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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

내게 '진보'의 의미는 무엇인가

by 김민식pd 2012. 3. 12.
주말 동안 '진보 2012'라는 1박2일 릴레이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김진숙, 한홍구, 서해성, 임승수, 하종강, 김민웅, 명진 스님, 이렇게 일곱 분의 큰 스승을 만났지요. 대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에 40대 중반의 제가 끼어앉아 강의를 받아적다 어느 순간 죄책감이 들었어요. '청춘들의 기회를 내가 뺏고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둘러보니 200명을 수용하는 강의실에 학생들은 총 30명 안팎이었어요.

평소 내가 대학교에 현역 드라마/예능 피디로서 취업 특강을 가면, 보통 10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와 방과후 늦은 저녁까지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래서 전 어제 강연에도 많은 학생이 올 줄 알았는데... 왜 그 좋은 배움의 자리에 정작 청춘들은 오지 않았을까? 


(많은 학생들이 올 줄 알고, MBC 파업 홍보 부스까지 차렸건만,
생각보다 참가자가 적어서 실망했다는...ㅠㅠ) 

안타까운 마음에 주위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진보'라는 두 글자가 웬지 정치색이 강해서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그랬구나. 내게는 평소 즐겨읽는 책의 저자들을 만나는 작가와의 만남이었는데...

여러분에게 '진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크레인에 매달려 300일 넘게 고공농성을 한 김진숙 님은  과격한 노동 운동가, 파업 현장을 찾아다니며 연대사를 해주시는 하종강 님은 파업 선동가, MB 정권에 대한 쓴소리를 하다 절에서 쫓겨난 명진 스님은 반정부 인사... 혹시 그런가요?

제게 이 분들의 의미는 단순합니다. 내가 힘들 때, 나를 찾아온 사람들입니다. MBC 파업 43일차입니다. 공정방송 복원을 외치며 일어났지만, 무노동 무임금에, 해고 남발에, 무더기 징계에, 30억 손해배상에, 온갖 탄압 다 들어오구요. 조중동과 정권은 모르쇠로 일관합니다. 그런 우리의 외로운 싸움에 찾아와 우리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힘내라고 말씀해주신 분들이 김진숙, 하종강, 명진 스님입니다.

김제동 님이 이런 얘기를 하더군요. 수해지역에 가서 수해복구 자원봉사를 했더니 '종북 좌파다!'라고 손가락질하더라고. 한진 중공업 정리해고에 반대하여 희망버스를 탄 사람들을 보고 '빨갱이다!'라고 욕합니다. 강정 마을을 지키는 주민을 도우러 가면 '종북 빨갱이다!'라고 비난합니다. 아픈 사람이 있어, 그 아픈 사람을 도우러 가는 것이 빨갱이라면, 최고의 빨갱이는 국제 적십자사입니다. 심지어 그들은 빨간 심볼을 쓰는군요! Red Cross!

MBC 파업, 우리의 싸움을 도와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기억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세상의 아픔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언론 노동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번주 금요일, '방송3사 낙하산 사장 동반 퇴임 축하 쑈쑈쑈!'가 열립니다.
빨갱이들 모인 곳이라고 물대포 쏘지 않구요, 명박 산성으로 막아 심문 같은거 없습니다. 그냥 즐거운 축제의 장입니다. 이승환, 이은미, YB, DJ DOC, 이적, 드렁큰 타이거, 김제동, 나꼼수 등, 우리 시대 최고의 딴따라들이 모입니다. 여러분, 우리와 함께 즐겨주실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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