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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연애란 삶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다

by 김민식pd 2012. 7. 5.

공짜 연애 스쿨을 열고, 연애하라고 노래를 하는 이유? 내 인생에 가장 남는 장사가 연애였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나는 완전 시골 촌놈이었다. 문화생활이라야 영화가 다였다. 어느날 연극 동아리에 다니는 여자 친구를 사귄 후, 연극의 매력에 눈을 떴다. 나중에 차였지만, 연극을 좋아하는 취향은 내 것으로 남았다. 요즘은 좋은 연극이 있다고 하면 혼자서도 보러간다. 그 덕에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운도 누린다. 무엇보다 내 삶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은 연애 덕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일이다. 내가 싫어하던 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시도해 본다. 나는 담배를 죽어라 싫어한다. 어느날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담배 골초였다. 여친은 좋은데, 입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 싫었다.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내가 담배를 피우는 길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배웠다. 콜록 콜록, 정말 괴로웠다. 

 

내가 담배를 배우기보다 그녀가 끊게 하면 되지 않냐고? 그런 건 잘생긴 남자들이나 감히 하는 시도다. 누군가 사귀어주면 황송할 따름이다. 일단 상대방에 나를 맞춘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담배맛이 일품인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으니까. 새로운 여자 친구를 계기로 담배도 새로 시도해본 거다. 물론 지금은 안다. 담배는 나랑 맞지 않다. 결국 그 여친이랑도 헤어졌으니까.

 

휴학하고 고향에 내려가서 방위병 근무할 때 연상의 여자를 사귄 적도 있다. 연상인줄 모르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2살 많았다. 한참 사귀던 어느날, 여자친구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왠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아, 군대 간 남동생이 휴가라 집에 와있다고 그랬지. 목소리를 다듬었다. "아, 여보세요." 그런데 갑자기 저 쪽에서... "어? 니 민식이 아이가? 짜슥, 오랜만이다. 니 내 휴가 나온거 어예 알았노?"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이건 뭐지? "응?" "그것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우리집 이사해서 번호 바뀌었는데 용케 잘 찾았네?" 

 

알고보니 고등학교 반 친구의 누나였다... 2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이 나의 문학적 조숙함을 보여준다고 자부했는데, 갑자기 친구 누나라는 걸 알고나니 나의 문화적 포용성에 위기가 닥쳤다... 가끔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우연을 너무 남발하는 거 아냐?' 하면 속으로 그런다. '인생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거든?'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 연상이든, 연하든, 운동권이든, 날라리든, 술꾼이든, 춤꾼이든, 일단 마음에 들면 사귀고 본다. 나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는 건 그만큼 새로 배우는 게 많다는 뜻이니까.   

 

연애에서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만 찾는 사람이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인 줄 알고 만나다가 사소한 차이에 좌절하고 연애를 접는다. 이건 하수의 자세다. 연애의 고수는 서로의 차이에서 배울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한다. 그런 자세면 서로의 다름으로 상처받을 일이 없다. 무엇보다 고수는 실연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차이는 결국 연애 빈도에서 엄청난 격차로 벌어진다. 

 

아내를 한참 쫓아다닐 때 아내가 대학교 때 TV 방송반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에 '혹시 내가 방송사에 들어가 피디가 되면 멋있어 보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안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형적인 착각인 것을. 하지만 그 착각이 MBC에 지원한 이유 중 하나다.  

 

예전 모든 여자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 덕에 담배의 쓴 맛, 연극의 재미, 배신의 쓴 맛, 사랑의 단 맛까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던 건 사랑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특히 나를 버리고 더 잘생긴 남자를 찾아간 0숙이와 0혜. 덕분에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되었다. 내가 연애의 달인이 된 것은 다 나를 찬 여자친구들 덕분이다. (이거 절대 뒤끝 아니다. 진짜 땡큐다!) ^^

 

 

 

나같이 생긴 남자도 장가 가서 이쁜 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여러분은 남자 얼굴 보고 차는 우는 범하지 마시라. ^^  

남자의 인물을 따지는 건 자신의 미모에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이거 절대로 뒤끝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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