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렇게 최후 진술의 기회를 주신 판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이곳에 계신 검사님들의 말씀을 들으며 '나는 누구인가?'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습니다.
검사님들의 말씀에 따르면 저는, 불법 파업을 선동하고 조합원 간 폭력행위를 조장하는 자로
즉각 구속이 불가피한 현행범입니다.
하지만 검사님들께 감히 말씀 드리자면, 저는 자유민주주의자입니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믿으며 살아왔습니다.
언론사 직원으로서, 제게 가장 소중한 자유는 언론의 자유입니다.
또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저는 자유민주주의자로서 언론의 자유를 위해,
또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을 위해 지난 몇 달간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위해 노력한 저의 모습이
여기 계신 검사님들께는, 불순하고 불법적인 행동으로 보여졌다는 점에서
저의 지난 행동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두 분 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위의 글은 어제 있었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행한 저의 최후 발언입니다. 3시간 동안 법정에서 검사와 변호사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을, 제3자로서 지켜보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검사의 말 한 마디, 변호사님의 말씀 한 마디에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마음을 졸입니다. 그러다 마지막에는 드디어 피의자 최후 진술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저의 발언보다는 사실 이용마 기자의 발언이 정말 마음을 울렸는데, 온전히 기억하지 못해 함부로 그의 뜻을 왜곡할까봐 이 자리에서 전하지 못하는게 아쉽습니다.
검사는 130일 넘게 공정보도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파업을 하고 있는 MBC기자들을 가리켜 '공영방송 사장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한 이들은, 기자도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이용마 기자는 몇번이나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기자로서의 자부심 하나로 살아온 사람에게, 그 자부심을 지키는 과정에서 해고를 당하고 이제 구속을 목전에 둔 사람에게, '당신은 기자가 아니다' 라니요?
장재훈 교섭국장은 최후 진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KBS 파업 뉴스인 리셋뉴스9팀이 한국방송기자협회가 주는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습니다. 기자협회도 인정한 기자들을 검사님이 기자가 아니라고 하시니 참 억울합니다."
지난 몇년간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자유를 훼손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데 앞장 선 사람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수호하자고 큰 소리치는 세상입니다. 이 땅의 죽은 언론 탓에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라 하지만, 대한민국 검사라는 이가 진짜 기자와 가짜 기자도 구분하지 못한다니, 참담한 심경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어떤 일의 한 가운데 서 있으면, 멀리서 보는 객관성의 시선을 잃어버립니다.
검사의 발언을 들으며, 나 역시 혹시 그런 오류에 빠져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신 검사들께 감사드리며,
집행부 다섯명에 대한 두 번의 구속 영장 청구가, 두번 다 전원기각으로 이어졌다는 데 있어,
검사 여러분도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삼으시기 바랍니다.
어제 하루 종일, 저희 MBC 노동조합 집행부 다섯 사람을 응원해주시고, 늦은 밤 전원 기각 소식에 함께 기뻐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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