 그 게임을 하지 않고도 여유롭게 게임을 구경하는 20대도 있어요. 부모 세대가 승자 독식 게임에서 이긴 기득권자들이죠.

 

영화에서는 수십명의 소년 소녀가 목숨을 걸고 싸웁니다. 게임의 교훈은, 절망이 아니라 희망을 주기 위해서랍니다. 살아 남는 한 명은 엄청난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 여러분이라면 부와 명예를 위해 남은 참가자를 죽여야하는 게임에 들어가시겠습니까? 수십명의 불행을 통해서만 단 한 명이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라면, 그 사회가 온전한 문명 사회일까요?

 

안타깝지만,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 모든 사람이 헝거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살기 위해 경쟁자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

 

나는 성장보다 분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쟁을 통해 남을 딛고 올라서는 세상에 희망은 없어요.

언젠가 경쟁에서 뒤처지면 추락한다는 공포만이 지배할 뿐이죠.

복지를 강화해서 더 많은 이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리는 세상,  제가 꿈꾸는 이상향입니다.

 

지옥같은 서바이벌 게임이 펼쳐지는 2012년의 대한민국,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혁명이 필요할까요?

투표만으로도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세상이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고 느끼신다면, 투표해주십시오.

 

투표하지 않는 사람은, 불평할 자격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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