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간의 연애 비법 총정리 편이다.)

 

나는 연애의 달인이다.

 

어떻게 저렇게 생긴 사람이 감히 연애의 달인이라고 말하는 거지?’ 이렇게 생겼으니까 달인이다. 잘 생긴 사람이 연애 잘 한다고 달인이라 부르진 않는다. 그건 재벌 2세가 돈 잘 버는 법에 대해 책을 쓰는 것과 똑같다. 잘 생긴 사람이 연애하는 데 비법이 왜 필요한가? 그냥 타고 나는 거지. 나처럼 생긴 사람이 연애의 달인이라면, 비법이 있다는 거다. 연애 잘하는 비법, 알려드리겠다.

 

나의 매직 넘버는 20이다.

 

대학 입학하고 청춘사업에 뛰어들었다. 소개팅, 미팅, 과팅, 심지어 헌팅까지 뛰었다. 그런데 20번 연속으로 실패했다. 어떻게 20번 차인 걸 아느냐고?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7번 연속으로 소개팅에 실패했다는 걸. ‘과연 몇 번째에 성공할까?’ 궁금해졌다. 숫자는 계속 더해지다 20에서 멈췄다. 21번째 미팅에서 성공한 거냐고? 아니다. 스무 번 차이고, 연애 포기하고 군대 갔다.

 

나의 새로운 매직 넘버는 200이다.

 

방위병으로 근무했는데 보직이 야간 교환병이었다. 밤새 전화 교환기 옆에서 대기하고 아침에 퇴근했다. 혼자 근무하니까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만 있다면 최고의 보직이었다. 그래서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밤에 근무 서며 읽었다. 복학생이 되면 기필코 연애에 성공하리라. 연애의 비법을 다룬 책을 숱하게 읽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데일 카네기의 카네기 처세술’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등등.

 

솔직히 말해서 사랑의 기술은 실망했다. 연애 기법을 전수하는 책인 줄 알았는데, 철학책이었다. 에리히 프롬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은 예수님의 사랑, 소크라테스의 사랑, 공자의 사랑이다. 여자에게 작업 거는 기술이 없다는 점에서 실망했지만 책은 참 좋은 책이다.

 

카네기 처세술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난 나름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말이 많은 편인데 혼자 떠드는 대화는 절대 금물이란다. 진정 화술의 달인은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 교양을 넓히고 다양한 화제를 섭렵하는 게 우선이다.

 

많은 책을 읽은 덕에 여자를 이해했는가?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여자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졌고 연애에 대한 갈증이 커져갔다. 하지만 책을 1년에 200권 씩 읽고 나니까 자신감이 생겼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그 사람이 좋아하는 주제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나의 마지막 매직 넘버는 10이다.

 

복학한 후, 독서의 힘을 빌어 나는 연애의 달인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리고 10년간 열 번의 연애를 했고, 열 번째 여자 친구인 아내와 결혼해서 10년 넘게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는 이제 감히 말할 수 있다. 연애의 비법을 터득했노라고.

 

연애의 달인이 되는 법, 3가지만 알면 된다.

 

첫째, 들이대라.

 

연애 못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꿈만 꾸기 때문이다. 연애는 환상이 아니다. 현실이다. 무조건 부딪쳐봐야 한다. 내 마음에 드는 저 사람이 나와 사귈지 안 사귈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밖에 없다. 사귀자고 들이대야 한다.

 

복학 후 자신감을 얻은 나는 학교 가다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으면 쫓아갔다. 가서 차 한 잔 하자고 졸랐다. 어떻게 대쉬하느냐고? 즐겨 쓰던 멘트가 있다. “저기요, 초면에 실례인 줄 아는데요. 오늘 그냥 집에 가면 남은 평생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요. 잠깐 얘기 좀 하면 안 될까요?”

 

안다. 이런 방법, 먹히지 않는다는 거. 나같이 생긴 남자가 길가다 쫓아오면 대개의 반응은 이렇다. “저는 만나는 사람 있거든요.” 바로 이렇게 대꾸한다. “그렇죠? 다행이네요. 이런 미인이 남자 친구도 없다고 하면, 세상 사람들이 보는 눈 정말 없는 거죠. 말세죠, 말세. 더 잘됐네요. 남자 친구도 있으니까 부담 없이 차 한 잔 하시죠, ?”

 

안다. 그런다고 넘어오는 여자 없다는 거. 그래도 끈질기게 조른다. 그러다보면 여자들은 화를 낸다. “제가 싫다는 데 왜 자꾸 이러시죠?” 상대가 화를 내면, 해야 할 행동은 하나다. 비는 거다.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야한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분인데, 거절했다고 , . 안녕히 계십쇼!’ 하고 가는 건 예의가 아니잖아요. 최소한 3번은 청해야 최소한 예의는 갖추는 거죠. 그런데,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사죄드리는 의미에서... 밥 한번만 사게 해주세요, ?”

 

들이대고, 들이대고, 또 들이대라. 연애는 들이대야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들이대는 거 절대 쉽지 않다. 들이대는 게 쉬웠다면 저 많은 솔로는 어디서 나왔겠는가. 들이대기 힘든 이유는 하나다. 2번째 비결을 모르기 때문이다. 2번째 비결을 깨우치면 1번째 비결은 쉽다.

 

두 번째, 상처받지 마라.

 

들이대면 십중팔구 거절당한다. 이때 상처받지 말지어다. 들이대는 것은 나의 자유의지이고, 거절하는 것은 상대의 자유의지다. 나의 자유의지를 존중해서 들이댔으면, 거절하는 상대의 자유의지도 존중하자. 그러면 상대의 거절에 상처 받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약점을 찔리면 상처받는다.

 

나의 치명적 약점은 외모다. 아내는 외대 통역대학원 후배인데, 멀리서 나를 보고, ‘, 외대라서 동남아에서 온 교환학생도 있구나.’ 그랬단다. 그런 내가 가서 좋다고 들이댔으니 얼마나 기겁했겠는가. “선배, 나는 선배처럼 생긴 사람 싫어한다니까?” 약점을 찔려도 나는 상처받지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넌 국산을 좋아하는 구나? 가끔은 이국적인 취향도 한번 만나 봐. 인생은 다양하게 살아야 재밌는 거다, ?”

 

약점을 건드려도 굴하지 않고, 집요하게 달라붙으면 여자들은 최후의 일격을 가한다. 바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린다. 아내도 그랬다. “싫다고 몇 번을 얘기했는데, 선배는 자존심도 없어요?” 한 방 먹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존심? 그래, 나 자존심은 없어도 살 것 같은데......... 너 없이 살 자신은 없다.”

 

나는 진정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자존심쯤은 포기할 수 있다. 약점이나 자존심에 구애받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는다. 상처받지 않으면? 다시 들이댈 수 있다. 차인 상대에게 다시 들이대거나 다른 사람에게 들이대거나. 들이대고, 차이고, 상처받지 않고, 또 들이대고......... 끝없이 반복하다보면 어느 순간 얻어걸리는 때가 온다. 그때 3번째 비결이 필요하다.

 

세 번째, 올인하라.

 

기회가 오면 무조건 올인 ALL-IN 해야 한다. 소개팅에 나갈 때 가장 좋은 자세를 알려드린다. 소개팅 하는 2시간은 내 인생의 유일한 순간이며, 그녀를 만난 그 장소는 이 우주에서 유일한 공간이며, 내 앞의 상대는 전 인류 중에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고 소개팅에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 어떤 사람이든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안다. 이게 쉽지 않다는 것. 지금 이곳 한 사람에게 올인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지 않은가. 연애의 고수와 하수, 어떻게 다른지 아는가? 연애의 하수는 사람을 볼 때,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본다. 다 괜찮은데 딱 하나 걸리는 점이 있으면 그것 때문에 연애를 못하는 게 연애의 하수다. 연애의 고수는 사람을 보면,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딱 하나 장점이 있으면 그 매력에 꽂혀 사랑에 빠진다. 그게 연애의 고수다.

 

하수는 사람 사귀기 쉽지 않고, 고수는 쉽사리 사랑에 빠진다. 그 때문에 연애의 하수와 고수는 세월이 흐를수록 격차가 벌어진다. 온라인 게임처럼 연애도 플레이 시간에 따라 레벨이 올라간다. 경험치도 쌓지 않고 만렙 바라지마라.

 

연애는 한 점에 꽂히는 다트게임이다. 표적을 너무 넓게 보지 말라.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연애 상대란 없다. 그런 상대가 있다고 믿는 것은 연애의 결격 사유다. 그냥 빈 틈이 있어도 그 빈 틈이 매력이라 생각하고 빠져야한다.

 

무엇보다 연애할 때는 그냥 연애하는 상대에 집중해라. 상대에게 올인하면 누구나 넘어오게 되어있다. 연애를 완성하는 마지막 비법은 올인이다.

 

, 이렇게 연애의 3가지 비법을 알려드렸는데......... 실은 이는 취업을 하는 3가지 비법과 같다.

 

직업을 구하는 자세도 똑같다. 일단 들이대고, 상처받지 말고, 올인하라.

 

공대 나와서 영업 사원 하다 MBC PD 시험에 지원했다. 옆에서 말리는 사람도 있었다. “, 피디 공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MBC에서 받아주겠냐?” 딱 한마디 했다. “MBC가 받아줄지 아닐지는 지원해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지.”

 

지원하는 건 내 마음, 떨어뜨리는 건 인사담당자 마음이라고 쿨하게 생각하면 몇 번이고 몇 년이고 계속 도전할 수 있다. 그러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그때는 그 일에 올인하면 된다.

 

내 사랑을 찾는 비결은, 다시 말하면 내 일을 찾는 비결이다.

 

3가지 비결을 실천하여, 우리 모두 연애와 취업의 달인이 되자.

 

요즘은 따님들과 목하 열애중이다. ^^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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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스제로 2012.07.09 10:2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PD님 힘을 얻고 갑니다 저 이제 실패 안 할 것 같아요ㅋㅋ

  2. 유리시아 2012.07.09 10:3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역시!!
    PD님 글 너무 좋아요^-^
    무엇보다 행동이 중요하네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3. Tiret 2012.07.09 10:3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님의 하시는 말씀은 확실히 신뢰와 믿음이 있어요.
    연출하신 모든 드라마를 챙겨보고 있는데, 여기 적으신 세 가지 비결을 그대로 녹여두셨더라구요.
    즐겁게 보고 있습니다!

  4. mrdragonfly1234 2012.07.09 13:4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연애의 고수 맞네요.. 인정합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빨리읽지 않고 (빨리 읽으면 다 없어져 버릴까봐.) 앞쪽 1/4 만 읽고 일단 댓글 답니다... 이번에 왜 벌써 달인 완성편입니까? 너무 빨리 끝나는거 아녜요? 좀 천천히 가시지...

  5. mrdragonfly1234 2012.07.09 13: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나이가 들고 나니, 왜 젊었을때 좀 더 연애를 안했을까 후회 막심합니다. 저는 성공률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는데... 그때는 이상하게 연애에 별로 흥미가 없었어요.. 장래 걱정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거 같아요.. 그냥 그순간을 즐기는거 였는데... 아, 돌아오지 않을 청춘이여... ^^

  6. 2012.07.09 18: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7. 강맥주씨 2012.07.09 2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늘 엄청 힘들었는데 또 웃고갑니다!! 저도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청량음료 같은 시원한 사람이 되고 싶네요 하하 !! ^^

    • 김민식pd 2012.07.10 07:0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웃음을 드릴 수 있다면, 다행이에요. 코미디 피디로 웃음을 드리지 못하는 형편인지라, 지금은 블로그로서 웃음을 드리고 싶어요. ^^

  8. mrdragonfly1234 2012.07.10 08: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하,하, 아껴 두었던 나머지 글은 이제야 읽습니다. 김피디님 사진을 보니 지금 사진은 괜챦으신데 그전에 자전거로 국토횡단할때 모습을 뵈니 그때는 외모에 자신이 없었다는 말씀이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에도 불구하고 대시하고 또, 거절 당해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달겨들었다는데에 존경심이 나오는 군요. 훌륭하십니다. 사람은 다 누구에게나 장점으로 작용하는 부분, 단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지요. ( 진짜로 인간의 장단점이라기 보다는 남들이 그렇게 봐준다는 의미에서) 그런데 보통은 자신의 단점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차라리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이용하여 나중에 자신의 단점 때문에 못 이룬것들을 보상하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이지요. 자신의 단점을 진정으로 극복하기는 쉽지 않지요. 김피디님은 진정으로 단점을 극복하신 분입니다.

    그리고 지금 갈쳐주시는 글이 연애하는데에 있어서 주옥같은 구절들입니다. 책을 많이 읽은 내공으로, 어느 누구와 자리를 같이 한 상태에서 2 시간 동안 , 남의 말에 진정으로 공감이 가는 맞장구를 쳐주고, 쉴틈이 없이 재미있는 화제를 만들어 주고, 상대를 웃겨 준다면 거의 어느 여자나 다 따라옵니다. (저의 경험에서 2 번째 관문) 물론, 일단 상대가 들어주는 자세로 만드는게 첫번째 관문이지요. 김피디님은 두번째 관문/첫번째 관문을 동시 다발적으로 뚫으셨군요. 그것도 가장 힘든 외모의 단점을 딛고서..... 존경스럽습니다.

  9. 황홀경 2012.07.13 09: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너무 재밌고 읽고 갑니다. 그리고 뉴논스톱이 제게는 최고의 시트콤이었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