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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즐기는 세상/공짜 연애 스쿨

드라마 '내조의 여왕'으로 살펴본 결혼의 비밀

by 김민식pd 2012. 6. 22.

결혼하자고 한참을 쫓아다닌 끝에 드디어 아내가 청혼을 받아들였다. 감격한 내가 물었다. "나랑 결혼해주는 이유가 뭐야?" 아내의 대답. "오빠는 책 읽는 걸 좋아하니까. 감옥에 갇혀도 책 한 권만 있으면 행복할 사람이니까. 이런 사람이라면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믿고 의지할 만 하겠다 싶어서."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다. 나와 결혼하는 최고의 이유가 아닌가! 

 

그렇게 결혼하고 10년이 흐른 어느 날... 집사람이 그랬다. "있잖아, 내가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집안꼴 엉망이고, 애들 꼴도 엉망인데 당신은 앉아서 책을 보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잖아? 그럼 속에서 천불이 일어나."

 

그 순간 깨달았다. 연애할 때 장점은 결혼하면 단점이 되는구나.

 

그 즈음 차기작을 고르던 내 눈에 띈 드라마 대본이 '내조의 여왕'이었다. 대본을 보자 탁 무릎을 쳤다. '이건 부부관계에 대한 탁월한 해석이 아닌가?' 극중 천지애 (김남주 역)는 고교 시절 날라리였다. 그래서 공부 잘하는 온달수 (오지호 역)에게 꽂혀서 결혼한다. 연애 시절에는 모범생에 바른 생활 사나이인 온달수가 그렇게 좋았는데, 막상 결혼하니 직장에서 늘 상사에게 입바른 소리하다 미움받고 융통성이 없어 잘리기 일쑤였다. 연애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이 결혼하고 보니 가장 나쁜 점이더라는 이 불편한 진실! '그래 이 못난 남편을 내가 내조의 여왕이 되어 성공시키겠어.' 결심한다. 그게 드라마 '내조의 여왕'이다.

 

대본을 보고 연출을 지원했고, 그래서 나는 '내조의 여왕'의 공동 연출을 맡게 되었다.

 

극단적인 비유라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결혼 생활이 그렇다. 남자친구가 사교성이 좋은 게 장점이라는 이는 사교성 좋은 남편이 밤마다 술친구들 데려오는 걸 감수해야 한다. 직장에서 성실하게 일하는 여자 후배가 예뻐보여 사랑에 빠진 남자라면, 결혼한 아내가 직장에 충실하느라 자신에게 좀 소홀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결혼 생활이다.

 

연애는 엔조이지만 결혼은 생활이다. 연애는 하다 재미없으면 헤어지면 그만이지만, 결혼은 그렇지 않다. 그 사람의 최대 장점이 최대 약점이 된다 해도, 그래도 나는 결혼을 권한다. 왜? 결혼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상처받기 두려워서 연애만 하고 결혼을 미루는 건, 정식 시합에서 실수하면 공식 기록이 저조해질까봐 연습시합에만 나가는 프로 야구 선수와 같다. 연애를 잘 해야 결혼도 잘 한다. 실패의 책임과 부담 없이는 배우는 스포츠가 없듯이 결혼의 책임에서 배우는 것도 크다. 나는 아내와의 결혼 생활 덕에 '내조의 여왕'이라는 좋은 드라마도 만날 수 있었다.

 

연애, 누구나 할 수 있다. 결혼은 어른의 몫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 어른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하는 것이다.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 그것이 최고의 행복이다.

 

 

 

 

내조의 여왕 촬영장에서~ 아, 다시 현장 복귀해서 드라마 연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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