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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좌절의 기술이 필요한 순간 2003년 10월 31일 베서니 해밀턴은 서핑을 나갔어요. 잔잔한 바다에서 파도를 기다리며, 오른손으로 보드를 잡고 왼팔은 물속에서 흔들거리고 있었어요. 그때 회색 물체가 불쑥 나타납니다. 상어가 소녀의 왼팔을 팔꿈치 아래까지 물어뜯어요. 부상이 너무 심각한 탓에 오히려 통증을 느끼지도 않고 해밀턴은 침착하게 남은 한 팔로 물을 저어 해변으로 돌아갑니다. 동료 서퍼들의 도움을 받아 병원으로 실려 가지만, 병원 도착 당시 혈액의 60퍼센트 정도 잃어 치사량에 가까운 지경이었답니다. 어려서 서핑을 시작한 베서니는 열세 살 무렵에 이미 각종 서핑 대회에 나가 열 개도 넘는 트로피를 받았어요. 프로 서핑 선수가 되는 게 소녀의 꿈이었습니다. 병원에서 회복하면서 베서니는 고민을 합니다. ‘이제 꿈을 축구선수로 바.. 2020. 5. 13.
꿈은 이루어진다 (오늘자 한겨레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나는 여행광이다. 대학 졸업반이던 1992년에 처음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후, 30년 가까이 매년 해외여행을 다녔다. 인도 네팔 배낭여행, 탄자니아 세렝게티 사파리, 남미 파타고니아 트레킹까지, 해마다 연차를 소진하며 여행을 다니는 게 삶의 낙이다. 여권을 갱신하러 구청에 갔더니 접수처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신원조회에서 걸리는데요?” 영문을 몰라 경찰서에 문의해보니, 대법원 재판에 계류된 상태라 여권 발급이 불가하다고 했다.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때, 노조부위원장으로 일하던 나를 검찰은 업무방해죄로 기소했다. 재판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검사님은 제가 불법 폭력 파업을 선동하는 종북좌파라고 주장하지만, 저는 자유민주주의자입니다. 언론사 직원인 내.. 2020. 5. 12.
작가의 일은 기다림의 연속 가끔 책을 읽다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음? 이건 내가 쓴 건가?' 그만큼 저와 싱크로율이 높은 사람을 만났을 때죠. (조영주 / KONG)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어렸을 때를 떠올리자면 지금의 나는 의아하다 못해 희한하다. 중학교 시절까지 나는 친구 사귀는 법을 알지 못하는 전교 왕따였으니까. 중학교 시절 왕따를 당한 사연은 첫 번째 에세이 에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이런 중학교 시절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책 덕분이었다. 수없이 많은 책, 심지어는 교과서를 보면서도 나는 몰입했다. 이런 과몰입은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60쪽) 저 역시 책이 아니었다면 힘든 시절 어떻게 보냈을까 싶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괴로워나 즐거우나 늘 책과 함께 삽니다. 이 책을 .. 2020. 5. 11.
어쩌면 한번뿐일 북토크 다들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글로 쓰는 것보다 말로 하는 게 더 편합니다. 그래서 책을 쓰는 것도 좋지만, 책을 낸 후 저자 강연을 할 때 더 즐겁습니다. 책에서 차마 못한 이야기까지 수다 떨듯 훌훌 털어내는 과정이 제게는 온전한 마무리거든요. 를 내고 준비한 강연이 코로나19로 취소되었을 때 많이 서운했습니다. 이번 책의 경우, 저의 가장 힘들었던 시절을 글로 풀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책으로 하지 못한 남겨진 뒷 이야기가 많습니다. 독자들을 만나 이런 저런 뒷담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북바이북 광화문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자 토크를 하자고요. 평소보다 인원을 줄이고, 여러가지 준비를 거쳐 갖게 된 조심스러운 자리인데요. 이번 강연을 위해, 강연 자료를 새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번도 하.. 2020. 5.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