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연애 스쿨을 열고, 연애하라고 노래를 하는 이유? 내 인생에 가장 남는 장사가 연애였기 때문이다.

 

대학교 때 나는 완전 시골 촌놈이었다. 문화생활이라야 영화가 다였다. 어느날 연극 동아리에 다니는 여자 친구를 사귄 후, 연극의 매력에 눈을 떴다. 나중에 차였지만, 연극을 좋아하는 취향은 내 것으로 남았다. 요즘은 좋은 연극이 있다고 하면 혼자서도 보러간다. 그 덕에 좋은 배우를 캐스팅하는 행운도 누린다. 무엇보다 내 삶의 즐거움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은 연애 덕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만나는 일이다. 내가 싫어하던 것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기꺼이 시도해 본다. 나는 담배를 죽어라 싫어한다. 어느날 새로운 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담배 골초였다. 여친은 좋은데, 입에서 나는 담배 냄새는 싫었다.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내가 담배를 피우는 길이라 생각해서 열심히 배웠다. 콜록 콜록, 정말 괴로웠다. 

 

내가 담배를 배우기보다 그녀가 끊게 하면 되지 않냐고? 그런 건 잘생긴 남자들이나 감히 하는 시도다. 누군가 사귀어주면 황송할 따름이다. 일단 상대방에 나를 맞춘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담배맛이 일품인데, 내가 몰랐을 수도 있으니까. 새로운 여자 친구를 계기로 담배도 새로 시도해본 거다. 물론 지금은 안다. 담배는 나랑 맞지 않다. 결국 그 여친이랑도 헤어졌으니까.

 

휴학하고 고향에 내려가서 방위병 근무할 때 연상의 여자를 사귄 적도 있다. 연상인줄 모르고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2살 많았다. 한참 사귀던 어느날, 여자친구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왠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아, 군대 간 남동생이 휴가라 집에 와있다고 그랬지. 목소리를 다듬었다. "아, 여보세요." 그런데 갑자기 저 쪽에서... "어? 니 민식이 아이가? 짜슥, 오랜만이다. 니 내 휴가 나온거 어예 알았노?"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 이건 뭐지? "응?" "그것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우리집 이사해서 번호 바뀌었는데 용케 잘 찾았네?" 

 

알고보니 고등학교 반 친구의 누나였다... 2살 연상의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이 나의 문학적 조숙함을 보여준다고 자부했는데, 갑자기 친구 누나라는 걸 알고나니 나의 문화적 포용성에 위기가 닥쳤다... 가끔 사람들이 드라마를 보며 '우연을 너무 남발하는 거 아냐?' 하면 속으로 그런다. '인생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거든?'

 

연애 상대를 고를 때, 조건은 따지지 않는다. 연상이든, 연하든, 운동권이든, 날라리든, 술꾼이든, 춤꾼이든, 일단 마음에 들면 사귀고 본다. 나와 살아온 환경이 다르다는 건 그만큼 새로 배우는 게 많다는 뜻이니까.   

 

연애에서 자신과 취향이 비슷한 사람만 찾는 사람이 있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인 줄 알고 만나다가 사소한 차이에 좌절하고 연애를 접는다. 이건 하수의 자세다. 연애의 고수는 서로의 차이에서 배울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한다. 그런 자세면 서로의 다름으로 상처받을 일이 없다. 무엇보다 고수는 실연도 좋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차이는 결국 연애 빈도에서 엄청난 격차로 벌어진다. 

 

아내를 한참 쫓아다닐 때 아내가 대학교 때 TV 방송반 활동을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얘기에 '혹시 내가 방송사에 들어가 피디가 되면 멋있어 보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안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전형적인 착각인 것을. 하지만 그 착각이 MBC에 지원한 이유 중 하나다.  

 

예전 모든 여자친구들에게 감사한다. 그들 덕에 담배의 쓴 맛, 연극의 재미, 배신의 쓴 맛, 사랑의 단 맛까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내가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수 있었던 건 사랑 덕분이다.

 

이 자리를 빌어 다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특히 나를 버리고 더 잘생긴 남자를 찾아간 0숙이와 0혜. 덕분에 여자의 마음을 사로 잡는 법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게 되었다. 내가 연애의 달인이 된 것은 다 나를 찬 여자친구들 덕분이다. (이거 절대 뒤끝 아니다. 진짜 땡큐다!) ^^

 

 

 

나같이 생긴 남자도 장가 가서 이쁜 딸을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제발 여러분은 남자 얼굴 보고 차는 우는 범하지 마시라. ^^  

남자의 인물을 따지는 건 자신의 미모에 그만큼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누누히 강조하지만, 이거 절대로 뒤끝 아니다...)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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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iret 2012.07.05 08: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분히 뒷끝성(?) 문장으로 보이는데요?!
    피식 웃고 갑니다! 오늘도 힘차게!

  2. 미화 2012.07.05 08: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내내 뒤끝이신대요 ㅎㅎㅎ 이제 연애는 남의 일 같아요. 해본지도 너무 오래됐고 결혼도 남의 일 같고...쩝. 제 연애세포는 다 죽었나봐요요요^^;;

  3. 아르까지나 2012.07.05 09:1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출근 길 이 시간을 기다려요
    감사합니다~ 오늘도 '할 수있다' 제 자신이 소중하고 희망이 생기네요 >_< !!
    민식피디님도 함께 아자아자~ !!

  4. 김민지 2012.07.05 09:3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워낙에 인터넷글, 공짜로 즐길줄만 알지
    리플같은건 잘 달지 않는 눈팅족입니다.
    아마도 블로그에 남기는 첫 리플인것 같습니다.

    그냥, 조용히나마,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거, 알려드리고 싶어서요.
    블로그엔 별로 내색 안하시지만 요즘 힘드실 PD님, 화이팅임니다~!!

    • 김민식pd 2012.07.05 13: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색을 안하는게 아니라, 워낙 고통에는 둔감한 편이라... ^^ 감사합니다. 어렵게 리플까지 남겨주셔서. 네, 여러분 생각하며 버팁니다. ^^

  5. 김하연 2012.07.05 09: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접속하는 이 블로그를 보며, 글의 내용보다 하루도 빠지지 않는 성실한 업데이트에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게다가 오늘은 유머까지 있네요. 저는 연애할 때, 비슷한 점 반, 다른 점 반 이 가장 좋았습니다. 습관이나 취향은 새로 접해도 좋지만, 가치관과 세계관은 같아야 하더라구요. ^^ 아무리 새로운 지평을 연다해도 mbc파업과 "명자를 아낀걸 모를쏘냐" 씨에 대해서 모르는 분과, 그런이야기를 하는것을 유난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에겐 마음이 안가더라구요.

  6. 하하하 2012.07.05 09: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연애스쿨 넘 좋아요! 매일 연재해주셔서 감사해요^^

    음 근데 제고민은 지금 한 사람을 오래 만나고 있는데.... 주위에선 최대한 여러사람을 만나보라고 하더라구요. 한사람과 오래하는 연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ㅎㅎ 궁금합니다아~ ^^*

    • 김민식pd 2012.07.05 13:1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한 사람과 오래 가는 연애도 복이지요. 그만큼 좋은 사람 만났다는 뜻이고, 또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자랑인거죠? ^^

  7. Lily K 2012.07.05 09: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따님 정말 이쁘네요 ㅎㅎㅎ 글 항상 잘 보고 있습니다 ㅎㅎ 간땡이1 화이팅!

    • 김민식pd 2012.07.05 13: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간땡이가 너무 부어서 문제에요. ^^ 요즘은 집에서 가끔 마님에게도 대들다 깜짝 깜짝 놀라요. 이렇게 불손한 삼돌이가 아니었는데!

  8. mrdragonfly1234 2012.07.05 10:5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리플 다시는 님들께 말씀드립니다.

    가끔 여기저기 티스토리 블로그를 다니다 보면 리플리 한군데만 몰리는 현상을 봅니다. 아마도 메인페이지에 소개된 블로그, 메인 페이지에 리플 최다 포스트에 몰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누가 어디에 자기 취향에 맞는 글을 쓰는지 전혀 모르게 되어있는 메인페이지 새글 알리미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김피디님의 블로그가 언젠가 메인페이지에 소개된 그날, 그시간에 다행히 저도 메인 페이지를 우연히 들른 까닭에 이 좋은 블로그를 알게되었지만, 그런 행운이 없는분들 (주로 처음 시작하는 블로거 분들) 은 어떻게 김피디님의 블로그가 소개될수 있는지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제발 "내가 평소 리플을 잘 안다는 사람인데 여기다가 한번 달아봅니다" 이렇게 말씀/생각하시는 마음을 바꾸어보면 어떨까 합니다. 리플을 많이 달아주어야 글을 쓰 사람도 누군가 내글을 읽고 가는구나 알것 아니겠습니까, 리플에 인색해서야 되겠습니까?
    티스토리 문화가 처음으로 글을 쓰는 보잘것 없는 포스팅에도 리플을 달아주는 친절한 고참 블로거 님들을 장려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김민식pd 2012.07.05 13: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저도 어느날에는 사람이 많이 오길래 왜 그러나 궁금했는데 메인에 올라가서 그런 거군요. 네, 댓글 달아주기도 중요하지만, 댓글이 없어도 묵묵히 버티는 자세도 중요합니다. 저 역시 초기 글에는 댓글이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래도 1년을 버텼답니다. 남 마음 바꾸기 보다 내 마음 먹기가 훨씬 쉽더라구요. ^^

  9. 나비오 2012.07.05 11:0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0숙이와 0혜

    대박입니다. 뒷끝 작렬 ㅋㅋㅋㅋ

  10. mrdragonfly1234 2012.07.05 11:2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주 멋진 철학입니다 !!

    맞아본 사람이 때린다고 터지면서 배우는 싸움이 진짜 싸움입니다. UFC에도 타고난 신체조건은 좋은데 맞아본 경험이 없어서 스스로 위축되어 뒤로 빼다가 결국 잘때리는 사람한테 크게 얻어맞고 공포감에 은퇴한 사람이 최근에 있었지요. 브록 레즈너..

    뭣도 없어도 덤벼드는 자세가 있으면 터지는 가운데에 감이 잡히지요.

    • 김민식pd 2012.07.05 13: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우, 멋진 비유군요. 이종격투기에도 역시 맞아본 아이가 낫군요. 소설 헝거 게임을 보면 비슷한 얘기가 나오죠. 굶어본 사람이 헝거 게임에 더 유리하다고. 음...

  11. 2012.07.05 12:0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12. 참나무볼펜 2012.07.06 12: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피디님 글 너무 재미있어요!! 신나게 웃고 갑니다ㅎㅎㅎㅎ

  13. mrdragonfly1234 2012.07.06 23: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역시 사실은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같이 우연이 생기는 군요... (미국 남북전쟁에도 그런일이 하나 있습니다.)

    저도 군대 가기전, 이미 군대 갔다와서 복학한 사람이라고 뻥치고 돌아다니면서 연상의 여인을 사귄적이 좀 있었습니다. (한사람은 상당히 미인이었는데) 그런데 잘 되다가 제가 진짜로 군대를 가는 바람에 자연스레 헤어졌습니다.(이분한테는 연락도 없이 제가 그냥 사라져 버린 셈이구요..) 또 한사람 연상의 여인이 있었는데, 제가 곧 군대에 가야한다고 이실직고를 하니 바로 떠나더군요.

  14. sonicpang 2012.07.13 22:5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서 정말 배운게 많았어요. 지금껏 살면서 연애경험이 없어갖고 안그래도 애인 만들어 볼 생각만 했지 방법을 실천을 안했거든요 군대 제대한지 5개월이 다되가는데 이런 제가 참 한심하네요
    연애, 그 방법을 몰라서 답답해 했는데 여기서 글보고 이대로 청춘을 썩히긴 싫다는 생각이 더욱 굳혀지더군요
    들이대라 상처받지마라 올인해라
    3가지 꼭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