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를 보며 드는 생각, '세상이 썩었구나... 돈은 이제 어디에 맡겨야하나?'

 

나는 주식을 할 줄 모른다. 부동산 투자도 전혀 모른다. 재테크할 시간에 영화 한 편 더 보고, 책 한 권 더 읽어서 연출력을 키워 몸값을 올리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 생각한다. 그래서 늘 은행에다 정기 예금만 하는데, 이제 은행도 저 지경이니 누굴 믿고 사나?

 

저축은행 사태를 보며 기가 막힌 것은, 경영진의 독단과 횡령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작년 부산의 한 저축은행의 경우, 여직원이 비리를 저지른 사장을 협박해서 수억원의 돈을 뜯어내기까지 했다. 도대체 직업인의 양심은 어디로 간 걸까?

 

여기 파업을 하는 증권사 노조가 있다. 파업 한 달을 훌쩍 넘긴 골든브릿지 증권 노조. 내게 여유자금이 있다면, 나는 여기에 돈을 맡길 것이다. 물론 석 달 째 월급이 끊겨서 기존의 적금을 깨어 생활하는 처지라 꿈도 못꾸긴 하지만... 이들이 파업을 하는 이유? 이상준 회장의 독선적인 경영행태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다. 정리해고를 가능케하기 위해 단체협약을 파기한 회사를 저지하기 위해서다.

 

내가 돈을 맡긴다면... 나는 노조가 정상적으로 기능하고, 경영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곳에 맡길 것이다.

 

노조 중요한 이유? 노조가 무너지면 경영 감시 기능을 수행할 이들이 사라진다. 회사내에서 비리나 불법이 벌어질 때, 사람들이 제일 먼저 달려가는 곳이 노동조합이다. 노동조합이 무너지고 정리해고가 일상화된다면 누구나 일신의 안위를 위해 불의에 눈감고 살 것이다. 결국 회사는 비리로 얼룩지고 공멸의 길을 걷게 된다.

 

'딴따라 김민식이 왜 갑자기 빨갱이가 되었지?

왜 갑자기 노동조합과 파업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거지?' 

 

나는 지난 1년간 노동조합 집행부를 하며 동료 직원들의 아픔을 옆에서 지켜봤다. 프로그램을 성공시킨 DJ, 십년 넘게 동고동락한 출연자를 빼앗기는 라디오 피디들의 아픔을 보았고, 어느날 갑자기 용인 드라미아 세트장 관리 업무를 맡아 떠나는 'PD 수첩' 피디를 보았다. 지난 2010년 파업의 패배 이후, 이근행 위원장이 해고되고 MBC가 무너진건 노조가 제 기능을 못했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독주와 방송 장악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집행부로서, 지난 2년 기자와 피디들의 아픔을 지켜주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내게 죄가 있다면, 동료의 아픔을 방관한 죄이다. 

 

골든브릿지 증권 노조, 파업의 승리를 응원한다. 서민들이 평생 모은 돈을 가져다 맡기는 금융사, 그 안에서 건강하게 기능하는 노동조합을 소망한다. 

 

이건 그들의 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면,

우리를 지켜줄 이들이 사라진다. 

 

 

파업 100일 집회에 나온 MBC 새내기들,

이들이 자신의 양심을 더럽히는 일이 없는 그런 일터를 원한다.

그 누구도 불의에 굴복하지 않는 꿈의 직장, MBC를 되찾는 그날까지, 

질기고, 독하고, 당당하게, 투쟁!!!

Posted by 김민식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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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 2012.05.23 13:0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김PD님의 살벌한(?) 야외 공개강의 잘잘들은 골든브릿지증권 노동자입니다. 공정방송을 위해 질기고 독하지만즐겁게 투쟁하시는 살아있는 MBC노동조합을 응원합니다. 모두 승리하는 그날을 위하여~ 화이팅!!

  2. edenrex1 2012.05.25 0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제나 응원합니다 . 마봉춘 .언제나 사랑합니다 마봉춘. 불의에 굴하지 않는 마봉춘 홧팅.

  3. 하얀미풍 2012.05.31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힘내주세요!