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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돌이 독서 일기939

오래 살고 싶어졌다 저는 작가님을 편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번 좋아하기 시작한 저자는, 그의 책을 전부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제가 편애하는 저자 중에 편성준 작가님이 있어요. MBC애드컴, TBWA/Korea 등의 광고회사에서 20년 넘게 카피라이터로 근무한 분인데요. 광고 카피보다 ‘재미있는 글’을 쓰고 싶어 퇴사하셨고요. 〈부부가 둘 다 놀고 있습니다〉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 등의 책을 출간하며 전업 작가가 되었어요.  저는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어 퇴사한 사람입니다. MBC에 사표를 쓸 때, 제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어요. 10년 가까이 기록해 온 읽고 싶은 책 목록입니다. 지금도 여기에 수백 권의 책이 있고요. 시간이 날 때마다 한 권씩 찾아 읽어요. 읽고 싶은 책만 있어도 설레는 마음으로 .. 2024. 6. 14.
사춘기 마음을 통역해 드립니다 작년 말에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갔습니다. 기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 찾아간 곳에서 저는 강연 인생 최대 고비를 맞이했어요. 그날 강의를 마치고, “질문 있으신 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고 했더니, “없어요. 그냥 가세요.”라는 말이 들려왔어요. 순간 엄청 당황했어요. 애써 웃으며 농담을 걸었어요. “아유, 그러지 말고 편하게 물어봐요. 여러분이 집에 있는 꼰대한테 못 할 이야기도 여기 앞에 서 있는 꼰대한테는 편하게 해도 되니까.” 그랬더니 다른 남학생이 큰 소리로 “굿 바이!”하고 외치더군요. 갑자기 뺨을 한 대 맞은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아, 더 시간 지체하지 말고 얼른 집에 가라는 소리구나’, 제게 주어진 시간을 다 채우지도 못하고 그냥 황급히 도망치듯 나왔어요. .. 2024. 6. 3.
휴가 + 재앙 = 모험 과학 기술 문화 잡지 《와이어드》(Wired)를 창간하고 IT계의 혁신가로 이름을 날리며 《뉴욕타임스》로부터 ‘위대한 사상가’로 선정되기도 한 미래학자 케빈 켈리가 일과 삶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들을 간결하게 정리해 엮은 책이 있어요. 제목은 . 68번째 생일날, 케빈 켈리는 그의 자녀들을 위해 그간 살아오며 깨달은,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삶의 지혜에 관해 블로그에 썼는데요. 그 글이 화제가 되면서 결국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습니다. 실용적이면서도 낙관적인 관점이 돋보이는 450가지 조언들은 일과 생활, 가족과 인간관계, 부와 성공, 꿈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여행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특히 좋았어요. ‘물건을 손에 넣는다고 해서 깊은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경험을 .. 2024. 5. 31.
50너머에도 찬란한 태양이! 철없던 어린 시절에는 나이를 먹는 게 참 싫었습니다. 어른이 되는 게 두려웠습니다. 1980년대 제 주위에는 재미나게 사는 어른이 별로 없었어요. 아, 나이 들어가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면서 그냥저냥 살아야하나보다 싶었어요. 그런 제가 요즘 나이 쉰다섯에 인생이 이렇게 재미날 줄 몰랐어요. 책을 읽다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공감한 구절이 있어요. ‘과거에 선배나 어르신들이 “너도 늙어 봐라”라는 말을 하셨다. 그 말이 “나이 들고 늙는 것이 얼마나 아프고 서러운지, 고독하고 억울하고 불안하고 막막한지 너희도 겪어 봐라”라는 저주의 말로 들렸다. 그러나 요즘 내가 듣는 선배들이나 어르신들의 “너도 늙어 봐라”라는 말은 그 의미가 다르다. 나이 들어 보니 생각보다 근사하다, 즐겁다, 뜻밖에 재미있다, .. 2024. 5.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